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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W.I.N.C-Prologue

2004.10.10 10:18

말랑군 조회 수:185

나는 네발자전거를 타야 할 나이임에도 어떻게든 두발자전거를 타려고 쩔쩔맸었다.

두발자전거를 타지 못할 이유야 없었지만, 내 키는 두발자전거를 타기엔 굉장히 작았다.

내 키는 그 당시 4ja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인간들은 흔히들 120cm이라고 부르는 길이. 어른들이나 타는 자전거를 내가 탈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난 계속 도전했다. 이유라면 간단했다. 네발자전거는 양 보조바퀴가 균형이 맞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넘어지는 걸 받쳐주는 데 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일단 한 번 넘어지면 휘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즉, 이미 그 자전거의 보조바퀴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제 하고 싶은대로 하던, 철모르는 어린애 같은 바퀴였다.

그렇기에 난 자주 언니의 두발자전거를 몰래 탔지만, 높이가 엄청 높은지라 일단 세우는 데에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게가다 그것만이면 다행이게. 페달을 밟았을 때 가장 낮은 곳으로 페달이 내려가면 내 발은 페달에 닿지 않는다. 이래서야 속도는 커녕 전진 자체도 불가능한 게 정상적이지. 마법을 쓰면 되겠지만 난 나 혼자서 해내보고 싶었다. 게다가 엄마든 누나든 내가 마법을 쓰는 걸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떻게든 태클을 걸었다. 자전거를 타는 법은 가르쳐 주었지만 그 이상의 노력은 용납치 않았다.



내 이름이 20971411722209711111317210351431731였을 때. 그때까진 그걸 성공하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든 두발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때, 난 가족을 잃었다. 원래 마녀족은 딸이 12살이 되면 딸과 헤어지는 것이 정상적이다. 정상으로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라면 마녀들의 수명이 인간들 기준으로 상당히 짧다는 데 있을 것이다.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이후 오랫동안 보조바퀴를 달지 않았다가 15살때쯤에 한 번 보조바퀴를 달았다. 그냥 오랫만에 옛날생각이 나서 달아 본 보조바퀴였는데, 몇 분 달리지 않아서 작살나고 말았다. 낡아서라기 보다는 내가 굉장히 험하게 탔기 때문일 것이다. 두발자전거는 양 사이드에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니 당연히 커브를 급하게 돌아버렸고, 그 탓에 보조바퀴는 금방 휘어져버렸다. 순간적으로 휘어진 탓에 넘어져 버렸는데, 넘어지고 나서 꽤 오랜 시간 울어버렸다. 그 울음은 근 한시간동안 멈추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울음을 멈추고 나서 난 다시 두발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망가져 버린 보조바퀴는 고칠수도 없고 해서 버리려고 했으나 차마 버릴 수 없어서 그냥 가지고 왔다. 그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 보조바퀴를 버릴 수 없다.



어째서냐고까지 굳이 물어도, 난 아직 그 문제에 대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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