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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들을 만약 무언가에 비교한다면
아침 안개속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 아닐까
무수한 우연에서 당신에게 마음이 끌려가

별은 눈동자에 떨어지고
무수한 밤을 넘어 건넜을때의 미로

이야기 해왔었는데
당신의 넓은 가슴
혼자가 된 나뭇잎 같던 마음을 떠받친 채로
메마른 바람은 나를 싣는다

당신은 그래… 어느새인가
알고 있는 나를 넘어
걸어갈 수 있는 것을…
그리운 흰 손가락에 닿는다 해도 풀려 간다

아득한 사랑의 추억
이렇게나 가까이 있어도
당신은 멀어져 가네

발소리를 듣고 있어
한 번 더 서두르기만 한 나를
고독으로 돌려보내지 마

언제까지나 당신을 들려줘
사랑을 포기하지 마


모든 것은 그날 밤에 시작된 것.
유미즈카 사츠키. 인간임을 버리지 못하는 반 흡혈귀.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한 남자.
토오노 시키. 아니,
토오노 시키의 대역이었던, 한 때는 토오노 였던 시키.
나나야 시키.





“아파. 시키군. 아프고, 춥고, 굉장히 불안해.”

- 핀치일 때는 구해줘.

사츠키는 그렇게 말했었다. 2일 전, 저녁노을에 감싸인 채로.
그 말이 왜 그렇게 귓가에 맴돌았던 걸까.
왜 그 때 나는 그렇게 그녀를 찾아 밤거리를 헤메였던 걸까.

“기다려줘. 시키군. 시키군이 와 준 것은 기쁘지만. 가까이 오면 곤란해져버려.
부탁이니까 그 이상은 다가오지 말아줘.”

하지만 그렇게 찾은 그녀는 날 거부하고 있었다. 피에 젖어버린 몸.
작은 몸은 떨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힘껏 끌어안은 채, 부서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끌어당기며 그렇게, 애써 당당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왜.......

“하지만 무리야. 나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 계속, 이렇게 춥고, 아프고, 외톨이인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

돕고 싶다. 돕고 싶다. 그녀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나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 그 보다는 내가 그녀를 거부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단지 본능적으로 느껴졌던 죽음에 대한 공포였거나.
아니면 사츠키의 피, 그 검은 진흙을 태워버린 붉은 불길 때문이었거나.

“....... 도와줘. 시키군.”

목에서 쥐어 짜내는 듯한 작은 목소리.

“무서워. 굉장히 춥고, 어디를 가도 외톨이라 굉장히 불안해, 부탁이니까.......
나를 도와줘.”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사츠키를....... 왜 난 거부했을까.
왜 그 때, 그녀에게서 도망쳤던 것일까.

그 때, 내가 도망치지만 않았더라면.......




“...... 그래. 할 생각이구나. 시키군은. 하지만 안돼. 술래잡기 놀이는 이제 끝.”

쿵! 하는 충격. 그와 동시에 눈앞이 새까매졌었다.
그 때는 잘 몰랐지만 분명 나는 사츠키에게 던져졌던 것 같다.
벽을 향해 던져진 내 몸은 저항 없이 늘어져 버렸고.......

“거짓말쟁이!”

나를 향해 오던 그 손이 그렇게 두려웠었다.
이제는 죽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그만 눈을 감고야 말았다.

“거짓말쟁이!”

벽이 부서지며 돌가루가 머리위로 떨어진다.

“거짓말쟁이! 구해준다고! 내가 핀치일 때 구해준다고 말했으면서! 어째서!
내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 안되는 거야!”

울고 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 것을 숨기려는 듯 악을 쓰고 있었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괴로운데! 어째서 시키군은 나를 구해주지 않는거야!
구해줄 거라고 약속했는데 어째서!”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공포.
살해당한다는 공포마져 사라져 있었다.
....... 바보. 너무 느려.

“시키군, 시키군이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이 아품도 견뎌낼 수 있는데, 어째서!
어째서 당신까지 나를 받아주지 않는거야!”

그렇게 울고 있는 그녀.
그제서야 생각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두렵지는 않다.
몸도 마음도 흡혈귀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좋아. 유미즈카.”

“시키........ 군?”

“내 피로 좋다면, 괜찮아. 약속이니까. 너와 함께 있어줄께.”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간다.
그녀는 최후의 순간에 망설이고 있었다.

“....... 정말, 괜찮아?”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만히 눈을 감아 긍정을 표한다.
알고 있다. 그녀는 흡혈귀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록 몸은 흡혈귀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가장 소중한 것, 마음만은 분명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지 않을까.......

목 부근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
눈을 뜨지 않아도, 그 것이 그녀의 입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키....... 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는 유미즈카.

말하지 않는다.
입을 연다면....... 미지의 두려움에 그녀를 밀쳐낼 것 같아서.
그저 눈을 감고, 그렇게 그녀에게 안긴 채 앉아 있었다.



몸 안에 남아있던, 작은 불길이 사그라든다.








“그렇게 된 거다~ 이 말씀이지.”

“그 이야기는 남한테 안 한다고 했었잖아. 거짓말쟁이.”

저기....... 그거 사츠키가 했던 것 까지 칠 경우, 앞으로 43번만 더 듣는다면
1천 번을 채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랬던가?”

“정말이지. 예전부터 왜 그렇게.......”

“그래서 싫어?”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아아. 또 시작이다. 붉게 물든 사츠키의 얼굴과 웃고 있는 시키의 얼굴.

달뜨기 시작하는 호흡.
조심스레 입을 맞추고,
서로의 몸을 더듬고,
천천히 그 몸을 덮고 있던 서로의 옷을 끄르며

“캬악! 나가서 해요! 나가서!”

그렇게 외치며 둘의 몸을 잡아 창 바깥으로 던져버린다.
....... 아. 여긴 17층이었나?
뭐. 알아서 살겠지.

후우.......



시온 엘트남 아틀라시아.

애인 없는 세월.......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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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념으로 오랜만에 쓴 단편입니다.
오래 전 부터 생각하던 내용입니다.
본래는 장편 예정이었는데... 개그물 쪽에 영 소질이 없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써 봤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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