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배경음 -Yumi-Hari-Dzuka- 진월담 월희


[新月]신월 -Bloody Nachtanz-


잠깐동안 욱신욱신 거리는 통증이 오다가 이내 가라앉은걸 보면 복부의 상처가 다 아물은 모양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버렸어.. 놈은 놓쳐버리고..'

시엘은 바로 눈앞에서 타타리의 실체를 보고도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한채 쓰러져버렸던 자기 자신을 책망했다.

'일단 세븐을 찾아야겠다.'

시엘은 치맛자락에 묻은 약간의 먼지와 티클을 털어냈다.

'그나저나.. 솔로몬과 합류하는게 나으려나..'

불과 몇십분전에 맞닥뜨렸던 사도 왈라키아의 밤은 시엘이 지금까지 알고있던 수준이 아니었다.
일단 거리만 확보되면 누구라도 거뜬히 저지할 수 있다고 자부해오던 시엘이었으므로 그녀의 심적 타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타타리가 그녀의 뒤를 엄습해왔던 순간에 느껴진 공포와 광기에찬 비웃음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라 좀처럼 잊혀지지않았다.

'물론 사도 왈라키아의 밤이 무시못할 수준의 적이란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도 강할줄은..

더군다나 그녀가 공격하기도 전에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뒤를 엄습해왔다.

'역시 13조의 사도라는 건가..'

어쨋거나 임무를 완수해 가지 못한다면 늙은여우에게 무슨 말을 들을지.. 아니 무슨 고문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세븐은 우측구역에 있으려나..'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이 밝게빛나는 만월에 대항하는 밤이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솔로몬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왜그러는거야?"

그녀와 솔로몬의 거리는 이상하리만큼 멀었다.

"아.. 아니에요.."
그녀가 천천히 다가갔다.

"내가 무서운거구나?"
메렘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무겁고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그게.. ...아니라.."
분명 그녀는 솔로몬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고있었지만 본인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있었다.

"확실히 하룻밤사이에 굉장한 것들을 목격했으니.. 뭐.. 그냥 잊어도 될 일이지만.."
메렘은 조금의 표정변화도 없이 대답했다.

"저.. 모르겠어요.. 솔로몬씨도 그렇고.. 저를 쫓아오던 그사람도.. 그리고 또다른 솔로몬씨도.."
급기야 그녀는 지금까지 막고있던 입을 열어버리고말았다.

"설명하자면 길어. 그리고.. 설명할 필요도 없을것 같은데.. 그냥 잊어버리는게 좋아, 누나."


분명 그녀에게는 솔로몬이 괴물로 보여졌었다.
팔 다리가 잘려나가 난생 처음 보는 괴물로 변하기도 하고, 허공에서 붉은 검과 창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니 그 이외의 것으로 생각될리 만무했다.
그런 그녀에게 흡혈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메렘은 잘 알고있었다.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그녀는 자신과 같은 흡혈귀들을 무서운 능력을 소유한 괴물들로밖에 인식하지 못할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자신은 그 흡혈귀라는 괴물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존재들 중 하나이다. 이 이상 자신의 정체를 알려봤자 좋을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보다.. 좀전에 그녀석은 왜 누나를 죽이려했던거야?"
사실 솔로몬이 그녀에게 묻고싶은건 이것 뿐이었다.

"저.. 그게.. 사실 저도 몰라요..'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제가 눈을 떳을때 제가 기대고있던 벽이 갑자기 무너져내렸어요.. 아마 그사람이 그런거겠지요.."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자 그녀는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기시작했다.

"별다른 말은 안했어? 아. 아니다.. 그녀석 말을 할리가없구나.."

"아.. 저기.. 솔로몬씨는 그사람을 잘 아시나요? 좀 전번에도 서로 구면이신듯 싶었는데.."
점점 더 그녀의 질문이 강력해졌다.

"아.. 그게.. 뭐 안다고하면 아는사이고.. 그냥 무시하는 정도니까.."
솔로몬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하지만 무시하는 사이인건 사실이었다.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도들 사이에서는 메렘 솔로몬의 존재가 묵인되고있기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조금 늦긴했지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가 살짝 웃어보이며 말했다.

"음? 뭐 그렇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솔로몬은 진심이었다.


사실 구해준다해도 이 여자는 매장기관으로 데려가야 한다.
임무수행중의 목격자는 보통 기억을 지우거나 매장기관으로 데려가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물론 제한되긴하지만 없애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뭐 사실 매장기관으로 데려가는 것도 목숨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내 본체를 본 여자이니까 죽이는게 당연하지만..'


어째서 흑기사가 이 여자를 쫓았던 것인가 가 의문이었다.
분명 녀석의 활동지는 프랑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이 작은 도시에서 만날거라고는 예상하기 힘들다.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 나타났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거기다 녀석은 극도로 조용한 녀석이라 그렇게 대놓고 사냥을 할 리가 없었다.
굳이 사냥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녀석은 대놓고 싸운다 라기 보단 암살쪽을 즐겨하기때문에 녀석의 행동은 이해하지 못할 내용 투성이였다.

'뭐..  그냥 기관에 넘기는게 여러모로 편하겠지.. 저 여자에겐 안된일이지만..'

"아.. 그것보다.. 그 집결지에 도착하게 되면 전 어디로 가게 되나요?"

'큭.. 저여자 자꾸 굉장한 것만 물어보는군..'

"아아.. 바티칸으로 가게 될거야."
역시 적당히 얼버무렸다.

"이탈리아인가요.."

"뭐 가기 힘든가? 그러고 보면 누나 가족은 있어? 아직 누나 이름도 얘기 안해줬잖아?"
별로 묻고싶은건 아니었지만 대화 주제를 바꾸기위해 물었다.

"사실.. 전 제가 누군지 몰라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응? 누군지 모르다니? 누나 이름도 모르는거야? 기억상실증?"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어요."

"별일이구나.. 정말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거야? 이상하네.."
솔로몬이 그녀에게 '약간'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네.. 눈을 뜨고나서 그 남자에게 쫓기던 것부터 기억이나요. 그 전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럼 고향도 몰라? 영어를 쓰는걸 보면 프랑스인은 아닌거 같은데.."

"아.. 이곳이 프랑스인가요.."

"그러고 보면 누나는 자기에 대한 것만 모를 뿐, 왠만한 지식은 다 있는 듯하네.."

"예.. 이상하지요..?"

"음.. 뭐 그렇지.. 그것보다.. 누나 이번에도 잠깐 피해있어.."
솔로몬의 눈이 가늘어졌다.

"예..? 설마..?"

"거기구나.."
메렘은 이렇게 말하고 또다시 허공에 인장을 그렸다.


그의 손끝에서 5자루의 붉은 검이 나타나 재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훅 하는 바람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붉은 검들은 마치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듯 순간 허공에서 튕겨나갔다.


"또 네녀석이냐..?"
메렘이 그의 검들이 튕겨져 나간곳을 향해 소리쳤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전번의 검은 그림자가 등장하듯, 밤하늘의 색과 합쳐질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운 그림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검은 그림자는 이상한 소음을 내며 망토를 입은 남자의 형상으로 변했다.

"네놈도 허상인가?"

"아아.. 그런 조연들과는 다르지요. 메렘 솔로몬."
망토입은 남자가 차갑고 무거운 말투로 대답했다.

"설마..! 네놈이 왈라키아의 밤인거냐?"
자신의 이름이 불려진 것을 보고, 메렘은 놈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눈치챌 수 있었다.

"왈라키아의 밤이라.. 확실히 그쪽이 저의 저주받은 이름보다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배우에게 있어서 이름은 그저 설정에 불과합니다. 솔로몬."

"맞나보군.. 뭐.. 좋아. 네놈이 직접 찾아온건 어쩌면 이쪽에겐 '편리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네놈을 처단하려고 온거니까 말야."


솔로몬이 다시 인장을 그리자 망토입은 남자 가까이에서 붉은 사슬이 나타나 그를 묶어버렸다.


"환영인사가 꽤나 거칠군요. 전 단지 개막을 알리려 온 것 뿐인데 말이지요.."
망토입은 남자가 자신을 묶던 사슬에 손을 대자, 붉은 사슬은 모래처럼 가루가 되어버렸다.

"네놈의 목적이 어찌되었건간에 난 네녀석을 처리해야하니까."
메렘이 거칠게 대답했다.

"저..저는.."
그녀는 또다시 찾아온 공포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눌수가 없었다.

"누나는 어서 숨어있어. 위험하니까."
메렘은 말을 하면서도 계속 왈라키아의 밤을 응시했다.

"호오.. 왠 아가씨가.. 보아하니 기관의 사람은 아닌것같은데.. 이 밤중에 솔로몬,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일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왈라키아의 밤은 마치 조롱을 하듯 물었다.

"네녀석..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해주마!!"


순간 녀석의 주위로 붉은 검 수십개가 나타나 그대로 표적을 향해 날아들었다.
푸욱 하고 들려오는 살을 파고드는 소리와 끔찍한 녀석의 몰골이 그녀의 미간을 찌뿌리게했다.

"아..아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못하고 이 끔찍한 상황을 벗어나고싶다는 생각만을 머리속에 되뇌였다.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시군요, 솔로몬.. 하지만 말했잖습니까? 저는 싸우러 온것이 아닙니다."
녀석의 몸에 박혀있던 수십개의 검들이 가루로 변하여 허공에 뿌려졌다.

"역시.. 소용이없군.."
메렘은 크게 혀를 차며 자신의 오른팔에 손을 대었다.

"그래서.. 네놈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뭐지?"
솔로몬은 녀석이 허튼짓이라도 할 경우 사용할 셈으로 오른팔을 부여잡았다.

"말했지만 개막을 선언하러 온겁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휘황찬란한 무도회가 열릴 에정이니까요. 제가 주최한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녀석은 언제 칼에 찔렸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허공에 떠있었다.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단 거군.. 하지만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일텐데?"

"그럴리가요.. 만약 그랬다면 굳이 당신을 찾아 이곳까지 오지는 않았을터.. 물론 당신만은 아닙니다만 다른 분들께서는 너무도 태평하시다보니.."
왈라키아의 밤은 이렇게 말하고는 끝에 '훗' 하고 웃어보였다.

"다른 녀석들이라면.. 역시.. 보통일은 아니었군 그래."
하며 솔로몬은 오른팔에 가있던 자신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아아.. 상황을 잘 인식해 주셨군요. 그러리라 예상했습니다. 저도 초대를 받은 입장이니 이번 무도회에 대한 정보는 알지 못합니다만.."

"하지만 네녀석을 잡아가야 늙은 여우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거든. 미안하지만 여기서 잡혀주어야겠어."

"아.. 하지만 저도 이래저래 바쁜몸이라.. 당신의 초대를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부족하군요. 기관에서 보낸 초청장이라면 이미 뜯어보았습니다만.."
왈라키아의 밤은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시엘이..?

"뭐.. 그녀를 처리하는것도 별로 흥미가 없어서 말이지요.. 좀 귀찮게 쫓아다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쉽게 죽여버릴 여성은 아니니까요."


순간 왈라키아의 밤의 가슴에서 예리한 검날이 뚫고나왔다.


"그거 고맙군요. 칭찬으로 듣지요."
푸른머리의 수녀복을 입은 여성이 말했다.

"호오.. 역시 굉장히 빠른 회복력이군요.. 감탄할만해요, 아가씨."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이 붉은 화염으로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더이상의 얘기는 이쪽에서 거부하겠습니다. 집행에 응해주시지요."


--------------------------------------------------------------------------------------------------------------------------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