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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 -Haunting- 진월담 월희


[新月]신월 -Bloody Nachtanz-




"저.. 그런데 지금 절 어디로 데려가시는 건가요?"
그녀는 여전히 소년의 팔에 들려있다.

"우선 집결지로 갈 생각이야. 아.. 나 혼자 온게 아니거든. 일행이있는데, 일이 끝나면 그곳에서 만나기로했어."
소년은 조금도 지쳐하는 기색없이 차분히 대답했다.

"일..이요..? 무슨...   아니.. 죄송해요.. 쓸데없이.."
그녀는 자신이 궁금하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무언가를 물어보는 성격임을 깨달았다.

"뭐, 누나랑은 상관없는일이야. 일이 끝난건 아니지만 일단 누나를 그곳에 데려다 줘야할 것 같아서."

"저를요..? 전 그냥.."
그녀는 약간 당황한듯 말을 흐렸다.

"어찌보면 보호 차원에서 데려다 주는 것일 수 도 있고.. 또 어찌보면 고문당하러 가는거라고 볼 수 도 있지. 재수없는 늙은 여우에게 걸리게되면 말야."
소년은 재미있는지 생긋 웃어보였다.


그녀는 소년이 하는말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인데다, 고문이라니..
더군다나 지금 그녀는 자기보다 키도 작아보이는 어린 소년에게 들려있다.
그것도 바람이 눈을 따갑게 건드리고 갈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있는 상황인데도 소년은 조금의 지친 내색도 없어보였다.

이 소년은 누구인걸까?


"아.. 저기. 실례지만 성함이 어찌되시는지요..?"
그녀는 혹시라도 소년에게 말을 거는것이 방해될까 싶어 궁금한 말들을 막으려했지만 적어도 이름정도 아는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내 이름..? 음.. 알아봤자 소용없을텐데.. 뭐, 좋아. 내이름은 메렘. 메렘 솔로몬이야. 누나이름은 뭐야?"

"예? 저는.. 저.. 그러니까.."
순간 당황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니까. 갑작스러운 소년의 질문에 그녀의 입술을 고이 닫아져버렸다.

"말하기 곤란한거야..? 음.. 나는 일부러 내이름도 알려줬는데 말야.. 거기다 누나는 내 본모습도 봤잖아?"

"본모습이요? 아.. 그럼 그 사제복을 입으셨던 중년의 신사분은 역시 솔로몬씨였군요. 그치만 저.. 그런거 처음봤어요.. 어째서 지금은 이 모습인건가요?"
결국 그녀는 자신의 입을 개방해버렸다.

"음.. 궁금한게 많은가보네.. 사실 지금의 내 모습을 본사람 얼마 안되거든. 누나는 특별 케이스랄까? 지금까지 내 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들 죽었었거든. 물론 몇명만 빼고 말야."

"예..? 주..죽다니요..?"

"뭐.. 이유야 어찌되었든 내 본모습을 본건 결코 좋은일이 아냐. 보통은 보자마자 죽었을테니까말야. 누나는 운이 좋구나."


보자마자 죽는다니.. 그게 무슨소리일까..?
그녀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까 자신을 쫓아왔던 검은 모습의 남자도 그의 본모습을 봤었는데.. 그리고는 두사람이 싸움을 시작했고... 음..

..설마..?


"저..혹시 솔로몬씨가.."

"응..? 잠깐.."
메렘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정신없이 달리던 소년의 발을 멈추게한것은 길 한복판에 우뚝 서있는 검은 그림자였다.


"저건.."
메렘은 자신 앞의 검은 그림자를 찬찬히 노려보았다.


체가 있다고하기보다는 그냥 사람의 모습을 한 검은 그림자였다. 하지만 그림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몸은 검었지만 투명하게 되어있어 그 반대편이 어렴풋이 비치었다.
거기다 마치 전파가 튀듯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도 같이 흔들렸다.


"저건..뭘까요?"  
그녀가 물었다.

"녀석인가.. 저기.. 잠시 내 뒤에 있어줄래?"
메렘이 그녀를 도로바닥에 세우며 말했다.

"네.."
그녀는 재빨리 메렘의 등뒤로 돌아섰다.


여전히 검은 그림자는 이상한 잡음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질 않았다.


"만약 저게 놈의 술수라면... 그렇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허공에 형체모를 휘장을 그리는 메렘.


메렘이 휘장을 다 그린듯 눈을 감자, 순간 검은 그림자의 온몸에 붉은 검들이 박혀졌다.


"소..솔로몬씨..!"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있는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질렀다.

"누나는 최대한 내 곁에서 떨어지지마!"
메렘이 소리쳤다.


순간 아주 큰 잡음이 울려퍼졌다. 온몸에 붉은 검들이 꽃아져있는 검은 그림자는 마치 무언가의 형체를 이루듯 꿈틀거렸다.


"제길.."
메렘은 또다시 허공에 휘장을 그렸다.


카앙 하고 들려오는 금속음.

이제 검은 그림자는 자신의 머리 위에 나타난 날이 둘로 나뉘어진 붉은 창에 의해 꿰뚫어져있었다.
하지만 그 검은 그림자는 계속해서 꿈틀거릴뿐 사라지거나 움직임이 멈출 기색이 보이지않았다.


"이녀석.. 이런걸로는 통하지않는건가..!!"


순간 검은 그림자가 크게 솟아오르다 굳어졌다.


"그래.. 그게 네놈의 술수인가보군.."

"소..솔로몬씨.. 저건.. 도데체..?"


그녀는 이제 검은 그림자 대신, 전신에 붉은 검이 꽃히고 굉장히 길다란 붉은창에 머리가 꿰뚫린 소년을 볼 수 있었다.


"꺄악!!"
그녀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장면인지라 순간 공포심때문에 비명을 질렀다.

"안심해 누나.. 저건 내가 아니야."
메렘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제 검은 그림자였던 소년은 자신의 몸에 박혀져있는 검들을 차례로 뽑아내고있었다.


"저..저럴수가.."
그녀는 아직도 공포심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후후후... 네놈의 실력도 이 정도 뿐인가보지.. 솔로몬."
분명 모습은 같지만 전혀 달라보이는 또다른 메렘이 대답했다.

"그럴리가 없지.. 왈라키아의 밤. 아니.. 그 떨거지라고 해야겠군.."
솔로몬은 자신의 왼쪽 다리를 잡았다.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검게 파열하는 솔로몬의 다리.

"아..아아.."
그녀는 여전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저 폭발은 이미 본적이 있는 것이었다.

파열해버린 솔로몬의 다리는 검게 빛을 내며 뭉쳐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검은 액체들이 어떤 형상을 이루는 듯 하더니, 몸이 검고 붉은 눈을 가진 괴물체로 변하였다.

"호오.. 제대로 싸울 생각이군.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검은 그림자였던 솔로몬이 자신의 오른팔을 잡자 똑같이 검은 파편을 튀며 파열하였다.

녀석의 오른팔도 무언가의 형상으로 변하였지만 솔로몬의 그것과는 달랐다.
검은 몸을 가졌지만 솔로몬의 것은 흡사 개를 닮은것에 비해, 녀석의 파열한 오른팔은 등에는 날개가 달리고 노란 뱀의눈을 가진 괴물이었다.

'저것.. 본적이있어.. 분명 그 남자와 싸울때..'

"누나. 저쪽 골목으로 가 숨어있어."
메렘이 속삭였다.

그녀는 대답을 하기보다 재빨리 골목쪽으로 몸을 피했다. 상황이 매우 급박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거로군, 네녀석."
솔로몬은 왼발이 없어도 불편하지않는듯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모습뿐만이 아니지. 나도 너이니까."

순간 솔로몬의 개와 녀석의 날개달린 괴물이 맞닥뜨렸다.

야성으로 가득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솔로몬의 개가 재빠르게 녀석의 괴물에게 다가가 목을 물었다.

"카아악!"

이윽고 녀석의 괴물이 앞발로 솔로몬의 개를 공격했다.

개의 상처에서 검은피가 흘러나왔다.

"네녀석 제법이구나."
솔로몬이 말했다.

녀석의 괴물이 날개를 이용해 땅을 박차올랐다.

적이 공중에 있다는 것이 위협이되는지 솔로몬의 개가 한발짝 물러섰다.

"아까 말했잖아? 나도 너라고. 그리고.. 나는 네가 싫어하는 '그것'을 좋아하거든."

"과연.. 네놈의 수법은 그런거로군.."
이렇게 말하면서 메렘은 또다시 허공에 휘장을 그렸다.

솔로몬의 손에서 붉은 물체가 떠돌더니 이내 커다란 화살로 변하여 녀석의 괴물을 향해 날아갔다.

"카악!"

화살은 녀석의 괴물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윽... 네녀석.. 반칙이야.."
녀석은 오른팔에서 고통을 느끼는 듯 했다.

"네녀석의 수법도 반칙이야. 그리고 이건 규칙이없는 경기라고."

또다른 붉은 화살이 메렘의 손끝에서 생겨나, 녀석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도 화살은 녀석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화살은 분명 정통으로 녀석을 맞추었지만 녀석은 그다지 고통스러워 보이지않았다.

"왠만한 공격은 안통하는가 보군. 꽤나 좋은 능력을 가졌는데.'
솔로몬이 비아냥거렸다.

"그건 네놈도 마찬가지니까."
녀석의 손도 허공에 휘장을 그리고있었다.

"너만 할 수 있는게 아니지."
녀석은 짧게 대답하고는 눈을감았다.

순간 솔로몬의 머리위에서 아까와 같은 양날의 창이 나타났다.

"네놈.."

크게 바닥을 가르며 양날의 붉은창이 솔로몬의 머리를 꿰뚫었다.

"꺄아악!!"
그들의 싸움을 저 멀리서 지켜보던 그녀는 아차하는 순간에 일어난 참사에 비명을 질렀다.

"후후.. 이걸로 끝은 아니야."
녀석은 창과함께 땅에 박혀있는 솔로몬을 향해 걸어갔다.

"놀이는 끝이다.."

녀석의 배가 길고긴 손톱을한 작은 손에 관통되었다.
그 작은 손은 흥건히 넘쳐흐르는 검은피로 물들었다.

"하..하악..!!"

검은그림자는 복부가 관통되어 괴로운지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또다른 작은손이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사라져버려.."

그녀가 다시 그 광경을 보았을때 검은그림자가 변한 솔로몬은 검은 연기를 내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있었다.

녀석의 뒤에서 나타나 놈을 처리한 솔로몬은 자신의 손에 묻혀진 이제는 사라져버린 검은 그림자의 검은피를 털고있었다.

"저.. 저기.."
그녀는 용기를 내어 솔로몬에게로 다가갔다.

"아, 괜찮아. 녀석은 사라졌어. 안심해도 될거야."
메렘은 작게 웃어보였다.

"아뇨.. 그게 아니라.. 솔로몬씨는.."

"응?"

"저.. 솔로몬씨는.. 사람이..아닌건가요..?'
그녀는 손이 떨려왔다.

"......"

"저기.. 혹시.. 저를.."
그녀는 또다른 공포심에 사로잡혀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은 다들 죽어버렸다고했는데.. 그건.. 설마..'

"저를.. 없애시려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


그러자 솔로몬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말했잖아..? 누나는 특별케이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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