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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곳 까지 오다니..꼬마녀석, 꽤나 손 많이 가게 만드는군."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 여성이 버스에서 내리며 그렇게 중얼 거렸다.버스는 언덕길을 돌아 저 멀리 멀어져 갔고, 그 버스에서 내린 여성은 조용히 언덕 아래의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언덕길에 아주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는 표지판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연두마을에 어서 오십시요'

여성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길다란 머리카락을 묶어 늘어뜨려 놓고서는 이마에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덥군..하지만.."

그녀가 입고있는 베이지색의 여성정장은 분명히 더워보였다.

"역시 '그분'의 먹이가 될만한 곳이야."

그렇게 혼자서 중얼 거리며, 발밑에 내려 두었던 새카만 소품 가방 같은것을 손에 들고선 여자는 움직이길 시작했다.

"여명과 함께 하기를."











"오빠♡"

성가신 녀석이 왔다.온 이유는 분명 그것이겠지.이 북적대는 점심시간에 오빠네 반에 와서 녀석이 할만할 말은 이것 하나 뿐이다.

"오늘도 모르고 도시락을 두개나 싸와버렸네?같이 먹을레 오빠?"

에헤헤, 라며 오빠네 교실에 맘대로 들어와서는 커다란 도시락통 두개를 꺼내는 동생님.그러고 보니.이 수저도 모르고 두개나 들고와버린 걸까.그래도 다행이다.만약 하나만 들고와서 '오빠 입열어봐.아앙~♡'같은 짓을 하지 않기에..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별수 없나.

"있잖아 오빠.오늘따라 오빠네 반 시끄럽네?무슨 일 있어?"
"아아, 그거?"

그거야 뭐.일이 있다고 하면 있는거겠지만.

"전학생이 와서 그럴거야.그게, 그 전학생이 엄청나게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재벌 2세라서 말이야.이 여자님들, 모두들 황홀해서 이렇게 떠들고 있는걸걸?"
"그으래?헤에, 만나보고 싶은데."

집게손가락을 턱 아래 놓으며 '헤헤, 핫도그♡'같은 짓을 하는 동생을 무시하고 창밖을 바라다 보았다.열려 있는 창 밖에서는 바람이 불어오고는 있었지만 충분히 더운 날씨.땡볕 아래에서는 있을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날씨겠지만, 그늘이라면 괜찮겠지.강당과 신간 사이의 통로, 대 도서관 앞에있는 교내정원에 눈길을 줬다.

"먹을려면 밖에 나가서 먹을까?"
"밖에?좋지♡그런데 어디?"
"교내정원 있잖아.그쪽엔 잔디에 앉아서 먹어도 누가 뭐라 안하고.벤치도 꽤나 있을테니까 거기서 먹어도 문제는 없을거야."
"응!가자─!"

여동생, 서지현은 심하게 소리를 지른후 도시락을 들고 교실을 빠져 나왔다.









"스톱"

교내정원에 다다랐을때 등 뒤에서 알수없는 인기척이 느껴졌다.등 뒤에는 교내정원의 입구를 말하는 듯한 나무들의 가로수길.그 가로수길보다 더 멀리 보면 황금의 운동장.착각한건 아니다.착각할순 없다.적어도 이런쪽의 감각에는 정확하다고 자부한다.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산들바람만 불고 있을뿐, 아무것도 없었다.
음, 프로 미행인가.

"왜?"
"누가 따라오는것 같아서.잠시만 기달려봐."

옆에 걷고있던 서지현양에게 그렇게 말한 뒤 왔던길을 다시 되돌아 간다.주위를 둘러보자 분명히 인기척이 있다.예를들면..

"그쪽 나무 뒤에.누군지는 몰라도 어서 나와."

부스럭.
하지만 나무 근처의 진달레 나무가 부시럭 거릴뿐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정말로, 마음먹고 미행한 작정이였나.

"어서나와.별로, 혼내지는 않을테니까."

라고 말하자.
나무가 많은 교내정원 입구에서 은행나무 뒤에 숨어있던 한 소녀가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그것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함께 이야기 했던 소녀 이수현.

"뭐어야, 수현이구나.뭣하러 이런데 까지 왔어?"

쭈뼛 쭈뼛,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여자아이로써 그리 작지 않는 덩치를 나무뒤에 숨겨두고서는 머리만 내민채 쑥쓰러운듯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그 쑥쓰러운 표정은 이내 죄지은 듯한 표정으로 바뀌더니만 곧 울것같은 표정으로 바뀌어져 갔다.

"아, 아니..별로 네가 이런짓까지 한걸 질책하는게 아니라..음...그, 그래.수현아.같이 밥먹을레?안그래도 우리 동생이 모르고 도시락을 두~개나 싸와버려서 말이야.응?"

그녀의 곧 울거같은 표정은 이내 알수없다는 듯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내세웠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서는.

"응?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끌어내거 지현이 있는 곳까지 데려갔다.지현은 뭔가 불만인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반겨주었다.

"음, 소개 안했지?이쪽은 이수현.우리반 친구야.그리고 이쪽은 서지현.내 동생이고."
"아..음..아..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아아, 수현언니 말놓아도 되~ 어차피 내가 한살 어리니까 말이야~"
"아, 아니..그래도..초면인데.."
"괜찮아 괜찮아!!초면이고 자시고 상관 없잖아요 언니!?"
"아, 음..뭐, 그럴..까.."

지현이가 이겼다.(──질리는 없지만)
교내정원의 가로수길을 걸으면서 지현이에게 그 도시락 둘이서 사이좋게 나눠먹어라?라고 말 한뒤.어느센가 벤치가 있는곳에 다다랐을땐 수현이도 지현이와 같이 웃으면서 이야기 할수 있게 되어버렸다.이럴땐 정말로 저녀석의 '심하게 붙임성 좋음'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할수 있겠다.이쪽도 그렇게 붙임성이 나쁜건 아니지만 여동생인 저 아이의 경우에는 '심하게'좋기 때문에 나도 어머니도 청기 백기 다 든 상태.
그래서 저 붙임성 좋음이 나쁜일을 만들어 낸 적은 한번도 없다.그것도 그렇듯이, 저녀석의 속마음에는 도저히 '악의'라는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만약 녀석에게 '악의'라는게 있다면 심하게 밖으로 표출되거나 심하게 진심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저 아이는 우리들에게서 떼어낼레야 떼어낼수 없는, 싫어할레야 싫어할수 없는 인물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과거를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지만.

"어머, 영웅이는 안먹어?"
"그래그래, 오빠도 얼른 먹어~"
"아니, 난 됐어.너희들끼리 이미 먹고있는데 내가 낄 자리가 어디있겠어?"

라지만 참.이럴때 꼭 배에서는 꼬르륵, 따위의 소리가 난다.배를 내려다 보고 할수없이 도시락을 해체해 먹는 저 숙녀 두분을 보며.

"아..하하, 어쩔수 없나."

라며 숙녀분들이 앉아있는 벤치에 살짝 끼어서 함께 도시락을 먹길 시작했다.






Commence Open





"음, 꽤나 맛있는데."
"잘먹었습니다."
"절먹었습니다."

내 말에는 아무런 아랑곳 하지도 않고 숙녀 두분 끼리만 예의를 갖추고서는 조용시 도시락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도 절대로 빠질수 없는 소녀의 수다.

"있잖아 있잖아.수현언니, 오빠.이 도시락 내가 만들었어?맛있지?응?맛있지?"
"응, 맛있었어."
"오냐, 먹을만 했다."

각자의 대답이 다른데도(그중에서 내 대답은 시원찮았을텐데) 지현은 웃으면서 '진심으로'기뻐하고 있었다.이건 아무레도 내 의견보다는 수현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라거나 수현에게 호감이 있다라거나 그런거겠지.
뭐, 어차피 녀석의 경우에는 '나쁜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모든 인간을 좋아하니까.

어느센가 둘이서 모두 치워놓고 보자기까지 싸놓고서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나무에 가려 햇빛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푸른 하늘은 보이는 이 교내정원의 풍경.평온한 일상.하지만 아무레도 그 평온함은 이제부터 온데간데 없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꺄아아아아아악!!!"

같은.
찢어지는 비명소리와.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남자의 울부짖음.웅성거림, 그것이 다였다.하지만 모든것을 부정하듯이 울려퍼지는 한 여성의 목소리는 이런 상황과는 전현 매치되지 않았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하나 둘 셋.잘 들립니까아─ 연두고교 여러부운─?"』

당황하여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일단은 위험하니 수현이나 지현이는 그 벤치에 놔두고서는.──그래봤자 지현이는 나도갈레!!라고 떼썼지만 수현이가 잘 달레 주었다──혼자서 운동장을 향해 걸어가자, 운동장에서는 수많은 학생이 학교 안으로나 이 교내정원으로 도망쳐 오고 있었다.
무슨일인가, 역류하는 인파들을 밀어치고 나서 내디딘 황금 모래 운동장의 저 멀리에는, 선혈이 진했다.

『"살인자 이진연군은 어딨습니까─?사람을 연속으로 두사람이나 죽여놓고 이곳으로 도망쳐온 이진연 군은?"』

운동장 한 가운데에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안경씬 여성.그녀는 베이지색의 여성정장을 입고 있었고, 추욱 늘어뜨린 머리카락은 끈으로 묶고서 휴대용 앰프에 마이크를 꽂아 놓고서는 온 학교 안에 통보하고 있었다.

그 말에 수많은 학생들이 술렁거린다.살인자 이진연?이진연.그것은 오늘 우리반에 전학 온 그녀석의 이름이다.잊지 않는다.그 정리 정돈 잘 되지 않은 머리카락.뚜렷한 이목구비.다른 모든 인간들을 벌레 보듯히 깔보는듯한 눈동자.잘 다려진 교복.그것이, 그녀가 말한 '살인자 이진연'이다.

『"흐흠, 안나오시겠다?이거 곤란한데?안나온다면..선량한 시민들이 죽을지도 모르는데?흐응~ 어디 보자~ 그래.거기 도망치는 소녀.딱 좋겠네?"』

여자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고깃덩어리들을 차면서 걸었다.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는 모른다.그저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도살장의 소, 돼지같은 그것은 정말로 정육점에나 파는 삼겹살 같이 아무렇게나 흙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혐오스럽다.
여자는 피로 물든 운동장을 걸었다.그리고, 뛰어 도망가는 무리들중 가장 뒤에서 허둥대고 있던 여자아이의 목을 낚아 채었다.

숨을 삼키는 소리가 이곳, 교내정원의 입구까지 들려온다.이곳에서 보는 그 광경은 그렇게 멀지도, 그렇게 가깝지도 않다.그저 적당한 거리에서 그녀가 벌이는 모든 행실을 지켜보고 있다.
보인다.그녀가 손에 힘을 넣는 그것까지 보인다.소녀의 괴로운 얼굴도 보인다.괴로워서, 죽음이 다가오는 공포에 자신의 목을 쥐고있는 여자의 손과 함께 자신의 목을 손톱으로 할퀸다.하지만, 그녀의 손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는다.
그것마저 모두 다 보인다.어째서일까, 보통은 거기까지는 보이지 않을 눈일텐데.거기까지 보인다.

가슴이 심하게 아파온다.다리가 울부짖는다.걸어라, 걸어서 구하라.이 나로 걸어서 그 손으로 녀석의 얼굴을 허공에 날린채 이 나로 다시 녀석의 배를 걷어차라.그리고 머리를 짓이겨 밟고 그 더러운 혀를 놀려 욕짓거리를 해라.그리고 나서 녀석이 죽여버린 녀석들과 똑같이 녀석을 죽여라.

한걸음 내딛는다.

그럴때마다 다시 다리가 울부짖는다.

──그 머리를 짓이겨 밟고서 죽여라.

가슴이 아파온다.
지끈─ 아프다.

──범하고 나서 죽이고 다시 범하고 다시 죽여라.

한걸음 더 내딛자.



"─위험해"

어깨에 손이 닿는다.어깨에 닿은 그 감촉은 너무나도 서투른데다가 굉장히 차가웠다.거기에 정신이 차려, 뒤를 돌아보자.그곳에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있는 한 소년이 서있었다.

아무렇게나 정돈되어져 있는 머리카락.콧등까지 흘러 내려온 안경.뚜렷한 이목구비에 새하얀 피부.질 다려진 교복.날카로운 눈매.그것은 이진연.

"너..."
"어딜 가려고?네가 가봤자 죽는놈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소년은 내 어깨에 닿은 손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날 뒤로 밀쳐내고서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일이야.더이상 남을 끌어들일 이유는 없어."

라고 말하며, 소년 이진연은 조용히 운동장으로 걸어갔다.흙길을 걸어 소년이 피의 바다에 들어섰을때, 아까부터 소녀의 목을 조르고 있던 여자는 소녀를 아무렇게나 흙바닥에 던져 버리고선 진연을 유심히 지켜보았다.소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켁켁 거리고 있었다.

"이제서야 왔군."
"이름은?"
"네놈에게 말해줄 이름따윈 없다."

라고 말하며.
방금 던져버린 소녀의 목을, 머리를, 그녀는 손도 닿지 않았는데도.퍼엉- 하고.터뜨려 버렸다.

"무슨짓이냐?

진연이 그 여자를 무섭도록 노려보며 묻자.

"이름부터 묻는걸 보니 싸울 마음이 없는것 같아서.이러면 싸울마음이 생길까- 하고 말이야."

그리고 여자는 말을 이었다.

"싸울때 이름이 필요한가?"

여자 역시, 진연을 노려보며 물었다.그러자 진연은 아무말 없이 훗, 하고 미소로 흘려 보낸다.운동장에는 알수없는 긴장감에 휩싸이고, 교내의 학생들은 모든 감각을 운동장의 두사람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 긴장감 속에서, 진연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그 손에는 단추가 3개, 들려 있었다.

"허접이군."

파바박.
진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성정장을 입고있는 여성의 셔츠 맨 윗쪽 단추 3개가, 차례 차례 풀려버렸다.

"제법인데?전혀 몰랐는걸?"

여성은 속살이 모두 보이는 가슴을 무시한채 그대로 진연을 쏘아보았다.

"아침 인사야.그리고 시작은 지금부터지..."

진연은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태양이 내려다 보는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다시 눈앞의 여성을 보고서는 말했다.

"네 죄는 목숨으로 갚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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