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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4부 '충돌' -Chapter 1 Part 5. -In my Memories..



"헤..헬렌이야?"

고요한 침묵

침묵사이에 흐르는 화살과도 같은 차가운 바람..

어두운 그림자사이로 흩날리는 머리카락..

희미하게 보이는 얼굴..

그러나..







입이열린다.

"......누...구?"


"헤..헬렌이야? 정말.. 헬렌인거야?"

"헬....렌...."


카르노는 차마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정말 저아이가 나의 동생인가? 4년전에 잃은 나의 동생이냐고..'
끝없는 수수께기가 그의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헬렌이니? 맞는거야?"
카르노는 점점 여자아이가 앉아있는 옥좌쪽으로 다가갔다.

"헬....렌..."

"맞는거지..? 그렇지..?'
점점 더 다가갔다.

"헬...렌.. 헤..헬..렌.."

"내동생.. 헬렌.."
옥좌의 바로 앞.

"헤..헬..렌.... ......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귀를찢을듯한 비명소리가 높은 천장을 타고가 건물 전체를 뒤 흔들었다.

순간 미세한 바람의 움직임이 카르노의 이마를 훔쳤다.

"허...어억... 헤...헬렌.."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했다. 얼굴을 잔뜩 찌부린 여자아이의 가녀린 손은 이제 카르노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하...하아..하아아아.."
거친 숨을 내쉬며 목을 조르는 여자아이의 눈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아니 그것은 카르노가 알고있던 헬렌의 눈이 아니었다.

"아..아악.."
카르노는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았지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괴력이 그를 위협했다. 목은 점점 더 조여들어오고있었다.

"헤..헬렌.."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감옥에서 오로지 여동생 헬렌만을 생각하며 4년을 보내고, 이제 드디어 꿈에 그리던 헬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카르노는 마지막 남은 삶의 의지마져 놓으려 하고있었다.

콰앙 하고 들려오는 둔탁한 마찰음.

"카..카델스타인!!"

'카시엘인가..? 그래.. 카시엘이구나..'

"으윽.. 허..허억!!"
카르노는 더이상 버틸힘이 없었다.

눈을 감고싶다. 아니 눈이 감겨졌다. 잠을자는 것도.. 꿈을 꾸는것도 아닌 기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달콤한 기억에 빠져버린다..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


-아버지!! 뜰에 나갔더니.. 왠 여자아이가!-

-음? 여자아이라니..?-

-아.. 아무튼 빨리 와보십시오! 이마가 뜨겁고 몸이 불덩이입니다..-

-그거 큰일이구나.. 어디냐? 어서 안내하거라.-

헬렌과의 첫만남

-이것참.. 몸이 이리도 뜨겁다니.. 제인! 어서 의사선생님을 모셔오게!-

-네 백작님.-

-아버지.. 어찌해야하지요?-

-일단.. 빈방으로 들이자. 이대로 둿다간 큰일나겠어.. 클로라! 안내하게!-

아버님이 헬렌을 업고 방까지 달려가셨다.

의사선생님께서는 헬렌이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방치되어 기운이 없는것이라고하였다.
나와 아버지는 정성스럽게 헬렌을 간호했다.
그리고 헬렌이 점점 기운을 차리자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정이들게되었다.
아버지는 헬렌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데에 안타까워하며 헬렌의 부모님을 찾는 광고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후 1년이 지나도록 헬렌의 신분을 확인할 길이 보이지않아, 아버지께서는 헬렌을 카델스타인가의 양녀로 들이셨다.

-오빠? 오늘도 책을 보는거야?-

-응. 재미있거든.. 헬렌도 책보는거 좋아하지?-

-응! 헬렌도 책보는거 좋아해. 아직 오빠가 읽는것같은 어려운 책은 못읽지만..-

-너도 좀더 크면 이런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꺼야.. 그런데.. 좀 더 나가 놀지 그러니?-

-제인이 힘들다고 자기방에 가버렸어.. 오빠는 항상 서재에만 있으니까 나도 오늘은 서재에 있을래.-

-난 괜찮으니까, 나가 놀아도 돼.-

-아냐. 어차피 놀아줄 사람도 없는걸.. 내가 베스에게 말해서 다과를 만들어달라고 할게. 조금만 기다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걱정말고 기다리셔요~-

그때는..

정말.. 행복했다. 병약한 나에게 언제나 찾아와 말벗이 되어준.. 헬렌이 있다는게 너무나도 고맙고 다행이었다.

그 순간이.. 영원했길 바랬다..


누군가의 신음소리.

"아악..!"

카르노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떳다.

여자아이는 이제 카시엘을 붙잡고 있었다.
마법을 쓰는지 카시엘은 허공에 떠있다. 아니.. 매달려있다고봐야겠다.

"크윽.. 카..카델스타인.. 피..피하세요!!"
카시엘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헤..헬렌! 왜 이런짓을 하는거야!?"

"흐..흐으으.. 으으.."
여자아이는 거친 숨만 내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똑바로 공중에 매달려있는 카시엘을 응시하였다.

"그만둬! 그만두라구!!"
카르노는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전혀 안들린다는 듯 여전히 카시엘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카시엘이 죽을지도 모른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또다시 밀려오는 자책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헬렌을 잃고..
이젠 자신을 구해준 은인마저 구할 수 없다는 자책감..

머리가 깨질듯한 자괴감..

순간 그의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어있지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녀.. 헬렌이라고 굳게믿고 있는.. 그 여자아이에게로 돌진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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