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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망상글=괴작] 부처님이 보고계셔

2004.08.01 02:18

朴君 조회 수:1253

부처님이 보고 계셔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상쾌한 아침인사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부처님의 정원에 모인 소년들이 오늘도 천사같이 천진한 웃음을 띠고 높은 문을지나간다.
  더러움을 모르는 몸과 마음을 짙은 색의 교복으로 감싸고.
  바지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쿠란이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히 걷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등교시간 아슬아슬하게 뛰어가는 등의 품위없는 학생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사립 하나데라 학원.
  메이지 삼십사년에 건립된 이 학교는 원래 귀족의 영식을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있는 불교 계열 귀족학교이다.
  도쿄도내, 무사시노의 옛 모습이 남아 나무가 많은 이 지역에 부처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일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소년들의 정원.
  시대는 변하고 연호가 메이지에서 세번 바뀌어 헤이세이가 된 오늘날에도 18년간 다니면 온실에서 순수배양된 도련님들이 박스에 포장되어 출하된다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학교인 것이다.

  그 - 후쿠자와 유우키도 그런 평범한 소년의 한명이었다.


        가슴설레는 월요일

    1

  "잠깐 기다려요."

  어느 월요일.
  은행 가로수길 끝에 있는 두갈래길에서 누군가가 유우키를 불러세웠다.
  부처님상의 앞이었으니까 순간 부처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청아한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예'하고 대답하면서 몸 전체를 돌려 돌
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신사로서 실격.
  어디까지나 우아하게, 그리고 의젓답게. 조금이라도 상급생 형님분들께 가
까워질 수 있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먼저 무엇보다도
웃는 얼굴로 안녕하셔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우키의 입에서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하나데라 학원의 학생으로서 품위없는 행
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냉동 당해 버린 것 뿐.
  "저기...저한테 무슨 일이신가요?"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해동한 후 유우키는 반신반의하며 물어 보았다.
물론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저. 그 상대는 당신. 틀림없어요."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뇨 틀렸어요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
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패닉 직전이었다.
  그런 유우키의 사정 같은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살짝 미소를 띄우며 똑바로 유우키에게 다가왔다.
  학년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스트레이트 헤어는 샴푸 메이커를 묻고 싶어질 정도로 매끈매끈.
스트레이트 헤어인데도 어쩌면 곁털 하나 없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유우키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손을 유우키의 목 뒤쪽으로 돌렸다.
  '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유우키는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칼라가 비뚤어져 있어요."
  "엣?"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유우키에게서 가방을 돌려받자 "안녕히(ごきげんよう)"를 남기고 먼저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유우키는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머리에 피가 몰려갔다.
  틀림없어.
  2학년 소나무반, 카시와기 스구루님. 참고로 출석번호는 7번. 통칭 <홍연화(紅蓮花) 봉오리>.
  아아, 성함을 입에 담는 것만도 과분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전교생의 흠모의 대상.
  '그런...'
  부끄러움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유우키는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동경하는 형님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에피소드라니.
  너무해. 부처님 심술쟁이.
  분함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부처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결한 미소를 띄우고서 작은 정원 가운데에 가만히 서 계시는 것이었다.

2

  "난 또 뭐라구. 그런 거야?"
  앞자리의 고바야시군은 말을 듣자 마자 까르르 웃었다.
  "어두운 얼굴로 등교하길래 난 또 지하철에서 치녀라도 만난 줄 알았네."
  "치녀쪽이 차라리 나을지도."
  "왜?"
  "뒤끝이 없으니까."
  "그런 걸 보니 유우키군, 치녀 만난 적 없구만."
  "나 버스 통학이니까."
  하나데라 학원의 학생들은 보통 JR의 M역 북쪽 출입구에서 출발하는 순환버스를이용해서 통학하고 있다.
둘다 그건 마찬가지지만 고바야시군의 경우 M역까지 무지무지 붐비는 지하철, 유우키는 M역 남쪽 출입구까지 버스라는 식으로 통학에 대한 쾌적도(불쾌도)가 전혀 다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나데라 차량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생겼다, 랄까. 지연화회(池蓮花會) 간부 멤버들의 제안으로 하나데라 학생들에게 미리 이야기해서 뒤에서 두 번째 차량에 모여 타도록 한 것 뿐이야. 하지만 당번이라던가 동아리 활동 같은 거 때문에 조금 일찍 나오거나 하면 학생 수가 적으니까 그다지 의미도 없고."
  그래도 소문을 듣고 하나데라 외에도 그 차량을 골라 타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치녀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것 같다.
물론 여성을 쫓아내는 효력 같은건 전혀 없지만 젊은 남성으로 넘쳐나는 차량 내에 스스로 올라탈 만큼 용기있는 여자분은 별로없는 듯.
하물며 불온한 행동 같은 건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나데라의 교복은 소박한 은색의 단추에 감색(紺色) 바탕의 품위있는 옷.
검은 라인이 한줄 들어가 있는 가쿠란의 소매는 뭔가 절도가 있다.
요즘 세상에 가쿠란에다 단정한 바지.
깔끔한 단화가 세팅되면 이건 뭐 천연기념물 급으로,
제복 매니아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뿌리깊은 인기가 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 교복은 이미 도련님 브랜드로 확립되어 있다.
그렇잖아도 가쿠란은 치녀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데.
  "지하철이 붐비니까 난 역에서 꼭 몸가짐을 체크하는걸."
  고바야시군은 그렇게 말하며 유우키를 역의 거울 삼아 앞머리를 고치고
칼라를 정리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런식으로 말이야. 하는 느낌.
  "그런가. 몰랐어어"
  유우키는 책상에 푹 엎드렸다. 그러자 고바야시군이 그 머리를 '그래그래'하고 쓰다듬는다.
  "그렇지 뭐. 우아하게 앉아서 통학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도 못해. 신경쓰지 마 신경쓰지마."
  "신경 쓰이는걸."
  "이쪽이 잊어버리면 문제 없지 않아?"
  "어째서?"
  "생각해봐. 상대는 하나데라 학원의 스타야. 스타는 보통사람들에 대해서 일일이 기억해 두지 않는다구."
  스타와 보통사람.
  사실이긴 하지만, 아니 사실이기 때문에 푸욱 하고 가슴이 찔렸다. 고바야시군의 위로는 조오금 난폭한 치료법이었다.
  참고로, 고바야시라는건 이름이고 성이 아니다. 하나데라에는 별명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동급생끼리는 이름에 '군'을 붙여서 부르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상급생을 부를 때는 이름에 '님'이다.
  "말을 걸어왔을 때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어. <지연화회(池蓮花會)>의 간부가 말을 걸었을 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1학년이란, 우리 반에선 그녀 정도 뿐인걸."
  그러면서 고바야시군은 시선을 살짝 뒤쪽으로 향했다.
유미가 따라서 뒤돌아보자, 마침 토도 시마히코군이 교실에 들어오는 참이었다.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고바야시군. 안녕하셔요, 유우키군."
  시마히코군은 두사람에게 인사한 후 우아하게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아,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유우키와 고바야시군은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동급생인데도 이렇게나 다르다니.
스구루님과는 전혀 다르지만 시마히코군도 '초'가 붙을 정도의 미남이었다.
  그를 보고 있으면 멋진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멋진 거라고 낙담해 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스구루님처럼 갑자기 멋있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적 방정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들었어?"
  고바야시군이 속삭였기 때문에 유미도 목소리를 낮췄다.
  "시마히코군이 <백련화(百蓮花) 봉오리>가 되었다는 거 말이지? 2학년을 제치고."
  그건 유명한 이야기였다. 시마히코군이 1학년이면서도 백련화님과 형제의 연을 맺었다는 것은.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최신 특종이라는 듯 손가락을 입술 앞에 세우고 '형님께 들은 얘긴데' 라고 말했다. 그의 <형님>은 테니스부 선배로, 스구루님과 같은 반이었다.
  "시마히코군, 백련화님 뿐만 아니라 스구루님 한테서도 제안 받았었대."
  "에-!!"
  "유우키양, 목소리가 커"
  책상 하나를 가운데 두고 등을 구부리는 두사람.
신사라고는 하기 힘든 광경이지만 본인들은 그런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부처님 용서해 주세요.
어느 시대에나 남성은 다른 사람의 소문 이야기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법이랍니다.
  애초에 하나데라 학원 고등부에 존재하는 <형제>라는 시스템은 학생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학교측의 태도에 의해 태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무교육 동안에는 교사나 수녀님들의 관리하에 있던 학교생활이 학생들 스스로의 손에 넘겨져 자신들의 힘으로 절조있는 생활을 해야만 하게 되었을 때, 형님이 동생을 이끌어 주듯 선배가 후배를 지도한다는 방식이 채용되었다.
이후 그것이 정착됨에 따라 그다지 엄격한 교칙이 없어도 하나데라의 정결하고 바른 학교생활은 대대로 이어져온 것이다.
  형제는 말 그대로 형제라는 뜻.
아마도 혼란스럽기 때문에 외국어를 피한 거라고 생각된다.
처음엔 넓은 의미에서 선배와 후배를 형제라고 불렀지만 어느틈엔가 개인적으로 강하게 이어진 두사람을 칭하게 되었다.
염주의 수수(授受)를 하고 형제가 되기로 약속하는 의식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는 확실하지 않다.
  "듣자하니, 스구루님 쪽이 먼저였는데 뒤늦게 백련화님이 내민 손을 잡았다는 것 같아."
  고바야시군은 코를 움찔거리며 말했다. 왠지 흥분하고 있다.
  "빨간색보다 하얀색이 좋았던 걸까."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아무튼......유미양은 조금 엇나간 데가 있다니까. 시마히코군 클래스가 되면 두 송이 연꽃을 저울질 할 수가 있다는 거야."
  "저울질이라니, 그런 듣기 거북한"
  "하지만, 실제로 스구루님이 버려졌잖아."
  "우-웅"
  아깝기도 하지. 하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우-웅 이 아냐.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째서? 두사람을 형님으로 맞을 수 없다면 어느 한쪽을 택할 수 밖에 없잖아."
  "늦게 말한 쪽을 골라도 되는 거야?"
  "빠른 쪽이 이기는 게 아니잖아."
  "빠른 쪽이 이기는 거야!"
  고바야시군은 어깨가 들썩이도록 숨을 쉬면서 잘라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는 테니스부에 들어간 그날로 자매의 의식을 치렀었던가.
  "그건 그렇고, 황련화는?"
  "황련화는 3학년 2학년 1학년, 모두 이미 정해졌잖아."
  "그렇지."
  유우키에게 있어서는 백련화님과 홍련화 봉오리가 시마히코군을 서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것 보다 최근까지 양쪽 다 동생이 없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어쨌거나 스구루님께 제안을 받고서 곧장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건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하면서 고바야시군은 시계를 보았다.
  아침 예배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뒤따라 교내방송으로 찬불가가 흘러나온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불당 아침 예배 외에는 교실에서 아침 기도를 한다.
먼저 염불을 외고, 학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바르게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하지만, 손을 마주잡으면서도 평소의 평온한 생활에서 어딘가 어긋나가는 듯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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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질러봤습니다.
이 글이 연재될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세요.
내용에서는 시마코씨를 남자이름식으로 바꾸어 시마히코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산백합회→지연화회(池蓮花會).
지는 연못 지, 연은 연꽃 연, 화는 꽃 화, 회는 모일 회입니다.
뭐, 나머지는 일부를 수정했을 뿐이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
...라기보다...읽은 후엔 머리속에서 지워 주세요.

이 더운 여름에 말도 안돼는 글을 주워섬겼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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