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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머리위의 허공에서 무언가가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하지만 그 소리는 시내의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묻혀, 전혀 특별하게 들리지 않았다.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검은 밤하늘의 허공을 날아오르던 그 검은 나비는, 땅의 추락함과 동시에 거미줄 같은 피를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흩뿌리며, 무너져갔다.
그 바로앞을 걷던 영웅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그 퍼억-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더 시끄러워 진다.여자의 비명소리, 남자의 괴성, 늙은이의 숨이 헐떡이는 소리.그 속에서 구급차를 부르는 목소리.

"읏...."

소년은 얼굴을 찡그렸다.혼란스러운 정신은 냉정하게 가다듬고서, 차올라 오는 구토기를 손으로 입을 막으므로써 어떻게든 해본다.
사람들이 점점 몰려드는 그곳은 지옥으로, 핏빛의 지옥으로.

그 지옥안의 떨어진 검은 나비는, 구부정하게 목이 꺾인 태아처럼, 가지가 꺾여버린 백합처럼 보였다.






간신히 도망쳐나왔다.
그 수많은 인파를──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시내를 도망쳤을때는, 이미 집으로 가는 골목길 안이였다.
오늘 뭔가 재수없는 일들만 생긴다.학교에서 마치자 마자 내려오는 길에 불량배를 만나질 않나, 시내를 걷는데 갑자기 시체가 떨어지질 않나...
재수없는 일들의 연속이였다.이레선 오늘 잠자는건....아무레도 글러먹은것 같다.





철컥, 탕.

현관문을 기세좋게 열고 들어오자, 눈에 바로 보이는 거실은 불도 켜져 있지 않고 새카멨다.음, 지금쯤이면 10시를 넘기고 있겠지, 모두들 자고 있을 시간이다.그렇다면 난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가서 자면 되는거다.
어라?하아, 서지현 이녀석.TV도 안끄고 자러 들어갔나.도대체가 정신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현관을 돌아 거실로 들어가려고 했을때, 소파 위에 앉아있는 알수없는 그림자를 목격하게 되었다.그 검은 그림자의 주위에는 새파란 불꽃이...

"귀, 귀신!!"
"뭔 소리 하는거야아아..."

대략 어깨도 넘지 않는 단발에 눈 밑에 기미까지 세워가며 TV를 보고있는 이녀석은 서지현, 내 동생이다.뭐, 동생이라고 하면 동생이지만...그것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뭐가 이리 늦어..오빠?오늘 엄마 깨어있었으면 오빠는 죽은 목숨일걸..."

새우눈을 한채 주욱 늘어나는 목소리로 말하는 지현은 유령과도 같았다.

"어, 어이.그런데 너 왜 아직까지 안자고 있는거야?너 평소에 10조금 안되서 자잖..."
"그야 오빠 기다리느라고 안자고 있었─♡"

그렇게 말하는 동생의 눈은 햇님처럼 밝게, 끼어있던 기미는 홍조로 바뀌면서 새맑은 목소리로 내게 그렇게 말했다.도대체, 이 아이의 정신연령은 몇일까──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아무레도 소용없는 짓일듯 하다.그래봤자 많아도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밖에 안나올듯 하니까.

"그런데 엄마는 어디갔어?"
"일하러 갔다가 아직 안왔어.오늘 잔업있다고 해서."

하아, 잔업이라는 건가.그거 참 잔인한 거구나.아들 밥도 못해주고 있는걸 보니.

"쳇, 어쨋든.나 자러 간다.서지현, 너도 TV는 작작 봐.눈나빠지면 돌이킬수 없게 되니까 말이야."
"흥, 알았어 알았어.그런데 오빠.씻지는 않아?"
"귀찮아, 안씻어도..."
"그런데 말이지."

어째서.
그녀는 거기서 말을 끊었을까.

"오빠 목 새빨개."

그 목소리가 마저 끝나기도 전에 손이 목덜미를 어루 만졌다.끈적끈적 하다.손을 펴보자, TV 브라운관의 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그것은, 분명히 붉다.붉은 피다.분명히, 분명히 아까의 그 시내에서 튀어 나온거겠지.이런, 나 이런꼴로 집까지 걸어왔던가...

"아하하, 오빠 또 미술실에서 물감 가지고 장난치고 왔나 보구나?참, 칠칠맞다니까.거기다가 물감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도대체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말이지~"

바보는 따로있구나.
새삼 느꼈다.녀석은 남말할 처지가 아닐텐데 남말이나 하고 있고.정말로 여러가지로 의심가는 여자애다.
어쩔수 없나.끈적끈적하게 피가 목에 달라붙은 이상 샤워정도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러고 보면, 교복 같은데에도 튀었을수도...
그런건 내일 대충 얼버무리면 되겠지.코피를 조금 흘려서 묻었다고 해도 되고────

사악, 하고 시내에서 본 광경이 떠오른다.목이 꺾인 백합같은 그 검은 나비가 떠오른다.어금니를 깨문다.으득, 소리가 난다.그렇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는다면 다시 구역질이 올라올지도 모른다.다리가 조금씩 흔들리고, 걷기도 점점 어려워 진다.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쉽게 떨쳐낼수 있었다.
솔직히 나로써는 그리 갑작스러운 일도 아니고...지금 이 다리가 후들거리는것 만으로도 내 뇌에는 그 모습은 심하게 각인되어 있다는 소리겠지.

목욕탕에 들어가 샤워기에 물을 넣는다.목에서 가슴 안까지, 피가 흘러 들어와 있었다.신발에도 튀어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교복 바지에도 튀어있을거라 생각한다.바지는 검은색이므로 그리 튀지는 않겠지만, 신발은 어떻게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내일 아침에 걸레로 빡빡 문떼든가 해야...

"풋, 이렇게 보니 내가 무슨 범죄 저지르고 온것 같구만."

그렇게 말하며 샤워를 조금씩 조금씩 끝내가고 있었다.









"크음..."

새소리에 눈을 뜬다.그리고 손목게 감겨져 있는 시계를 보자 시간은 7시가 조금 되기 전, 괜찮은 시간.이정도면 학교가는데에는 지장없다── 라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부시시한 머리가 두피에 걸리고 어지러진 침대위의 이불은 이 내가 얼마나 잠버릇이 대단한지를 가르쳐 주는 산물인듯 하다.
별로, 이런 산물따윈 남기고 싶진 않지만 말이야.
한적한 방, 방에는 침대와 책상과 책상의 컴퓨터, 그리고 책장.옷장, 그 다음으로는 구석에 멀쩡히 세워져 있는 일렉트린 기타가 있다.

──여어, 잘잤냐.블랙 머신 1호기.

누가 저 기타에 저런 촌스러운 이름을 붙여줬는지 몰라도, 참 주인의 성격을 잘 타고났다고 할수 있다.그러고 보면, 저 기타를 만진지도 꽤나 오래됐다.1년이 다되 갈려고 할까나, 나, 아니.우리에게 있어서 이 기타를 가지고 즐길만한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3년이라는 고등학교 생활중에서, 우리는 우리 학교인 '연두고교'의 같은 제단 학교, '연하늘 대학'이라는 곳에 엘리베이터 식으로 올라갈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마을에는 이사오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연두고교'도 그렇고, 저 '연하늘 대학'도 일류 학교에 들어가니 말이다.
아무리 이곳이 교외에 있는 마을이라 해도 이렇게나 번화한것은 분명 돈많은 이 '연'자 돌림 학교를 가진 이사장의 힘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에겐 충분히 밴드부에 들어 이 기타를 마음껏 휘두를수 있었는데도 난 그러지 않았다.그냥, 써클같은데에 들면 이레 저레 귀찮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일이 많을테니까.....

"아, 이런.노닥거리는 시간이 벌써 7시를 조금 넘겨버렸나."

혼자서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가서 대충 세수를 했다.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교복으로 갈아입고선, 아침밥도 생각하지 않은채 현관으로 나와 신발을 신었다.
아무레도, 신발은 깨끗하다.무언가 어머니가 닦아 놓았을까.그렇다면 분명히 학교를 다녀와서 왜 이렇게 됐냐고 책임추궁을 받겠지.

그것보다.
지금 자신 신세타령을 할때가 아니지만, 아침부터 피해야 할 상대가 있다.적어도 새아침부터는 피곤해지기 싫으니..슬금 슬금, 현관문에 손을 대자.

"어어딜~ 혼자갈려고?"

흠칫, 하고 놀라고선 현관문을 돌려 도망갈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나.놈은 어느세 내 어깨를 잡지 쥐고서는 잡아먹을 기세로 등 뒤로 바싹 다가왔다.

"오늘도 혼자 가며는 의절할거야아-?"

지옥 악귀로부터 나오는 소리처럼 그 목소리는 고막을 심하게 때렸다.아아, 오늘 하루는 정말로 심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그저 동생, 서지현에게 잡힌것을 한탄하면 기도할 뿐이였다.
하아-, 할수없지.여기서 똑바로 말하자.

"이봐요, 동생님?"
"응-?"

심하게 천진난만한 웃음이다.그런건 대충 내 미소로 무력화 시키고서는.

"학교가기가 무서워?왜 자꾸 나만 따라다녀?너도 이젠 다 컸잖아.그러니까 학교정도는 혼자 다니라고.자꾸 나만 붙어다니면 엄마가 '브라콘~'이라고 놀려댄다?아무리 세상이 뒤숭숭하다고 해도 말이야..."
"잔소리 즐."
"반사."

집게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을 꼬며 외쳤다.

"무지개 반사."
"슈퍼 초 하이퍼 무지개 쌍쌍 반사."
"슈퍼 초 하이퍼 그랜드 그레이트 절대 무지개 쌍쌍쌍쌍 반사."
"큭...졌다..."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서는 현관문 앞에서 동생님에게 무릎을 꿇었다.아아, 이것이 바로 교황에게 굴욕하는 카노사의 기분인가──

"이놈들, 현관에서 쌩쑈하지 말고 냉큼 학교나 가버려."

거기에 또 다시 꿈쩍, 하고 놀라면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는 담배를 뻐끔 뻐끔 피어대는, 어머니 한분이 서 계셨다.너무나도 아니꼬운듯한 저 표정은 모든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정말로 태연하게 보였다.

"엄마~ 오빠가 나랑 학교가기 싫데~"
"그으래?영웅이가?"

동생님이 어머님에게 울먹이며 그렇게 안기니까, 어머니는 곧장 웃으면서 그녀를 안고서는 이쪽을 찌릿, 하고 째려본다.

"뭐, 뭘...내가 뭘 했다고..."
"같이 안가면 죽인다."

입가가 일그러짐과 동시에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내 몸은 자동으로 '예입-'라고 대답하면 정확하게 90도로 허리를 꺾어 '다녀오겠심다, 어머님!'이라고 말하고선 현관을 나왔다.




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중 하나인 내리막길, 거기서 동생님 서지현양과 나는 아무렇게나 걸어가고 있었다.서지현양은 옆에서 뭐라 뭐라 재잘 재잘 거리고 있지만 그런것 따윈 아무레도 안중에 없다.
헹, 어머님만 없었더라면 이런녀석 쯤은 버얼써~ 집에 놔두고 온지 오래다.

등교시간은 8시, 아직 시간은 있다.지름길이라는 것이 있으니 느긋하게 걸어가는 것도 좋다.원래라면 큰길로 따라 간다면 학교까지는 1시간 이상이 걸리지만, 이쪽 골목길을 돌아서 간다면 시간은 고작 30분, 곧바로 학교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에 오르게 된다.하지만 문제는...그걸 아는 녀석들이 너무나도 많길레, 이 지름길로 오는 녀석이 학교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것.
아니아니, 솔직히 말해서 이정도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진짜로 문제는...


타타타타타타타타탁.

온다.
녀석이 온다.
최대의 적, 마왕의 성으로 가는도중 나타나는 마왕의 행동 대장 부하, 사천왕, 기타등등.위험인자Ⅱ(아무레도 위험인자Ⅰ은 지금 내 바로 옆을 걷고있는 이녀석이겠지)가 점점 다가온다.점점, 점점, 점저엄...

"욧쌰───!!!!!"

심하다.
내리막길에서 그 추진력을 이용해 달려와놓고서는 곧바로 뛰어서 그 팔로 내 목을 휘감고 앞으로 기운다.뭐, 예상정도는 했으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그건 위험했다.

"굿모닝 에브리원~"

사람 좋게도 인사한다 이 돼지같은 녀석아.

"오빠친구 굿모닝~"

아까부터 혼자서재잘거리던 여동생니마도 뒤에 따라온 녀석에게 손을 흔들며 반가워 한다.
지금 내 뒤에서 내 목덜미를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녀석은 황호진, 건장한 남자놈이다.이녀석은 어찌 된 녀석인지, 건장한 남자놈 주제에 여자같이 말도 많고.그렇다고 보면 서지현양이랑 너무나도 죽이 딱 맞는 녀석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쩌면.이녀석은 그래서 서지현이라는 여성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이어이 서영웅씨?당신은 내가 안반가워?"

싱글 싱글 웃으며 사람좋게 말하는 녀석에겐, 난 하나도 안반갑심─── 이라고 대답해주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그럴수록 오늘은 정말로 피곤해질듯 해서 관뒀다.

얼마동안 아무말도 안하고 녀석들이 말을 걸때마다 '하아-'하고 한숨만 쉬자 결국은 포기했는지, 이번에는 지네들끼리 떠들고 있다.정말로 죽이 잘맞는다.마음 같아선 저 여동생을 황호진군의 집에 보내버리고 싶은 충동이 심하게 일어난다.







"난 이만 갈게~"

약간은 망설이고선, 학교 운동장 까지 와버린 우리들은 지현이를 2학년 교실이 있는 본관으로 돌려보냈다.앞서 말했듯이 이 학교 제단이 어찌나 돈이 많은지, 본관도 두개나 나뉘어져 있고 신관은 또 새로 지어졌으면 신관이 지어짐과 동시에 강당은 재건축 되어 요즘은, 정말로 시설이 좋은 학교로 바뀐듯 하다.
그렇기에 사연이 많은 학교라면 그럴것이, 10년전의 그 미스테릭한 사건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죽었다나.하지만 요즘은 그런건 신경쓰는 녀석들은 한명도 없이, 아직도 이 학교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로 돌아봐 바보같이 웃으며 잘가란듯이 손을 흔드는 동생을 보고선, 나 역시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그러자 뭐가 여운이 남는지, 또 다시 뒤를 힐끔 힐끔 쳐다보며, 서지현양은 드디어 본관의 중앙문을 지나 교사 안으로 들어갔다.

"자, 우리도 가자."

그렇게 말하고, 우리 역시 3학년 교실인 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HR을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리고, 창 밖의 교문 앞에서는 지각생들의 어쩔수 없는 절규가 흘러 나왔다.나의 자리는 맨 왼쪽 창가, 분명히 운동장 쪽이 아주 잘보이는 곳이다.이제부터 잡혀 들어오는 지각생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처참했다.운동장을 뛰는가 하면, 어깨동무 해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한다.
그건 어찌됏든 되겠지.우리반 담임은 HR시간에는 극악으로 늦으니, 눈 정도는 붙일수 있을듯 하다.
조용히 눈을 감자, 여자아이들의 시끄러운 수다속에서 한가지 튀어 오르는 정보를 들을수 있게 되었다.

"있잖아, 그러고 보니..어제 밤에 시내에서 사람이 뛰어내린거...알고 있어?"
"아아, 그거.알고 있어.오늘 아침뉴스에 나왔으니까..."
"정말로, 신기하다니까.요즘 우리 마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가는것 같아.혹시, 예전에 그 살인마가 살아돌아온건가?"
"에이, 설마.그 사람, 행방불명 되서 죽었다고 했잖아.살아돌아올리가 없어."
"그, 그런가.역시 그렇겠지..."

엎드려 눈감고 자고있었어 그 두 소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소녀가 말하는것은 분명히 어제 내가 봤던 그 처참한 장면이다.

지끈───

하고 머리가 아파온다.
구토기가 다시 목을 뛰어 넘어오며, 그것에 정신을 힘껏 주어 간신히 참아낸다.이마에는 점점 식은땀이 배겨, 더이상 엎드려 있는것을 용납하게 만들지 않는다.이런, 이것이 한계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그러고 보니..어제 나 그 현장에 있었어."
"뭐야?!너 정말이야?"
"응, 시체는 이미 실려 나간지 오래였지만...그래도,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길레 한번 봤거든, 여기저기 핏자국이 튀어있는게..."
"참, 요즘 세상 뒤숭숭 하구나.너도 함부로 밤길 다니면 안돼.너 생긴것도 이쁘장 하니까, 밤에 잘못하면 위험하다고."

땀이 흐르는 목덜미를 손으로 닦고 고개를 들고선 주위를 둘러본다.아직 담임은 오지 않았다.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학생들 사이에 오른쪽 대각선에 책상을 받치고 앉아있는 한 녀석과 그 이야기를 아주 주의깊게 듣고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약간의 현기증, 그런것 따윈 대충 무시하고선 서있는 소녀를 바라다 본다.아아, 분명히 기억에 있는 여자아이.이름은 이수현─── 학년 최고의 미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그 외모는 아름답기를 뛰어넘는다.
키는 약 170이 조금 안되는 정도, 나보다 조금 작으니까 그럴것이다.(절대로 여자애가 170이 넘는다는것을 부정하는것이 아니다.)
그녀의 바로앞의 말 상대는───   나도 누군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어제 현장에서 이걸 주웠어."

라고 하며 이수현양이 그 앞의 친구에게 보여주는것은 멀리서 봐도 분명히 회사원 같이 사진이 붙여져 있는 명찰이겠지.나 개인적으로 저거 싫어하지만 말이야.(사진빨도 안받고.)

"그거, 영웅이꺼 아니야?"

영웅이꺼.
영웅이꺼.

뭐?내꺼?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교복의 가슴주머니를 뒤진다.앗챠- 없구나.저거 그때...내가 떨어트린 것일까.

하아- 라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자, 이미 내 책상 앞으로 다가온 그녀, 이수현은 손에 내 명찰을 들고 잇었다.

"이거, 잊어버렸지?"
"아, 응.고마워."

그렇게 받아챙긴 명찰을 다시 왼쪽 가슴주머니에 집어 넣는다.또 다시 튀어 나오지 않게 주머니 끝쪽으로 집게로 고정시키고...

"저기..그러고 보니, 영웅아.."

머뭇거리며 말을 걸어오는 소녀를 올려다 보며, 나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음, 포니테일이 꽤나 어울리는 여자애구나- 하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어제...거기, 거기에 있었어?시내에...그, 검은 빌딩에...."

검은빌딩이라는 것은 어제 그 여자가 뛰어내렸던 그 빌딩의 별명이다.아무레도 빌딩 주가 이름을 지어놓질 않아,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지어놓았다.이유가 뭐냐하면, 물어봤자...건문의 콘크리트가 온통 시커멓기 때문일까나.

"아아, 있었어.그래도 그때는 나도 시체가 실려가고 난 후였으니까.그런데 그건 왜 물어?"
"아,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내 앞에서 떠나가는 소녀 이수현.아아, 아무레도 좋겠지.냉정하게 사고를 판단하고선, 손으로 대충 바람을 이끌어내 얼굴에 붙이자 조금씩 조금씩 목덜미와 이마에 맺힌땀들이 증발되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어떤 일에도.괜히 얽메이거나 흥분 해봤자 돌아오는것 따윈 없다.그래서, 냉정하게 생각해.아직 담임이 오지 않는 이 시간을 취침으로써 떼우려고 했을때──또다시 방금 그 여자아이 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니 수현아, 너 그거 알아?오늘 우리반에 전학생 온데."
"전학생?여름방학이 다되어 가는데 전학생이라니?"
"분멸하다니까.오늘 교무실에 갔다가 우리밤 담임이랑 같이 있는걸 봤다고.우와, 꽃미남이더라 꽃미남.어머니 처럼 되는 사람을 보니까 돈도 많겠던데?꽃미남에 재벌 2세라~ 멋지지 않냐?"
"아, 으, 으응..그렇네."
"아아~ 미안 미안.수현이는 별로 그런거 안좋아하지?"

음, 뭐..라며 말을 얼버무리는 수현을 무시하고 교실문이 과격하게 열어 젖힌다.쾅, 쾅, 하고 소리내며 올라오는 저 사람은 담임, 아무리 생각해봤자 20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저 여성은 긴 생머리의 흑발을 하고 있다.오늘의 컨셉은 미니 스커트인가── 여러가지 표적이 되겠구만.
그리고 분명히, 그녀의 뒤를 따라온것은, 우리학교의 교복을 입은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였다.

머리카락은 어떻게 정리했을까, 꽤나 난잡하다- 라고 하면 그런거다.하지만 그런 난잡함을 무효화 시키는것은 뚜렷한 이목구비, 안경이 약간 흘러내린 그 모습은 남자가 봐도 어느정도는 인정할, 그런 소년이였다.

"이름은 이진연, 부산에서 살다가 왔덴다.이쪽에는 처음이니까, 잘 대해줘야 해.엉?"

불만이 많은듯한 표정을 짓고서는 헥헥 거리는 소리를 내며 학생들에게 그렇게 '명령'하는 담임.아무레도 오늘 아침부터 교감과 말싸움 했나보다.이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교감과 싸우길 잘하는 선생이니까 말이다.

"이진연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한 소년은, 담임이 지정해주는 간단한 자리에 앉았다.그 자리도 역시나 맨 뒤.맨 앞에서 세번째 줄인 나로써는 너무나도 떨어져 있는 자리일수 밖에 없다.
부산이라- 저녀석도 몸살이 들만큼 굉장한 질문세례를 받겠군.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우리에게 있어서 지방에서 온 애들은 원숭이 보다 조금 나은 취급을 받으니까 말이야.
그것도 한순간이겠지만.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는 사이에.
담임의 시끄러운 HR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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