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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 Real

2004.07.18 01:11

usualeye 조회 수:334

나는 소설가이다.
내가 언제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춘하추동의 흐름처럼 자연스레 소설을 쓰게 되었다.


아까도 말한 것처럼 나는 소설가이다.
나는 때때로 내가 원하는 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해 보기도 한다.
그리곤 때때로 내가 원하는 그 세상에 흠뻑 도취되어 보기도 한다.


나는 내 자신의 현실의 이상을 거울처럼 투영시켜주는 또 하나의 세상에 가끔 흠뻑 도취되어 보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창조한 세상에 흠뻑 도취되는 일은-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를 정도로의 은밀함, 그리고 그 은밀함만큼이나 짜릿한 희열을 나에게 가져다 준다.
어쩌면 나는 그 은밀함을 희열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창조한 또 하나의 세상에서 나는, 현실에서 나를 괴롭히는 꼴보기 싫은 녀석들을 광적으로 도륙하는 공포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에선 그저 초라하게 먼 발치에서 바라볼 뿐인, 그녀의 잠자리 상대가 되어 그녀와 함께 절정에 달하는 야설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창조한 세상에 도취될 때면 나는 언제나 행복하다.
비록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내가 창조한 세상에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래... 비록 그게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나마 현실에서 받는 포화된 욕구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마약".
나는 나만의 세상을 창조하여 그 세상으로 도취되는 행위를 마약이라 불렀다.
그것은 실로 마약이다.
마치 주사기의 바늘을 통해 살점으로 스며들어가는 마약처럼 그것은 나의 뇌를 뚫고 스며들어온다.
불합리한 현실의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마약처럼 그것은 불행한 나의 현실을 지워버리고 나를 황홀경에 데려다 준다.


한번만., 한번만., 한번만...
이번이 마지막 한 번이다.
이번 한 번만 하고 이제 이런 자폐적인 행위는 그만 하는 거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다짐해 왔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 행위가 끝날 때, 함께 소멸해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마약을 계속해서 내 뇌에 투약했다.


나는 내가 만든 또 하나의 세상에 도취될 때마다 그것을 깊이 음미하곤 한다.
나만의 마약. 내가 만들어 낸 그 마약을 깊이 음미하는 행위.
그것은 콧 속 후각신경을 마리화나의 독한 연기로 훈연시키려는 것처럼 깊이 들이마쉬는 행위와도 같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 마약을 음미할 때마다 내 몸에 차츰 무리가 오는 것을 느꼈다.
몸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는 무리를 하고 있었다.


마약을 한 어떤 날은 나를 회사에서 잘라버린 그 빌어먹을 늙은 사장 놈의 몸을 조각내어 잘근잘근 씹어먹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오직 나만의 그녀와 함께 하늘을 날기도 하였다.
때로는 나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괴롭히는 녀석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사자 우리에 넣어주기도 하였다.


나는 그렇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마약을 계속 투약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어디가 "진짜 세상" 인지 착각할 때도 있었다.
가끔은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나만의 세상에서 깨어난 후, 눈앞에 펼쳐진 "진짜 세상" 에 적응하느라 가끔은, 아주 가끔은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차적응처럼 그저 일시적인 것일 뿐이었다.


나는 마약을 투약했다.
현실이 어둡고 나를 더 억압할수록 나는 더욱 더 강도 높은 마약을 투약했다.
나는 계속해서 마약을 투약했다.
계속.
계속.
계속해서.
나는 마약을 투약했다.






.
.
.






내가 이 마약을 투약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나는 펜과 노트를 든 채 길거리를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특별히 돌아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별 상관은 없다.


거뭇한 때가 낀 두 손엔.
나의 두 손엔 펜과 노트가 들려져 있다.
이것들만 있으면 나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무엇이든지., 어디든지.
나는 할 수 있고 또한 갈 수 있다.


나는 길거리를 걸어다닌다.
길거리엔 무수한 사람들의 떼가 있다.
나를 모기나 파리 쳐다보듯 하는 인간들.
분명 저들 중 몇몇은 나의 남루하고 초라한 행색을 보며, 또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며 나를 비웃고 무시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보며 또 하나의 유쾌한 소설 소재를 떠올린다.


나를 억압하는 인간들을 한 마리 한 마리씩 사람 크기만한 거대한 폭탄에 묶어놓고,
손발이 묶이고 입엔 재갈이 물려 꼼짝 못하는 무력한 인간에게,
잘 가라는 따뜻한 인사와 미소, 그리고 폭탄 심지에 불을 붙여줌과 함께,
그들에게 달콤한 죽음과의 키스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윽고 폭탄이 터진 뒤, 그의 사지가 이리저리 뒹구는 것을 보고 나는 숨을 참으며 웃는 것이다.


멋진 소재를 생각하니 나의 입가엔 한줄기 미소가 그어졌다.


특별히 갈 데가 없는 나는 버스 정류장의 의자에 앉아있기로 하였다.


'여기가 대체 어디고 오늘은 대체 몇 일일까?'


나는 고심해서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오늘이 몇 일인지.
하지만 몰라도 그렇게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현실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으니.
나에게 있어서 현실은,
단지 실제적인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장소의 의미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실제적 생리적 현상을 창조해낸 세상에서 충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는 할 일 없이 의자에 앉아 길을 걷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



나는 뒷골로 침을 깊게 삼켜본다.
펜과 노트가 들린 묵직한 두 손엔 흡사 동물의 그것처럼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초조함을, 극적인 초조함과 기쁨을 참을 수가 없어 눈에 땀이 흐르듯 줄지어 눈물이 흘렀다.




그녀다.


나의 세상, 내가 창조해 낸 세상에서 언제나 미화되어 등장하는, 그녀가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주 아름답게.
그리고 왠지 모를 즐거움으로 그녀는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어찌하여 저토록 즐거운 것일까.
나는 그녀의 왼손을 잡고 있는 낯설고 투박한 오른손의 존재를 눈치챈다.
나는 그녀의 왼편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나의 동물적인 감각은 내 이성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





나는 분노했다.
나는 격분했다.
나는 광분했다.









그리고
.
.
.
.
.
.















나는 지금 수도 없이 흩뿌려진 물방울처럼 조밀하게 분포된 남국의 섬 중,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한 섬에 와 있다.




이 섬은 한 쪽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어가는데 기껏해야 몇 시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작은 섬이다.
이렇게 작은 이 섬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떠한 지상낙원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섬의 중앙부엔 빛이 거의 비춰지지 않을 정도로 녹색의 열대식물과 수풀이 우거져 있으며,
또한 그 곳에는 키 높은 열대식물의 향기로운 열매와 내 피폐한 마음을 따스하게 적셔주는 풍요로운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나의 안락과 풍요를 노래하는 듯한 새들의 지저귐.
이곳에 있노라면 나는 그 어떠한 근심도 삽시간에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나는 지금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드넓은 백사장에 누워있다.
모래의 따스한 기운이 등으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그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본다.
푸른 캔버스 위에 몇 마디 구름이 떠다닌다.
나는 황홀경을 느낀다.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따뜻하고 바다내음이 나는 바람이 나의 얼굴을 유쾌하게 훑고 지나간다.
나는 내 앞에 망망하게 펼쳐져 있는 연한 초록빛 바다를 지그시 바라본다.
속이 환히 비칠 정도로 하얗고 청정한 바다다.
초록빛 바다 저 멀리엔 아침해를 밀어 올린 짙은 파란색의 수평선이 보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한 대해의 끝이 바로 저기일까.
내 입가엔 나도 모르게 웃음이 걸쳐졌다.
나는 황홀경을 느낀다.



아하. 나는 지금까지 뭔가를 잊고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
바로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나는 지금껏 잊고 있었다.
그건 바로..,



저기 저 야자수 밑에 곱게 누워있는 그녀.
오직 나만의 그녀이다.
나는 그녀와 함께 도망치듯 이 남국의 이름 모를 섬으로 왔다.
아니., 뭐, 실은 정말로 도망쳐 온 거지만,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나에게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꿈에도 그리던 그녀와 이렇게 단 둘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 외의 것은 절대 아무 것도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절대 아무 것도.


나는 야자수 그늘에 죽은 듯 가만히 누워있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다.
나도 모를 미소를 지으며 한발짝 한발짝.
내 시야에 들어온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향기로운 열매나 평안한 새들의 지저귐 따위가 줄 수 없는 안락함을 그녀는 나에게 주고 있다.


그녀의 살결은 피가 다 빨린 사람의 피부처럼 하얗고 곱다.
불그스름한 실핏줄이 다 비칠 정도로.


그녀의 입술은 독사의 빛깔처럼 곱고 매혹적인 붉은 색이다.
그녀의 붉고 밝은 색을 띄는 입술은 하얗고 투명한 피부와 대조되어 어딘지 모르게 요염한 느낌을 준다


그녀를 묵시하며 생각하던 나는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완벽하다는 것을.


아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의 매혹적인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갠다.


그녀의 입술은 검붉은 장미의 맛이 난다.




매혹적인 검붉은 장미의 맛.


나를사로잡은매혹적인그녀의입술의검붉은장미의맛나를사로잡은매혹적인그녀의입술의검붉은장미의맛나를사로잡은매혹적인그녀의입술의검붉은장미의맛......













그렇게 그녀의 입술을 한참 음미하고 있던 나는,
그렇게 왠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있던 나는 갑자기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나는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어지럽다.
마치 뇌가 용해될 것 같은 어지러움.
나는 어지러움을 참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아본다.
검은 구멍 속으로 뇌가 빨려 들어갈 듯한 기분이 든다.
검은 구멍 속으로 내 자신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나는 서서히 머리부터 먹혀 들어간다.
어지러움은 머리부터 시작해서 어깨, 배, 손, 다리, 발로 서서히 퍼져나간다.
나는 심한 어지러움으로 전신이 다 어지럽다.
머리, 어깨, 배, 손, 다리 발 모두 심하게 진동하는 것처럼 어지럽다.
전신이 어지러워진다.
전신이어지러워진다나는내자신의존재가흩어지고있는걸느낄수있다내자신의존재가흩어지고있는것을나는느낄수있다사나운개에게물려뜯겨갈갈이찢겨사라지듯나의존재가수도없이찢겨흩어지고있는것을나는느낄수있다......










.
.
.
.
.
.
.
.
.











사면의 벽이 검은색으로 둘러져진 방엔 형광등 대 여섯 개가 천장에 붙어 힘겹게 어둠을 쫓고 있다. 방의 가운데엔 보기만 해도 딱딱해 보이는 나무 원탁과 의자 두개, 단지 그 것 뿐이다. 그렇게 투박하고 거친 가구는 어둑어둑한 방 안을 더욱 살풍경하게 만들어 준다.

한 의자에는 험상궂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가,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왜소하고 음침한 남자가 원탁을 맞댄 채 의자에 앉아있다. 끝없이 따닥거리며 물어뜯는 손톱, 돌아가는 눈동자,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두 다리. 왜소한 남자의 심리상태는 지금 무척 불안해 보인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는 확실히 미친 사람 같은 이미지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에게는 안됐지만 아무래도 그는 미친 것만 같다.

원탁 위에는 탁 보기에도 더러운 노트와 여기저기 상처가 난 오래 된 만년필이 허전한 원탁을 그나마 꾸며주고 있다. 노트 위에는 조야한 필체로 무엇인가가 알아보기 힘들게 마구 갈겨써져 있다. 험상궂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는 그 노트를 집어 써진 내용을 보려 하지만, 이내 그 노트에서 눈을 떼고 그 왜소한 남자에게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험상궂은 남자는 그다지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그 왜소한 남자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왜소한 남자는 귀가 먹은 듯 묵언, 그리고 산만한 행동으로 그 남자를 일관한다.


험상궂은 남자는 왜소한 남자의 그러한 안이한 태도에 화가 났는지 이번엔 격앙된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왜소한 남자는 잠자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허공에 대고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니, 그건 소리를 지른다기보다는 오히려 "지껄인다" 라는 게 훨씬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왜소한 남자는 계속해서 허공에 대고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더니 어느새 눈이 풀린 채 거품을 물고 갑자기 뒤로 픽 쓰러져 버린다. 험상궂은 남자는 벌떡 일어나 재빨리 그 왜소한 남자 쪽으로 가서 그 남자의 어깨를 붙들고 세게 흔든다. 왜소한 남자는 일어날 기색이 없다. 험상궂은 남자는 큰 소리로 방 밖에 서있는 사람들을 부른다. 어둠이 깔린 문으로 한 사내가 들어온다. 그도 역시 덩치가 꽤나 좋아 보이는 남자이다. 덩치 좋은 사내는 왜소한 남자의 뺨을 두어 번 때리다 험상궂은 사내에게 묻는다.



" 야., 야! 일어나 봐., 이봐, 이 자식이 왜 갑자기 이렇게 발작을 일으키는 거야? "



덩치 좋은 사내의 질문에 험상궂은 사내는 대답한다.




" 이 자식 아무래도 단단히 미쳤나 본데요? 잡혀 들어왔을 때부터 혼자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여 대고 묻는 말에도 대답을 안하길래, 심문실로 데려와서 왜 멀쩡한 사람을 죽였는지 이틀 밤낮을 계속 불라고 소리쳐도 역시 알 수 없는 행동을 계속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놈이 갑자기 노트하고 펜을 달라 그러덥디다. 그래서 노트하고 펜을 줬더니 계속 뭘 쓰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런데 뭔가를 다 쓴 다음에 갑자기 이놈의 상태가 무지하게 안좋아지기 시작합디다. 그리고 방금 갑자기 일어서더니 허공에 뭐라 뭐라 혼자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대더니 딱 지가 알아서 개거품 물고 쓰러지던데요. "


험상궂은 남자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 뭐...? , 이 놈이 그 지나가는 괜한 사람 대가리 깨 논 새끼 맞지? "


덩치 좋은 남자는 놀란 투로 다시 질문한다.


" 네, 맞아요. 이딴 놈한테 봉변을 당하다니,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죠. 남자하고 여자였는데,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이 새끼한테 봉변을 당했죠. 그나저나.. 여자는 참 예뻤는데 아깝구만., 대가리를 그따구로 깨놔서야 원... "


덩치 좋은 남자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눈을 탁자로 돌린다. 그리곤 조야한 필체로 알기 힘들게 갈겨써진 노트를 본다.


" 헌데... 이 자식은 도대체 여기에다가 뭘 써놓은 거야? "


험상궂은 남자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한다.


" 아이구.. 말도 마세요. 이 새끼가 써댄 것 좀 보세요. 존나 말도 안나옵니다. "


험상궂은 남자는 구질구질해 보이는 노트를 집어 덩치 좋은 남자에게 넘겨준다. 덩치 좋은 남자는 호기심과 애수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 노트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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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수도 없이 흩뿌려진 물방울처럼 조밀하게 분포된 남국의 섬 중,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한 섬에 와 있다.




이 섬은 한 쪽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어가는데 기껏해야 몇 시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작은 섬이다.
이렇게 작은 이 섬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떠한 지상낙원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섬의 중앙부엔 빛이 거의 비춰지지 않을 정도로 녹색의 열대식물과 수풀이 우거져 있으며,
또한 그 곳에는 키 높은 열대식물의 향기로운 열매와 내 피폐한 마음을 따스하게 적셔주는 풍요로운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나의 안락과 풍요를 노래하는 듯한 새들의 지저귐.
이곳에 있노라면 나는 그 어떠한 근심도 삽시간에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나는 지금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드넓은 백사장에 누워있다.
모래의 따스한 기운이 등으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그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본다.
푸른 캔버스 위에 몇 마디 구름이 떠다닌다.
나는 황홀경을 느낀다.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따뜻하고 바다내음이 나는 바람이 나의 얼굴을 유쾌하게 훑고 지나간다.
나는 내 앞에 망망하게 펼쳐져 있는 연한 초록빛 바다를 지그시 바라본다.
속이 환히 비칠 정도로 하얗고 청정한 바다다.
초록빛 바다 저 멀리엔 아침해를 밀어 올린 짙은 파란색의 수평선이 보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한 대해의 끝이 바로 저기일까.
내 입가엔 나도 모르게 웃음이 걸쳐졌다.
나는 황홀경을 느낀다.



아하. 나는 지금까지 뭔가를 잊고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
바로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나는 지금껏 잊고 있었다.
그건 바로..,



저기 저 야자수 밑에 곱게 누워있는 그녀.
오직 나만의 그녀이다.
나는 그녀와 함께 도망치듯 이 남국의 이름 모를 섬으로 왔다.
아니., 뭐, 실은 정말로 도망쳐 온 거지만,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나에게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꿈에도 그리던 그녀와 이렇게 단 둘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 외의 것은 절대 아무 것도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절대 아무 것도.


나는 야자수 그늘에 죽은 듯 가만히 누워있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다.
나도 모를 미소를 지으며 한발짝 한발짝.
내 시야에 들어온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향기로운 열매나 평안한 새들의 지저귐 따위가 줄 수 없는 안락함을 그녀는 나에게 주고 있다.


그녀의 살결은 피가 다 빨린 사람의 피부처럼 하얗고 곱다.
불그스름한 실핏줄이 다 비칠 정도로.


그녀의 입술은 독사의 빛깔처럼 곱고 매혹적인 붉은 색이다.
그녀의 붉고 밝은 색을 띄는 입술은 하얗고 투명한 피부와 대조되어 어딘지 모르게 요염한 느낌을 준다


그녀를 묵시하며 생각하던 나는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완벽하다는 것을.


아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의 매혹적인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갠다.


그녀의 입술은 검붉은 장미의 맛이 난다.




매혹적인 검붉은 장미의 맛.


나를사로잡은매혹적인그녀의입술의검붉은장미의맛나를사로잡은매혹적인그녀의입술의검붉은장미의맛나를사로잡은매혹적인그녀의입술의검붉은장미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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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가입한 usualeye라고 합니다.,

올릴만한 게 없어서 ^^; 아주 작년 이맘때쯤에 쓴 걸 올렸는데요,

많이 미흡하더라도 잘 보아주셨으면 감사하겠네요 ^^

그럼., 앞으로도 많은 활동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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