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Forget me not]-Chapter 1 'Escape'- Part 2

2004.07.13 22:07

ㅞ리 조회 수:240

제1장 2부 '재견' -Chapter 1 Part 2. Seeing again-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보인다고 해야할지 안보인다고 해야할지 모를 칠흑의 혼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싸늘한 적막이 온몸을 감쌌다.
그는 볼 수 있었다. 복도에 쓰러져있는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꼴이 얼마나 한심스러웠는가를, 자신의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였는가를...
그가 일어서는것이 보였다.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오로지 동생을 구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맹수의 기세처럼 쏟아져내리는 비바람을 뚫고 그는 계속해서 뛰고 또 뛰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신발이 벗겨져 발에서 피가나도 그는 멈추지않고 달려갔다.

조용히 눈을감은 그의 머리속에 4년전 폭포같은 비바람속에서 행인하나 없는 외길을 미친듯이 달리는 한 비운의 사내가 그려졌다.

저벅저벅하는 둔탁한 구두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감옥문의 한켠 조그마한 구멍으로 음식이 들어왔다. 검게 변해버린 빵몇조각과 모래가 떠있는 물 한사발이었다.
또다시 그의 머리속에 캔버스에 그려지듯 4년전의 과거가 떠올랐다. 무릎에는 버터를바른 빵두덩이와 김이 나는 스프 한그릇이 담겨진 쟁반이 놓여있었다.

"정신이 드는가? 일단 그걸로라도 요기를 하게... 열이 많으니 더 자는편이 좋을게야."

"당신은...? 여긴 어딥니까...?"

"내집이라네. 집앞 길가에 쓰러져있던걸 우리 딸애가 발견했다네. 비도 오는날에 어째서 도로를 배회하고있던겐가? 그것도 맨발로..."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

"으..."

"이런이런... 자네 열이 심하다네. 일단 의사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으니 조금있으면 치료를 받을수 있을게야, 지금은 움직이지않는것이 좋아."

"하지만.. 전 가봐야합니다. 신세 많이졌습니다... 그럼..."

침대에서 일어나려했지만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듯 온몸에 힘이 가질 않았다.

"읏... 이런..."

"아 나 이사람 안되겠군... 그 몸으로 어딜 간다는게야... 잠이라도 한숨 자는게 좋을걸세."

그는 더이상 움직이지못하고 이내 쓰러졌다. 마음속으로 끝없이 '나가야해'라는 말을 되뇌였지만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정신이라도 잃은듯 그의 눈커풀이 더이상 그 무게를 견디지못하고 쓰러졌다.

다음으로 눈을떳을때 뭔가 요란한 소리가 그의 귀를 괴롭혔다. 무슨일일까하는 호기심에 그의 몸이 반사적으로 일으켜졌다.
열은 더이상 느껴지지않았다. 주변에 놓여져있는 약봉지를 보고 그는 자신이 쓰러져 자는 동안 의사의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급한대로 문턱에 놓여져있는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찾아 열었다.

눈부신 섬광. 한낮이 아닌데도 그의 눈은 뿜어져나오는 빛으로 반이상 감겨있지 않을 수 없었다.
행인들이 도로에 나와 서있었다. 행진이라도 하는 듯 저 멀리 음악대의 모습이보였다.

"음? 일어났나? 좀 더 쉬지않고... 어쨋거나 갑작스럽게 행차라니 원..."

"예...?"

"거, 새로운 미스트리스께서 납신다는 구먼. 선임 마스터께서 돌아가신지 일주일밖에는 지나지않았는데... 원로원의 행동은 원체 알수가없어."

"새로운.. 미스트리스가..?"

눈부신 복장의 호위대가 악대의 뒤를 따르고 바로 그 너머에 그리 화려하지않은 가마가 뒤따르는것이 보였다.



잘은 안보이지만 새로운 미스트리스가 체구가작은 소녀란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저기 오는구만..."

가마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그제서야 새로운 미스트리스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헬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차를 위하여 치장을 하긴했지만 그는 그 소녀가 자신의 여동생 헬렌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헬렌! 헬렌이지!? 헬렌!"

"오빠?"
가마위의 소녀가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윽고 소녀도 자신을 부르던 사람이 자신의 오빠임을 알게되었다.



"오빠! 오빠! 나 여기있어! 오빠!"

"헬렌! 헬렌이구나! 왜 그런곳에..?!"

"흐흑.. 오빠 보고싶었어.."

모든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놀라지않을 수 없었다. 수없이 많은 인파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헬렌! 어서내려오렴! 어서!  억!..."

그는 자신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져가는것을 느꼈다. 아무도 그를 붙잡고있지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내몸이... 헤..헬렌!"

이윽고 전신을 옷으로 가린 사람들중 몇몇이 그를 붙잡았다. 그는 저항할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가 없었다.

"헤..헬렌..! 헬렌!"

그는 다시 가마위의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헬렌..? 아니 틀려!? 저건..?

이윽고 소녀의 입이 열렸다.



"무례하구나..."

-----------------------------------The end of the Chapter one part two -----------------------------------------------------------------------------------------------------------------------------------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