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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G.N.P』그들의 저녁 사정

2004.07.12 21:04

예련 조회 수:212

주의사항은 매번 똑같습니다.



이번에는, 별달리 아이디어가 없어서.

Fate 앤솔로지 코믹을 배껴왔습니다.



뭐, 언제나 날림에 날림.



웃기리라 책임은 못 집니다. [……]


















 면발과 라면국물이 튀는 치열한 사투. 카노와 련을 제외한 모두는 그 면들과 보구가 엉키는 걸 멀찍이 물러서서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지금 괜히 도우려고 했다가는 저 사이에 껴서 곤죽이 되어버릴 거다.

 "이 녀석……"

 련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이를 간다. 훼인의 보구들이 산재해 있는 방명록. 한두 개도 아닌, 다수의 보구들을 카노는 수많은 면들로 막아내고 있다. 도리어, 튀는 국물들 덕분에 련이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금의 상황은.

 "고삼왕(高三王). 이 정도에서 물러나는 게 좋을텐데."

 상대를 잘못 만났다. 하필 상극격인 녀석과 맞붙게 되다니. 훼인 킬러라 불리는 고삼왕 예련이라고 해도, 이 상태에서는 이길 수 없다. 그의 절대적 보구인 훼아를 꺼낼 시간 조차 카노는 주지 않고 있으니까.

 차마 자존심상 패를 시인할 수는 없는지 계속해서 버티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더 추한 꼴만 당하게 될 뿐이다.

 "저-기, 잠깐만요."

 옆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련과 카노가 그쪽을 흘끔 쳐다본다.

 여자아이다. 15~16살쯤 되어 보이는. 카노는 그저 궁금한 듯이 쳐다보고 있지만, 련은 원망하는 듯한 눈초리로 보고 있다. 소녀는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으로 련을 뚫어지게 마주 보고.

 그 옆에는 피빛과도 같이 섬뜩한 붉은색을 띠고 있는 창, 훼이볼그를 든 아카이가 서 있다. 랜서 아카이의 마스터.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빠악!

 "크헉!"

 양해를 구함과 동시에, 어느 샌가 련에게로 다가온 에이리가 오른손으로 강하게 련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누가 지금 가랬어, 응? 괜히 혼자 행동하면서 나 짜증나게 만들려고 그래? 아이콘에 미쳤구나, 응? 무식해서는 마스터 말을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너 고삼왕 맞아? 무슨 왕이 이렇게 덜떨어져?"

 쓰러진 련을 발로 툭툭 걷어 차며 온갖 욕을 퍼붓는 에이리의 모습에, 모두들 황당한 듯이 바라본다. 서번트를 때려 눕히는 마스터라니. 그것도 저런 귀여운 얼굴의 소녀가. 련은 이미 기절한 듯, 에이리의 발길질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미안해요. 이 바보가 폐를 끼쳤네요. 미안해요 선배들. 카노씨도 미안해요."

 욕을 할 때의 사나운 표정에서, 다시 접대용 가식미소모드로 돌아와서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한다. 조훈 등등도 얼떨결에 사과를 받으며 마주 인사를 한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카이, 련 끌고 와요."

 "…하아."

 질질질

 쓰러져 있는 련의 뒷덜미를 잡고 아카이가 에이리를 따라 조용히 걸어나간다. 워낙에 빠르게 어이없는 일이 겹쳐서 일어난지라, 그들이 빠져나가고 나서도 모두 어리둥절한 상태다.

 "무섭다……"

 조훈의 혼잣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카노."

 "음?"

 "저거 다 치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련과 카노가 면발 날리게 싸웠던 곳. 그곳을 가리키고 있다.

 처절한 싸움의 흔적. 피와 살점이 남아 있어야 할 전장은, 다 불어 터진 면발과 라면국물로 범벅이 되어 있다.

 "먹어도 괜찮은데."

 "……"

 "……"

 "……"

 "……"

 "……"

 "……"

 카노의 무심한 말투, 그를 제외한 모두의 고요함.

 "안 믿네. 맛있는데."

 "그럼 너나 먹어!"

















 오후 6시. 저녁식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 대형 마켓의 주부들은 이 시간대의 타임서비스를 노리고 몰려들고는 한다. 잘만 하면 원래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저녁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

 "또 나야 또……"

 카노가 한숨을 푹 쉬며 구석에 겹쳐 쌓여있는 장바구니를 하나 든다. 어제 련과의 싸움에서 훼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터라 아직도 피곤한데도, 가희가 억지로 떠미는 바람에 저녁거리를 사러 이곳까지 와버린 거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카레. 쇠고기, 당근, 감자를 노려야 한다. 한두 명도 아니고 도합 7명이 먹는 식사이니만큼, 최대한 비용을 아끼는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당근 3개 세트에 500원, 시작합니다."

 "아앗, 당근 먼저인가."

 안내방송이 들리자 마자, 카노가 재빠르게 당근이 쌓여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아줌마들이 몰려서는 쌓인 당근을 가져가느라 여념이 없다.

 '제길. 안 돼! 하나라도 건져야 한다!'

 필사의 의지로 아줌마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는 막 당근 앞에 선 순간, 마지막 남은 당근 세트를 누군가의 손이 재빠르게 가로채는 모습이 카노의 눈에 들어온다.

 "안 돼애애!!"

 타악

 질 수 없다는 듯이 당근 세트의 반대쪽을 강하게 움켜쥐고는,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본다.

 "…너는, 캐스터의 마스터?!"

 9대 서번트 마스터의 얼굴을 모두 아는 터라, 그의 얼굴도 쉽사리 알아본다. 캐스터 지연의 마스터, 매냐.

 "뭐냐, 아쳐?!"

 매냐도 카노를 보고 마주 놀란다. 그러나, 마냥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는 시간.

 "지연이가 저녁으로 카레를 만들어오랬단 말이다! 안 만들면 난 죽어! 이건 양보해라!"

 "이쪽은 7인분의 식사가 걸려있다! 양보할 것 같아!"

 "내가 먼저 잡았잖아 이 자식아!!"

 그렇게 당근을 두고 둘이서 드잡이질 하는 순간, 다시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감자 5개 세트에 700원, 시작합니다."

 "제길, 이건 있다가 나누도록 하지!"

 "이런 젠장, 늦었잖아!"

 방송을 듣자 마자, 둘은 재빠르게 감자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감자 코너에는 이미 또 수많은 아줌마들이 몸으로 벽을 쌓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카레다!'

 '이번에도 실수하면 가희 녀석이 가만히 안 두겠지.'

 둘 다 필사적으로 아줌마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감자에 대한 일념 하나로. 이곳은 전쟁터, 이 둘은 지금 전사다.

 다시 저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감자 세트 하나. 그 둘의 손이 채 닿기도 전에, 누군가의 손이 또 다시 먼저 닿는다.

 타악

 타악

 "넌 또 뭐하는 자식이냐!!"

 카노와 매냐가 그 감자에 손을 댐과 동시에, 먼저 잡은 손의 주인에게 크게 소리친다.

 "…뭐야 너희들은!"

 그 손의 주인, 아카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둘을 스윽 쳐다본다.

 "우리의 오늘 저녁은 카레다. 안 만들면 지연이한테 죽는다고!!"

 "나에게 7명의 식사가 걸려있다!!"

 "닥쳐! 오랜만에 마스터가 카레를 해준댔단 말이다! 니들이 맨날 계란만 먹어봐!!"

 다시끔 그들을 서로의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을 시작한다. 모두들 사연이 맺힌, 불쌍한 슈퍼마켓의 전사들이다. 그런만큼 지금 양보란 있을 수 없다.

 "해보겠다는 거냐 너희들!"

 아카이가 훼이볼그를 꺼내들며 소리친다.

 "오냐, 너 오늘 나랑 해보자."

 카노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보구를 꺼내든다.

 "무력 따위로 하지 말란 말이다, 이 무식한 서번트들아!"

 별다른 무력이 없는 매냐는 그저 그렇게 소리 칠 수밖에.

 "지금부터 쇠고기 각 부위별 50% 세일, 시작합니다."

 쇠고기.세일이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마자 주변의 인파들이 빠르게 정육점 코너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있다가 나눠 그냥!!"

 "아욱, 빌어먹을!!"

 "니들때매 늦었잖아!!"

 다시 재빠르게 셋은 뛰기 시작한다. 저녁을 건 사투. 각자의 이상적인 저녁식사를 향한 불타는 의지로 그들은 또 다시 달린다.

 카레 재료 중에서 가장 비싼 품목인 쇠고기이니만큼, 이건 꼭 성공해야 한다. 성공 유무에 따라서 비용의 절반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니까. 그만큼 셋은 필사적이다.

 "남은 거 다 주세요."

 막 그들이 정육점 코너 앞까지 도달했을 때, 그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니가 뭔데 남은 걸 다 사는 거냐!!"

 "그렇게 돈이 많냐 이 자식아!!"

 "오늘 저녁은 고기로만 먹을 셈이냐!!"

 "…저녁은 불고기로 할 생각입니다만?"

 고기를 사는 소년 나그네. 줄여서 낙이라고 불리는 그가 퉁명스레 셋의 말에 대꾸한다.

 "혈랑씨 삭아보이게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니까, 방해는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을 끊고는, 정육점 점원으로부터 고기를 받아들고는 돈을 건넨다. 셋은 뭐라 대꾸도 못하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쓰게 바라본다.










 "그러니까, 내 쪽이 인원이 많으니 감자 셋에 당근 둘. 그쪽들은 감자 하나에 당근 반 개씩이면 충분할테고. 대신 그만큼 나는 돈을 더 내도록 하지."

 카노의 말에 아카이와 매냐가 고개를 끄덕인다. 고기를 놓친 건 아쉽지만, 꼭 고기가 있어야만 카레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적당히 셋이서 타협을 보는 수밖에.

 "아, 카레가루를 안 샀네."

 "안 보였던 것 같은데?"

 아카이의 말에 매냐가 대답한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카레가루는 보이지 않았다.

 "저기, 카레가루는 어느 쪽에 있습니까?"

 "아, 쓰레기 카레 파문 때문에 모조리 반품했습니다, 어제."

 직원의 대답은 훼이볼그와도 같이 그들의 심장을 관통한다.

 "바보짓 했잖아아아아!!!"









 덕분에 그들의 그날 저녁 메뉴는 100% 계란으로만 해결되었다고 한다.


 어째서 카노쪽과 매냐쪽도 계란이냐-라고 하면.


 …그냥 웃으세요, 아하하하.

















모두들 웃어보아요.

아.하.하.

……



안 웃기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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