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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월후의 날[5]

2004.06.26 15:42

사이네 조회 수:265

..........
..........
..........

"아..."

나는 조용이 입을 열었다. 보이는 것은 검은 하늘...
그런가...'리카루'가 졌군...
나는 내가 누워있고 리카루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그렇게 판단했다.
하긴...그렇게 엄청난 공격을 있는대로 받았으니...
세상에 레이져빔에 미사일이라니...농담이 아니야 정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카루나 MK-1의 강함을 실감했다. 뭐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지금 언제지? 아직도 월후의 날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넥스와 카루나 둘이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물론 카루나 옆에는 충실한 카루나MK-1도 함꼐다.
흐음...아무래도 뒷정리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하늘
그리고 달...

"아...달이다..."

그렇다 달이다. 달은...나의 혈족...요루카와 일족의 반 정도만이 월의 혈족을 타고 난다.
그것은 일종의 천성이자 제능이다.
하지만 이 반 중에 반은 어려서 미쳐버린다. 그것은 달의 뒷면...
자신의 인격의 이면을 키우는 달의 혈족의 숙명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반 중에 또 다시 반은 성인이 되서 자멸한다...
강대한 힘을 막아낼 수 없기에...
그리고 그 남은 자 중에 요루카와가의 가주가 결정 된다. 나는 그런
월의 혈족 중 하나...하지만 내 뒷면...그것은 가장 참혹한 형태다.
인간은 육체라는 그릇에 정신이라는 내용물을 만들어 존재한다.
하지만 월의 혈족은 그런 정신을 그릇 삼아 또 다른 정신을 만든다.
그것이 월후...달의 뒷면...자신의 이면이다. 나 같은 경우는 그것이
최악이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깨끗이 죽여버리고 싶었다.
복수.
어머니에 대한.
나에 대한.
복수...
그래 죽이고 싶었다.
깨끗이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억제와 절제.
월의 혈족의 감정의 기복은 자신의 정신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미쳐죽지 않기 위해서는 싫어도 무감각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냉정하게 냉철하게 무관심하게 권태하게...
하지만...죽이고 싶다.
이런 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 마다 나는 그 욕구를 '죽였다.'
남이라면 모르지만 나 자신의 욕구를 '죽이는'행위는 거부감 따위는 없다.
아니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게 더 맞겠지. 어찌되었든 죽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나는 요루카와가의 본가를 떠날 때까지 수도없이 자신을 '죽였다.'
그러는 동안 내 정신을 그릇 삼아 '그 녀석'이 생겨났다.
이것이 요루카와일족 중 월의 혈족만이 같는 또 하나의 인격체 '월후'
그 녀석은 언제 살인귀가 되어 날 뛸지 몰라 두려워 하는 나 자신.
나의 욕구 그 자체.
죽이고 싶다는 살의의 본능.
그 자체로써 존재한다. 그렇다.
요루카와 리카루는 나.
요루카와 사이네다.
월후의 날에 눈을 뜨고 나 사이네의 욕구를 들어주는 어쩌면 고마운 녀석.
하지만 안됀다. 내가 억누르고 죽여 온 욕구...
그것을 억제한 이유가 없어지니까 내 당위성도 없어진다.
하지만 리카루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살인자...
리카루를 자신을 나를 수도없이 죽여 온 살인자.
욕구의 절제를 자신에 대한 '살해'로 밖에 해결 할 수 없는 나약한 내 자신의...
그 나약함 속에 존재하는 나의 뒷면...
리카루가 나쁜 게 아니다. 리카루를 그렇게 만든 내가 나쁜 것...
실제로 월후의 날이 된다고해서 미쳐 날뛰는 월의 혈족은 적다...
그 이유는 이미 어려서 미쳐죽어버리니까. 그 이유는 나처럼 자신에 대한
살의나 자신의 힘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들에 의해 일그러진 월후가 형성 되고 그것이 자신의 목을 조여
결국은 자멸한다. 나도 물론 그런 길을 걸어야했다.
하지만 난 달랐다.
'죽을 수 없다.'
이런 명제가 나에게 주어져 있으니까.
뭐...어쩔 수 없는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넌 안 그런가 보군 리카루...

"아직 월후의 날은 끝나지 않았어.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그 녀석은 내 앞에 서 있었다. 나와 같은 검을 들고서 나와 같은 옷을 입고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서 내 앞에 서있었다.
땅에는 커다란 돌로 된 타일들이 깔려있는 격투장 같은 곳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순수한 어둠 뿐...그런가...납득했다.
요는 내가 내 욕구를 죽이 듯 저 녀석은 자신이 눈을 뜬 이 월후의 날을
기회삼아 날 '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여기는...내 정신 속의 공간. 나와 리카루의...
'결전장.'

"그런가 여기서부터가 진짜군."

나는 조용히 납득한 체 칼을 들었다. 질 수 없다. 죽을 수 없다.

"그나저나 앞으로 나도 얼마 안 남았다. 빨리 결정을 짓지 사이네.
이래뵈도 바쁘신 몸이라서 말이지."
"바쁘다고? 어디까지나 내 정신에 기생하는 주제에. 어차피 내 정신을
그릇삼아 살아가는 너는 내 정신이 붕괴하면 죽는다. 그래도 날 상대할 생각인가?"
"몰라 그런거. 누가 죽는다던가 산다던가 그런 건 내 알바가 아니다.
단지 지금 것 수도 없이 죽어 온 내 자신의 복수다."
"그런가...요점은 진짜 내 욕구는 이 구제할 수도 없는 바보 같은 나를
죽이는 '자살'의 욕구인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 녀석 리카루는 '킥'하고 작게 웃었다. 기분 나쁘다 나와 똑같은 얼굴이
저렇게 웃으며 날 바라보고 목숨을 주고 받기 위해 서있다는 것이...

"어쩄든 시작하자."

바람이 분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 한순간에 들어닥치는 바람과 같은
그것 이미 이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속(神速) 불가시의 영역을 넘나드는
그런 것...하지만 같은 불가시의 영역에 사는 자라면 이런 것 쯤.
캉!!
검날과 검날이 맞물려 운다.
대기를 진동시키며 울려나가는 맑은 음. 그것이 시작.
이 연주의 이 타악기의...절대 악기라고 말할 수 없는 타악기의 연주의 시작.
두 그림자가 맞물려 연주해 나간다. 서로의 목을 쳐날리기 위한 연주...
금속제의 타악기가 수도없이 교차한다.
때로는 목을...
심장을...
다리를...
팔을...
그리고 머리를...
쳐날릴 수 있는...벨 수 있는 모든 부위에서 연주되는 화음.
이미 수백합을 넘어서는 공방.
피차 일체 망설임이 없이 상대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칼날...
하지만...
둘은 너무 '같다.'
그렇다. 둘은 너무 같다.
상대가 어디를 노릴지 어떻게 방어할지를 이미 안다. 그것은 상대의
수를 꾀고 그 수를 넘어보고 한합을 지날 때 두세합을 앞서보고 움직이는
싸움...그런 싸움이 쉽게 끝날리는 없다.
본디 둘다 굳이 검으로 싸울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둘다. 염동력자로써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검사에게 검은 곧 자존심 신념 그런 것들의 집합체.
그것은 집착.
그것은 본래의 정신인 사이네에게도
본래의 정신을 그릇삼아 존재하는 이면의 리카루에게도 통용되는 집착.
그렇기에 칼날은 운다. 서로서로 맞물리며
계속해서 맑은 울림을 낸다.
어둠 뿐인 공간에 펴져나간다. 얼마간의 싸움인 지 모를 계속 되는 싸움
이미 피차 체력으로 승부가 나고 말고 한 상황도 아니다.
왜냐하면 둘은 '같으니까.'

"작작 좀 하고 뒈져버리라구 사이네!"
"얌전히 잠들어 리카루!!"

다시 기세를 더해가는 공방 이미 두세합을 내다보는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이미...
수십합을 내다보고 싸우는 싸움.
그리고 그것은 피차 소모적인 싸움을 살투(殺鬪)로 바꾸었다.
두사람의 몸 여기저기서 피가 튀고 옷이 찢겨 나간다.
칼날의 맑은 울림의 연주의 중간 중간 무언가 찢어지고 베이는 불협화음이
끼어든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 속에 두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빌어먹을...몸이 안 움직여..."
"마찬가지다."
"재수없다."
"마찬가지다."

나는 그렇게 대꾸했다. 힘들다. 심장은 요동치고 온몸은 땀으로 끈적거려
기분나쁘다. 무엇보다도 땀과 피가 섞여 온몸에 칠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해서 견딜 수 없다. 하지만 뭔가 속이 쉬원하다.
뭔가 여지 것 쌓아 온 것이 뚫린 느낌이다.

"젠장...밤은...끝났나."

리카루가 비틀거리며 잃어섰다. 묘하게 모습이 흐려보인다.

"가는 거냐?"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쉽게 납득하며 물었다. 리카루는 조용히 끄덕였다.

"어차피 난 망자다. 니 정신을 그릇삼아 존재하는 또하나의 정신.
뭐 그것도 아무래도 좋아. 실컷 놀았다고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현실보다 자는 쪽이 더 좋아 그 쪽에서는 내가 주체니까 얼마든 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런가..."
"하지만 덧없지. 어차피 허구는 허구야. 결과적으로 나는 이 현실을 갈구한다.
만약 내가 널 이겼다면 난 널 대신하겠지. 왜냐하면 인간은 육체라는 그릇에
정신이 깃든 존재. 정신으로서의 네가 죽으면 남은 내가 네가 될 뿐디니까."
"그런가 하지만 넌 내 정신을 그릇삼는 존재 내 정신이 죽는다거나하면..."
"사라지지...알아 하지만 말했잖아. 네 최대의 욕구는 자살충동. 그것도
일종의 살인충동 뭐 동족혐호 비슷한 거지만 네 본능이 그것을 막고 있지
생물로써의 본능이 말이야. 솔직히 나보다 위협적인 건 그 '본능'쪽인
것 같지만"

리카루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며 중얼 거렸다. 어째서인지 달이 밝게 떠있다.

"뭐...마음에 들었다. 오늘밤은. 네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욕구를 억눌러
준다면 나는 월후 너의 반대 인격으로써 언제나 존재한다. 다음에 볼 수 있다면...
그 땐 죽이도록 하마."

여전히 기분 나쁘게 키키킥 거리며 웃는 녀석을 나는 뚱하니 바라보았다.

"자 그럼 여기까지인가. 잘 있어라."

리카루는 등을 돌린 체 오른손만 살짝 들어 휘휘 흔들어 보였다.
그것으로 끝. 리카루는 사라졌다.
아니 잠들었다.
내 정신 속으로...
자 그럼 나도...현실로 돌아갈까?
나는 그대로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떳을 때 이넥스가 기분나쁘다는 듯 날 내려다 보고 있다.

"여-"
"여가 아니잖아 바보야."

이넥스는 팔짱을 낀 체 하아하고 한숨을 쉰다 어느 세 날이 세버렸다.

"뭐 긴 이야기는 귀찮고 집구석으로 들어가라 유라가 걱정한다."
"아...그랬지."

라곤해도 몸이 안 움직인다. 하긴 그렇게 죽도록 쥐어터졌으니까.
이넥스에게 대구경 라이플과 맞먹는 권총을 마구 맞은 데다가
직격으로 카루나상의 카루나MK-1의 눈에서 빔. 로켓트 펀치 무릎에서 미사일등등을 맞았으니까.
몸은 충분히 너덜너덜...
만월의 밤이 아니었으면 죽어도 몇번은 더 죽었겠다...

"야 이넥스"
"왜?"

그세를 못 참고 담배를 뻐끔뻐끔 펴대며 대답한다.

"나 집까지 데려다 주라."
"........"
"안 움직인단 말이다."
"........"
"야!"
"귀찮아. 난 간다. 가계를 열어야해서."

그렇게만 말하고 사라져가는 이넥스.
우아아아악!!망할 녀석!!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도 곧 끝.
내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여기까지였나 보구나 사이네."
".........."
"그만 해두고 본가로 돌아오거라."
"그럴 마음 없습니다만..."

내 앞에 나와 같은 흑의에 흑발과 흑안을 지닌 남자가 서있다.
그래 지금 현제 요루카와가의 가주.
내 어머니의 아버지. 요루카와 '류우기'다.
외가가 본가라는 건...뭐 내 아버지가 대릴사위였다. 라는 거지만...

"월후의 날이 되면...또 다시 이런 짓을 저지를 텐데...?"
"그것은 그것대로 우리 월의 혈족의 숙명 아닌가요? 가주."
"....."

나는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지만 뭐...상관없다.

"신세를 졌습니다. 그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요루카와 본가에서 몰어졌다.
월후의 날은 끝났다.
그래 끝났어.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자.
일상으로...
나는 천천히 걸어나가며 말했다.

"앞으로도...내 대신 죽어줘 리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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