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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Psycho [Pt. 0: 이야기의 시작]#2

2004.06.16 23:00

격랑 조회 수:271







----------------------------------------------------Pt. 0: 이야기의 시작

    흔들리는 감각. 그것은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다는 무언(無言). 그 의지의 말에 반(反)하지는 않았다. 눈이 마치 소리 나는 알람시계처럼 자동으로 떠버린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
    
    ……카오스.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곳을 느끼면서 생각해 난 단어다. 눈을 뜨고 보고 있어도 한없이 투명한 암흑만이 보였고,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곳을 이해했다. 비록 이 카오스에 침식돼 나의 육체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났다고 하는 것 보단 보는 시선의 위치를 바꾸었다고 보는 게 정답일 것이다. 바닥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왜 걷는지도,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걸어서 얻게 되는 이익도, 모른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른다. 이곳이 나에게 미칠 영향도 모른다. 이곳이 나에게 뭘 원하는지도… 역시 모르겠다. 하지만, 걷는다. 걷는다고 느낀다. 그래, 어쩌면 누군가의 소리 없는 명령에 나도 모르게 가고 있는 건지도.

    “…….”

    만약 나의 예측이 맞는다면? 상관은 없다. 그 존재가 나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든, 나의 육체를 먹어버리든, 범해버려도 상관없다. 이 지독한 허무함. 찢기고, 먹히고 범해지는 것이 이 공허함을 달래줄지도 모르지.

    ‘신은 결국 마지막까지 나를 버렸어.’

    신이라는 망할 존재는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든 잘난 우상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까지 나를 버릴 수 있는 거겠지. …… 그랬겠지…. 그렇게 잘났던 거냐. 한 인간을 이렇게 짓밟아놓고는, 그래놓고는…, 이렇게 마지막에는 나에게 최후의 ‘죽음’을 부여했던 거냐. 나의 소원은 한 순간도 이루지 못한 채, 이렇게 허무하게, 이렇게 소멸하는 거… 냐?

    “아아, 아아아악──!!”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지나간다. 그래. 기억들. 기억들이다! 나를 여기까지 몰고 온 더러운 기억들. 그것은 빠르게, 내가 인식할 틈도 없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 차라리 인식할 수 없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나의 뇌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점점 스쳐가는 것들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아! 이 얼마나 개 같은 저주란 말인가!

     “아! 아아악! 아아아 아아아ㅡ!!!”    

미쳐간다. 견딜 수 없다. 힘들다. 아프다. 더럽다. 밉다. 역겹다. 저주한다. 이 더러운 저주를 나 역시 저주한다. 저주한다!

    무너져간다. 서툴게 지어 올린 모래성을 저녁이 되자 무참하게 짓밟는 아이들의 고운 손과 발처럼. 그러니까 지우고 싶다. 하얀 지우개로 엇갈린 낙서들을 그어버리고 싶다. 이 못난 기억들을 지우고 싶다!

    그러니까, 도와줘. 나를 도와줘.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이든 간에. 도와줘. 나를 구원해줘. 나를 이 저주에서 풀려나게 해줘. 아니, 그런 소망은 나라는 존재에게 과분하겠지? 그래. 그렇다면 봉인해줘.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삶’을 느낄 수 있게! ‘인간다운 삶’을 즐길 수 있게! 웃을 수 있게! …… 흐흑. 도와주란 말야. 나를 불쌍히 여겨주란 말이야!

    “그렇군요. 도와 달라고 제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갑자기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시원한 바람 같은 목소리였다. 그의 조용한 한 마디에 나의 정신은 진정되어 갔다. 고마웠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싶어 고개를 들었다. 그와 나의 시선이 맞추어졌다.

    파랗다. 그 남자의 이미지는 파란색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너그러워 다가오는 존재들을 시원하게 감싸오지만, 깊게 다가오는 존재를 원치 않기 때문에 더 깊게 다가오기 전에 휘몰아쳐 버리는 격랑(激浪)처럼.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이 잔혹한 바다 같은 남자는 나에겐 호수가 되어주었다. 깊게 다가와도 상관없다는 듯이. 나라면 오히려 호수의 중앙까지 다가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부드럽게 나를 어루만져주었다. 그렇기에 당황했다. 처음으로 다가오는 따스함이기에….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두 귀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카오스에 어울리지 않는 잔잔한 물결 같은 목소리로.

    “복수를 원하십니까?”

    라고 말이다.

    나는 고개를 담담히 끄덕였다. 이 남자를 느꼈을 때부터 예상했기 때문에 되묻지는 않았다. 이 남자가 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온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신유혁님은 복수를 원하시는군요.”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의 부드러운 눈길이 여전히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준다. 눈물이 떨어진다. 얼마나 갈망했던 순간인가? 비록 복수까지 생긴 뒤지만, 이런 따스한 감정을…, 난 얼마나 빌고 있었던가.

   “그대의 소원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복수를 하실 수 있는 힘을 드리겠습니다. 누구에게도 짓밟히지 않는 힘을…….”

    그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는 바람을 이미지 했다. 그러자 카오스에서 바람이라는 존재가 생겨 그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다.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기세를 탔다.

    “의식, 시작. 사이코(Psycho)"

    파아앗-!

    바람이 나를 덮쳤다. 그리고 나의 영혼을 굴복시킨 다음 무언가를 이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성교(性交)와 비슷해서 고통스럽지만 쾌락을 느꼈다.

    “아아! 아….”

    파아아아!

    바람은 더욱더 거세어졌다. 그렇기에 아픔은 더욱더 심해졌다. 뇌가, 뇌가 갈라져 버릴 거 같아!

    파아아아아!!

    아악! 아아! 아아아악!!

    마지막이 다가옴을 알 수 있었다. 바람도 점점 힘을 다해 사라지고 있었다. 카오스에 먹히는 거겠지. …절정이다!

    파아아아아아아ㅡㅡ! 파앗!!

    아! …….

    끝났다. 남자가 만들어낸 바람은 완전히 사라져 카오스에 침식되었다. 나 역시 힘을 다했다. 이대로 의식이 끊어지면 카오스에 먹히겠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남자가 구해줄 것이다. 이제 같은 존재가 된 그 남자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자신의 일이 성사된 것처럼 좋아해 주고, 있는, 것, 이다…….

    “편히 쉬십시오. 일어나게 된다면 그땐 반드시.”

    그래요. 반드시, 반, 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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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란 건 역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쓸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왠지 불안하달까요? 공부는 포기했지만요. 그래도 고3이라는 것에서
압박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저도 슬슬 다른 분의 소설을 읽고 댓글 남겨주기
운동에 당연히 참가해야 하는데... 소설 올리고 끄기 바빠서 이거 원...
죄송합니다. 틈틈이 읽도록 노력할께요!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재미보단 감정"




sketchbook5, 스케치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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