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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Beautiful Mind (2)

2004.06.10 00:13

HALKEN 조회 수:203

"현희야, 나 말야.. 너..."

"선배, 무슨 말씀 하시려는 건지 알아요."

"으, 으응..."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수그린 소년.
이내 결심한 듯 이를 악 물고 고개를 쳐든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솔직히, 나와 사귀어 줬으면 해."

이미 예상했던 말이지만 막상 그 말을 듣고 소녀는 흠칫 놀란다.
서로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말하는 서투른 아이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녀가 쥐어짜듯 대답한다.

"좀... 생각해 보고 대답해 드릴게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뒤로 돌아 달려나가는 소녀.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년도 이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소년이 향한 곳은 아파트의 놀이터.
한 가운데의 그네에 조그마한 몸을 싣는다.
이내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한숨을 내쉬는 소년.
쉼없이 몰아쉬던 한숨은 어느새 흐느낌으로 변해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방울져 떨어진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차피 대답은 부정적일 거라는 걸.

이틀 후, 소녀는 소년에게 편지를 건넸다.
고백 후 이틀은 소년에게 있어 예상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기간이었다.
소년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소녀는 계속 소년의 눈길을 외면했으므로.
편지를 펴 본 소년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다 읽은 편지를 고이 접어 지갑에 보관한 소년은 다음 날부터 다시는 소녀를 찾아보지 않았다.





"..."

"야, 야. 일어나."

익숙한 목소리.
동시에 내 몸을 흔드는 억센 손길.
하지만 일어나기 싫은걸.

"야, 일어나래두?"

넌 짖어라. 난 잘테니까.

"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어? 엉덩이가 허전한데?
이윽고 내 몸이 기우뚱하더니 이내 엉덩이가 차가운 교실바닥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쿠당탕!'

"아아...아파라..."

슬금슬금 기어 일어나며 실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하아... 기운이 없어서 반격할 생각도 안 나네.

"뭐야? 눈물이 날 만큼 아팠냐? 왜 울어? 괜스레 미안해지네.."

울어? 누가? 내가?
눈가를 비벼보다 진짜다.
울고 있었네.
음.. 꿈이라도 꾼걸까?
난 꿈 기억은 잘 못하니까..
그건 그렇고, 내 앞에 있는 멀대의 이름은 윤록영.
유치원 시절부터 알아온 13년지기 친구다.
12년 동안 같은 반이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갈라진 나의 베스트프렌드.

"뭐, 별 일 아냐. 좀 아팠나 보네. 이 빚은 다음에 몸으로 갚으라구."

"에엑..."

"그나저나 용건이 뭐냐?"

"오늘 밴드부 오디션이 있거든? 나와서 심사위원 좀 하라고 알현을 요청했다."

...그러고 보니 소개가 약간 덜 됐다.
이 녀석, 우리 학교 밴드부의 보컬이다.
'Mr.big'의 카피밴드 'Mr.large'의 메인보컬.
본인의 말로는 에릭마틴과 보이스 컬러가 같다나.
어쨌든, 정말로 조악한 네이밍 센스다.
하지만 작년에 졸업한 선배들보다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Skid row'의 카피밴드 'Skid high'라니..
'row'와 'low'의 차이를 몰랐던 건가.
과연 인문계 고등학생이었나 다시 한 번 의심스럽게 만드는 선배들.
아무튼 난 'Mr.large'의 기타리스트 겸 드러머다.

"OK. 오늘 방과 후? 에.. 그러니까 오늘 오전수업만 하는 거였지? 분명히?"

"응. 1시까지 밴드부 실로 오면 돼."

"알았어. 갈테니까 얼른 너네 반 교실로 사라져버려."

"..."

"..."

잠시 어색한 침묵.

"흑, 매정해. 12년간의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된거야? 반이 갈리자마자 다른 남자가 생긴거야? 애정이 식었어!"

...이 놈이 뭐라고 지껄인 거야, 지금?

"닥치고 빨랑 사라지지 못해? 백골이 진토될 때까지 맞기 전에 내 눈 앞에서 꺼져!!"

"쳇, 가면 되잖아? 잘 먹고 잘 살아라, 카사협 부회장 자식아. 새로 배맞은 놈이랑 얼마나 오래 가나 두고 보자구."

끝내 헛소리를 하며 잽싸게 도망가는 녀석.
놈의 헛소리에 옆에 앉은 친구의 구찌 지우개를 던짐으로 응수했지만 얄밉게 피하고 제 교실로 달려간다.
내가 저 녀석에게 카사노바 소리를 들을 줄은..
짜증나는 녀석이다. 베스트프렌드 철회해버릴까..
제거대상 2순위로 낙찰.
그런데.. 지금 시간은..?
7시 30분이네. 0교시 보충시간이군.
제길.. 개학 첫날부터 0교시 보충을 하는 데는 우리 학교밖에는 없을거다.
과목은, 작문. 3년째 노처녀 같은 담임.
어제 맞선 파토났다고 들었는데, 괜히 졸면 좋을 게 없다. 정신 차려볼까나..





방과 후,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밴드부 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모두에게 인사한다.

"모두들 오하요~"

"꺄악! 재윤 선배다!"

생각 이상의 반응.
밝혀두지만, 난 '카사노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평균 이하의 작은 키에 보통수준의 마스크.
단지 공부와 농구, 악기 쪽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 '선망의 대상'...정도라고 해두자.
생각하는 사이 록영이가 들어왔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환호성과 박수소리.
록영이는 훤칠한 키에 남자가 봐도 호감이 가는 얼굴이다.
여자들은 모성애를 자극한다고들 하던데.
그래도, 차이가 이 정도라니.
인정은 하지만 기분 나쁘잖아?!

"자, 그럼 시작할까?"

나보고는 1시까지 오라고 해놓고 제일 늦게 들어온 주제에 뻔뻔스럽게도 바로 시작하자는 녀석.
하지만 연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기에 바로 오디션을 시작했다.
록영이의 영향 때문인지 올해는 여느 해보다도 여성 참가자가 많다.
대부분 보컬 쪽에 치우쳐 있었지만.

...
시작한 지 1시간 가량 지났을까.
어려운 심사 후 정규팀과 비정규팀을 추리고 오디션을 종료하려는 찰나 숏컷에 작은 키의 여자아이가 문을 벌컥 열고 헐레벌떨 들어왔다.
난 철저한 원칙주의자이기에 '늦으면 무조건 탈락이다! 억울하면 대주던가?'라고 생각하며 그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째 익숙한 목소리.
3년만에 다시 듣는 목소리인가.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했다.
입에서는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사람의 이름이 신음처럼 새어나온다.

"...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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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의고사..인줄 알았는데

1,2학년만 봤습니다.

고로 야자까지 하고 들어옴.

그런 관계로 못 읽는 소설을 읽는 것은 토요일로 보류입니다아.

하아... 어서 답글을 달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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