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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월후의 날[2]

2004.06.09 22:37

사이네 조회 수:223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그저...걸어나가고...걸어나가서 길을 지나 걸어서...

두근.

뭔가 심장이 강하게 고동친다.

두근.

뭔가...알 수 없는 긴장감이 온몸을 사로 잡는다...

두근...두근...

기분이 나쁘다...

두근두근두근...

점점 빨라지는 심장박동...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숨이 차오른다...

"허억...허억..."

나는 골목길 벽에 손을 대고 그대로 주져 앉았다.
아무래도 몸에 기운이 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아름다운 만월이 내 머리 위에서
날 내려다 보고 있다.

"그런가...곧 그날인가...이넥스녀석과 떨어지길 잘했군..."

그날...월후의 날...요루카와 일족이 1년에 한번 자신의 인격에
반(反)하여 버리는 날...만약 이넥스와 함께 귀가하다가 12시를 넘겨 버렸다면
아마 그녀석을 죽이려고 들었겠지...싫어진다...
내 운명이라는 게...

"뭘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내 입에서 내 의지와 관계없이 그런 말이 흘러 나온다.
그것은 이미 내 의지와 관계없이 입을 열어 목소리를 끄집어 내기 시작한다.

"거슬리는 걸 죽인다. 짜증나는 건 부순다. 뭐가 나쁘다는거야?"

기분 나쁘게 거슬리는 발언...하지만 그것은 나의 목에서 나는 확실한
나의 목소리다...

"다른 인간들은 가지지 못 한 특별한 힘...좀 더 감사히 받아들이는 게 어때?"

다물어...너...

"이런이런 내가 그렇게 싫은가? 크크큭..."

그 녀석은 멈추려 하지 않는다. 수많은 이성...수많은 사슬로 묶어 놓았던
나 자신의 내면...심층심리 안에 잠들고 있는 나의 양면...
나...그러나 내가 아닌 존재...

"자아...오늘 하루 즐겨보자구...별로 거슬려 할 필요는 없어.
다 네가 원하는 것 네가 억제하는 너의 욕구다...나쁜 건 너야.
하지만 감사하라고 이 내가 널 대신해서 전부 처리해 줄 테니까..."

무슨...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아아...일단 네녀석이 싫어하지 마지 않는 요루카와본가에 찾아가서
요루카와 일족을 전부 죽여버리는 것부터 할까?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유라를 찾아가서 범해버리는 것도 좋겠지..."

미...미친 그만둬.

"그만둬? 하...뭐야 그럼 일단 유라를 찾아가서 유라를 범해버리고
요루카와일족을 멸족시킬까? 어느쪽이야? 파괴욕이야 성욕이야?"

기분 나쁘다. 나의 목소리로 나의 몸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인다.

"아아 슬슬 12시가 다 되어 가는군 이제 자라 사이네. 지금부터는
이 내가 이 몸을 사용해주지...재미있게 즐겨보자고 1년에 단 한번 뿐인
날이니까 말이야..."

싫어.

"거부할 것 없어. 네가 요루카와본가와 연을 끊은 시점에서 이건 감수한
것일 테니까...자아 가볼까...요루카와본가를 향해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리를 움직여 골목길의 어둠으로 걸어들어갔다.
멈추고 싶다. 멈추려 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의 내면의 나에게 빼앗겨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이제...
힘들어...
지친다...
졸려...
하하...이걸로 하루동안...나는...
'죽는건가?'...
이넥스...빨리와 날 좀 때려눞혀...
나는 이럴 때 하필 떠오르는 녀석이 이넥스라는 점에서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도...그녀석만큼은 신용할 수 있어...
그 녀석이니까...
나는 서서히 잠들어 가는 의식의 끝자락을 쥐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누구냐?

"난 요루카와 리카루. 너의 내면에 잠자는 너 자신이다 사이네."

리카루...

"아아...기억해 둬. 언젠가 다시 보자고 바보같은 나 자신이여..."

비웃음과 냉소섞인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완전히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
이제...더 이상 그 무엇도 사고 할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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