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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햇살은 따스하다. 풀잎이 적당히 데워져서 눕기도 좋다. 주먹을 쥐어
본다. 마치 공기가 주먹 안에서 숨을 내쉬는 것 마냥 차갑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그녀, 앉아서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소풍가자고 해서 따라왔는
데 이렇게 누워만 있으니까 심심한가보다. 그녀의 표정은 보고만 있어도 귀
엽다.
"읍"
일어서면서 가벼운 키스...를 하려고 했는데 깊어져 버렸다.
"..."
보통의 여자라면 뺨을 때릴텐데...라고 기대를 해버렸지만... 그녀는 얼굴
을 붉게 물들며 가만히 있다. 일어선다. 그녀는 아직도 멍하게 앉아 있다.
"나 먼저 간다?"
"같이가!!"
-쿵
그녀는 서둘러 일어서다가 자신의 긴 치마에 걸려서 다시 넘어졌다
"우우... 도시락..."
그녀에게 다가가 도시락을 같이 챙겨준다.
"괜찮아 먹어줄게. 그러니까 이 시대에 그런 차림으로 나오는 게 잘못이야"
"우우..."
"빨리 안 오면 그냥 간다?"
"아..."
그녀가 팔짱을 낀다. 왠지 조금은 쑥스럽다.
"그럼 갈까? 카루나?"
그녀는 밝게 대답한다.
"응, 아젠오빠"
그녀와 나는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이 조그마한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
다. 그 당시엔...

"뭐 DC와의 전쟁이라고?"
"응... 어쩔 수 없어. 난 퍼스널 트루퍼의 파일럿이니까..."
그녀는 사고가 정지한 듯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깨운 것은 한 장
의 종이...
"이거... 내 유서야... 혹시 모르니까... 그러니까..."
그녀는 장바구니를 떨어뜨린다. 그 안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재료
가 들어있었다.
"이틀 뒤야... 그러니까... 아직 시간 있으니까..."
"으앙!!"
그녀가 내 품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녀를 품었다.
"혹시 모른다니, 유서라니, 슬퍼하지 말라니, 퍼스널 트루퍼의 파일럿이라
는 게 뭔데, 그게 뭐가 대수인데"
계속돼는 눈물, 그리고 그 눈물의 젖은 나의 옷... 이틀...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싫어!! 이건 싫어!! 절대로!!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면서!! 헤어지지 말
자면서!! 응? 이따위 유서, 곧 휴지조각이 될꺼야. 그렇지? 응? 말해봐! 말
을! 제발 내게 말을!"
그녀의 눈물... 그리고 나의 눈물... 강하게 마음 잡고자 했지만 그 눈물
을 보는 순간 내 눈에서도 피눈물처럼 아주 진한 무언가가 떨어진다.

"...혼인신고만으로 좋은거야?"
첫경험은 조금 더 무드 있는 곳에서 하고 싶다고 배시시 웃으며 말을 하는
카루나...
"돌아오면... 멋진 결혼식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
자..."
"응..."
조금씩 서로를 서툴게 애무하는 그들... 처음이라 그런지 어색하기만 하다.
"해도... 되려나?"
-화끈
"말로 하지 마... 부끄럽잖아..."
"으...응"
밤은 빨리도 지나간다.

"DC와의 전쟁은 6개월여만에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아젠은 죽었
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없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날씨가 좋다. 이런 날에 아젠 오빠가 당장이라도 올 듯한 느낌이 든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교실이 일층이라서 누군지 스탠드에 가려져서 안 보이지만 운동장 한가운데
서 그런 짓을 하다니 참으로 미친 놈
[카루나는 삼초내로 튀어나와라! 남편왔다!]
-우당탕탕!!
초고속으로 운동장 한가운데를 향해 달려나간다. 역시 한가운데는 아젠오빠
가 서 있었다.
"오빠!!"
전교생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너무나도 기쁠뿐...
"오빠... 너무 늦었어... 다행이야... 늦었지만... 다행이야"
"저어... 이제... 우리..."
-타앙! 타앙!
아련한 고통이 배를 관통한다. 그리고 오빠가 꺼낸 수수한 금반지는 땅으
로 떨어진다. 오빠의 가슴에 피가 맺힌다.
"결... ㅎ..."
"DC만세!!"
-털썩

"오빠? 오빠?"
카루나는 아젠을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대답할 리 없었다.
"...오빠... 나 어렸을 때부터 오빠 좋아했어... 유치원 때 장래희망이 오빠랑 결혼하는 거... 웃기지?"
고통의 카루나의 몸을 엄습한다. 다리에서 힘이 풀리고 몸이 멋대로 주저앉
는다.
"오빠... 다시 태어나도 꼭 결혼하자... 난 여자로 오빤 남자로써 말야...
플라토닉러브도 중요하지만 난 남자로 태어나는 게 싫어..."
카루나의 눈이 조금씩 감긴다.
"그리고 우리 다음 생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지 말자... 강해지자..."

"왜 울어?"
카루나가 모리야에게 다가가 묻는다. 자고 일어나더니 눈이 퉁퉁 붓도록 울
고만 있는 모리야가 상당히 이상하게 보인 것이다.
'그 반지와 관계가 있나?'
그녀는 그저 대충 짐작할 뿐이었다.
"형... 아젠을 좋아하지요?"
-화끈
"좋아한다면... 어떤 모습이든 좋아해 주세요"
-콩
"뭐야... 그런 말은..."
하지만 카루나의 끝말은 그게 아니었다.
"아... 아젠은... 드... 드래곤이니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와악~"
스스로 망상에 빠진 카루나, 그녀의 뒷모습에서 전생을 느낄 수 있는 건 단
지 모리야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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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부분에서 좀 안 이어지는 게 있죠? 뭔가 붕 뜬 느낌...

이것은 연금술사협회의 미 완전한 부분을 뜻하기도 하고(공책에서 제 4차
편집시 결정)나머지 부분은 알아서 상상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요
즘 사는게 좀 허무한 느낌도 그렇고... 사랑이 완전하다면 그것도 조금은
아닌 것 같고...
아무쪼록 잘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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