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르시아 제 1 부 2 화 - Give & Take 1
2004.03.02 01:48
제 1 부 Ru Shia = 운명의 이단자 =
제 2 화 Give & Take - 1 새로운 일상의 시작(1)
"...하아."
짧은 한숨. 별다른 의미는 없는 한숨이었다.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기위한 심호흡.
"이제... 얼마 안 남았나..."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왼쪽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렸다.
마치 뱀이 휘감은 듯한 푸른 멍자국. 그는 그것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의 뜻.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의미하는 것.
광현과 유라와의 싸움이 큰 영향을 끼친 듯 하다.
터무니 없는 괴물이라면 괴물들이었다. 자신의 수명 10여년과 맞바꿔 그들을 가까스로 격퇴는 하였으나, 그 덕에 그의 몸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쿡... 대가 없는 힘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라."
그날 밤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광현과 유라에게는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유능한 마법사인 에루아를 붙여뒀으니 지금쯤이면 완치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호전되었을 것이다.
무려 10년에 가까운 생명을 바쳐 그들을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죽이지 않은 자신의 안이함에 어이가 없어지기까지 했지만, 그걸로 됐다.
그들은 결코 쥬라와 같이 신의 계율을 깨거나 하지는 않을터.
이전의 좀비 소동. 그 때의 희생자들의 영혼은 완전히 [소멸]해버렸다.
태초에 한 세계가 있었다.
신의 사랑을 받은 세계. 신이 사는 세계.
신들은 자신을 본딴 존재인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그들의 육체가 그 수명을 다하여 사멸하면 잠시동안 그 세계를 떠돌다 사라지고는 하는 것이었다.
갈곳을 잃은 영혼들. 그들의 말로에는 소멸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을 자신의 자식들처럼 아끼던 신들에게 있어선 그것은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지금, 크림슨 울프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계를 말이다.
죽은 영혼이 도달할 곳. 죽은 영혼이 다시금 새로운 그릇을 찾아 정착할 세계.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혼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또다시 새로운 그릇에 그 존재를 정착시킨다.
신들은 그 시스템에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결코 깨서는 안될 계율로서 정했다.
그러나 쥬라는 그 시스템을 깨버렸다. 희생자의 영혼을 삭제하고, 마나를 주입하여 강제로 조작하는 마법. 네크로라이즈.
신들의 아들임을 자처하는 자신의 군주, 로헨바르드의 왕인 마슈드가 그것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애시당초 크림슨 울프가 이 세계로 파견된 것은 쥬라와 유라의 감시역이었다.
그런 그에게 쥬라의 처단을 명하는 서신을 받든 에루아가 옴과 동시에 그는 행동을 개시했다.
[가능하면 처단하라]라는 명령이 있던 이 광현과 유라를 우선적으로 공격했지만, 그는 결국 사정(私情)에 이끌려 그들을 처단하지 못했다.
왕명은 로헨바르드신의 명령. 그중 하나를 수행하지 못한 대신 그는 반드시 남은 마지막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설령, 자신의 남은 생명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나의 생(生), 로헨바르드와 함께 할지어다."
벽에 기댄 몸을 다시 일으켰다.
유라에 의해 반쯤 파괴된 피를 머금은 그의 마창, 르 바르단의 수복은 아직 완벽하진 않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쥬라가 다시 은신처를 옮기기 전에 그녀를 처치하지 못하면 그전에 자신의 목숨이 버티질 못한다.
물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그것 역시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명을 쓴다느니, 생명을 불태운다느니 해도 그의 힘의 댓가는 영혼의 수명이 아닌 육신의 수명이다. 그에게 힘을 주는 것은 다름아닌 로헨바르드의 신이다. 인간의 영혼을 사랑하는 그가 그 영혼을 좀먹는 짓을 할리는 없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쥬라가 다시 무언가를 저지를 것만 같은 불안함 예감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되기 전에 그는 그녀를 처단해야만한다.
이 일대는 이 일주일동안 모두 조사해봤지만, 그녀의 은신처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은 곳은 단 한군데. 광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뿐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 인가. 이 나라에는 좋은 말들이 많군."
이상하게 혼잣말이 늘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
.
전치 몇 개월은 필요할 것만 같던 상처는 3일만에 거의 나아버렸다.
그리고 크림슨 울프와의 싸움으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 실로 오래간만의 등교를 실행하고 있다.
그렇게도 가기 싫었던 학교에 갑자기 가고 싶게 된데는 별다른 이유따윈 없었다.
유화에 대한 죄책감에 의한 것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저 갑자기 변덕이 났을 뿐. 다행히 학교측에서도 나에 대한 처우는 자퇴가 아닌 휴학취급을 하고 있던 탓에 복학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보였다.
아니. 문제라면 산적해있었다.
하필. 수아녀석과 나와 같은 반이라니.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위험한 인물이기도 한 유라가 우리와 다른 반이라는 것.
게다가 크림슨 울프가 두고 간 하얀 소녀 에루아가 같이 학교에 가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혼났다.
실제 나이가 나와 동갑이라는 그녀의 정신연령은 심각하게 낮았다.
아무 생각없이 내민 사탕하나에 눈망울을 반짝이지를 않나, 퇴원하고 돌아오는 길의 팬시샾에 있던 인형을 보고는 사달라고 조르질 않나.
수아의 기억조작에 의해 또 다시 세뇌당한 불쌍한(?) 나의 누이, 이 선희씨는 동생뻘이 또 하나 늘어난 탓에 더 기쁘답니다.
에루아 녀석이 누나 앞에서 쓸데없이 재롱을 부리는 바람에(과자나 인형등을 노린 매우 계획적인 행동으로 생각된다.)누나는 한 때 감격에 겨운 나머지 실신 직전까지 갔었다.
......무뚝뚝한 동생이라 참 미안했수.
그나저나 식구수가 갑자기 늘어난 탓에 누나의 월수입만으로는 무리가 있기에 나도 몸이 완전히 낫는대로 뭔가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로 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잔뜩 굳은 얼굴로 나도 돕겠다며 나서는 유라를 말리느라 진땀 빼기도 했지만, 의미없는 저항으로 끝나버렸다.
'사내 놈이 쪼잔하게!!! 하고 싶은거 하게 해!'
라는 나의 사랑스러운 누이의 다정한 일갈에 의해 유라는 아르바이트 자격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걱정이다.
그녀는 이미 그 초인적인 회복력에 의해 완치된 상태였다. 그에 따라 누나에 의해 아르바이트 자격을 획득함과 동시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패밀리 레스토랑에 면접을 봐서 채용되었다는 것.
걱정이다. 걱정이고 또 걱정이다.
몇일이나 제대로 일할수 있을까. 그녀는 아름답긴 아름답다. 반칙스럽게 아름답긴 하지만, 그것도 저 딱딱하게 굳은 철면앞에서는 그 가치가 반 이하로 깎여나간다.
무엇보다도 그런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먹을 것을 가져다줘도 전혀 식욕이 솟지 않을 것 같애.
그리 오래지 않아 짤리리라. 일단 오늘 저녁에 유라가 일하기로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얼굴을 내밀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래 해나갈 수 있을런지 가늠해보기 위해서.
그보다도 수아 녀석과 유라는 사실상 오늘이 첫 등교일이었다.
좀비 사태 이전에도 학교는 갔었지만, 그 때는 학적 등록때문에 갔을 뿐 실제 반 배정은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바로 그 날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학교의 일부 파손된 기물의 수복에 따라 일주일가량 학교가 쉬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실제로 학교 생활은 해보지 못한 셈이 된다.
신은 믿지도 않고, 틀림없이 신도 날 미워할테지만, 신이시여. 계신다면 제발 이 녀석들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해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갑자기 학교에 가고 싶어진 것도 이 녀석들을 감시하고 싶어서 였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믿지도 않는 신님께 열심히 기도를 드리다 제일 만나기 싫은 녀석과 마주치고 말았다.
"크림슨... 울프...!"
그를 보자마자 급히 뒤로 물러서는 나와는 달리 그는 나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 내 곁을 지나쳐 갔다.
...그나저나 그건 또 무슨 개소리래?
손에는 붉은 그의 창. 그가 향한 곳은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
저런 눈에 띄는 꼴로 우리 아파트 쪽으로 가면......
"어어?! 이 놈 봐라! 잠깐!! 너 뭐야! 어어...! 이 놈! 거기 서지 못해!"
......경비 아저씨한테 걸리지.
경비아저씨와 눈이 마주친 순간, 크림슨 울프는 심각하게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급히 아파트 단지내로 그 모습을 감췄다.
지금이라면 확신하는데, 저 경비아저씨랑 저쪽 세계의 녀석들이랑은 절대적으로 상성이 안좋은게 틀림없어.
크림슨 울프를 뒤쫓아 자신의 사명을 달성하고자 맹렬하게 댓쉬하는 경비아저씨의 뒷 모습을 보며 쓴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슬슬 예비령이 울릴 때다. 학교가 코 앞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서서 경비 아저씨의 활약(?)을 보고 앉아있을 노릇도 못 되니 말이다.
뭐, 크림슨 울프가 우리에게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면 그에 대해서는 이젠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유라의 말에 따르면 그가 소속한 로헨바르든가 하는 나라의 기사는 한번 죽이지 않기로 한 자에게 다시는 손을 안 댄다니까.
사실 좀 더 복잡한 얘기였지만 거의 다 까먹었고. 별로 흥미도 없고.
어쨌든 지금은 한 발 앞서 학교에 가 있을 두 악귀의 흉행을 저지하게 위해서라도 서둘러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
......저지? 말도 안 돼. 나는 보통 인간이라고. 저런 괴물들을 보통 인간인 내가 어떻게 하라고?
확실히 나는 수아에 의해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긴 했었다. 만, 일전의 크림슨 울프와의 결전으로 나는 마나를 느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수아도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는 했지만, 양 팔에 드러났던 그 주식의 사용에 대한 댓가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어찌되었건,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감흥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아깝다.'
라고 생각했을뿐.
.
.
.
"여러부운∼ 방학 잘 지내셨어요오?"
교단에 선 여교사의 늘어지는 듯한 목소리.
"네에∼"
그리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
......방학?
휴교가 아니고?
유라는 지금 생애 최고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광현에게서 이 세계의 지식을 상당량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학교라는 곳은 매우 낯설은 곳이었다.
그보다도, 광현에게서 얻은 지식에 의하면 고등학교는 엄격한 곳에다, 선생들도 용서가 없다. 라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자신이 오늘부터 소속하게 될, 2학년 7반의 교실의 앞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연신 미소를 띄운채 교단에 선 담임으로 생각되어지는 여교사의 발언 수준은 광현의 지식에서 본, 최저 랭크의 교육기관인 유치원의 교원의 그것이었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그에 걸맞는 수준의 대답을 하고 있고. 물론 반 수 가량의 학생은 몹시 짜증스러운 듯한 표정을. 아니,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도대체 어떻게해야 할까. 자신이 상상했던 고등학교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교실 풍경에 그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오늘을 대비해 예행 연습은 했다.
교실안에 들어가서 교사의 소개가 끝나면 자신이 직접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고, 교실의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빈 자리를 찾아가거나, 담임이 지정해주는 자리에 간다.
그건 어젯 밤에 광현과 르 시아와 에루아, 그리고 선희 언니의 협력을 얻어 수 없이 연습했다.
자기 소개에서 무의식중에 '목표의 추적과 암살이 주특기입니다' 를 몇번이나 연발하는 바람에 광현에게 수 없이 혼나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해서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확실하게 이쪽 세계의 일반인 여학생의 자기 소개법이라는 것을 터득했다만, 그래도 불안했다.
적어도 광현이 자신과 같은 학급 소속이라면 조금 더 안심되겠지만, 그는 다른 학급의 소속이다.
그리고 멍청하게도 자기 소개에 열중한 나머지 그의 학급번호를 묻는다는 것을 깜빡해버렸다.
아아. 위험하다. 잡념에 빠지면 자기소개에서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른다.
그녀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약해지면 안 돼. 약해지면 안 돼.
그녀는 어젯 밤에 그렇게나 열성적으로 자신을 지도해주던 광현의 얼굴을 떠올렸다.(사실, 짜증낸 것에 불과하다.)
음. 좋아. 용기가 생겼다.
마침맞게 교실 안쪽에서
"오늘은∼ 새 친구를 소개 하겠어요오∼ 유라 친구∼ 들어와요."
라는 탈력성 만발의 여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것을 느끼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수 많은 시선을 느꼈다.
대략 감각만으로 추려본다면 현재 그녀를 주시하는 자의 숫자는 31명. 특별히 적대감을 품은 자는 없음.
'핫. 잠깐. 여기는 전장이 아니야. 여기는 학교. 여기는 학교.'
긴장한 탓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평소의 버릇대로 적개심을 가진 자를 탐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여교사의 옆으로 다가섰다.
좋아 여기서 부터다. 광현에게 들었던대로 첫째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거다.
Yura Marcaudin. 유라 마커딘. 마르카덴의 쌍둥이 늑대에서 따온 마르카덴이라는 발음을 대충 바꿔서 성씨로 삼았다.
약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광현이 정한 것이니 불만은 없었다.
평평한 벽에 글자를 쓴다는 것은 의외로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름을 쓰는데는 성공했다.
영어라는 문자와 한글이라는 문자로.
그 힘겨운 작업이 끝나자 여교사는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유라 친구. 선생님은 신 가희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오∼"
으응? 이건 뭐야? 잠깐. 이건 광현과의 예행연습에 없었어. 선생이 자신의 소개를 해온다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 고난은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광현을 볼 낯이 없어진다.
"네에. 저도 잘 부탁드려요."
익숙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웃어보려고 노력한다.
잘 되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귀에 교실 한켠에서 오오... 하고 나지막한 탄성이 들려왔다.
이 상황에서 왜 탄성이 흘러나오는 것인가? 아아. 그래. 예상외로 방금전의 임기응변이 훌륭했던 것이야.
라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사실 그 탄성은 그녀의 임기응변이 아닌, 그녀의 걸린 듯 만 듯한 그녀의 미소에 한 방에 하트를 직격당한 남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흘린 탄성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선 그 미소는 지독하게도 딱딱하게 굳은 미소였건만.
약간의 액시던트 - 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 가 있었지만, 자기 소개는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그제서야 그녀는 안심했다. 이대로가면 모든게 잘 될거다. 이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면 학교를 돌아 광현을 찾아내는거다.
광현이 소속된 학급을 찾는 것이 급선무.
"유라 학생은 프랑스에서 왔대요∼ 유라가 이름이고, 마커딘이 성인데요∼ 서양에서는 초면에 이름으로 부르면 큰 실례니까 다들 성으로 불러주도록 해요∼"
큰 실례는 바로 당신이 하고 있어. 라고 슬픈 현실이지만 오늘부터 자신의 담임이 될 여교사, 신 가희에게 태클을 넣고 싶은 마음은 산 같았지만, 그것을 꾹꾹 눌러담고 모두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해보였다.
그리고 지금껏 잘 버텨온 그녀에게 드디어 예기치 못한 비극은 일어났다.
"자아∼ 그러면 모국어로 인사 부탁해요오∼"

"................................................................"
......모른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조차 모를 뿐더러, 그 말을 알 턱이 없다.
적어도 광현의 지식에는 그 나라의 언어에 해당하는 지식따윈 없었다.
'아... 안 돼... 이... 이제 더 이상은...'
전학 첫 날부터 최악의 위기에 빠진 유라였다.
제 2 화 Give & Take - 2 새로운 일상의 시작 (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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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개시할 웹코믹 르시아의 코믹체 연습을 위해 간간히 삽화를 넣을 예정... 입니다만 얼마나 오래갈런지 =ㅅ=;;;
[먼산]
제 2 화 Give & Take - 1 새로운 일상의 시작(1)
"...하아."
짧은 한숨. 별다른 의미는 없는 한숨이었다.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기위한 심호흡.
"이제... 얼마 안 남았나..."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왼쪽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렸다.
마치 뱀이 휘감은 듯한 푸른 멍자국. 그는 그것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의 뜻.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의미하는 것.
광현과 유라와의 싸움이 큰 영향을 끼친 듯 하다.
터무니 없는 괴물이라면 괴물들이었다. 자신의 수명 10여년과 맞바꿔 그들을 가까스로 격퇴는 하였으나, 그 덕에 그의 몸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쿡... 대가 없는 힘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라."
그날 밤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광현과 유라에게는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유능한 마법사인 에루아를 붙여뒀으니 지금쯤이면 완치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호전되었을 것이다.
무려 10년에 가까운 생명을 바쳐 그들을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죽이지 않은 자신의 안이함에 어이가 없어지기까지 했지만, 그걸로 됐다.
그들은 결코 쥬라와 같이 신의 계율을 깨거나 하지는 않을터.
이전의 좀비 소동. 그 때의 희생자들의 영혼은 완전히 [소멸]해버렸다.
태초에 한 세계가 있었다.
신의 사랑을 받은 세계. 신이 사는 세계.
신들은 자신을 본딴 존재인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그들의 육체가 그 수명을 다하여 사멸하면 잠시동안 그 세계를 떠돌다 사라지고는 하는 것이었다.
갈곳을 잃은 영혼들. 그들의 말로에는 소멸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을 자신의 자식들처럼 아끼던 신들에게 있어선 그것은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지금, 크림슨 울프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계를 말이다.
죽은 영혼이 도달할 곳. 죽은 영혼이 다시금 새로운 그릇을 찾아 정착할 세계.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혼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또다시 새로운 그릇에 그 존재를 정착시킨다.
신들은 그 시스템에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결코 깨서는 안될 계율로서 정했다.
그러나 쥬라는 그 시스템을 깨버렸다. 희생자의 영혼을 삭제하고, 마나를 주입하여 강제로 조작하는 마법. 네크로라이즈.
신들의 아들임을 자처하는 자신의 군주, 로헨바르드의 왕인 마슈드가 그것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애시당초 크림슨 울프가 이 세계로 파견된 것은 쥬라와 유라의 감시역이었다.
그런 그에게 쥬라의 처단을 명하는 서신을 받든 에루아가 옴과 동시에 그는 행동을 개시했다.
[가능하면 처단하라]라는 명령이 있던 이 광현과 유라를 우선적으로 공격했지만, 그는 결국 사정(私情)에 이끌려 그들을 처단하지 못했다.
왕명은 로헨바르드신의 명령. 그중 하나를 수행하지 못한 대신 그는 반드시 남은 마지막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설령, 자신의 남은 생명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나의 생(生), 로헨바르드와 함께 할지어다."
벽에 기댄 몸을 다시 일으켰다.
유라에 의해 반쯤 파괴된 피를 머금은 그의 마창, 르 바르단의 수복은 아직 완벽하진 않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쥬라가 다시 은신처를 옮기기 전에 그녀를 처치하지 못하면 그전에 자신의 목숨이 버티질 못한다.
물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그것 역시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명을 쓴다느니, 생명을 불태운다느니 해도 그의 힘의 댓가는 영혼의 수명이 아닌 육신의 수명이다. 그에게 힘을 주는 것은 다름아닌 로헨바르드의 신이다. 인간의 영혼을 사랑하는 그가 그 영혼을 좀먹는 짓을 할리는 없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쥬라가 다시 무언가를 저지를 것만 같은 불안함 예감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되기 전에 그는 그녀를 처단해야만한다.
이 일대는 이 일주일동안 모두 조사해봤지만, 그녀의 은신처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은 곳은 단 한군데. 광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뿐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 인가. 이 나라에는 좋은 말들이 많군."
이상하게 혼잣말이 늘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
.
전치 몇 개월은 필요할 것만 같던 상처는 3일만에 거의 나아버렸다.
그리고 크림슨 울프와의 싸움으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 실로 오래간만의 등교를 실행하고 있다.
그렇게도 가기 싫었던 학교에 갑자기 가고 싶게 된데는 별다른 이유따윈 없었다.
유화에 대한 죄책감에 의한 것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저 갑자기 변덕이 났을 뿐. 다행히 학교측에서도 나에 대한 처우는 자퇴가 아닌 휴학취급을 하고 있던 탓에 복학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보였다.
아니. 문제라면 산적해있었다.
하필. 수아녀석과 나와 같은 반이라니.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위험한 인물이기도 한 유라가 우리와 다른 반이라는 것.
게다가 크림슨 울프가 두고 간 하얀 소녀 에루아가 같이 학교에 가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혼났다.
실제 나이가 나와 동갑이라는 그녀의 정신연령은 심각하게 낮았다.
아무 생각없이 내민 사탕하나에 눈망울을 반짝이지를 않나, 퇴원하고 돌아오는 길의 팬시샾에 있던 인형을 보고는 사달라고 조르질 않나.
수아의 기억조작에 의해 또 다시 세뇌당한 불쌍한(?) 나의 누이, 이 선희씨는 동생뻘이 또 하나 늘어난 탓에 더 기쁘답니다.
에루아 녀석이 누나 앞에서 쓸데없이 재롱을 부리는 바람에(과자나 인형등을 노린 매우 계획적인 행동으로 생각된다.)누나는 한 때 감격에 겨운 나머지 실신 직전까지 갔었다.
......무뚝뚝한 동생이라 참 미안했수.
그나저나 식구수가 갑자기 늘어난 탓에 누나의 월수입만으로는 무리가 있기에 나도 몸이 완전히 낫는대로 뭔가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로 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잔뜩 굳은 얼굴로 나도 돕겠다며 나서는 유라를 말리느라 진땀 빼기도 했지만, 의미없는 저항으로 끝나버렸다.
'사내 놈이 쪼잔하게!!! 하고 싶은거 하게 해!'
라는 나의 사랑스러운 누이의 다정한 일갈에 의해 유라는 아르바이트 자격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걱정이다.
그녀는 이미 그 초인적인 회복력에 의해 완치된 상태였다. 그에 따라 누나에 의해 아르바이트 자격을 획득함과 동시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패밀리 레스토랑에 면접을 봐서 채용되었다는 것.
걱정이다. 걱정이고 또 걱정이다.
몇일이나 제대로 일할수 있을까. 그녀는 아름답긴 아름답다. 반칙스럽게 아름답긴 하지만, 그것도 저 딱딱하게 굳은 철면앞에서는 그 가치가 반 이하로 깎여나간다.
무엇보다도 그런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먹을 것을 가져다줘도 전혀 식욕이 솟지 않을 것 같애.
그리 오래지 않아 짤리리라. 일단 오늘 저녁에 유라가 일하기로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얼굴을 내밀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래 해나갈 수 있을런지 가늠해보기 위해서.
그보다도 수아 녀석과 유라는 사실상 오늘이 첫 등교일이었다.
좀비 사태 이전에도 학교는 갔었지만, 그 때는 학적 등록때문에 갔을 뿐 실제 반 배정은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바로 그 날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학교의 일부 파손된 기물의 수복에 따라 일주일가량 학교가 쉬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실제로 학교 생활은 해보지 못한 셈이 된다.
신은 믿지도 않고, 틀림없이 신도 날 미워할테지만, 신이시여. 계신다면 제발 이 녀석들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해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갑자기 학교에 가고 싶어진 것도 이 녀석들을 감시하고 싶어서 였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믿지도 않는 신님께 열심히 기도를 드리다 제일 만나기 싫은 녀석과 마주치고 말았다.
"크림슨... 울프...!"
그를 보자마자 급히 뒤로 물러서는 나와는 달리 그는 나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 내 곁을 지나쳐 갔다.
...그나저나 그건 또 무슨 개소리래?
손에는 붉은 그의 창. 그가 향한 곳은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
저런 눈에 띄는 꼴로 우리 아파트 쪽으로 가면......
"어어?! 이 놈 봐라! 잠깐!! 너 뭐야! 어어...! 이 놈! 거기 서지 못해!"
......경비 아저씨한테 걸리지.
경비아저씨와 눈이 마주친 순간, 크림슨 울프는 심각하게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급히 아파트 단지내로 그 모습을 감췄다.
지금이라면 확신하는데, 저 경비아저씨랑 저쪽 세계의 녀석들이랑은 절대적으로 상성이 안좋은게 틀림없어.
크림슨 울프를 뒤쫓아 자신의 사명을 달성하고자 맹렬하게 댓쉬하는 경비아저씨의 뒷 모습을 보며 쓴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슬슬 예비령이 울릴 때다. 학교가 코 앞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서서 경비 아저씨의 활약(?)을 보고 앉아있을 노릇도 못 되니 말이다.
뭐, 크림슨 울프가 우리에게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면 그에 대해서는 이젠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유라의 말에 따르면 그가 소속한 로헨바르든가 하는 나라의 기사는 한번 죽이지 않기로 한 자에게 다시는 손을 안 댄다니까.
사실 좀 더 복잡한 얘기였지만 거의 다 까먹었고. 별로 흥미도 없고.
어쨌든 지금은 한 발 앞서 학교에 가 있을 두 악귀의 흉행을 저지하게 위해서라도 서둘러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
......저지? 말도 안 돼. 나는 보통 인간이라고. 저런 괴물들을 보통 인간인 내가 어떻게 하라고?
확실히 나는 수아에 의해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긴 했었다. 만, 일전의 크림슨 울프와의 결전으로 나는 마나를 느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수아도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는 했지만, 양 팔에 드러났던 그 주식의 사용에 대한 댓가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어찌되었건,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감흥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아깝다.'
라고 생각했을뿐.
.
.
.
"여러부운∼ 방학 잘 지내셨어요오?"
교단에 선 여교사의 늘어지는 듯한 목소리.
"네에∼"
그리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
......방학?
휴교가 아니고?
유라는 지금 생애 최고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광현에게서 이 세계의 지식을 상당량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학교라는 곳은 매우 낯설은 곳이었다.
그보다도, 광현에게서 얻은 지식에 의하면 고등학교는 엄격한 곳에다, 선생들도 용서가 없다. 라는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자신이 오늘부터 소속하게 될, 2학년 7반의 교실의 앞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연신 미소를 띄운채 교단에 선 담임으로 생각되어지는 여교사의 발언 수준은 광현의 지식에서 본, 최저 랭크의 교육기관인 유치원의 교원의 그것이었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그에 걸맞는 수준의 대답을 하고 있고. 물론 반 수 가량의 학생은 몹시 짜증스러운 듯한 표정을. 아니,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도대체 어떻게해야 할까. 자신이 상상했던 고등학교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교실 풍경에 그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오늘을 대비해 예행 연습은 했다.
교실안에 들어가서 교사의 소개가 끝나면 자신이 직접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고, 교실의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빈 자리를 찾아가거나, 담임이 지정해주는 자리에 간다.
그건 어젯 밤에 광현과 르 시아와 에루아, 그리고 선희 언니의 협력을 얻어 수 없이 연습했다.
자기 소개에서 무의식중에 '목표의 추적과 암살이 주특기입니다' 를 몇번이나 연발하는 바람에 광현에게 수 없이 혼나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해서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확실하게 이쪽 세계의 일반인 여학생의 자기 소개법이라는 것을 터득했다만, 그래도 불안했다.
적어도 광현이 자신과 같은 학급 소속이라면 조금 더 안심되겠지만, 그는 다른 학급의 소속이다.
그리고 멍청하게도 자기 소개에 열중한 나머지 그의 학급번호를 묻는다는 것을 깜빡해버렸다.
아아. 위험하다. 잡념에 빠지면 자기소개에서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른다.
그녀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약해지면 안 돼. 약해지면 안 돼.
그녀는 어젯 밤에 그렇게나 열성적으로 자신을 지도해주던 광현의 얼굴을 떠올렸다.(사실, 짜증낸 것에 불과하다.)
음. 좋아. 용기가 생겼다.
마침맞게 교실 안쪽에서
"오늘은∼ 새 친구를 소개 하겠어요오∼ 유라 친구∼ 들어와요."
라는 탈력성 만발의 여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것을 느끼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수 많은 시선을 느꼈다.
대략 감각만으로 추려본다면 현재 그녀를 주시하는 자의 숫자는 31명. 특별히 적대감을 품은 자는 없음.
'핫. 잠깐. 여기는 전장이 아니야. 여기는 학교. 여기는 학교.'
긴장한 탓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평소의 버릇대로 적개심을 가진 자를 탐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여교사의 옆으로 다가섰다.
좋아 여기서 부터다. 광현에게 들었던대로 첫째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거다.
Yura Marcaudin. 유라 마커딘. 마르카덴의 쌍둥이 늑대에서 따온 마르카덴이라는 발음을 대충 바꿔서 성씨로 삼았다.
약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광현이 정한 것이니 불만은 없었다.
평평한 벽에 글자를 쓴다는 것은 의외로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름을 쓰는데는 성공했다.
영어라는 문자와 한글이라는 문자로.
그 힘겨운 작업이 끝나자 여교사는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유라 친구. 선생님은 신 가희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오∼"
으응? 이건 뭐야? 잠깐. 이건 광현과의 예행연습에 없었어. 선생이 자신의 소개를 해온다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 고난은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광현을 볼 낯이 없어진다.
"네에. 저도 잘 부탁드려요."
익숙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웃어보려고 노력한다.
잘 되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귀에 교실 한켠에서 오오... 하고 나지막한 탄성이 들려왔다.
이 상황에서 왜 탄성이 흘러나오는 것인가? 아아. 그래. 예상외로 방금전의 임기응변이 훌륭했던 것이야.
라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사실 그 탄성은 그녀의 임기응변이 아닌, 그녀의 걸린 듯 만 듯한 그녀의 미소에 한 방에 하트를 직격당한 남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흘린 탄성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선 그 미소는 지독하게도 딱딱하게 굳은 미소였건만.
약간의 액시던트 - 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 가 있었지만, 자기 소개는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그제서야 그녀는 안심했다. 이대로가면 모든게 잘 될거다. 이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면 학교를 돌아 광현을 찾아내는거다.
광현이 소속된 학급을 찾는 것이 급선무.
"유라 학생은 프랑스에서 왔대요∼ 유라가 이름이고, 마커딘이 성인데요∼ 서양에서는 초면에 이름으로 부르면 큰 실례니까 다들 성으로 불러주도록 해요∼"
큰 실례는 바로 당신이 하고 있어. 라고 슬픈 현실이지만 오늘부터 자신의 담임이 될 여교사, 신 가희에게 태클을 넣고 싶은 마음은 산 같았지만, 그것을 꾹꾹 눌러담고 모두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해보였다.
그리고 지금껏 잘 버텨온 그녀에게 드디어 예기치 못한 비극은 일어났다.
"자아∼ 그러면 모국어로 인사 부탁해요오∼"

"................................................................"
......모른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조차 모를 뿐더러, 그 말을 알 턱이 없다.
적어도 광현의 지식에는 그 나라의 언어에 해당하는 지식따윈 없었다.
'아... 안 돼... 이... 이제 더 이상은...'
전학 첫 날부터 최악의 위기에 빠진 유라였다.
제 2 화 Give & Take - 2 새로운 일상의 시작 (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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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개시할 웹코믹 르시아의 코믹체 연습을 위해 간간히 삽화를 넣을 예정... 입니다만 얼마나 오래갈런지 =ㅅ=;;;
[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