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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체크메이트 1-2

2004.02.20 08:17

에제키엘 조회 수:254

일단 3개씩 올릴게요 옷홋홋..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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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이는 섬광이 머리를 스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통증을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 내 앞에는 칠흑같은 검은 로브를 입은자가 서있었다. 그리고 그는 검은 로브탓인지, 흡사 지옥에서 날아다니는 까마귀같이 보였다. 죽음을 앞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머리속에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물 먹인 솜을 머리에 가득 채운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고통을 느끼고 몸을 움츠렸을때, 다행히 검은 로브의 사나이는 나에겐 관심없다는듯, '거처'안을 응시했다. 아니 응시했다고 느껴졌다. 나는 고통 때문에 그 사나이를 제대로 볼수 없었으니까.

찰나의 시간이 흐른후, 나의 머리위에서, 칼들이 부딪치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고개를 든 나의 눈에, 갈색머리의 여성과 검은로브의 사나이가 문을 사이에 두고 검을 휘두르고 있는것이 보였다.

흩날리는 검광, 검은 빛을 반사하는게 아니라, 그 스스로가 발광하는것처럼 보였다. 검이 부딪치는 소리, 그들의 거친 숨소리가 나를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남자는 서서히 검으로 압도해서 그녀를 '거처'안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나는 공포에 의해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몸을 기다시피해서 그들과 멀어질려고 했다. 그들과 가까이 있으면, 지옥으로 빨려 들어갈것만 같다.

내 가슴에서 흐르는 피를 인식했을쯤에 여자의 검이 남자의 복부를 베었다. 피가 흘러 나오고,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장기들이 흘러내리며 남자는 서서히 쓰러졌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를 베어버린 여자가 그의 비명소리마저 베어버린것 같았다.

인간이 죽어가는 장면을 나는 처음보았다. 그는 이제 멈춰버렸다. 시계의 부품중 하나가 고장나면서 더이상 움직이지 않듯이 그렇게 그는 멈췄다. 그의 피는 서서히 바닥을 매우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 끔찍한 장면 때문에, 결국 나는 고개를 숙이고, 토해내기 시작했다. 내 속의 모든것이 올라올것만 같은 구토였다.

여자는 쓰러져있는 로브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 광경은 마치 잔인한 그림같아 보였다. 그 현실같은 그림속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그녀는 불러 일으켰다.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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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방안은 정적이 휘감아 돌고 있었다. 지워지지 않을것 같던, 피가 지워져 버렸다. 아니 사라져 버렸다. 그의 시체와 그의 모든 존재가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져 버린것이다. 나는 무슨일인지 묻지 않았다. 그보다 더 놀랄만한 것을 그녀가 말했기 때문이다.

내 존재 따위는 생각지 않았던 그녀는 검은 로브의 사나이와 싸우고 난뒤 구토를 하고 있던 나를 보더니, 무언가 떠오른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분명 살인자였는데다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방금 본뒤라, 나는 몸을 경직시키며 그녀를 보았다. 파르르 떨리는 손과, 바닥의 차가움,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 현실속에 솟아오른 비현실은 평평한 땅에 산이 갑자기 융기한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 나는 한동안 공포에 의해서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었지만, 조금 안정된 뒤에는 그녀가 한 말의 의미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다.

"지..지금 무슨 소린가요?"

긴장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은듯했다. 언뜻보면 이지적으로 보이지만, 조금 굳게 닫긴 입술은 고대에 깍여져서 몇천년을 흘러온 석상의 고집스러움을 닮아 있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몇분전만해도 피가 묻어 혈귀처럼 보이던 그녀의 얼굴엔 핏방울 따위는 전혀 없었다.

"당신은 체스말이라는 얘깁니다. 악마의 체스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안정이 되어, 탁하게 흔들리던 정신이 맑게 정화가 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말은 이해할 수 없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당신은 네플레시아왕국을 알고있습니까? 300년전에 멸망한 왕국 얘깁니다."

그 왕국 얘기가 왜나오는걸까? 그것과 이 상황이 대체 무슨 관계이길래? 나는 그녀의 설명을 기다렸다.

"그 왕국의 마지막 왕이신 클레시스 네플레시아가 당신의 선조입니다. 그는 악마와 계약을 했고, 그 계약이 후손들에게 물려지면서, 당신과 이 대륙 어딘가에 존재할 다른 몇명의 사람들이 그 계약을 물려 받았지요. 당신은 체스말중 킹입니다."

300년전 악마와 계약을 한 나의 선조는 이렇게 300년 후의 나와 연결되었다. 내가 바라지 않는 방법으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당신은 무슨 말인가요?"

"저는 퀸입니다."

그녀의 평온한 목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그녀의 보통때 들었으면 웃었을법한 말이 지금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모순적이게도 안정된 마음의 반대편에 공포가 여전히 존재했다. 방금 이 곳에 시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체는 누가 치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저승사자가 요즘 서비스를 개선해서 시체까지 말끔하게 치워 주는게 아니라면, 분명히 이상한 일이다.

"어떻게 당신이 킹인지 알게 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300년..아니, 약 290년간 다른 체스말을 찾아 왔습니다. 그렇게 찾아도 찾지 못하던것을 이제 찾게 되다니, 아마도 이건 악마의 짓일겁니다. 그는 체스가 어설프게 끝나는걸 좋아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럼 이 여자는 300년간 살아 왔다는 얘기인가? 나는 놀라서 그녀에게 질문할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풀을 밟으며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는 죽음의 소리를 담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를 그녀도 들었던 것인지, 그녀는 칼집에 넣어두었던 칼을 빼들었다. 등골을 서늘하게 울리는 칼이 빠지는 소리, 사람을 베고도 피가 전혀 묻어 있지 않은 칼의 검신은 오히려 잔인하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 지더니, 어느순간 문이 열렸다. 그러자 여자는 주저하지 않고 칼을 내리쳤다. 아무렇게나 자른것이 분명해서 끝이 들쭉날쭉한 그녀의 머리칼이 흩날렸다. 투박한 갈색 머리카락은 농염한 색체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남자가 보였다. 나는 그 남자에게서 눈을 땔수 없었다. 그는 아까 죽인 남자와 똑같은 검은 로브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뜻 본거지만, 체격도 똑같았다.

그는 죽은후 사라졌다가 다시 어딘가에서 부활한후 이리로 온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검은 로브의 남자가 자신의 검에 공격이 막혀서 비틀거리는 여자를 대각선으로 밸려고 했다. 다행히 그녀는 자세를 똑바로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의 검을 머리위에서 흘리듯 막아내었다. 그런뒤 남자의 자세에 틈이생길때, 주저하지 않고,  남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피가 폭포수 같이 솟아 올랐다. 그녀는 쏟아지는 피를 피하지도 않고, 입을 열어 중얼거렸고 나는 그말의 의미에 전율했다.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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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시체는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또다시 그 검은 로브의 남자가 올것인지 물었고, 다행히 그녀는 아마도 더이상 공격이 없을거라고 말했다.

들판은 여전히 끔찍한 일을 겪고도 평화로웠다. 양들은 태연히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세상은 내가 무슨일을 당하던지 상관하지 않고 돌아간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공포를 털어내기 위해, 채광이 잘안되어 어두운 거처에서 나가자고 제안한건 나였다.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분명히 2사람이나 죽은곳에서 안정을 취해봤자, 공포감이 줄어들리가 없다.

나는 한참 동안 그녀에게 할말을 골랐다. 분명 질문해야 할건 산더미 같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표면으로 드러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해서 머리속이 온통 꼬여버렸다.

"아까 죽은 사람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녀는 내가 할 질문을 이미 예상한것 같았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내 말에 대답했다.

"적의 졸개인 블랙폰입니다. 악마에 의해서 적은 블랙이고, 우리는 화이트로 명명 되어졌습니다."

단정하면서도 절제있는 대답, 그녀의 말은 건조함을 담고 있었다. 온기없이 차가운것이 아닌, 말라버린듯한 말투였다. 수명이 다된 나무가, 본연의 습기를 잃어버리고, 말라버린 듯한 그런 느낌, 그녀는 썩어 들어가기 전의 고목같은 느낌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300년간 살았다니 정말입니까?"

너무 믿을수 없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의심병이 생겨버릴것 같다. 아까전에 묻고 싶었던 질문을 이제서야 묻게 되었다.

"네, 300년간 살면서 수없이 많은 블랙폰을 죽였습니다. 남에게 장수는 축복이지만, 저에게는 저주였습니다. 제 젊은시절의 바보같은 열정이 만들어낸 일이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는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하늘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마른 눈빛은 300년전과 지금을 연결해 그때의 하늘을 보고 있는듯 했다. 조용히 그녀의 눈동자속을 탐색한다. 그녀는 300년간 무수히 많은 일을 보았겠지, 끝나지 않을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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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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