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W.I.N.C- 맺으려는 두 존재
2004.02.17 00:52
이번 글은 굉장히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저 개인적으로 대사가 많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상하게 글로 서술할 내용이 마땅치 않군요.
이번 작품은 개인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가장 졸작이 아닐까 싶은...
...뭐, 어쨌든 일단은 본편을 즐겨 주세요.
+++++++++++++++++++++++++++++++++++++++++++++++++++++++++++++++++++++=
오늘 아침은 과일쥬스였습니다. 밍크씨는 몸에 좋다며 사과와 당근을 3:1로 섞어 강판에 직접 갈았습니다. 그러고는 예쁘고 기품있어 보이는 유리컵에 그것을 담아내어 샐러드와 같이 내 주셨습니다. 대충 먹어봤습니다. 맛있더군요. 밍크씨는 그 쥬스를 그대로 아래층에 투숙하시는 손님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
밍크씨의 현관엔 작은 기계가 하나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기엔 작은 버튼이 하나 있구요, 그 버튼을 누르면 짧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밍크씨 말로는 그 버튼은 그냥 손님이 눌러서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더군요.
~~~~~~~~♪
제가 이 곳에 온 이래로 처음으로 밍크씨의 여관에 손님이 오시는군요.
밍크씨는 반갑게 손님을 맞습니다.
"어서 오세요! 방 때문에 오셨나요?"
"네...방 하나 있습니까?"
이상하리만치 의기소침해 보이는 말투. 꼭 여관에 자러 온 사람이 아니라 죽으러 온 사람처럼...
“그럼 103호 방 쓰세요. 열쇠는 여기 있습니다.”
“네...”
“아...그리고 이 숙박부에 사인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상한 그림을 한붓그리기로 그려나갔습니다.
“저...밍크씨”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뭐?”
“...저 그림은 뭐죠?”
“...사인. 자기 이름을 쉽게 써 내려가는, 상징물 같은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이 손님은 숙박부를 밍크씨에게 건넵니다.
“저기...”
사인을 보던 밍크씨... 뭔가 놀랐다는 듯이 손님에게 대화를 청합니다.
“...시인 XX씨 아니세요?”
“...? ...아...네.”
“옴마나. 영광입니다... ‘참새’란 시 때문에...”
“...”
“...아, 저 그럼 103호 말고 105호로 가시죠. 더 큰 방이에요. 전망도 멋지고 채광도 상대적으로 더 좋아요.”
“...안 그러셔도...”
“팬으로서의 호의입니다. 받아주세요.”
“...그럼... 고맙습니다...”
“방안에 있는 전화기 1번 누르시면 저랑 호출됩니다. 알아두세요.”
“...네.”
여전히 풀이 죽어있는 말투입니다.
“...저어...밍크씨.”
“왜?”
“...누구에요?”
“아... 무명 시인이야. 좀 바른 소릴 잘 하는데, 인기는 별로 없지.”
“하아...”
“문인이란 게 단순히 재능이랑 노력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닌가 봐. 어느 정도 세상과 타협을 해야 한다던데. 그래서 요즘 신문보면 가끔 시인들이 자살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와.”
“어째서?”
“시라는 건 말이지, 굉장히 함축적이야. 그 어떤 문학보다도 말이지. 그 덕에 이걸 해석하는 것도 오해가 많아. 어찌 보면 해석이라는 것 자체가 웃기는 행위지만 말이지. 그 오해가 큰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고 해서 시인들이 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곤 하더라. 그리고 그 스트레스가 도를 넘어서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지.”
“흐흥.”
“...그렇게 웃지 마...”
“복잡하군요... 하아암...”
“...졸려?”
“네...좀 잘께요.”
“맘대로 해. 하지만 5시쯤엔 좀 일어나 줘. 나 시장 가거든.”
“네.”
“콜. 그럼 잘자.”
...3시간 정도 지났나요. 슬슬 어둑어둑해집니다. 시계는 4시 56분. 딱 맞춰 일어난 듯 싶습니다.
“윙크~”
딱 맞춰 부르는군요.
“네?”
“나 시장 좀 다녀올게. 그동안 손님이 전화하면 잘 받아줘.”
“네. 다녀오세요.”
“알았어. 요리같은거 할 줄 알어?”
“고기가 있다면 스테이크 정도는 할 줄 알아요. 샐러드야 일상 생활이고...”
“알았어. 손님이 저녁식사 원하시면 냉장고 안에 고기 얼린 거 좀 있으니까 양념 만들어서 스테이크 해 드려.”
“...네”
...졸지에 가게를 보게 되었군요... 흐으음.
손님 행색을 봐서 절 저녁시간 전까지 부르지는 않을 테니 한 숨 자겠습니다.
따릉따릉따릉.
...
...2시간 정도 잔 듯...후아암.
“네에. 여관 ‘은색의 종’이에요”
밍크씨한테 배웠습죠. 흠.
“...누구세요?”
“...식객이에요.”
“...주인은?”
“시장이요.”
“...그럼... 말이지. 저녁... 좀 부탁할까...하는데.”
“알았어요. 잠시만요오.”
냉장고에는 두툼하게 썰어진 고기가 있습니다. 밍크씨가 꽤 일찍 잡아 놓았는지, 얼지도 않고 꽤 싱싱한 상태. 원래 이런 고기는 얼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석쇠에 구워 내야 맛있죠. 토끼 같은 걸 분해해 본 적이 있어서 압니다. 냉장고에는 작은 병이 있는데, 뚜껑에 ‘스테이크 소스’라며 밍크씨의 필체로 라벨을 써 붙여 놓았습니다.
아니지... 일단은 스테이크를...
“식사 나왔어요~”
“...아... 고마워.”
“그럼 맛있게 드세요.”
“...저기.”
“네?”
“...아...아냐.”
“말벗이 필요하시다면... 해 드릴 용의가 있어요.”
“무슨 이야기야.”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당신 삶의 의지가 너무 없어보여서...”
“...어떻게 알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알려드릴께요. 전 마녀에요. 그런 것 쯤이야 당신 눈만 대충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럼 날 죽여야지.”
“...이유도 없이 당신을 죽이기엔 좀 찔려서 말이죠.”
“넌 인간이 아니니까... 하나만 말해 주마. 같은 고양이과지만 사자와 치타는 먹고 먹히는 사이지. 마녀와 인간도 크게 다를 건 없어.”
“이상한 사람...”
“죽일 용의가 없다면...”
총을 꺼냅니다. 꽤 구경도 크고 튼실해 보이는 총. 그는 그 총을 살며시...
탁!
“...뭐하십니까.”
“...치지 마. 날 칠 자격 있는 사람은 내 인생 책임져 줄 사람밖에 없다고 본다만.”
“...살려는 의욕은 없으시군요.”
“알면 날 놔둬.”
“...이유가 필요합니다만.”
“뭣땜에? 죽는 마당에도 이유가 필요한가?”
“제 사정입니다. 죽어가는 마당에 한풀이한다는 생각으로 말하시죠.”
“싫다면?”
“저한텐 중요합니다. 이야기 해 주세요. 어떠면 당신도 편안히 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뭐야?”
“전 지금 한 사람의 목숨이 필요하고, 당신은 그 목숨을 내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냥 땅에 떨어트려서 없애실 바에야...”
“...너에게... 달라... 이거냐?”
“...이해가 빠르시군요.”
“네가 내 멋대로 내 목숨을 거둘 권리는 없다고 봐.”
“그래요?”
“그래.”
“하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날린다면 목숨이 아깝고... 그러니까 우리 거래를 해요.”
“거래라?”
거래. 상대방을 만족시키고, 나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 보통 이럴 땐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는 하지 않게 마련이지요.
“...총은 아파요. 총을 맞아 본 친구한테 잠깐 물어보니까 찢어져 죽겠다더군요.”
“그래서.”
“안 아프게 해 드리죠.”
“...이봐. 마녀 아가씨. 인간에 대해서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모르지만, 헛공부했군. 이봐. 마녀 아가씨.”
“...윙크입니다.”
“...부탁인데 내게서 죽는 권리까지 빼앗진 말아.”
“권리...”
“날 알아주지 않는 세상도 싫고 남이 알아주는 문학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도 싫어. 그런 세상에 편승해서 살아야 하는 나도 싫고 말 몇마디 진지하게 해 보지 못하고 제 볼일 보러 나가는 팬도 싫어. 게다가 너처럼 남 일을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생각하는 애는 정말 싫어.”
“개인사정이죠.”
“이봐. 아가씨. 인간세상은 그런 게 아냐. 난 네가 조그만 주사위 게임이라도 가지고 와서 무료함이라도 달래줄 줄 알았어.”
“...아니어서 실망하셨습니까?”
“...나 정도 상황이 되면 그런 걸 바라게 돼.”
“그래요?”
“...이봐. 아가씨. 술 좀 가져다 줘.”
“...안됩니다. 제가 나간 사이 당신은 방아쇠를 당길 테죠.”
“안 당길게.”
“말로는 뭘 못하겠어요?”
“정말 안 당길게.”
“술이 몸에 들어가면 당기게 되요.”
“... 잘 알고 있구만... 그런데 어쩌지. 그런 네가 점점 정이 들지 않아.”
“...”
“...이봐. 이해는 못 하겠지만 내 말 좀 들어 주겠나.”
“무슨...”
“난 3류야. 가난하지. 얼마 전 딸이 죽었는데, 3엔씨가 없어서 관도 못 해줬어. 땅을 팔 삽조차도 부러져서 구하지 못했지. 그래서...”
“...아...됐습니다. 더 이상 딱히 듣고 싶지 않아요.”
“...너무하군 자네...! 해결책이라도 알려주게! 그...그게 안된다면...조...좋아! 딱 10000엔씨만 빌려 주게! 아니...자넨 미성년자니까... 아... 아니야...! 어떻게든 좋아! 날 좀 살려주게! 5000엔씨면 얼만지 자네도 알겠지? 10달 방세라구! 제발 날 좀 살려주게...! 제발! 제발...”
“전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그럼 그 주인을 좀 불러주게! 내가 직접 말해보지! 제발! 자네도 이성이 있으니까 알겠지? 이대로 죽어보게. 죽어서 내 아내랑 딸을 무슨 수로 보겠나! 응?”
“...”
잔인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침묵하는 것 외에는...
“...총 들지 마세요.”
“...설득력 없군.”
“제가...”
“...자네한테 부탁같은 거 하고싶지 않아. 쉽게 죽는 거라면 더욱.”
“...”
“난 참 운도 없지... 죽는 마당에 위로 한 번 못 받고 이런 놈이나 만나다니...”
“...저기요.”
“뭐?”
“...제가...”
“...그렇게 말 하지 않았나. 난 그런 거 원하지 않는다구.”
“그런...”
“...이봐. 마녀씨. 죽는 마당이니까 한 마디만 해 주지. 원래 죽기 직전에 거짓말은 안하니까, 믿어도 좋아.”
“어떤...”
“난 거의 죽어가다 살아난 사람을 봐서 대충은 알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사람은 말이야, 죽을 때 자신이 남에게 준 고통을 그대로 받아. 정신적으로. 한 5배쯤 된다고 보면 좋아.”
“그래요?”
“그게 바로 죄값을 치르는 죽음의 의식이라는 거다. 그 고통이 니가 손을 쓴다고 해서 약해지진 않아.”
“...”
“난 죽을 때 아내와 딸에게 준 고통, 아니 누구든지 나에게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고통을 달게 받고 사죄하며 죽고 싶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인간이 고통없이 죽고 싶을 거라는 건 오산이야. 아니, 오히려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 진정한 죽음일지도 모르지. 지신의 죄를 반성하면서...”
“...”
“...그러니까...방해하지 말아.”
탕
딩동
“윙크. 나야. 문열어줘. 손님은 잘 계셔?”
-------------------------------------------------------------------
“윙크.”
“네.”
“잘 알아둬... 누굴 죽이는 게 목적이고, 필요하다면 말이야.”
“네...”
“다시 말해봐. 얼마라고?”
“사과 3개에 당근 하나. 갈아서 묘지 앞에 둔다.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그 양도 배로 는다. 컵은 반드시 유리컵.”
“...다 외웠군. 이게 우리 의식이야. 죽은 사람을 달래주는 거지.”
“...이걸로 그 사람 고통이 해소될까요...?”
“죽을 때 받은 고통은 죄값이니까... 될 거야.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의 고통을 하늘이 저버린다면 그건 범죄지.”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요?”
“없었겠지. 딸도 분명 병원 같은 것에 팔았을 거야. 그 죄값을 받고 싶었겠지...”
“...”
“잘한 일이야.”
저 개인적으로 대사가 많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상하게 글로 서술할 내용이 마땅치 않군요.
이번 작품은 개인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가장 졸작이 아닐까 싶은...
...뭐, 어쨌든 일단은 본편을 즐겨 주세요.
+++++++++++++++++++++++++++++++++++++++++++++++++++++++++++++++++++++=
오늘 아침은 과일쥬스였습니다. 밍크씨는 몸에 좋다며 사과와 당근을 3:1로 섞어 강판에 직접 갈았습니다. 그러고는 예쁘고 기품있어 보이는 유리컵에 그것을 담아내어 샐러드와 같이 내 주셨습니다. 대충 먹어봤습니다. 맛있더군요. 밍크씨는 그 쥬스를 그대로 아래층에 투숙하시는 손님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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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크씨의 현관엔 작은 기계가 하나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기엔 작은 버튼이 하나 있구요, 그 버튼을 누르면 짧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밍크씨 말로는 그 버튼은 그냥 손님이 눌러서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더군요.
~~~~~~~~♪
제가 이 곳에 온 이래로 처음으로 밍크씨의 여관에 손님이 오시는군요.
밍크씨는 반갑게 손님을 맞습니다.
"어서 오세요! 방 때문에 오셨나요?"
"네...방 하나 있습니까?"
이상하리만치 의기소침해 보이는 말투. 꼭 여관에 자러 온 사람이 아니라 죽으러 온 사람처럼...
“그럼 103호 방 쓰세요. 열쇠는 여기 있습니다.”
“네...”
“아...그리고 이 숙박부에 사인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상한 그림을 한붓그리기로 그려나갔습니다.
“저...밍크씨”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뭐?”
“...저 그림은 뭐죠?”
“...사인. 자기 이름을 쉽게 써 내려가는, 상징물 같은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이 손님은 숙박부를 밍크씨에게 건넵니다.
“저기...”
사인을 보던 밍크씨... 뭔가 놀랐다는 듯이 손님에게 대화를 청합니다.
“...시인 XX씨 아니세요?”
“...? ...아...네.”
“옴마나. 영광입니다... ‘참새’란 시 때문에...”
“...”
“...아, 저 그럼 103호 말고 105호로 가시죠. 더 큰 방이에요. 전망도 멋지고 채광도 상대적으로 더 좋아요.”
“...안 그러셔도...”
“팬으로서의 호의입니다. 받아주세요.”
“...그럼... 고맙습니다...”
“방안에 있는 전화기 1번 누르시면 저랑 호출됩니다. 알아두세요.”
“...네.”
여전히 풀이 죽어있는 말투입니다.
“...저어...밍크씨.”
“왜?”
“...누구에요?”
“아... 무명 시인이야. 좀 바른 소릴 잘 하는데, 인기는 별로 없지.”
“하아...”
“문인이란 게 단순히 재능이랑 노력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닌가 봐. 어느 정도 세상과 타협을 해야 한다던데. 그래서 요즘 신문보면 가끔 시인들이 자살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와.”
“어째서?”
“시라는 건 말이지, 굉장히 함축적이야. 그 어떤 문학보다도 말이지. 그 덕에 이걸 해석하는 것도 오해가 많아. 어찌 보면 해석이라는 것 자체가 웃기는 행위지만 말이지. 그 오해가 큰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고 해서 시인들이 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곤 하더라. 그리고 그 스트레스가 도를 넘어서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지.”
“흐흥.”
“...그렇게 웃지 마...”
“복잡하군요... 하아암...”
“...졸려?”
“네...좀 잘께요.”
“맘대로 해. 하지만 5시쯤엔 좀 일어나 줘. 나 시장 가거든.”
“네.”
“콜. 그럼 잘자.”
...3시간 정도 지났나요. 슬슬 어둑어둑해집니다. 시계는 4시 56분. 딱 맞춰 일어난 듯 싶습니다.
“윙크~”
딱 맞춰 부르는군요.
“네?”
“나 시장 좀 다녀올게. 그동안 손님이 전화하면 잘 받아줘.”
“네. 다녀오세요.”
“알았어. 요리같은거 할 줄 알어?”
“고기가 있다면 스테이크 정도는 할 줄 알아요. 샐러드야 일상 생활이고...”
“알았어. 손님이 저녁식사 원하시면 냉장고 안에 고기 얼린 거 좀 있으니까 양념 만들어서 스테이크 해 드려.”
“...네”
...졸지에 가게를 보게 되었군요... 흐으음.
손님 행색을 봐서 절 저녁시간 전까지 부르지는 않을 테니 한 숨 자겠습니다.
따릉따릉따릉.
...
...2시간 정도 잔 듯...후아암.
“네에. 여관 ‘은색의 종’이에요”
밍크씨한테 배웠습죠. 흠.
“...누구세요?”
“...식객이에요.”
“...주인은?”
“시장이요.”
“...그럼... 말이지. 저녁... 좀 부탁할까...하는데.”
“알았어요. 잠시만요오.”
냉장고에는 두툼하게 썰어진 고기가 있습니다. 밍크씨가 꽤 일찍 잡아 놓았는지, 얼지도 않고 꽤 싱싱한 상태. 원래 이런 고기는 얼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석쇠에 구워 내야 맛있죠. 토끼 같은 걸 분해해 본 적이 있어서 압니다. 냉장고에는 작은 병이 있는데, 뚜껑에 ‘스테이크 소스’라며 밍크씨의 필체로 라벨을 써 붙여 놓았습니다.
아니지... 일단은 스테이크를...
“식사 나왔어요~”
“...아... 고마워.”
“그럼 맛있게 드세요.”
“...저기.”
“네?”
“...아...아냐.”
“말벗이 필요하시다면... 해 드릴 용의가 있어요.”
“무슨 이야기야.”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당신 삶의 의지가 너무 없어보여서...”
“...어떻게 알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알려드릴께요. 전 마녀에요. 그런 것 쯤이야 당신 눈만 대충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럼 날 죽여야지.”
“...이유도 없이 당신을 죽이기엔 좀 찔려서 말이죠.”
“넌 인간이 아니니까... 하나만 말해 주마. 같은 고양이과지만 사자와 치타는 먹고 먹히는 사이지. 마녀와 인간도 크게 다를 건 없어.”
“이상한 사람...”
“죽일 용의가 없다면...”
총을 꺼냅니다. 꽤 구경도 크고 튼실해 보이는 총. 그는 그 총을 살며시...
탁!
“...뭐하십니까.”
“...치지 마. 날 칠 자격 있는 사람은 내 인생 책임져 줄 사람밖에 없다고 본다만.”
“...살려는 의욕은 없으시군요.”
“알면 날 놔둬.”
“...이유가 필요합니다만.”
“뭣땜에? 죽는 마당에도 이유가 필요한가?”
“제 사정입니다. 죽어가는 마당에 한풀이한다는 생각으로 말하시죠.”
“싫다면?”
“저한텐 중요합니다. 이야기 해 주세요. 어떠면 당신도 편안히 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뭐야?”
“전 지금 한 사람의 목숨이 필요하고, 당신은 그 목숨을 내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냥 땅에 떨어트려서 없애실 바에야...”
“...너에게... 달라... 이거냐?”
“...이해가 빠르시군요.”
“네가 내 멋대로 내 목숨을 거둘 권리는 없다고 봐.”
“그래요?”
“그래.”
“하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날린다면 목숨이 아깝고... 그러니까 우리 거래를 해요.”
“거래라?”
거래. 상대방을 만족시키고, 나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 보통 이럴 땐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는 하지 않게 마련이지요.
“...총은 아파요. 총을 맞아 본 친구한테 잠깐 물어보니까 찢어져 죽겠다더군요.”
“그래서.”
“안 아프게 해 드리죠.”
“...이봐. 마녀 아가씨. 인간에 대해서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모르지만, 헛공부했군. 이봐. 마녀 아가씨.”
“...윙크입니다.”
“...부탁인데 내게서 죽는 권리까지 빼앗진 말아.”
“권리...”
“날 알아주지 않는 세상도 싫고 남이 알아주는 문학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도 싫어. 그런 세상에 편승해서 살아야 하는 나도 싫고 말 몇마디 진지하게 해 보지 못하고 제 볼일 보러 나가는 팬도 싫어. 게다가 너처럼 남 일을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생각하는 애는 정말 싫어.”
“개인사정이죠.”
“이봐. 아가씨. 인간세상은 그런 게 아냐. 난 네가 조그만 주사위 게임이라도 가지고 와서 무료함이라도 달래줄 줄 알았어.”
“...아니어서 실망하셨습니까?”
“...나 정도 상황이 되면 그런 걸 바라게 돼.”
“그래요?”
“...이봐. 아가씨. 술 좀 가져다 줘.”
“...안됩니다. 제가 나간 사이 당신은 방아쇠를 당길 테죠.”
“안 당길게.”
“말로는 뭘 못하겠어요?”
“정말 안 당길게.”
“술이 몸에 들어가면 당기게 되요.”
“... 잘 알고 있구만... 그런데 어쩌지. 그런 네가 점점 정이 들지 않아.”
“...”
“...이봐. 이해는 못 하겠지만 내 말 좀 들어 주겠나.”
“무슨...”
“난 3류야. 가난하지. 얼마 전 딸이 죽었는데, 3엔씨가 없어서 관도 못 해줬어. 땅을 팔 삽조차도 부러져서 구하지 못했지. 그래서...”
“...아...됐습니다. 더 이상 딱히 듣고 싶지 않아요.”
“...너무하군 자네...! 해결책이라도 알려주게! 그...그게 안된다면...조...좋아! 딱 10000엔씨만 빌려 주게! 아니...자넨 미성년자니까... 아... 아니야...! 어떻게든 좋아! 날 좀 살려주게! 5000엔씨면 얼만지 자네도 알겠지? 10달 방세라구! 제발 날 좀 살려주게...! 제발! 제발...”
“전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그럼 그 주인을 좀 불러주게! 내가 직접 말해보지! 제발! 자네도 이성이 있으니까 알겠지? 이대로 죽어보게. 죽어서 내 아내랑 딸을 무슨 수로 보겠나! 응?”
“...”
잔인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침묵하는 것 외에는...
“...총 들지 마세요.”
“...설득력 없군.”
“제가...”
“...자네한테 부탁같은 거 하고싶지 않아. 쉽게 죽는 거라면 더욱.”
“...”
“난 참 운도 없지... 죽는 마당에 위로 한 번 못 받고 이런 놈이나 만나다니...”
“...저기요.”
“뭐?”
“...제가...”
“...그렇게 말 하지 않았나. 난 그런 거 원하지 않는다구.”
“그런...”
“...이봐. 마녀씨. 죽는 마당이니까 한 마디만 해 주지. 원래 죽기 직전에 거짓말은 안하니까, 믿어도 좋아.”
“어떤...”
“난 거의 죽어가다 살아난 사람을 봐서 대충은 알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사람은 말이야, 죽을 때 자신이 남에게 준 고통을 그대로 받아. 정신적으로. 한 5배쯤 된다고 보면 좋아.”
“그래요?”
“그게 바로 죄값을 치르는 죽음의 의식이라는 거다. 그 고통이 니가 손을 쓴다고 해서 약해지진 않아.”
“...”
“난 죽을 때 아내와 딸에게 준 고통, 아니 누구든지 나에게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고통을 달게 받고 사죄하며 죽고 싶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인간이 고통없이 죽고 싶을 거라는 건 오산이야. 아니, 오히려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 진정한 죽음일지도 모르지. 지신의 죄를 반성하면서...”
“...”
“...그러니까...방해하지 말아.”
탕
딩동
“윙크. 나야. 문열어줘. 손님은 잘 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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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
“네.”
“잘 알아둬... 누굴 죽이는 게 목적이고, 필요하다면 말이야.”
“네...”
“다시 말해봐. 얼마라고?”
“사과 3개에 당근 하나. 갈아서 묘지 앞에 둔다.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그 양도 배로 는다. 컵은 반드시 유리컵.”
“...다 외웠군. 이게 우리 의식이야. 죽은 사람을 달래주는 거지.”
“...이걸로 그 사람 고통이 해소될까요...?”
“죽을 때 받은 고통은 죄값이니까... 될 거야.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의 고통을 하늘이 저버린다면 그건 범죄지.”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요?”
“없었겠지. 딸도 분명 병원 같은 것에 팔았을 거야. 그 죄값을 받고 싶었겠지...”
“...”
“잘한 일이야.”
마음에 와 닿는게 많은 글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