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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KaRuNa! R chapter1-1

2004.01.16 21:30

삘링러부. 조회 수:263


1화- 오크의 아들(上).

멜케르 평원. 최근에 이곳의 오크들이 자주 근처의 멜케르 마을에 나타나 그 마을을 습격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가끔 모험가들이 이 곳의 오크들을 자주 처리하곤 하지만, 어째서 인지는 몰라도 죽은 오크가 좀비 형태로 살아난, 그런 모습의 오크들도 자주 있다고 한다. 그 들을 오크좀비로 칭하였다. 오크좀비들은 마을을 습격하거나 하진 않지만, 모험가들에겐 공포의 대상 중 하나였다.
"뭐에요? 겨우 악취 나는 그 따위 좀비놈들이나 때려 눕히라구요?"
멜케르 마을의 주점 '지나친 농락의 술병.' 은발의 어느 여자가 주점의 마스터에게 소리치고 있다. 주점의 마스터는 어떻게든 그녀를 말리려고 하지만, 그녀는 불만투성이의 말투로 주점의 마스터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만해, 실린. 폐가 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실린이라 불린 그녀가 움찔대며 음성을 내뿜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염색된 것처럼 보이는 노란 금발을 가진 그는 태평하게 테이블 앞의 작디작은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사늘한 눈빛으로 실린을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돌리며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잿덜이에 털어놓았다.
"뭐야, 리더! 너도 다른 사람에게 폐되지 않으려면 그 담배 좀 끊어!"
"...맛 들린 것은 쉽게 끊지 못하는 법. 게다가 이 곳은 금연구역이 아니지."
"나에게 폐가 된다고, 나에게! 너어, 내 연인이라는 놈이 그런 거 하나 못 해주냐?!"
마스터가 몰래 내빼려 하지만, 실린이 뒤를 매섭게 바라보자, 마스터는 울상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른 일을 찾아보았다. 실린이 리더라 부른 남자는 라이너드. 네 명밖에 되진 않지만, 이뤄진 파티의 리더를 맡고 있다. 그의 머리색은 흑발이지만, 칙칙한 흑발이 싫다며 노란색으로 염색을 하고 다닌다. 자신으로써는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하하, 실린, 겨우 그런 것 가지고 열을 내나! 사나이의 멋은 담배, 담배 하면 사나이의 멋, 아닌가?!"
굵직한 드워프의 목소리가 주점에 울려 퍼졌다. 실린은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진 쪽을 바라보았고, 그 쪽에는 자랑이라는 듯이 길러온 길러놓은 듯한 하얀 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드워프가 있었다.
"절대로 아니야! 담배 피우는 남자 따위는 정말, 정말로 싫다고!"
"허허, 그렇다면 라이너드도 싫다는 말인가?"
드워프의 말에 움찔하는 실린. 라이너드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담배를 물고 있었고, 실린은 그런 라이너드를 잠시동안 보고만 있었다. 라이너드는 살짝 눈치를 보냈지만, 실린은 그 것을 전혀 받지 못하였다.
"어쩌면, 싫을지도 모르지? 나를 위해서 담배를 끊어주지도 못하는 남자인데!"
외치는 실린을 노려보는 라이너드. 실린이 자신에게 비춰지는 시선이 따가웠는지, 라이너드를 바라보았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라이너드는 곧 담배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점의 밖으로 나가며 실린에게 눈치를 한번 더 준 라이너드. 실린은 고개를 저으며 열심히 다른 일을 찾고 있는 마스터에게 손짓을 했다.
"아까 그 일, 우리가 맡죠. 리더가 화난 것 같으니까, 인심쓰죠."
"허허, 거 참 다루기 힘든 아가씨야. 수고하쇼, 주인장!"

"기다려, 기다리라니깐-!"
은빛머리를 찰랑거리며 홀로 숲을 걷고 있던 라이너드를 불러세운 실린. 라이너드는 뒤를 돌아보며 뛰어오는 실린을 보고 잠시 멈추었지만, '흥'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길을 재촉하였다. 실린은 자신을 쫓아와야 하는 드워프를 잊은 채, 라이너드를 쫓아가기만 하였다.
"뭐야, 리더! 너, 삐진 거냐?"
라이너드는 실린의 말에 반응하듯이 뒤를 바라보며 멈추었고, 실린은 그제서야 라이너드에게 안길만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라이너드는 흥미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실린을 보았지만, 실린은 그런 눈빛을 보지도 못 한 채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라이너드는 고개를 저으며 숲을 빠져나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 딛으려 했지만.
"...기다려봐... 나... 힘드니까... 쪼-옴만, 쉬었다가자, 응?"
"...내가 왜 널 기다려야 하지? 날 싫어하는 여자를 내가 왜 기다려야 하지?
라이너드가 숨을 헐떡이는 실린을 내려다보았고, 실린은 그 푸른 눈동자로 라이너드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라이너드는 한숨을 크게 쉬고, 근처의 나무에게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실린도 '에헤헤-.'란 웃음과 함께 라이너드의 옆에 주저앉았다.
"휴우-. 역시, 숲이라서 그런지 공기가 맑단 말야-."
"...네 녀석 말야..."
실린이 라이너드의 말을 끊으려는 듯이 그의 입술을 훔치려 했고, 라이너드는 그런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가볍게 입술을 내주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곧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바람에 의해서인지 둘의 입은 떨어졌다. 싱긋 웃어보이는 실린.
"담배는 싫어도, 그런 담배를 물고 있었던 네 입술만은 좋은걸."
고개를 저으며 웃고 있는 실린의 볼을 잡아당기는 라이너드. 실린은 아프다는 듯이 손을 뿌리치려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 것이 더욱 그녀의 아픔을 더하게 해주었다. 곧 라이너드가 그녀의 볼에서 손을 떼었고, 손이 떨어진 자리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귀여운 녀석."
작게 중얼거리는 라이너드를 노려보며 실린은 욕을 해댔지만, 무시한다는 듯이 넘기는 라이너드였다. 실린이 삐졌다는 듯이 고개를 획 돌려버린다.
"...그래. 요번에 받은 일은 어떤거지? 그저 그 오크 좀비들만 쓸어버리면 되는 건가?"
고개를 젓는 실린.
"아니, 그 것들을 만들어 내는 굉-장히 엽기적인 놈도 처리해야해. 그 놈을 처리하는 걸로 되어 있지만, 그 놈을 처리하려면 악취덩어리들을 쓸어버려야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네크로멘서'...일라나. ...저번 마을에서도 그 놈을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지 않았나?"
"아는 체 하긴. 그 놈은 이미 처리 했었잖아. 게다가, 별거 아닌 스켈레톤 제너럴 정도를 사람들이 잘못 보고 착각한 거였고. 요번에도 그런거면 그 주점의 마스터, 확 목을 비틀어버릴꺼야!"
실린이 분노를 표하자, 라이너드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실린은 일어선 라이너드를 눈치채지 못하며 자신의 불만만을 계속 털어놓았고, 라이너드는 그런 실린을 뒤로 한 채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래, 그런 놈들이 있기에 우리 같은 모험가들은 괜한 설렘을 가지고 모험을 하는거라고! 그런 놈들을 볼 때마다 활활 타오르는 활화산 속에 집어넣어서 태운 시체를 강가에 뿌려줘야해!! 아니, 그냥 묻어, 묻는 것도 아까워, 그냥 버려!!... 라이너드, 듣고 있는 거... 라이너드, 라이너드!!"
뒤늦게 알아챈 실린. '같이가!!'를 외치며 그를 따라간다.

시끌벅적한 시장. 사람들로 가득찬 그 곳에, 깔려 죽을 듯한 모습으로 드워프 한 명이 그 곳을 누비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드워프를 보며 수근댔지만,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사람들을 무시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멈춘 곳은 그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술집, '잠자는 새의 깃털'. 그 곳을 그의 작은 다리로 아장아장 기어 들어갔다.
"지금 오는가, 드워프 아젠?"
"아하하, 실린과 라이너드를 버려두고 오느라 늦었지."
호리호리한 남자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는 아젠이라 불린 드워프. 그 드워프는 방금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의 옆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그리고는 술잔에 가득 채워져 있던 술을 한번에 들이키면서 '크-.'소리를 자아내었다.
"마법 수련을 다녀오겠다고? 그것도, 그 둘에겐 말 없이?"
"...라이너드는 허락 안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실린에게 말하면 라이너드의 귀에 들어가는 건 간단하지 않나?"
"허허, 내 입이 무겁다고 생각하는가?"
딱. 호리호리한 그 남자가 손을 퉁겨내자 그 술집의 마스터는 직원을 시켜 한 통의 술통을 꺼내들고 드워프와 그의 사이에 두었다. 드워프는 잠시 그 남자를 노려보았지만, 곧 흰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와하하! 이런 것이 없어도 비밀은 비밀, 남자대 남자로 부탁한 것인데 내가 왜 들어주지 않겠는가?! 마침 목이 타왔는데, 말려주기 딱 좋겠군!"
"하핫, 고맙네 아젠! 수행의 성과는 다녀와서 알려주기로 하지."
그가 일어서자 드워프는 술통을 통째로 들고 입에 술을 부어대었고, 그런 모습을 본 그는 한쪽 눈을 가릴 만큼 기른 그 푸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술집을 나섰다. 아젠이라는 드워프는 그의 뒷모습을 시야에서 그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다시 술을 입에 대었다.

멜케르 평원에 다다를 정도의 거리를 걸어온 실린과 라이너드. 멜케르 평원과 멜케르 마을을 이어주는 길은 두 군데가 있는데 한쪽은 반 사막화되어 있는 부분, 다른 한 쪽은 산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다. 반 사막화되어 있는 곳은 저주를 받아 그런지, 식물은 제대로 자라도 동물들은 그 곳에서 어느 종류도 살지 못하였다. 하지만 인간형 몬스터, 즉 오크나 고블린, 그렘린 같은 몬스터들과 소수의 인간만은 그 곳을 드나들 수도, 그 곳에서 서식할 수도 있었다. 소수의 고블린이 그 곳에서 살고 있지만, 대부분 오크들이 멜케르 평원의 강한 모험가들을 피할때나 마을을 습격하러 올 때 많이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와 반대되는 곳으로, 산은 엘프들의 주술에 의해 몬스터는 산에 발을 댈 수 없었다. 가끔 산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까맣게 재가 쌓여있는데, 그 것은 엘프의 결계에 의해 몬스터가 타버린 것이라 한다. 엘프가 결계를 쳤을 당시에는 인간 역시 그 곳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으나, 멜케르 마을의 사람들이 애원을 한 탓에 인간만은 그 곳을 통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실린과 라이너드는 위험한 길로 가지 않는 대신, 산을 넘어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던 것이다.
"...라이너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실린은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라이너드를 바라보았다. 라이너드는 실린의 그런 얼굴을 보고 뻔한 대답이 나올 것 같다는 듯이 그녀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뭐야, 지금 날 업어주기 싫다는 거야, 뭐야?! 이 어여쁜 다리가 통통해지면, 너도 즐겁지 않을텐데 말이지?!"
"...쳇. 좋아, 평지가 나올 때까지다."
"얏호! 땡스, 라이너드!"
실린이 라이너드에게 업히며 외쳤고, 라이너드는 순간 몇 톤이나 되는 돌덩이를 업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실린을 업게 되었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그녀는 뾰루퉁한 표정을 감출 수 없이 내 놓았지만, 라이너드는 말 없이 묵묵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갔을까? 실린은 라이너드의 등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고, 라이너드는 귀엽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앞에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산의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앞으로도 숲은 계속 이어져 있지만,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결계가 쳐져 있는 곳은 숲이 끝나는 그 곳까지가 아니라 내리막길이 끝나는 곳까지이기에, 그 곳을 지나치면 실린을 깨워야 하기 때문이었을까? 그의 발걸음이 조금씩 늦춰졌다.
"꺄-악!!"
가느다란 비명소리가 한참 앞에 있는 숲에서 흘러나왔다.
"뭐야, 뭐야! 라이너드, 너 또 여자 허벅...지... 여긴 어디야?!"
그 비명소리에 깬 것인지, 실린이 라이너드의 뒤에서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라이너드는 급히 실린을 내려놓고 비명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려갔다. 실린은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하였지만, 굳어진 라이너드의 얼굴을 보고서는 그를 쫓아갈 수밖에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의 뒷그림자를 재빨리 밟았다.

라이너드가 비명소리의 근원이 된 곳을 찾았을 땐, 그 곳에서는 벌어져선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금발의 소녀가 웃옷이 찢어진 채로 나무에 기대어 있었고, 그녀의 앞에선 오크 두 마리와 한 남자가 그녀를 괴롭히기라도 하듯이 단검을 손에 쥔 채 여자를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녀석이! 비명을 질러 봤자 널 도우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남자의 손이 소녀의 뺨을 치며 지나갔다. 소녀는 찢어져 흘러내리는 옷을 움켜잡던 한쪽 손을 빨갛게 된 뺨에 가져다 대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사악한 웃음을 지어내며 소녀의 뒤에 있는 나무를 손으로 세게 치며 폼을 잡았다.
"순순히 따르면 너도, 나도 편하잖아. 괜히 너도 바라면서 거부하는 것 아닌가?"
"...나...난...!"
"여자를 다루는 법이 아주 많이 서툴군, 자네."
라이너드가 소녀와 폼을 애써 잡았던 남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뒤에 있던 오크들이 양손 도끼를 꺼내 집으며 라이너드에게 달려들었지만, 오크의 느린 동작으론 잽싼 라이너드에겐 손 끝 하나 댈 수가 없었다. 그를 향해 오크들은 괴성을 지르며 도끼를 치켜세워 들었고, 라이너드는 한 오크의 힘줄을 끊음으로써 아까와는 다른 괴성을 자아내게 했다. 남자는 겁먹은 듯한 표정을 보였고, 그때 나무에 기대어 서 있던 소녀가 힘차게 다리를 뻗어 남자의 공격하면 안 될 부분을 걷어찼다. 그 남자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소녀는 믿음직 스러워 보이는 라이너드를 향해 뛰어 왔다.
"크와아아아악!!!!"
아직 손에 힘이 남아 있던 오크가 달려오고 있던 소녀에게 도끼를 휘두르자 그녀는 아차!하는 표정으로 뒤로 살짝 빠져 피했지만, 덕분에 어깨에 실같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오크가 도끼를 번쩍 들어 그 소녀에게 내려치려는 순간, 오크의 배를 뚫고 나오는 검을 소녀는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흥! 이런 변태 오크 따위, 토막내서 늪에 던져버려야 한다구!"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던 얼굴을 펴며, 곧 자신의 쪽으로 쓰러질 것 같은 오크를 피해서 오크를 물리친 주인공에게 안겼다. 그 주인공은 배에 찔러 넣었던 검을 다시 빼기 위해 오크의 다리를 세게 누르며 손잡이의 힘을 위로 가득 쥐었다.
"...이...이이이이익..."
고통스러움에 일그러진 얼굴을 한 쓰러져있던 남자가 서서히 일어났다. 힘줄이 끊어져 있던 오크는 라이너드에게 요리가 되어 냄새나는 시체만이 존재하였다. 쓰러져있던 그가 분노로 가득찬 얼굴을 하며 라이너드를 노려보았지만, 곧 고개를 돌려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라이너드는 따라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소녀의 안전을 묻기 위해 검을 검집에 넣고 있는 은빛 머리카락의 여자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
"..."
실린의 가슴에 묻어두었던 얼굴을 천천히 들어올리는 소녀. 맑고 찬란한 눈에 금발이 잘 어울려 휘날렸다.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얼굴은 금새 미소로 변하였고, 라이너드는 잠시동안 그런 그녀의 얼굴을 넉이 나간 듯이 바라보았다.
"다...다친곳이라면 많아요, 마음에도 상처를 입었고, 그리고, 또, 뺨도, 어깨도 약간 따가운걸요? 그리고, 그리고..."
"진정하세요. 그리고, 절-대로 저 남자에게 의지해선 안되요, 선수라구요, 선수!"
실린이 라이너드에게 피씩 웃어보이며 금발의 소녀를 꼬옥 안았다. 금발의 소녀는 괜찮다며 벗어나려 했지만, 실린은 라이너드가 불안했는지 놓으려 하지 않았다.
"아, 웃옷이 찢어져 걸레가 되어 있었군요! ...으음, 제 옷을 빌려드릴께요."
"...저...저기..."
멋쩍은 듯이 웃는 실린.
"아뇨, 고맙다는 말은 괜찮아요-. 같은 여자끼리... 남자는 여자가 옷 입을동안은 빠져줄래요?"
실린이 라이너드에게 눈치를 보내자, 라이너드는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 나무에 기대었다. 입에는 담뱃대 하나를 문 채로. 실린은 자신의 가방에서 엉망으로 개어 논 웃옷을 한 벌 꺼내 소녀에게 주었고, 소녀는 감사하다는 듯이 받아 입었다. 흘러내릴 정도의 크기의 옷을 받아 입은 소녀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다 입은 것 같군. 후우."
"저리가, 담배 아저씨! 담배 냄새 따위는 여자에게 치명적으로 싫다고!"
실린이 손짓을 하며 라이너드를 따돌리려 했지만, 소녀는 오히려 라이너드에게 달려가 옷깃을 붙잡았다. 실린은 움찔함과 함께 왠지 모를 질투심을 느꼈는지, 뾰루퉁한 얼굴을 감추지 못 하였다.
"...절 구해주신 것은 정말 감사해요... 이런 말 하기는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저희 언니를 구해주세요! 부탁합니다!"
라이너드는 잠시동안 담배를 입에 물고서 아무 말 않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하늘로 둥실떠 올라갈 동안, 숲은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린 역시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고, 그런 실린과 라이너드를 번갈아 돌아보며 소녀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라이너드, 웬만하면 이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자. 뭐, 라이너드라면 내가 이런말 안 해도 들어주겠지만..."
"...아니. 우리는 이미 일을 하나 맡고 있다. 그 일을 끝내기 전 까진 다른 일을 맡을 순 없어. 미안하지만, 들어주진 못 하겠군."
소녀의 얼굴에는 실망이 깃들어져 있었고, 라이너드는 그런 소녀와 눈을 마주치기 싫었는지 하늘을 향해 눈을 돌렸다. 실린 역시 그런 라이너드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뭐야아? 아니, 그 일은 천천히 해도 되잖아? 무엇보다 사람 한 명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 이봐, 라이너드, 듣고 있는 거야?"
"...난 이번 일을 맡지. 넌 그녀의 언니나 구해주라고. 혼자서 멜케르 평원을 지날 수 있다면 말이지."
라이너드는 가야 하던 길을 다시 밟으며 유유히 담배를 입에 물고 실린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실린은 화가 잔뜩 난 듯이 옆에 있던 나무를 발로 걷어찼고, 곧 소녀의 손을 잡고 라이너드가 간 길과는 훨씬 떨어진 곳의 길로 향했다.
"흥! 바보, 멍청이, 멍게, 해삼, 말미잘!! 가자! 그런 놈과는 상종할 필요도 없다구!"
"...네...네..."
은빛머리카락과 금빛머리카락이 바람에 찰랑거리며 숲 속에서 천천히 사라져갔다.

악취로 가득 찬 한 저택. 그 곳에 비참하게 패배 한 것처럼 보이는 엘프가 땅에 엎드려 자신의 앞에 있는 한 인간을 노려보았다. 깔끔한 금발이 오크의 발에 밟혀 더러워져 있었고, 옷은 이곳 저곳이 찢어져 보기 안쓰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엘프의 눈에는 전혀 질 것 같은 눈빛은 없고 강인한 눈빛만이 존재하였다.
"...바보 같이. 다른걸 바라지는 않는다, 나의 신부만 되어준다면 된다는데 뭘 그리 저항을 하지? 내가 맘에 들지 않는가?"
"다..당연하지... 이런 악취 나는 오크들과 함께 사는 것은 절대 거부다... 게다가, 그런 악취가 배로 나는 좀비놈들이랑은 절대 같이 살 수 없어!!"
가느다란 음성을 그 남자는 듣고 싶지 않았다는 듯이 발로써 엘프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엘프는 비명을 낼 힘만이 남았었는지, 저택에 울려퍼질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오크들을 불러세웠다.
"...그 엘프를 다시 그 방에 쳐 넣어라. 그리고, 앞으로는 최대한으로 정중히 대해라."
"옛."
굵직한 목소리로써 대답한 오크들은 곧 엘프를 끌고 그가 있는 방을 나갔다. 그 방에는 그와 오크 몇 마리만이 남아 있었다.
"...내 청혼을 언제까지 거부할 수 있는가 보자, 마리아. 곧 피라츠가 네 녀석의 동생을 잡아 올테니... 우후후후..."
곧 방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최대한 정중한 모습을 보이며 그는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남자에게 인사를 하였다.
"...도...돌아왔습니다, 마타님."
"호오. 드디어 왔는가, 피라츠여.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는가?"
마타라 불린 남자가 피라츠를 반갑게 대해주자, 피라츠는 고개를 더욱 들 수 없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실패했다고는 말 할 수 없었던 것이었을 터라.
"그 녀석을 데려 왔는가? 로리콘의 기질이 있는 너로써는 그 녀석을 범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그다지 상관하지 않겠다."
"...그...그게... 갑자기 어느 놈들이 껴드는 바람에..."
마타는 웃음에 가득 차 있던 얼굴을 더 이상 유지 할 수 없었다.
"...실패했다는 것이냐? 오크를 두 마리씩이나 같이 보냈는데도 말이냐?"
"...죄...죄송합니다!! 그 녀석을 결계 밖까지 유인하는 데에는 성공을 하였지만!!"
"그 입 닥쳐라! ...젠장, 네 녀석 때문에 마리아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없지 않느냐!"
피라츠가 고개를 들지 않자 마타는 옆에 세워둔 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크들을 불러 무언가를 명령하고는 방을 나간 마타. 방안에 있던 오크들은 마타를 따라 나갔고, 피라츠는 방에 홀로 남아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허허, 라이너드 아닌가!"
멜케르 평원. 오크들의 시체와 함께 이미 한참이나 썩어버린 좀비들의 악취 속에서 라이너드를 발견한 드워프 아젠이 그 커다란 도끼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하였다. 라이너드는 그런 아젠을 반기기보다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는 일을 먼저 하였다. 아젠은 등뒤의 커다란 배낭에서 힐링포션을 꺼내어 병에 입을 대고 벌컥 벌컥 마시고는 '캬-.'소리와 함께 라이너드가 쓰러뜨린 오크중 한 마리의 얼굴을 발로 뭉게버렸다.
"크흐-. 역시 힐링포션은 써도 중독성이 있단 말야! 자네도 한 병 마실 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젓는 라이너드. 아젠은 도끼를 배낭에 매달며 자신의 하얀 수염을 쓰다듬었다.
"허허, 또 실린과 한바탕 한 모양이군! 그 녀석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는걸?"
"...네 녀석은 어딜 갔다 오는 거지? 또 귀찮게 할 생각인가?"
"자네,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지나온 산길은 인간과 그 망할 엘프들 빼고는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을! 덕분에 난 오크들이 가득한 사막을 건너 왔다네! 물론, 가끔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만 말이야, 허허-."
라이너드가 담배를 한 모금 삼켜 뱉어내었다. 확실히 아젠의 가죽갑옷에 없던 흠집이 이곳 저곳에 가있었고, 도끼에 오크의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아 아젠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 있었다. 라이너드가 다시 담배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그래. 그럼 이번 일의 대상이 있는 그 저택이 어딨는지는 알겠지?"
"당연한 것 아닌가? 미리미리 조사를 하고 왔지. 그 정도 조사는 당연한 것 아닌가?"
아젠이 따라오라는 듯한 손짓을 라이너드에게 보내며 앞장을 섰다. 아젠의 그림자를 천천히 밟으며 따라가는 라이너드. 그들의 뒤로는 오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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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으아, 드디어 1화 다 썼다아 - _뉴

굉장히 엉성하네요.

고전적인 수법, 청혼을 하기 위해 그녀의 동생을 납치한다거나, 딸을 납치한다거나!

...써먹어 버리네요, 또 - _-

함께 모험했던 사람들에겐 새로운 인식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OR의 흥미(...)를 느끼게 하고 싶었는데;

제목에서 보이듯이, 다음편에서 마타란 놈이 어떻게 오크들을 다스리고 있는지 나타내려고 해요 - ㅂ-

....다음 이야기- 와 비슷한 것일라나;

[Sweety Marmalade - 소설모드]
F.L :: D-10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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