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FlowMoon 프롤로그의 페이지
2003.11.04 20:44
차갑게 식어버린 '그곳'의 온도가 점차 내려 간다.
-벨 시크릿 유글레시아드 용액 주입!-
-맥박 증가! 이대로는 죽습니다!-
죽는 다는 것.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미 죽었다.
인공물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 영원히 살아 가는 법. 그 법칙에 따
라 영원을 가지지 못한 이 건축물의 한쪽 벽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 옛날에 이곳에서 울리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시험체 파손! 데피질 에센 이오름 검출!-
-… 우뇌(右腦) 사용 불가. 시험체 채온 급속도로 하강.-
-살려네… 이대로 죽게 할것 같냐! 리카루! 그놈에게 명목이 없단
말이다!-
-불가능 합니다!-
건물의 안쪽에 있는 수술실로 보이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서 나는 조용히 그 가운데에 있는 의자를 만저 본다.
알류미늄판으로 만들어진 차가운 의자의 먼지가 내 손에 붙고 그
흔적이 선명히 남는다.
-안돼…… 그녀가 죽으면 안돼. 그녀가 죽으면 그녀석이… 슬퍼할
거야-
-심장 박동 정지… 뇌사 확인. 피사체 사망.-
-그럴리가 없어! 심장 마사지든 뭐든 해보란 말이다!-
먼지가 바람에 휘날리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미 오레전에 굳어
버린 혈흔이 보인다.
그 혈흔이 바닥으로 흘러내린 흔적이 나의 가슴을 칼로 아프게 한
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통 스러웠을까? 왜 나는 이런짓을
한걸까?
-사체 처리반 투입. 실험 중지. 끝났습니다. 박사님.-
-그럴리가 없어! 끝까지 해보란 말이다! 살려내야해! 죽게 내더려
둬선 안돼!-
-이미 사체 처리반이 사체를 치웠습니다. 고인은 만약 죽을 경우
의학에 기부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빌어 먹을 자식! 아직 안끝났단 말이다!-
그때 과연 난 그녀를 살릴수 있었을까?
아니 못해 뇌사야. 내가 잘 알잖아! 알고 있으면서 뭘 할수 있다는
거야 이젠 늦었어 너무 늦었어 그때로 부터 이미.
이미 50년 이나 흘러 버렸는걸.
"미안… 사이네."
나의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그것'이 바닥에 떨어진다.
회색의 먼지가 그것에 젖어 들어가고 나는 어느세 회색 머리의 어
린 아이가 되어 있었다.
"내가 죽였어. 내가 죽인 거야. 미안해 사이네. 내가 죽였어 나란
놈이 죽인 거야 내가 죽일 놈이야!"
아픔.
정신적인 아픔 보다 더 아픈 것.
그것이 가슴에서 느껴진다.
"미안해! 차라리 날 죽여줘!!!!"
그러나 대답은 없다.
"망할… 망할놈의 '주기의 흐름'."
흐르는 것은 되돌아 온다.
무언가 흘려 보낸다고 만족하지 말지어다.
그것은 자신에게 반드시 되돌아 온다.
마치 흐르는 강처럼…….
바다로간 강은 비가 되어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
돌아 온다. 반드시.
"나 아무것도 못했어."
이번에는 소실되지 않고 끝까지 나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