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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탑 폭풍의 탑 11

azelight 2008.07.18 16:50 조회 수 : 348

 2층도 이제 방 하나 남았군요.
 3층은 연구실인데 어떻게 해야할라나.

*******************************************************************************

 나는 대지의 원소령을 잠시 훑어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런 나를 신이 난 라니아가 앞서 갔다.

 “뭔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내가 묻자 라니아가 신나서 대답했다.

 “득템했거든.”

 “득템?”

 “응, 짠~. 이 레이피어를 보시라. 자그마치 아다만틴제야. 경량화 주문도 걸려있어서 별로 한 무거워. 거기다 이 찌~잉한 마법의 기운. 파하하하하하.”

 “음.”

 엄청나게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라니아는 “하하하하하하하.”하고 웃으며 발걸음에 힘을 더했다. 분명 굉장한 마법이 걸려 있으리라. 타격받은 자의 힘을 쏙 빼내던 예전의 무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상일 것이 틀림없었다.
 흠, 내가 쓸 만한 마법 무기도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방어자로서 인정받은 후 손에 넣은 일족의 메이스보다 좋은 무기는 아직 본 적이 없었다.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아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인에게있어 좋은 무기는 역시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행을 뒤따라갔다.
 2번 째 방은 열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긴 복도가 있고 주변에는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루시엔은 이 곳 역시 이미 원소령의 힘이 다해있다고 했다. 다만 이곳은 그나마 잔재가 남은 먼젓번 방과는 달리 원소령의 정기가 흔적도 없다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확실하게 제거했다는 건가? 그렇다면 닫혀있는 2개의 방도 공략되어 있는 것 아닐까?”

 솔드가 말했지만 애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렇다면 3층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었겠지. 아무래도 동귀어진을 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만 하네.”

 나는 내 추측을 말하며 2번째 방의 홀에 발을 디뎠다. 탄화된 5구의 시체가 놓여 있는 것이 흔적을 남기지 못한 불의 원소령이 존재했다는 증거같이 보였다. 그때 라니아가 뭔가를 발견한 듯 했다.

 “앗. 저기.”

 성큼성큼 걸어간 라니아는 무언가를 주워들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피자 문양이 새겨진 붉은 색 돌 조각이었다.

 “와드 스톤의 일부 같은데.”

 라니아는 그녀의 마법에 대한 지식으로 이 조각이 와드 스톤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베이커드역시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 방은 이런 것이 없었었지.”

 기억을 더듬으며 말한 솔드는 루시엔을 내려놓더니 시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 놈들이 다른 와드스톤 조각을 가지고 있을 거야. 찾아보자.”

 “그러지.”

 딱 다섯 구인지라 루시엔을 제외한 모두가 각자 한 구씩을 맡아 뒤지기 시작했다. 탄화한 시신의 재가 방어구에 묻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 수 없었다. 나는 심지어 갑옷을 까뒤집어 보기까지 했지만 나는 와드스톤 조각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애던이 손쉽게 솔드가 뒤지려던 시신으로부터 찾아냈다.
 어떻게 단번에 알아냈냐고 묻는 솔드에게 애던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어차피. 와드 스톤도 마법적인 물품이잖아. 내 아케인센스로 찾아내면 돼지.”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헛수고 한 건가.”

 손에 찐득찐득한 말로 표현하기 곤란한 검은 것이 잔뜩 묻은 라니아가 슬프다는 듯 말했다.

 “이제 다음 방이군. 불과 대지. 사원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다음은 물과 바람 중 하나 겠군.”

 애던은 와드스톤을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어떨까? 루시엔, 혹시 감지 할 수 있어?”

 “무리에요. 뭐랄까 여긴 비전원기 때문에 너무 공간적으로 탁해서요.”

 라니아가 묻자 루시엔은 무리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그럼 동전 던지기로 점쳐 볼까?”

 손수건으로 빡빡 손을 닿은 라니아는 소위 행운의 동전이라 스스로 칭하는 동전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솔드가 재미있겠다는 듯 말했다.

 “그럼 다음 방에 나올게 뭔지 내기해볼까? 나는 바람의 원소령이라는 것에 걸지.”

 “그거 좋군. 그럼 나는 물의 원소령이라고 하겠네.”

 베이커드가 말하는 사이 라니아가 동전을 던졌다 받았다.

 “나도 물의 원소령. 솔드 후회하겠는 걸. 나의 행운의 동전은 결코 빗나가지 않는 다구. 애던은 어디에 걸거야?”

 라니아의 물음에 애던은 조용히 고개를 젓고는 다음 방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뚝뚝하긴. 발락은?”

 “그럼 난 솔드와 같은 쪽에 걸도록 하지. 그럼 어서 확인하러 가보자.”

 “좋지.”

 솔드와 베이커드 라니아는 빨리 확인해 보기 위해서인지 우루루 달려나가 애던을 앞질렀다. 내가 그 광경을 보며 뒷따라 가는게 그럭저럭 기력을 회복한 루시엔이 곁에 붙으며 말했다.

 “가끔 보면 제가 최연소자가 아닌 것 같아요.”

 세 사람에 대한 루시엔의 날카롭고 가차없는 평이었다. 나는 웃었다.
 
 “그렇지. 하지만 저 정도는 즐겨주는 것도 중요해. 애던 같이 삐뚤어진 어른이 되면 안돼잖니.”

 “그건 그렇네요.”

 “쿡쿡.”하고 루시엔이 웃었다. 나와 루시엔이 불의 원소령의 방을 나올 때쯤 솔드의 비명 소리가 들여왔다.

 “끄아아악. 졌다!”

 “흠.”

 명쾌하고 이유 파악이 쉬운 절규였다. 3번 째 방으로 들어가니  찰박하고 물 밟아 졌다.
 
 “크.”

 나는 이번 방이 물의 원소령이라는 사실을 확신하며 속으로 솔드와 같이 절규했다. 사실 내가 솔드와 같은 곳에 건 이유는 기왕 싸울 거면 물의 원소령이 마지막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의 정령이군요. 곤란하네요. 제가 만든 대지의 원소령은 물의 원소령한테 약한데. 만든 처음에 바로 맞닥뜨리다니.”

 “그렇군.”

 나는 생각했다. 역시 대지의 아이들은 다 물에 약한 것인가? 대지의 원소령도 물에 약한 것은 노르위펜과 다르지 않다.

 “대비해.”

 애던이 낮직하게 말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도 복도의 끝에는 홀이 존재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바닥의 마법진이 빛을 내더니 물길들이 모여 거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누가 나, 물의 권자 아칼로스에게 도...!?”

 하지만 물의 원소령이 채 형태를 이루기 전에 애던이 바람처럼 튀어나가 대검으로 물의 원소령을 후려쳤다. 물의 원소령은 그 형태를 이루지 못하게 흩어졌다. 하지만 루시엔은 엘자를 준비했고, 베이커드 역시 지팡이를 높지 않았다. 레니아는 새로 얻은 레이피어를 뽑아 들더니 바닥을 연속적으로 찔렀다. 그러자 물길이 물러나더니 주먹의 형상으로 변했다. 나는 그 물의 주먹을 후려쳤다.

 “어떻게 안거야?”

 내가 묻자 라니아는 루시엔의 주변을 돌려 대답했다.

 “물의 유량이 갑자기 변하더라고. 거기처럼 말야.”

 레이피어 끝으로 가리킨 장소를 나는 메이스로 후려쳤다. 애초에 바닥이 물로 차 있다 보니 원소령은 자신을 최대한 퍼뜨려 피해를 막으며 우리를 농락할 생각인 듯 했다.
 
 “애던 오빠의 공격 덕에 큰 상처를 입었어요. 큰 공격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사방에 퍼져 있으니 조심하세요. 엘자!”

 루시엔이 호명하자 엘자가 바람의 화살을 쏘았다. 대지의 정령은 물의 정령을 공격하려고 하는지 물바닥을 후려쳤다. 물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원기 자체를 파괴하려고 하는 듯 한데 워낙 넓게 퍼져 있어서 소용없는 듯 했다.
 
 “큭.”

 짧은 신음 소리와 함께 애던이 나에게 내던져 졌다. 나는 메이스를 버리고 그를 받아 들었다. 동시에 물에서 솟아 오른 주먹이 메이스를 주워 들더니 내 허벅지를 후려쳤다. 나는 무릎을 꿇고 주저 않았다.
 내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라니아와 솔드가 뛰어 들었다. 나는 힘겹게 다시 일어섰다. 라니아가 잘 퇴치했는지 나에게 후속적이 공격은 없었다. 내가 애던을 내려놓으려고 할 베이커드가 찢어질 듯한 큰 소리로 외쳤다.

 “외차원체 구속! 모여서 엉겨라!”

 마법적 힘이 해방되면서 은은한 푸른빛이 강렬히 폭사했다. 그러자 베이커드가 있는 곳으로 물줄기들이 모여 엉겨들었다.
 솔드가 불의 힘을 가진 맙버의 석탄을 물구을 향해 던졌다. “펑!”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불의 석탄은 물구슬에 피해를 입혔지만 여전히 물구슬은 형상을 유지했다.

 “엘자!”

 루시엔이 엘자를 부르자 엘자가 “키이!”하고 답하더니 바람의 기운을 모아 쏘았다. 바람의 화살이 그 물의 구체를 뚫고 지나갔다. 동시에 펑하고 물구슬이 터지더니 빗물처럼 확산해 홀 내부를 메우듯 쏟아져 내렸다.

 “헉헉.”

 루시엔이 깊이 숨을 들이시더니 물약을 꺼내 마셨다. 그러자 조금 몸이 진정되는지 거친 숨소리가 한결 줄었다.

 “해치운 건가?”

 “해치웠어요.”

 솔드가 아직 믿어지지 않는 듯 중얼거리자 루시엔이 대답했다.

 “또 젖었네.”

 라니아는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일행을 보며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사이 애던은 물의 와드스톤 조각을 회수하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방으로 이동하지.”

 “그 전에 좀 쉬고.”

 솔드가 말했다.

 “이번에는 바람의 정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좀 더 대책을 세워서 들어가 보자고. 운 좋게 잡았긴 했지만 하마터면 위험했다고.”

 물속으로 숨어드는 물의 원소령의 어이없는 전투방식에 식겁했는지 솔드는 말했다.

 “좋아.”

 애던은 솔드의 의견이 동의했다.

 “그래도 일단 이 방에서 나가자. 이렇게 축축한 곳이어서야 쉴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적어도 그 말에는 모두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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