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폭풍의 탑 폭풍의 탑(4)

azelight 2008.07.14 15:48 조회 수 : 388


분량이 마음대로 임. ㅋ

**************************************************************************************************************************

 미리 자리를 잡아놓는다곤 했지만 여관의 식당은 자리를 잡을 필요가 없을 만큼 한산했다. 몇몇 자리에 손님과 주당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비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나는 돌가루를 씹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입안에 든 돌가루를 삼키고 나서 잎담배를 입에 물었다.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다.

후~.

흰 연기를 입으로 내뿜었을 때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루시엔이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언니는요?”

 

그녀가 내게 물어왔다. 그녀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라니아 뿐이다.

 

“위에 있다.”

 

“위에요? 왜요?”

 

“그대로 두면 내일 애던이 냄새가 날거라면서 닦아 준다고 하더군.”

길게 징크스니 뭐니하는 이야기를 들어 놓았었지만 나는 다 생략했다.

 

“호~. 씻는 거 좋아하면서 왜 안 오나 했네. 후후후.”

 

별안간 루시엔이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이 웃었다. 그 극적인 표정은 심지어 노르위펜의 명예로운 방어자인 나에게 조차 불길한과 불안감을 줄 정도였다. 이 꼬마의 귀여운 얼굴이 이 정도로 악랄하게 보일 줄이야. 지옥에서 올라온 악동의 모습이 루시엔에게서 떠올랐다. 심지어 그녀의 등 뒤러 검은 그림자가 떠오른다!

 

“뭔가 짐작 가는 거라도 있는 거냐?”

 

“후후후. 물론이죠. 설마 언니가. 후후후. 하긴 이런거 서로 나눠야하는 법이죠. 아저씨는 그런걸 퍼뜨릴 것 같진 않고 연애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즉 말하자면 언니는 애던 오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거에요.”

 

“음.”

 

나는 생각했다. 호감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애초에 호감이 없을 리가 없지 않나? 라니아를 구해준 것은 애던이었다. 실제로 여기 모인 우리들은 모두 애던에게 목숨을 빚진 자들이다. 생명의 은인에게 호감이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내 의문을 루시엔에게 말했다.

 

“안 그런가?”

 

“틀려요. 이 호감과 저 호감은 다른 거에요. 음. 설명하자니 복잡한데...”

 

루시엔은 명확히 표현할만한 단어를 찾지 못한 듯... 아니 찾았지만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곤란한 듯 끙끙 거렸다.

 

“여튼! 다른 거예요. 절대로. 그리고 솔드랑 베이커드에게 말하진 마세요. 그 둘이 알아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예요.”

 

루시엔은 한참 끙끙거리더니 나에게 그렇게 당부했다. 나는 루시엔의 반응을 보며 문득 솔드가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 루시엔의 보호자였던 것 같은데 어쩌면 저렇게 신뢰받지 못하는 걸까.

 

“알았다. 그렇게 하지.”

 

나는 그러겠노라고 루시엔에게 대답했다.

 

“네, 그럼 저는 이제 배부터 채워야겠네요. 저기요. 언니~.”

 

루시엔은 큰소리로 여관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여급을 불렀다. 루시엔이 부르자 여급이 메뉴판을 들고 테이블로 엉거주춤 걸어왔다. 시선에 내게 주목되어 있는 것이 내 얼굴이 꽤나 무서운 것 같았다. 하하하.

 

“언니~. 여기 조개 스프랑 여기 청어찜 부탁해요.”

 

“조개 스프랑 청어찜? 더 시킬 것은 없니?”

 

“네.”

 

루시엔이 밝게 대답하자 여급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급은 천천히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호... 혹시 시키실 것은...”

 

“나는 됐네.”

 

“네.”

 

내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자 여급은 황급히 뒷걸음치더니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갔다.

 

“너무 겁주지 말아요.”

 

루시엔이 나에게 핀잔을 줬다. 나는 억울했다.

 

“내가 겁줬다고?”

 

“그래요. 발락 아저씨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 평범한 여자애라면 울어버릴 거라구요.”

 

“그렇게 무섭게 생겼니, 내가?”

 

왠지 슬퍼져서 내가 묻자 루시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말하기 가슴 아프지만 정말 무서워요.”

 

“그러니.”

루시엔은 자신도 안타깝다는 듯 나를 침몰시키고 자신은 바닥에 닿지 않는 다리를 흔들며 기대에 찬 얼굴로 곧 나올 요리를 기다렸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이 대열에 베이커드가 합류했다. 베이커드는 나에 대한 두려움에 찬 여급을 불러 닭가슴살 구이와 홍어구이를 시키고는 역시 바닥에 닿지 않는 다리를 흔들며 자신의 요리를 기다렸다. 그에비해 솔드는 주변의 주당들 틈에 끼어 뭔가 정보를 모아보고 있는 듯 했다.

레이나는 루시엔과 베이커드의 요리가 테이블에 올라올 즈음 식당으로 내려왔다.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