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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막간 - 메로메로 마고 (14)





내게 남은 시간을, 마고를 위해서 쓰기로 결정했다.

왜 그렇게 납득이 빨랐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증거는 내 기억에 새겨져 있었다.
함께 했던 마고 외에는, 풍경도, 주변에 있던 사람도, 날씨도-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잊어버린게 아니라, 그것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소중했던 시간들을 훼손하면서까지, 마고가 지키고자 했던 것.

그것은 나였다.





마고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아니, 이 세계 자체에, 도망 갈 곳이 그렇게 크게 남아있지 않았다는 게 맞겠지.
아무리 달려봐도 사람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무심결에 스쳐지나가던 부분들이 회색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이 보인다.

이 세계는 가짜.

그 세계에 속한 나도 가짜.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은
 
뭐였지?

"마고!"

달리다가 넘어진 모양인지, 마고가 학교 복도 바닥에 엎드려 있다.
재빨리 다가가서 일으키려고 팔을 잡자, 마고는 거세게 내 손길을 뿌리쳤다.

"건드리지마!"

"하지만 마고..."

"죽어도 괜찮아! 널 마음대로 만들어내고, 사랑했어! 널 지키는 것도 내 몫이야!"

"네가 죽어버리면 뭐가 남아 바보야!"

"적어도 너는 남아... 꼭 너만은..."

"빌어먹을, 네가 없으면 내가 무슨 의미가 있어!"

마고가 입을 다문다.
나는 마고의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품에 꽉 안는다.

"... 네가 너무 소중해."

그녀를 끌어안는 순간, 가슴에서 그런 말이 들렸다.

그건 누구의 말이었을까?

"미안해..."

마고는 그제서야 몸을 부드럽게 이쪽으로 기대어온다.

"욕심이었어, 내 욕심... 모든 건 다 그래... 내 욕심... 지저분하고 저열한 욕심...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소중해지고 싶었어. 그게 누구든, 누구든 상관 없었던거야."

마고가 나를 올려다본다.

"그런 나를... 비겁한 나를 용서할 수 있어?"

용서, 그 단어에 나는 피식 웃는다.

"그렇게 해서 사랑하게 된게 누구야?"

"... 너야."

나는 마고를 꽉 끌어안았다.

"그럼 용서 할 수 있어, 아니. 넌 내게서는 용서 받을 게 아무 것도 없는거야."

"... 우으으... 그게 뭐야! 도대체 그게 뭐야! 넌 도대체, 날 얼마나 사랑하는 거야? 내가 그 사랑에 얼마나 보답해준 거야? 불안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어. 나, 너를 행복하게 해 준 거야? 모자라지 않았던 거야?"

칭얼거리는 마고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춘다.

"넌 날 만들어 줬어. 그리고 사랑해줬어.

세상에서 가장 좋은게 뭔지 알려줬어.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해.
 
이 세상의 어떠한 창조주보다, 넌 아름다워."

마고는 울어버린다.

나는 오열하는 마고를 가슴에 품고, 그 슬픔을 모두 내 가슴에 토해내길 기도했다.

"나 때문에 울지마... 내 작은 여신님... 내 운명을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





남은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난 이 세상의 어떠한 피조물보다. 행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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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만들어진 영웅이가 참 부럽군요.

다음편에 EN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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