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오버 더 월드 오버더월드 1장-3

azelight 2008.06.04 03:32 조회 수 : 319


오버 더 월드의 능력 차이
슈>>>>>>>>>>>>>>>>>>>>>>>>>>>>>>>>>>>>>>>>>>>>>>>>>>>>>>>>>>>>>>>>>>>>>>>>>>>>넘사벽>>>>>>>>>>>>>>>>>>>>>>>>>>>>>>>>>>>>>>>>>>>>>>>>>>>>>>>매커드>>>>아리키

슈의 능력은 세계를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입니다.
현재는 능력 대부분이 묶여 있는 데다가 본체도 아니라서 공간을 조작하는 정도의 능력밖에 쓸 수 없습니다.
슈는 현재 최종 보스라고도 할 수 있는 '밤의 군주'보다 더 강합니다.
대충 1턴 내에 끝낼 수 있을 정도? 최종 봉인이 풀린 후 스펙이지만...
참고로 최종 버전에 본신합체 초 각성 버전 슈는 겔럭투스와 실버에이지 슈퍼맨이 저스티스리그를 데리고 와도 짱 뜰 수 있으며
투드가 와도 맞설 수 있을 정도 로 강함;;; 뭐 안나오지만;;;
어차피 소사나에도 넘사벽 아루세나인이 있으니 최종 버전 본신합체 초 각성 슈라도 별 수 없지만;;;

그런데 웃긴전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록 더욱 먼치킨이 되어 간다는 겁니다.
너무 파워쪽에만 신경쓰는 건가;;;

*************************************************************************************************************************
 크라드는 목욕을 마치고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그가 누운 침대 옆에는 그의 짐들이 놓여 있다. 여행을 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장비들이었지만 그의 마법가방은 확장된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겉보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짐을 담고 있었다. 거기다가 무게도 일정이상 늘지 않는 편리한 가방이었다. 상아탑에서 독점 판매하는 이 가방은 이제는 모험가들의 필수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지만 단점이 있다면 입구보다 큰 물건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샤드가 안내한 손님방은 거실에 비하면 한결 검소해 보이는 방이었다. 창문이 없긴 하지만 영구적인 주문에 의해 유지되는 신선한 공기 덕에 밖에 있는 것처럼 상쾌하게 느껴지는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마법적인 결과물에 거부감이 있는 그이기에 이런 상쾌함에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움을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는 마법이건 마법사건 상성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결국 ‘훗.’하고 크라드는 자신이 떠올린 생각에 피식 웃었다. 도저히 불평을 할 처지가 아니다. 더 끔찍한 일을 매일 당하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 있으니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당시 그 것을 찬성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도 후회하고 있기도 하다.

점차 우울한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서 크라드는 머릿속을 정리할 겸 가방에서 한 개의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것은 상아탑을 통해 매커드가 보내온 것으로 속에 적혀있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인 것이어서 사실 크라드도 잘 믿기지 않았다. ‘어둠의 교단의 부활 조짐. 최대한 빨리 올 것. 이상의 내용은 비밀로 할 것’ 글쓴이의 성격이 드러나는 짧은 글이었지만 내용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둠의 교단’은 옛날 ‘밤의 군주’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그의 힘을 숭배하던 어리석은 자들의 모임이었다. 그들은 ‘밤의 군주’가 지배하는 힘인 하위차원의 원기로부터 불멸과 힘을 추구하는 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8년 전 거의 멸절시키다시피 한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 왠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매커드가 말한 이상 사실일 것이다. 어차피 ‘밤의 군주’가 돌아온다는 사실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들의 재림도 예정되어 있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모두에게 비밀이라니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크라드는 내던지듯 시선을 돌려 방의 한구석을 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어느 샌가 매커드가 나타나 자리 잡고 서있었다. 그는 이 공간의 주인으로서 어느 장소에건 원하는 때에 존재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깜짝 놀랬을 지도 모르지만 대충 이때 쯤 올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크라드는 덤덤히 매커드를 맞았다.

 

“필요한 자들에게는 모두 알렸네. 몰라도 될 자들에게 쓸데없이 이야기를 퍼뜨리지 않을 자들로 말이지.”

 

실제로 크라드가 매커드의 요구를 지켰다는 사실을 돌려 지적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매커드는 사실 그대로 말하고 있을 거라고 크라드는 생각했다. 크라드가 아는 한 매커드는 그런 재치 있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덤으로 무뚝뚝한데다가 재미없기까지 한 사람이라는 것은 그를 알고 있는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 별 수 없지만 말야. 나에겐 책임지는 자리가 있다고 그 정도 사정쯤은 생각해서 불러줬으면 좋겠어.”

 

“다음에는 고려해보지.”

 

“하아. 부디 그렇게 해줘.”

 

크라드는 자신의 불만을 한마디로 넘겨버리는 매커드에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면은 아마 평생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한숨 쉬는 크라드를 두고 매커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건은 거기에 적힌 대로네. 상아탑의 예지술사들은 최근 ‘어둠의 교단’의 준동을 예지했네. 근시일 내에 일이 일어날 것 이라는 군. 그리고 그 사실을 뒷받침할 몇몇 증거들도 발견했지.”

 

매커드는 그렇게 말하고 소매에서 작은 막대를 뽑아 들어 하나의 상징을 그렸다. 상징은 처음에는 그저 빛의 윤곽이었다가 점차 구체화 되더니 마지막으로 영기를 품은 뿔이 붙은 하악골이 없는 해골의 문양이 되었다. 그 문양은 ‘밤의 군주’의 해골투구에서 모습을 딴 ‘어둠의 교단’의 상징이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불길한 밤의 상징을 보며 크라드는 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 상징을 본 것은 ‘밤의 군주’의 죽음의 기사였던 탈로즘아이와의 최종 결전 때였다. 1:1로 승부를 냈던 그 때 탈로즘아이는 저 상징이 새겨진 갑옷을 입고 있었었다. 숙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상대였기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네. *매우* 오랜만에 보는 것이지. 신성왕국 북서쪽의 히야스라는 마을에서 발견한 거네. 작은 개척촌인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몰살 되었지. 워낙 외진 곳인데다가 왕래가 없다시피 한 곳이어서 표적이 되었던 듯하네. 그곳에서 이 상징과 함께 뭔가 의식을 치른 흔적도 발견 되었지.”

 

“잘도 그런 곳을 찾아냈군.”

 

“상아탑의 예지술사들의 예언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요원들이 좀 고생하기는 했지. 그럼에도 예상외로 빨리 찾아냈네. 이게 얼마만큼의 시간을 따라잡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일세.”

 

매커드는 상징을 지웠다. ‘어둠의 교단’의 검은 상징은 불길한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그는 다시 막대를 소매 속으로 집어넣고 수정구를 꺼냈다. 그리고 오직 입꼬리만을 올려 웃으며,

 

“그리고 아주 재밌는 사실이 있지. 보게나.”

 

라고 말하며 수정구에서 떠오르는 영상은 의외의 것이었다. 그것은 반 토막이 난 부패된 ‘어둠의 교단’의 신도의 시신이었다. 전혀 외향이 변하지 않은 검은 색의 로브와 옷에 금빛으로 새겨진 ‘밤의 군주’의 문양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적대적인 세력인지 우연히 지나가던 모험가였는지는 알 수 없네. 적어도 그 자는 이들이 ‘밤의 군주’를 모시는 ‘어둠의 교단’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 같아. 단순히 사령술사들이 일을 벌인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그가 뛰어난 실력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어둠의 교단’의 사령술사들을 상대로 승리했으니까 말이네. 지금 상아탑에서는 보다 많은 정보를 위해 그의 흔적을 쫓고 있다네.”

 

“확실히 괜찮은 솜씨군. 마을이 몰살된 뒤라면 아무리 허약한 사령술사라해도 상당한 세력을 갖춘 뒤였을 거니까.

그래서?

이 자를 고용해 보려는 건가?“

 

“가능하다면.” 매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보면 그리 가능성이 있어 뵈지는 않는 군.”

 

그렇게 말하는 매커드의 표정에는 전혀 아쉬움이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슬슬 대 불사자들과의 재대결을 준비해야한다는 말이로군. 돌아가면 바빠지겠는데.”

 

크라드는 침대 옆에 세워두었던 자신의 대검을 쓰다듬었다. 갑옷과 검, 방패가 일체가 된 마도기인 이 무구는 ‘밤의 군주’를 물리치기 위한 여정 중 선조민이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어떤 고대 유적에서 얻은 물건으로 이제는 그의 마창과 검은 비룡의 입상과 함께 가장 애용하는 무구였다.

아무래도 천양철퇴기사단을 움직일 생각을 하는 듯한 크라드에게 매커드는 고개를 저음으로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어 쐐기를 박듯 말해주었다.

 

“돌아갈 여유는 없을 거네. 우리는 모두 모이는 대로 당장 출발해야만 하니까.”

 

“뭐? 그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당신은 몰라도 나는 천양철퇴기사단의 단장이라구. 내버려두고 싶을 때 내버려 둘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냐. 게다가 아까 고려해 준다며!”

대경실색을 하며 크라드가 외쳤다. 이미 몇 번이나 당해온 만큼 어느 정도의 선까지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막무가내였다. 그러나 매커드는 크라드의 반발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우린 그렇게 여유롭지 않네. 비록 일부나마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한시라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 여유라고 낼 수 있는 시간은 내일 하루 정도네. 그래서야 신성왕국의 근처도 다녀올 수 없지.”

 

“그래도 말이지...”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서신이라도 써두게. 상아탑을 통해 전달할 수 있도록 할테니. 아마 안델들도 내일 늦게까지는 도착할 것 같네.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매커드는 그렇게 마지막말을 통보하고는 사라져버렸다. 크라드는 “잠깐!”하고 외쳤지만 그의 외침은 공허하게 허공에 흩어지고 매커드에게 닿지 못했다. 결국 크라드는 혼자서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정도로 골 아프게 될 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한숨 밖에 안 나오는 크라드였다.

그러다가 문 듯 뭔가 걸리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크라드는 깨달았다. 누구에ㄷ게도 말하지 말라는 조건 때문에 언급하지는 않았다. 말마따나 매커드는 그가 말해야할 사람들에게 알아서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있었다. 어째서 슈가 이 사실을 모르는가?

 

‘어째서 이 사실이 슈에게도 비밀인 거냐. 그녀의 존재는 오로지 이때를 위한 것일 텐데.’

 

크라드는 침대에 드러누우며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잠이 들 때까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도저히 짐작되지 않았다..

 

새벽이 오고 슈는 잠에서 깨어났다. 영소계에 존재하는 마법적인 공간이었기에 외부의 모습을 알 수는 없지만 슈는 아직 태양은 뜨지 않았음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슈는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들처럼 일반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사실들을 정확히 파악했다.

 

“후.”

 

원래 이른 시각에 일어나는 편이지만 오늘의 아침은 평소보다 빨랐다. 이유라면 뭔가 불길한 꿈같은 것을 꿨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꿈인지 그저 불길함에 대한 감각인지에 대해서는 그녀로서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 드문 일이지만 그녀의 정신은 혼란스러웠고 기억의 일부가 엇나가 있었다. 어쩌면 무언가 어두운 존재와 마법적 혹은 영적인 접촉을 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예상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슈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슈는 더 이상 떠올리려는 것을 그만 뒀다. 그녀가 잊어버리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음에도 잊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뭔가 강력한 힘이 슈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었다. 슈는 아주 예상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꿈의 내용보다는 이 불길함이 무엇을 예지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슈는 그녀 자신에게 몇 가지의 예지 마법을 영구적으로 걸어두었기 때문에 이런 단편적인 감각들은 앞일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또한 예상하는바와 같을 지도 모른다.

 

“시간만 낭비했군.”

 

멍청했다는 듯 슈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대단히 유능하긴 했지만 그 유능함에 비해서는 가끔 헛점들을 종종 보이곤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너무 신중하고 생각이 많다는 단점 있는 것이었다. 슈 스스로도 자신의 그런 점을 알고 있긴 했지만 고칠 생각도 없이 내버려 두고 있었다. 일상에서라면 몰라도 중요한 순간에서 그녀는 결코 그런 단점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특히 전투 중에는.

“약한 빛이여.”

 

천정을 향해 말하자 주황색 빛의 구체가 천정의 중앙에서 나타났다. 촛불보다 조금 밝은 수준의 빛이 방안을 가득 비추며 내부의 모습을 드러냈다. 침대와 책상 하나 그리고 온통 벽을 둘러싼 책장들과 그 속을 가득 채운 책들만으로 가득한 단순한 모습이었다. 그 외에 특정한 장식이나 다른 가구들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작은 도서관 같은 모습이었다.

슈는 잠시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했다. 일찍 일어나 버렸지만 다시 잠들기도 그런 기분이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슈의 특성상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의 존재는 매우 찜찜하다. 마치 화사하고 화려하게 그려진 풍경화 위에 검은 점 같은 얼룩이 하나 찍혀있는 것 같은 그런 위화감이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까지 잘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 사이에 조금 갈등하던 슈는 조금 이른 아침을 맞이하기로 하고 명상을 위해 바닥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이 명상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가장 올바른 상태로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최적화하기 위한 행위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마법사들만이 행하는 것이었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일상의 계획표에 맞추기 위해 슈는 조금 길게 명상 속에 빠졌다. 그 속에서 구체적인 구성의 체계를 재정립하고 육체와 정신에 최적화 시키며 소 프라나를 동기화하여 비전술의 사용에 적합하게 변화시키는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평소보다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극소의 미미한 부분조차 오차를 바로잡아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평소에 명상을 마치는 시간에 돌아오자 슈는 눈을 떴다. 시간이 남는 만큼 공을 들였지만 실제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는 미미했다. 그래도 분명 가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일들 중 의미가 없는 것은 없었다.

그녀의 일상의 시간표대로라면 다음은 아침 식사를 할 차례였기에 슈는 문을 열어 복도로 나섰다. 그러자 어둡던 복도에 절로 불빛이 들어와 복도를 비췄다. 자욱한 비전원기의 불빛이 자색으로 복도의 천장에서 빛나고 있었다. 영소계에 위치한 이 저택은 영소계와 걸쳐져있는 비전차원(다른 이름으로는 대 프라나 계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비전차원이라고 부른다.)의 영향을 극도로 받기 때문에 일어나는 형상이었다. 딱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기에 방치되고 있지만 집의 내양을 음침하게 보이게 하는 일에 한 몫하고 있긴 했다.

비전차원에서 비롯되는 희뿌연 안개가 가득하고 벽에는 화려한 부조가 새겨진 복도를 걸어 슈는 1층에 위치한 식당에 도달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그 곳에는 크라드가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슈의 표정은 보기 싫은 것을 봤다는 듯 눈썹의 끝이 살짝 올라갔다.

 

“여.”

 

크라드는 고기를 썰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는 슈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슈는 얼쩔 수 없다는 듯 “후.”하고 짧게 숨을 내뱉고는 그대로 표정을 정리한 후 크라드의 인사에 답해줬다.

 

“일찍 일어났군.”

 

“어쩌다보니 일찍 자게 돼서 말이지. 그나저나 여기는 아침이 제법 빠르군. 아직 이스마일의 빛이 닿으려면 아직 멀었지. 아마.”

 

그렇게 말하며 크라다는 슬쩍 벽에 걸린 시계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확실히 부지런한 농부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답변을 해 준 것은 슈가 아니었다.

 

“시간이란 항상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네, 크라드. 자넨 마법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군.”

 

예상외의 목소리에 놀란 크라드가 움찔하며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매커드가 서 있었다. 놀란 크라드에 비해 슈는 익숙한 것인지 예측하고 있었던 것인지 무덤덤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슈는 그녀가 자리에 앉아 어느새 나타난 샤드가 그녀 앞에 내려다주는 음식들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제대로 차려진 크라드와 달리 슈의 식단은 밀가루와 우유로 만들어진 스프와 꿀과 함께 반죽한 옥수수 빵이었다.

 

“놀래잖아. 매커드. 대체 왜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거야?”

 

어제는 매커드가 출현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런 식의 깜짝 출현은 심장에 좋지 않다고 크라드는 생각했다. 대장이 갑작스럽게 요절해 버려도 그의 기사단원들이 슬퍼 해줄까는 의문이었지만... 아니 그가 없어도 왠지 그의 부관들과 부단장의 손에 의해 기사단은 잘 굴러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막 들기 시작하는 크라드였다.

 

“편리하기 때문이지.”

 

크라드의 내적갈등과는 상관없이 매커드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준비할게 많으니 말이야. 크라드. 어떻게든 시간을 가낄 필요가 있어. 나라고해서 이런 때 뭘 해야 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네. 8년 만에 전원이 모이는 것이니 조촐한 파티라도 연회라고 열까 하는데”

 

“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크라드가 매커드를 보았다. 심지어 슈마저 잠깐 손을 멈춰서 동요를 드러냈다. 그 매커드가 뭔가를 기념하며 연회를 연다니 뭔가 말도 안 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연회를 연다고 했네. 거참 그렇게 놀랄 필요까지야 없지 않은가? 아무리 각자 목적이 달랐고 지금은 갈라섰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밤의 군주’에 맞서서 함께 싸웠던 동지일세. 이 정도야 나로서도 충분히 할 만하지.”

 

매커드는 크라드의 반응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슈 역시 그의 발언에 놀랐었지만 워낙 미미한 반응이라 매커드는 눈치 채지 못했다.

 

“으음. 이거 경천동지할 일일세. 그렇다면 이제부터 준비해야 겠군. 그들이 대체 언제쯤 도착하는지는 알 고 있어? 아, 그 보다 급하다고 안했던가?”

 

“하루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했네. 그리고 안델들은... 거리를 생각할 때 적어도 오후는 되어야 도착할 걸세. 최단 시간으로 계산 한 것이니 조금 오차가 있긴 하겠지만 말일세. 이미 음식의 대부분은 준비해놓았네. 보존주문을 걸어놨으니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문제없을 거야. 곧 있으면 테드릴과 테레사도 올 테니 자네만 도와준다면 시간 내에 마칠 수 있겠지.”

 

“테드릴과 테레사라. 좋아. 나로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시끌벅쩍한게 더 좋기도 하고. 하지만 직접 잡일을 해본 건 모험가 시절의 잠깐이 다인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건 걱정할 필요 없네. 샤드가 도와줄 태니까.”

 

충실하고 완벽한 하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역장체인 샤드를 가리키며 매커드는 말했다. 그는 이 완벽한 자신의 창조물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듯 자랑스러운 기미를 얼굴로 보였다. “그렇군.”하고 크라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려고 할 때 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잠시 만요. 아버님. 오늘도 아리키가 올 텐데 수업은 어떡하실 생각이신 거죠?”

 

“그렇군.” 슈의 말에 아리키에 대한 것을 떠올린 듯 매커드는 조금 생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고는 “그럼 아리키의 수업은 너에게 맡기도록 하마. 너에겐 우리의 기념일을 도울 만큼의 의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죠.”

 

슈는 식기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두 사람이 오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는 식사를 마친 모양이었다. 샤드가 그녀의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슈는 그런 샤드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슈는 다시금 대화를 개재하는 두 사람을 두고 식당에서 빠져나갔다.

 

 

언제 나와 같은 시각에 아리키는 매커드의 공방에 도착했다. 봉인된 문을 허가된 자의 반지로 열고 들어온 그녀는 마치 자신을 기다린 듯 서 있는 슈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좋은 아침, 언니. 스승님은 역시 공방에?

 

“아버님이라면 어제 도착한 친구를 만나느라고 바쁘셔. 그래서 오늘은 어제처럼 나와 수업을 할 거야. 어제 만들어 준 구성은 확실히 익혔니?”

아까 식당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따스한 표정으로 슈는 말했다.

 

“에... 그게 해석에 실패했어.”

 

어제 만들어준 구성의 해석에 실패했다는 것을 고하는 것이 부끄러운 듯 아리키는 고개를 숙였다. 기껏 슈가 만들어준 것인데 해석에 실패하여 옮겨 쓰는 중에 소실해버렸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창피한 것이었다.

 

“그래? 실패했구나. 하긴 간신히 주문을 시전해서 완성시키는 정도이니 한 번에 성공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럼 오늘 수업을 시작해볼까? 수련실은 답답하니까 오늘도 나가서 하도록 하자.”

 

탁탁하고 아리키의 머리를 두들긴 슈는 아키리를 데리고 마을로 나섰다. 아리키는 “아아. 이럴 거면 그냥 마을 밖에서 만나자고 알려주지.”라고 푸념을 하며 슈를 따라왔다. 그리고 “뭔가 손해 본 듯한 기분이야.”하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입구를 지키는 자경당번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을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리키가 슈에게 질문해왔다.

 

“언니. 언니. 그런데 그 손님이라는 사람 누구야? 스승님이 얼굴도 안비치고 언니에게 날 맡길 정도라면 상당히 중요한 사람인가보지?”

 

“흠.”

 

슈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아리키의 질문에 답해줬다. 아리키는 자신이 제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에 따라 매커드에게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물론 절대 그럴리 없다는 사실을 슈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속으로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8년 전에 ‘밤의 군주’와의 싸움에 대해서는 알지?”

 

“응.”

 

아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8년 전 ‘아룬스나웰의 검은 숲’에서 부활한 ‘밤의 군주’와 맞서 싸운일곱명의 대적자들이 있었다. 신성왕국의 강대한 군세와 장려한 상아탑의 마법사들, 검은 숲의 엘라드린과 환수, 정령, 용들을 이끌고 3주간의 격전 끝에 그들을 물리쳤던 것이다.

아리키는 그 영웅들중 한명이 매커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인 위브가 매커드에 대해서 이미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6인의 동료들과 함께 ‘밤의 군주’와 싸워 그를 봉인한 영웅들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매커드는 요양을 위해 상아탑의 동기인 위브가 있는 마을로 왔고 그대로 눌러앉게 된 것이었다. 아리키의 기억으로는 슈는 이미 그때부터 매커드의 양녀로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때 함께 했던 동료야. 크라드 루스흔 데나일이라는 이름으로 현 천양철퇴기사단의 단장이지.”

 

“천양철퇴기사단의 단장?”

 

예상 밖이었는지 아리키가 소리를 높였다. 천양철퇴기사단이란 교단 직속의 기사단으로 그 단장이라 하면 대교사에 준하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왕국에서라면 공작과 동등한 명예로운 직함이었다. 신성왕국에서는 이스마일 교의 최고대교사가 12인의 대교사와 세 기사단의 단장들에 의해 정해져 교리왕이라고 불리는 신성왕국을 이스마일을 대신하여 그 뜻에 따라 통치자가 되었다. 이런 대주교들은 12인의 대교사와 세 기사단의 단장 혹은 그들의 추천하는 누군가에서 뽑혔고 스스로 퇴임하기 전까지 평생 동안 그 직위에 머무르게 되어있었다. 즉 천양철퇴기사단의 단장이라 함은 신성왕국의 교리왕의 후보이자 그 교리왕을 추천하고 선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높은 자리인 것이다. 아무리 매커드가 신성왕국의 영웅이라고 해도 그런 높은 사람까지 찾아왔을 거라고는 아리키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최고위직이지. 다른 국가들에 비유하자면 제후인 셈이니. 게다가 부단장은 고위교사와 동등하고 기사단원은 교사들과 같은 지위라던가. 아무튼 높은 직위지. 하는 짓을 보면 전혀 그렇게 안보이지만 말야.”

 

슈의 평가에 아리키는 호기심을 느낀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슈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런 대단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시골에서 듣기 힘든 만큼 흥미가 생긴 듯했다.

 

“헤에. 어떤 사람인데. 언니랑도 잘 알고 있는 거야?”

 

“잘 알고 있다면 잘 알고 있다고 할까. 천양철퇴기사단의 단장으로 오르기 전인 3년간은 이곳에서 살았었지. 너도 기억날 텐데. 그때야 크라드라는 이름에서 기억나는 거 없어?”

 

슈가 말한 이름을 듣고 잠시 과거의 회상속으로 빠져들던 아리키는 곧 뭔가다 생각났는지 소리쳤다.

 

“에엑! 설마 그 오빠야?”

 

“응. 어때. 절대 그런 중책에 있을 사람 같지 않지.”

 

“응. 응.”

 

아리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슈의 말에 동의 했다. 아리키는 기억 속의 크라드이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가 10살이 되고 매커드의 제자가 되어 그의 집에 가기 전에도 몇 번쯤은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장난기 많은 사람이었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으며 유쾌하고 친절했다. 가끔 마을의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꿀과자 같은 이 근방에서 보기 힘든 값비싼 먹을 것들을 나눠주곤 해서 마을 아이들이 가끔 마을 밖으로 외출하던 그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아리키도 곧잘 과자를 얻어먹곤 했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동네 오빠같은 이미지라서 아리키가 상상하던 기사단장의 상상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최소한 아리키의 머릿속에서 기사 대장 같은 사람은 근엄한 얼굴에 수염을 기르고 딱 부러지는 태도로 모두를 대하며 군법에 철저한 장년에 이른 남성이었다.

 

“정말 믿어지지가 안네. 그 오빠가 천양철퇴 기사단의 단장이라니. 하지만 이 상하게 돈이 많아 보이긴 했어. 그 전에 꿀과자만 해도 1년에 한번 먹어볼까 말까 한 거잖아. 스승님의 제자가 된 후에는 언니네 집에서 언제나 먹긴 하지만.”

 

아리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과거의 기억에서 크라드의 현재 상태를 예상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왠지 ‘돈이 많았던 것 같다.’정도의 기억밖에 건지지 못했다. 워낙 소탈하게 군 탓에 마을 사람들도 그가 귀족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기사단장이라는 사람들은 뭐랄까. 좀 더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 아냐? 그 오빠는 너무 젊은 것 같은데.”

 

“일단 ‘밤의 군주’와의 전쟁에서의 공덕에 지지도가 상당할 걸. 당시 기록들을 읽어볼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사실상 세상의 명운을 건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나봐. 그런 걸 볼 때 크라드가 경험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 오히려 인간보다 강력한 그림자들의 군대와 맞서서 승리했으니까.”

 

“그렇기도 하네.”

 

“응. 응.”하고 아리키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슈는 그런 아리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애 취급한다고 화를 낼 것이기 때문에 꾹 참았다. 또 지금 삐지게 만들면 분명 수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돌아갈 때를 노려서 꼭 껴안아 주기로 하고 슈는 마을에서 적당히 떨어진 장소에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시작하도록 하자."

 

슈는 아리키에게 말하고는 방대한 구성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상쾌하게 말한 이 한마디로 곧 아리키는 지옥을 겪어야만 했다. 오랜 시간동안 슈의 방대한 구성을 해석하고 설명을 듣고 반복해서 사용해보고 구성을 짜보아야 했다. 거기다가 슈는 연속적으로 4개의 구성을 그린다음 이 4개의 구성을 겹쳐 대마법화 시키는 어이없는 기술까지 보여주면서 아리키를 닦달했다. 여느 때 같지 않게 열을 내는 슈 덕에 아리키는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뽑아내 버리게 되었다. 결국 프라나를 한계까지 써버리고 파김치가 되었을 때야 슈는 마법의 시전을 그만두게 했다.

 

“으아아.”.

 

이렇게 아리키가 바닥에 드러누운 상태에서 신음을 울리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별 수가 없었다. 슈의 한심스러운 시선이 있었지만 아리키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듯 표정도 찌푸린 상태에서 펴질 줄은 모른다. 육체나 정신이나 텅 빈 것 같은 고갈감을 느끼고 있을 테니 제정신이 아닐 거다.

 

“벌써 뻗다니. 곤란해. 아리키. 아직 32번 밖에 시전 안했다고. 나는 이렇게 멀쩡하게 하잖니.”

 

슈는 ‘분쇄하는 전광의 견지’를 몸에 두르고 아리키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허공에 32가지의 구성식을 그려 사방을 일순 빛의 문제로 가득 메웠다. 그런 슈가 인간 같지도 않다는 눈으로 보며 아리키는 힘없이 소리쳤다.

 

“그... 그건 언니나 가능한 거고. 헉헉. 난 무리라고. 이미 최대 구성 각인 양도 넘어가 버렸는걸.”

 

“그렇게 한계까지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편하게 하면 구성최대량과 프라나 한계량이 증가하지 않아. 또 각인 한도량은 최대 시전량과는 관계없다고. 마법에선 너의 인지와 의식, 의지야 말로 그 밑바탕을 이루는 근간인 거야. 끊임없이 한계에 다다라 보지 않고 고통 없이는 그런 의지를 키울 수 없고 너의 인지를 넓힐 수도 없어. 참도록 해. 인내가 그대를 강하게 할 것이다. 샤우티 아란은 말했다.”

 

저 동쪽지방에 있는 에우디샤티의 성전에 나오는 현자 샤유타 아란의 말을 인용하며 슈는 다그쳤다.

 

“그렇지만...”

아리키는 뭔가 항의같은 것을 하려한 모양이지만 고통과 헐떡임, 탈진으로 아무 말도 못했다. 슈는 쓰러져있는 아리키를 내려다보며 계속 말했다.

“에우디샤티의 가르침들 중 하나야. 인내가 너를 강하게 할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면 인내일 것이다. 시간이 유한하기에 인내란 가치가 있다. 인내란 너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인내란 흘러내리는 유수가 바위에 구멍을 뚫게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인내랑 최후의 일점을 꿰뚫을 힘이며 바늘로 성벽을 무너뜨림과 같다. 알겠니? 너 자신의 견고함과 진중함, 때를 읽어내는 힘들은 모두 인내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이것들은 모두 마법사에게 필요한 것이고, 고통을 받고 너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은 이 모든 것을 한층 더 올려 줄 거야. 지금의 너에게 꼭 필요한 요소들이지.”

 

단호한 어투로 슈는 아리키에게 말했다. 아리키는 그렇게 단호히 말하는 슈를 원망스럽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꺾이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슈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리키도 알고 있었다. 마법이란 원래 배움으로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몇 안 되는 학문으로 마법을 배운다고 함은 생명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각오를 했으면 이 정도의 각오는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설령 아리키가 의지를 가지고 고통을 감내한다 하더라도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마지막 주문이 실패했을 때 그녀의 몸의 프라나는 모두 산산이 흩어졌고, 구성의 파괴와 함께 아리키의 정신에 약간의 타격을 입힌 상태여서 몸도 정신도 엉망이었다.

 

“으으.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단 말이야.”

 

아리키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며 말했다. 용 써보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가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한계인 모양이었다. 슈는 그런 아리키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별 수 없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키지 않는 듯했지만 연습을 마치기로 하며 슈는 아리키를 들어 등에 업었다. 어제에 비하면 상당히 이른 시각이었다. 아직 해가 막 정오를 가리켰을 뿐. 축 늘어진 아리키를 요령 좋게 등에 업은 슈는 마을을 향한 발걸음을 옮겼다. 슈는 방금 전의 충고의 뒤를 이어 등에 업힌 아리키에게 말했다.

 

“그리고 말야. 어느 정도 체력을 길러둬야 해. 마법이란 정신력에 그 사용량이 달려있지만 결국 소근원이 되는 내적 프라나를 다루는 이상 프라나를 풍부하게 채울 수 있도록 강한 육체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아. 아버님은 육체적인 단련은 천박하다고 생각하니 너에게 그런 말은 안 해줬겠지만.”

 

“으응.”

 

졸린 듯한 아리키의 대답이 슈에게 들렸다. 고갈감이 소실되고 극도의 피로감이 그녀를 덮기 시작한 것 같았다. 슈 역시 여러 번 겪어 본 일이기 때문에 지금 아리키의 상태에 대해 대충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인 고갈감 이후 극도 긴장상태가 유지되다가 프라나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육체와 정신은 이완되고 강한 피로감이 정신을 덮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허탈감을 경험하지 않고서야 마법사라고 칭할 수 없다. 모든 마법사들은 마법을 연구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겪어 보는 일이고, 겪지 못한 행운아에게는 일부러 겪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매커드는 유능했던 건지 아리키를 한계 상태까지 보내지 않고 잘 유도하여 가르쳐 왔었던 것이다. 어째서 그런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탈진을 겪지 않고서야 자신의 한계를 짐작할 수 없고 한계를 모르는 마법사는 결코 유능한 마법사가 될 수 없다. 마법의 대가란 그 강력함 보다는 활용과 깊이라는 점에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 것이다. 한계를 모르는 자가 깊이를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줄곧 아리키를 지도하는 입장에 서 있던 슈도 곧 그녀를 더 이상 가르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매커드가 그의 동료들을 소집했다는 것은 적이 나타났다는 것이고 아마도 그 적은 ‘어둠의 교단’이라고 불리는 ‘밤의 군주’의 추종자들일 것이다. 매커드는 당장은 그녀에게 비밀로 하고 있지만 슈가 모를 수가 없었다. 예지의 주문들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현명했고 곧잘 주변 사람들의 의중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지켜본 바 매커드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볼 것도 없이 명확하다. 그 두려움의 대상은 아마도 그녀 자신. 그럴 수밖에... 그가 자신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그녀는 몇 만 번이고 매커드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조만간 슈는 ‘어둠의 교단’과의 싸움에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밤의 군주’가 나타나 그녀를 쓸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슈는 어떻게든 헤어지게 될 아리키를 생각하면 조금 걱정이 되었다. 뛰어나지만 아직은 어설픈 마법사인 슈의 사매는 이 마을에 있는 이상 ‘어둠의 교단’과의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 슈는 되도록 그렇게 되질 않길 바라고 있었다.

 

“아리키.”

 

그녀의 등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아리키를 슈는 불렀다.

 

“아리키.”

 

하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잠들었거나 피로감에 좀 비몽사몽한 상태가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아리키.”

 

“응? 으응.”

 

세 번째 부름에 아리키가 반응해 왔다. 어께에 묻었던 얼굴을 드는 감각이, 서로의 머리카락을 스치는 느낌이 느껴져 온다.

 

“상아탑에 갈 생각은 없어?”

 

“상아탑? 왜?”

 

“그야. 여기선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거기서 배울 수 있을 거니까. 네 계통은 우리와는 달라서 나나 아버님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들은 이제 슬슬 한계야.”

 

“하지만 아직 가르쳐 준 것도 제대로 못하는 걸. 게다가 난 마을을 떠날 생각은 없어.”

 

진지한 주제 덕에 정신이 들었는지 아리키는 조금은 또렷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곳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바깥에는 전쟁도 있고 괴로운 일도 많다지. 나는 이 위브에서 마법으로 사람들의 농사를 돕고 가끔 닥쳐온 위협을 피하고 농사일을 하고 일 년에 한번 있는 축제를 준비하며 두근거리는 일들이 좋아. 그리고 언니와 스승님 외의 사람들에게서 마법을 배우고 싶지도 않고.”

 

“헤헷.”하고 애교있게 웃으며 아리키는 슈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러니.”

 

“응. 언니. 후... 나 피곤해. 미안하지만... 좀.. 잘게... 그런데... 이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난다...”

 

아리키는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곧 ‘색. 색.’하고 느릿한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정말로 잠이든 것 같았다. “응. 그러네.” 슈는 그렇게 답했다. 처음 아리키를 만났을 때는 들토끼를 쫓아 달려온 아리키를 보았을 때였다. 그때 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슈에게 아리키는 호기심을 보였지만 슈는 무시했고 아리키는 울면서 돌아갔었다. 두 번째에 만났을 때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은 숲에서 다친 그녀를 보았을 때였고 그녀를 이렇게 업고 돌아왔었다. 아리키는 아직 그때를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아리키는 그 후 마법을 배우고 싶다며 어머니인 위브에게 때를 써 매커드의 제자로 들어왔었다. 확실히 재능은 있었기에 받아들였지만 마법의 재능이 부족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의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음을 무릅쓰고 매커드와 크라드, 테드릴, 테레사, 이 네 명과 필사적으로 맞서 자유를 찾았을까? 아니면 죽음을 맞았을까. 그도 아니면 순종했었을까.

 

“흠.”

슈는 고개를 돌려 어께에 다시 기대있는 아리키의 머리끝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알고있니?’ 슈는 마음 속으로 아리키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있기에 이 곳에 내가 있어.’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그런 미소였다. 아리키에게도 보여준 적은 없다. 어떤 얼굴일지는 자신도 잘 모른다. 어쩌면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지. 슈는 생각했다.

아리키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뜻을 따를 마음을 먹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슈의 머릿속을 채웠다. 이제 와서 그 결심을 바꿀 생각은 없다. 단지 한숨을 쉴 뿐... 그들은 아직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고 슈 역시 자신의 생각을 알려줄 생각은 못 느꼈다. 좀 더 두려움에 떨라지.

슈는 마을을 향해 우울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