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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lude
때로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당연히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그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있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 마치 지금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나의 서번트처럼.

무언가 말을 찾기 힘들었다.
성배 전쟁이 시작한지 30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첫 번째 리타이어의 주인공이 벌써 나타나리라고는, 그 것이 나 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나의 서번트를 완전히 침묵 시켜버린 백의 기사

통상의 공격은 완전 무시.

B 랭크의 보구 역시 효과를 주지 못했다.

급하나마 지원한 나의 마술은 볼 것도 없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에게 접근도 하지 못한 채 나의 마술을 소멸시킬 정도의 대마력을 가지고 있는 서번트.

랭크 C의 보구가 A~A+랭크의 통상 공격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데미지를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그 보구의 힘을 완전히 “무시” 해 버렸다.

게다가 어디에선가 본 듯한 기사의 검.

‘성스러운’ 이라는 수식어만이 어울릴 듯한 순백의 기사와 그 검은 너무나 어울렸다.

보구까지 쓴 서번트의 공격을 완전히 무시하고 단 일격으로 서번트를 소멸시킨 기사는 검을 거두고 물러났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던 사내가 천천히 걸어서 앞으로 나선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새하얗게 변해버린 머리는 특별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때?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것이?”

기사의 마스터가 입을 열었을 때 나온 말은 너무나 친근한 말투였고, 때문에 나는 순간 긴장이 풀려버려 무의식적으로 반문하고 말았다.

“뭐?”

“거기까지.”

특별한 대답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단숨에 내 눈 앞으로 도약한다. 무슨 일인지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하복부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아?”

잘은 모르겠지만 아프다. 새하얗게 타 버린 머릿속은 붉게 변색되어가고 무언가 토해내고 싶은 입은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숨을 쉬기 위해서 애를 쓸 뿐이었다.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어. 아쉽게 되었군.”

귓가에 들려오는 속삭임은 감미롭다고 할 정도의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칭찬할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마스터. 굳이 저항할 힘도 없는 상대를 벨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흰색의 기사는 자신의 마스터를 그렇게 힐책한다. 하지만 그의 마스터는 뻔뻔하다고 하고 싶어질 정도로 당당하게 대답한다.

“그렇기에 널 시키지 않은 거지. 죽은 뒤에도 그 기사의 예의라는 것에 신경을 쓰는 건가?”

기사의 예의 ‘따위’ 라고 하지 않은 것이 그의 서번트가 자신의 주에게 검을 들지 못하게 한 마지만 사슬이었다. 기사는 노골적인 적개심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내가 죽은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건 나는 기사다. 그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 나와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을 뭐라 하기는 싫군. 뭐. 좋아.”

그렇게 말한 뒤 그의 마스터는 몸을 돌려 전장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 기사에게는 할 말이 남아있다.

“앞으로 저항하지 않는, 저항할 힘이 없는 상대에게 검을 들 경우, 날 말리기 위해서는 령주를 써야 할 것이다. 마스터.”

“마음대로.”

우습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그의 마스터는 빠른 걸음으로 전장을 벗어났다. 순백의 기사 역시 잠시 죽은 소년에게 애도를 표한 뒤 자신의 주를 따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Interlude out





성배 전쟁의 시작. 그 것은 지금까지와는 그럭저럭 선을 유지하고 있던 날개와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의미와 같았다. 실제로 그 이후로 날개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가만히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

.......

............

.................

안돼

이래서는 될 것도 안돼.

게다가 학교에서도 항상 서로를 경계하고 지내야 할 지도 몰라.

수업 시간에도 싸늘
쉬는 시간에는 마주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점심 시간에는 서로 신경 쓰다가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사망...



도리도리



머리를 거세게 흔들어 쓸데없는 잡념을 떨쳐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망상 수준이지만....... 뭐. 어쨌든 확실한 것은 무언가 상황을 타개시킬 만한 카드가 필요할 것 같은데.......

1. 날개에게 말을 건다.
2. 캐스터에게 말을 건다.

....... 어이. 왠 선택지야?
뭐. 어쨌든 이 상황을 바꾸려면 어떤 말이든지 꺼내 봐야 할 것 같다.

“저기. 날개야.” / “가람아. 할 말이.......”

그 순간 어째서인지 우리는 꽤나 닮은꼴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덕분에 더 어색해 졌다는 것.

물론 그 것은 잠시 뿐이었지만.

“하아. 먼저 말할게. 좋아. 우리 손잡지 않을래?”

그렇게 말한 날개는 자신의 손으로 뻗어가는 내 손을 ‘짝!’ 소리가 나도록 쳐 준 다음에 평소와 같은 미소와 함께 내 눈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눈동자.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 반칙이야. 그런건.

“대답....... 안 해줄 거야?

....... 아아. 그러니까 그런 말투도 반칙이라니까. 일단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걸.

그리고 굳이 그렇게 확인 할 것도 없잖아. 내심 나도 바라고 있던 일인데.

너와는 싸우기 싫었으니까.

"응. 바라던 바야."

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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