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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lude

손가락 끝을 베어 내자 검붉은 혈액이 흘러내린다.

똑!

작은 병 속으로 핏방울이 떨어진다.
오래 전부터 모아 온 마력이 담긴 약품 속에 피가 떨어지자 그 시약병 속의 액체가 선홍빛으로 변했다.

오늘을 위해 지난 1주일 동안 쉬지 않고 현자의 돌에서 마력을 추출해 냈다.

100년을 살아도 한 번 보기 힘들다는 현자의 돌을 단 1회의 소환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에 행하는 것이다.

마력은 없다.
단지 지식만이 남아있을 뿐.
그렇기에 보통의 방법으로는 소환을 할 수가 없다.  

변칙적인 소환.

하지만 보통의 마술사들이 소환하는 것에 비해 밀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누가 뭐래도 소환의 진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현자의 돌,  그 자체로 보아도 무방하니까.

“고한다.”

소환의 진을 완성한 뒤 가운데 ‘그 것’을 놓고 영창을 시작했다.

마력이 실리지 않은 영창. 마력을 가진 마술사들이 보기에는 이 행동이 우습게 보이겠지.

하지만 그 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


[인간의 말은 곧 그의 마음이며, 인간의 마음 그 자체가 마술이다.]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렇다. 그 들이 말하는 마력이라는 것이 실리지 않아도 인간이 하는 말 자체는 모두 마술, 즉 ‘기적’을 행할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대의 몸은 나의 곁에,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월륜의 마력 아래, 그대를 구속하는 사슬을 끊고 나의 부름에 응하라!”

순간 방 안에 미약한 바람이 분다. 현실에 관여하지 않는 주변의 마나가 소환의 의식에서 발하는 마력에 휩쓸리고 간섭하며 그 여파를 다른 곳에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느끼지 못한다고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방안에 소용돌이 치고 있는 엄청난 마력을!

그리고 그 바람이 잠잠해 질 무렵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여성을 볼 수 있었다. 차가운 눈빛을 가진 긴 검은색 머리칼의 그녀. 나의 서번트는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며 물었다.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소환은 성공. 그와 함께 왼팔의 전완 위로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이른다. 붉게 빛나는 령주. 이 것이 바로 서번트 소환의 증거.

“맞는가보군.”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선언했다.

“계약은 완료되었다. 나는 그대의 서번트이며, 그대는 나의 마스터. 그대를 지킬 검이 될 것을 맹세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 말을 이으려다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끊었다. 뭐. 그녀의 행동은 이해가 간다.

“보다시피. 마력의 공급은 없습니다. 정식 마술사가 아닌 지식만을 가진 연금술사라 말이지요.”

“반칙 소환이라는 건가?”

내 말을 들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꼈다.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이럴 경우 그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을 터.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것은 조금 핀트가 어긋난 말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불려올 일이 없는 내가 이 곳에 왔겠지.”

“.......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 난 본래 영령이 아니다. 이 곳에 올 일은 없지. 그런데 불려온 것을 보니 평범한 마스터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의 서번트가 된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소환진의 한 가운데 놓여 있던 ‘그 것’을 들어 올렸다.

서번트를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 즉, 그 서번트와 관계가 있는 물건. 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가지고 있었을 리 만무했다. 그나마 하나 있던 아조트 검 역시 그녀의 소환을 위해 현자의 돌을 빼내어 폐기되어 버렸고.

그렇기에 사용한 그 물건을 바로.......

“적어도 이렇게 아직도 살아 숨쉬는 듯한 심장을 소환의 매개체로 이용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겠지.”

“인간의 몸에서 심장은 모든 마력과 생명력이 응집되는 곳이니까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심장을 쥐어 터뜨렸다. 그녀의 손목을 따라 미처 다 굳지 않은 끈적한 혈액이 흘러내린다.

“뭐. 이왕 소환된 것. 마스터의 뜻에 따라볼까. 평범하지 않은 마스터의 아래라면 분명 내가 있을 만한 곳이겠군.”

“.......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마력의 공급을 받아야 겠지요.”

결국 내가 먼저 말을 꺼내게 되었다. 마력의 공급을 받지 못하는 서번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을 소모해 이 곳에 남아있어야 하며 그 만큼 전투를 비롯한 모든 일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사람들의 살해를 통한 마력의 흡수. 즉 제 2요소인 정신이나 제 3요소인 혼을 식사로 마력을 보충하는 것이다.

그녀는 내 말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분명히. 마력의 공급에 대해서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알다시피 난 평범한 영령이 아니라 마스터로부터의 마력의 공급이 없어도 상관없으니까.”

“에?”

다르다. 내가 뜻한 것은 이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나 역시 살인이라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것은 인간이라는 나의 범주 안에서 일 뿐, 연금술사라는 계산된 인간의 범주 안에서는 필요악인 것이다.

즉, 나는 이 전쟁을 치루기 위해 영주를 사용해서라도 그녀에게 사람의 혼을 먹으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특별히 사람을 살해하지 않더라도 나는 마력의 공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지.”

하지만 그녀는 그 것을 거절했다.

자신의 가치관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아니다.

마력의 공급 없이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는 영령이 아닌 서번트.

그 것이 바로 내 눈앞에 서 있는 여성이었다. 모든 서번트의 가장 기초적인 상식을 무시하는 서번트가.

“그럴수가. 대체 당신은.......?”

때문에 그 어처구니없는 말에 난 잠시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에 그녀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누구냐고? 클래스는 버서커. 진명은.......”

그렇게 밤이 깊어간다.

Interlude out




"이해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설명해.“

“정말로 이해 한거지?”

“그렇다니까.”

날개와 실랑이를 한 지 이미 2시간. 이미 동이 터 오고 있었다. 3월초인 만큼 6시도 넘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대로 밤을 새 버렸다는 이야기.

그녀의 말은 이렇다. 성배 전쟁이라는 것은 7인이 모두 모이지 않는 한 시작되지 않는다. 물론 그녀가 내게 건 싸움은 성배 전쟁과는 관련이 없었기에 실제로 죽일 생각도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살아남은 것이지 실제로는 앞으로 그럴 경우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잡을, 아니 왠 소 잡는 것처럼 달려든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은 것은 나 역시 내 목숨이 아까워서 였다고 할까.

“그럼 성배 전쟁은 언제 시작하는 건데?”

“그건 곧 알게 될.......”

하지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한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 역시 정신을 집중한다. 그와 함께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보통의 소리가 아닌 마력이 울리는 소리. 강대한 마력이 퍼져나가며 령주에 관련한 자들을 깨우고 있었다.

“방금 전은?”

그 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려 그녀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이미 스스로도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그 종소리는 틀림없는.......

“아아. 시작되었어. 7명이 다 모였나보네.”

시작의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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