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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가 어제 말했던 대로 오늘은 별다른 수업을 하지는 않았다. 오리엔테이션이라는 명목 아래 길어야 1시간 정도 학생들을 붙잡아 놓고 강의 계획을 이야기 하거나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 뿐. 그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인지 군데군데 빈 자리도 상당수 눈에 띄고 있었다.

오늘의 2번째 수업을 시작한지 20분 정도 만에 교수는 이야기를 끝마치고 강의실 바깥으로 나갔다. 그와 함께 의자 아래 놓여있던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12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 시각. 오늘은 강의가 오전에만 있기에 이후에 특별히 할 일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집으로 돌아가 어제 못 다한 마법 수련이나 해볼까 하고 강의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날 붙잡았다.

“벌써 가는 거야?”

나를 잡은 것은 다름이 아닌 진영이. 강의실을 나서 복도를 걷는 나와 걸음을 맞추는 진영이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휴게실로 향했다. 어제 일에 대해 진영이는 특별히 무언가 말을 하지 않았다. 상당히 궁금해 하는 것 같았지만 내게 신경을 써 주는 것이리라.

그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뭐 마실래?”

커피 자판기에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 집어넣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물었다. 진영이가 평소에 마시는 것은 레몬 홍차. 하지만 알면서도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는지 난 무의식적으로 진영이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블랙커피”

그리고 내게 주문된 레시피에 별 다른 의문도 없이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 서 있는 것은.......

“진영이가 커피를 마실리가 없다고 생각했지.”

“뭐. 상관없잖아? 어차피 한 잔 정도는 더 마실 수 있지 않았어?”

날개는 시원스럽게 웃으며 램프가 꺼진 자판기의 문을 열고 커피를 꺼내들었다. 옆에서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 있는 진영이에게 나도 한 번 웃어준 뒤 레몬 홍차의 버튼을 눌렀다. ‘딸깍’ 하고 종이컵이 떨어지는 소리. 난 잠시 기다렸다가 홍차를 꺼내어 진영이에게 건내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야지만 말을 걸 수 있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안에서 커피를 꺼내어 내게 건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반환되는 50원을 꺼낸 뒤 자신의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 어이.”

“너무 쩨쩨하게 굴지 마. 겨우 50원 가지고 뭘 그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거야?”

“자취생에게는 10원을 아끼는 것도 중요해.”

난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내 말에 날개는 다시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치며 입을 열었다. 어제는 몰랐는데 날개는 꽤나 잘 웃는 성격 같았다. 적당히 긴 검은 머리카락에 동안, 시원스러운 웃음은 새삼스레 녀석이 상당한 미인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뭐. 커피 한 잔의 대가치고는 비싸지만 점심은 내가 살게. 학생 식당이라도 상관은 없지?”

“사양은 하지 않을게. 그럼 진영아 너도.......”

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곳에 이미 진영이는 없었다.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 버린 녀석. 화장실이라도 간 것인가 했지만 녀석이 나와 이야기 하던 도중에 아무 말 없이 화장실 같은 곳을 가는 녀석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I cossed the valleys the dust of midlands
To search fot the third key to open the gates
Now I`m near the altar.......]

익숙한 음악이 들려온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핸드폰 너머로 진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기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응? 아니야?]

“아니야!”

[아니었다면 아닌게 아닌 것으로 만들면 되겠지?]

“무슨 헛소리야! 너!”

[내일 봐~♡ 잘해봐~♡ 보고해야해~♡]

그 것으로 끝이었다. 진영이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난 한참동안 이를 박박 갈면서 애꿎은 핸드폰만 노려볼 뿐이었다.

“오해받은 거야?”

“오해라기보다는 녀석이 쓸데없는 망상에 휩쓸린 것뿐이야.”

난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잘됐네. 안 그래도 단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이 다음에 이어진 말은 꽤나 크리티컬 어택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오늘 밤, 좀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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