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SRW DG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4

카루나 2003.12.19 16:56 조회 수 : 448

주위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카프네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걸어
들어갔다. 짧은 연보랏빛 머리칼이 흔들릴 때마다 희미한 꽃향기가 풍긴다. 조금은 작은 키.
상당히 귀여운 이미지지만 그와는 달리 차가우기까지 한 무표정한 얼굴에는 어떤 움직임도 느
껴지지 않는다. 그런 상반된 모습과 함께 그녀가 했던 단 한 마디의 말 때문인지... 드림 하
트에서 그녀에게 무어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볼 뿐.

문이 열리고 통제실로 들어간다. 특별한 검사는 받지 않았다. 통제실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
는 눈길에 일일이 응대한 뒤 고개를 들어 히로를 바라본다. 히로 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은 지루해지기까지 하는 대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후에야 나
카프네는 입을 열었다.

“말씀 드렸다 시피... 타일런트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히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입막음을 해 놓아서였을까? 특별히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뭐라고 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습니까?”

분명히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그도 냉혈한은 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히로의 목
소리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나카프네의 목소리는 점점 더 무미건조하게
바뀌어간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한 사람에게 품속에서 작은 디스크를 꺼내 주었다.

“친구로서 전하는 마지막 말이라고 하더군요.”

푸른빛이 감도는 디스크. 히로는 승무원이 전해 준 디스크를 받아 들고 가만히 그 디스크를
바라보았다. 나카프네는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히로가 하는 행동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 히
로는 가만히 그 디스크를 집어넣고 안에 있는 데이터를 읽어 들였다. 안에 들어 있는 데이터
는 몇 개의 문서 파일과 함께 음성 파일. 일단 히로는 그 음성 파일을 재생시켰다.

데이터를 읽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만큼 이 안은 조용했다. 숨쉬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고요함. 하지만 그 고요함은 갑자기 들려온 잡음에 깨져버렸다. 지직 하는 잡음과 함
께 들려오는 목소리. 너무나 작으면서도 선명한 목소리. 너무나도 그리웠던 목소리. 조금은
떨리는 듯한 그 목소리는 숨 쉬는 것조차 가쁜 것 같았다.

[...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군....]

그 곳에서 나온 목소리는 타일런트의 목소리였다.

“응. 아쉽게도 말이지...”

히로는 너무나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자신의 친구와 바로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
기 하는 것처럼. 그리고 타일런트는 그런 히로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훗... 하고 웃더
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래 줄 것이라고 믿겠어...]

10분도 안 되는 짧은 이야기. 유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친구의 부탁. 히로는 재생이 끝나고도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런 히로를 주위에서는 걱정스럽게 바라만 볼 뿐. 단지
나카프네만이 아까와는 다르게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띄며 서 있을 뿐이었다. 히로를 증오했
던 자신의 마음은 사라져 있었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어느 정도 눈치 챈  타일런
트의 설명에 빠져있던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히로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굳어져 있는 표정. 그런 그를 보며 나카프네는 가만
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히로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이다. 나카프네는 가만히 눈
을 감고 숨을 고르더니 몸을 돌려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깊숙히 몸을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녀는 몸을 들지 않았다. 계속 자신의 몸을 숙이고 있을 뿐. 몸을 들 경우 엉망이 된
자신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아 차마 얼굴을 들지 할 것 같았다. 히로는 그런 그녀를 보고 실린에
게 그녀를 데려가 달라고 말한 뒤에 디스크를 빼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는 듯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
다. 다만 그의 추측일 뿐. 어쩌면 그는 불확실한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그런 도박을 하
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그의 승리가 불확실한 싸움
을 완벽한 승리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렇게 있을 수많은 없다. 누가 뭐래도 그의 친구의 부탁
이니까.

자신의 친구가 남긴 4가지 중 첫 번째. 아마도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때 까지는 상당
한 시일이 소요될 지도 모른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친구에게 맡기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친
구. 히로는 그의 친구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 얼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히로는 디스크를 들고 통제실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오늘은 잠을 자지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이 디스크에 있는 다른 파일들에 대한 분석 때문
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의 친구에 대한 마지막 애도를 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친구의
손에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한 사람에 대한 애도를...

“그래. 네 녀석의 마지막은 내가 되어 주겠다.”


\\\\\\\\\\\\\\\\\\\\\

오랜만에 업뎃 합니다.

조금은 급하게 써서 그런지 뭔가 느낌이 안 오는 글이 되어버렸군요.

이제 곧 FINAL BATTLE 인가...

긴 여정의 끝이 보입니다. [먼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 기동악당전설 nightmare 9화 유민 2003.12.31 516
88 기동악당전설 nightmare 8화 유민 2003.12.31 495
87 기동악당전설 nightmare 7화 유민 2003.12.31 365
86 기동악당전설 nightmare 6화 유민 2003.12.31 455
85 기동악당전설 건담nightmare 5화 유민 2003.12.31 421
84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프롤로그 : 조금은 이르지만 만회를 위해 [4] 카루나 2003.12.31 521
83 SRW DG - In the Earth - 에필로그 [11] 카루나 2003.12.30 660
82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11 [5] 카루나 2003.12.30 517
81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10 [4] 카루나 2003.12.30 469
80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9 [3] 카루나 2003.12.30 571
79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8 [3] 카루나 2003.12.30 539
78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7 [2] 카루나 2003.12.30 435
77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6 [9] 카루나 2003.12.28 439
76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5 [5] 카루나 2003.12.28 471
75 SRW DG 외전 - 04. 온천장에서의 2박 3일 4화 [6] 카루나 2003.12.28 516
74 SRW DG 외전 - 04. 온천장에서의 2박 3일 3화 [1] 카루나 2003.12.25 1120
73 SRW DG 외전 - 04. 온천장에서의 2박 3일 3화 [Full Ver.] [1] 카루나 2003.12.25 992
72 SRW DG 외전 - 04. 온천장에서의 2박 3일 2화 [13] 카루나 2003.12.21 690
» SRW DG Chapter 07. Will of Man - 04 [10] 카루나 2003.12.19 448
70 SRW DG 외전 - 04. 온천장에서의 2박 3일 1화 [3] 카루나 2003.12.18 746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