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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5. The Monster - 01

카루나 2003.09.28 22:02 조회 수 : 625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브레인 브레이커를 몰아 겨우 드림 하트에 수납한 슈안은 지친 몸
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갔다. 히로에게 말해 자신은 방은 조금 구석진 곳에 따로 떨어져 있
게 해 달라고 한 것이 지금은 후회된다고 할까?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착
한 자신의 방. 불하나 켜져 있지 않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천천히 몸을 옮기던 슈안은 누군
가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 있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인상
을 찌푸리는 슈안의 귀에 들려온 것은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직은 어린 소년의 목소리...

“오랜만이군.”

“이 목소리는... 아크인가? 오랜만이라고 할 것도 없을 텐데. 매일 보는 형편에.”

빈정대는 투로 말하는 아크의 말에,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지어주며 슈안은 차갑게 대
꾸했다. 지금은 그를 상대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아크는 그런 그를 노려보
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주먹을 감싸는 푸른 기운. 형상화된 염동력.

“모르는 체 하지 마라. 세이피어드. 내가 언제까지 기억을 잃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이피어드는 고개를 들어 아크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과는 달리 세이
피어드의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브레이커를 보는 순간 기억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더불어 그 전함이 어떤 것이었는
지도. 자신과 그 전함. 그리고 눈앞에 있는 소년의 관계까지.

“브레인 브레이커의 염동력에 의해 완전히 바보가 된 줄 알았는데. 단지 기억을 잠시 잃
었을 뿐이라니. 대단하군.”

“네 녀석에게 칭찬 따위 듣고 싶지 않다!”

아크는 그대로 달려가 세이피어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을 노리고 곧게 뻗어나가는
주먹. 하지만 세이피어드의 눈에는 너무나 느리게 보일 뿐이었다. 주먹을 들어 뒤로 당겼
다가 앞으로 내지르는 순간. 이미 세이피어드의 머리는 그 주먹이 그릴 잔상을 그려냈고,
왼발을 축으로 해서 가볍게 몸을 비트는 것으로 주먹을 피해냈다.

“아직도 멀었군. 탈리온.”

탈리온. 그 것이 아크의 진짜 이름이다.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불려졌던. 세이피어드는
오른팔로 탈리온의 손목을 잡은 뒤에 그대로 왼팔로 강하게 팔꿈치를 밀어 올렸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팔이 바깥으로 접혀버렸다. 이 것으로 먼저 오른팔을 봉쇄하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세이피어드의 무릎이 탈리온의 배를 가격했다. 순간 중심을 잃고 쓰
러지는 탈리온. 그런 그를 보며 세이피어드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정신계 염동력자가 물질계 염동 따위에 손을 대니 이렇게 되는 것뿐이다. 네 녀석처럼
어설픈 물질계 염동 따위, 단순한 격투기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이 자식...”

“더 이상 말하고 싶지는 않다. 탈리온. 하지만 이 것만은 알아둬라. 지금 나는 너의 적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있을 경우, 이번에는 네 녀석의 기억을 부수는 것으로 그치
지 않을 것이다.”

세이피어드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크. 아니 탈리온은 그
의 뒷모습을 이를 갈며 바라볼 뿐이었다.





“큭... 크크... 크하하하하..”

사내는 웃고 있었다. 미친 듯이. 대체 무엇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초점을 잃은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눈동자는 너무나 불길한 붉은 색이었다. [그]의
일족 소유였던 전함.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소유인 전함. 이 거대한 전함은 현재 이 지구상
의 그 어떤 전함보다 강했다. 자신을 따르는 수십 명의 목숨과 바꾸어 빼앗은 이 전함은,
잃어버린 자신의 수하들보다 더 값진 것이었다.

“이 힘이다. 그래. 이 것이다!”

다시 한 번 광소를 터뜨리는 사내. 이성이라고는 한 올도 남지 않은 듯한 그의 모습을 옆
에 서 있는 한 여성은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우연히 이 전함을 본 뒤로 그의
마음은 모조리 이 전함에 빼앗겨 버렸다. 그 뒤 50명이 넘었던 자신 휘하의 부하들을 희생
시켜가며 겨우 빼앗은 이 전함. 이 전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 이후
몇 달간 이 전함의 개조에 몰두했다.

빔 미러를 장착하고, 염동력 증폭 장치와 염동 필드 발생 장치를 단다. 그 외에 수많은 개
조를 하면서 그는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을 오래 전부터 지켜봐 온 그
녀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부탁이었기
에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다.

“나카프네.”

“네.”

언제부터인가 그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기 시작했다.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주종관계라고
해도 맞다고 할 정도로 그는 그녀의 위에 올라서려 했다.

“다음 목표는...”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낸다. 언제부터일까. 한 없이 어렸던 이 소년이 이렇게
된 것은. 틀림없다. “그”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진정한 친구
라고 생각했나? 아니. 오히려 이 자존심 강한 소년은 자신을 언제나 앞지르는 그를 시기하
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지는 것이 싫었기에 이 전함에 그렇게 마음을 빼앗긴 것일지
도 모른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어린 소년의 마음을 빼앗아 갔다. 순수했던 그를 이렇게 만들어 버
렸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었겠지. 단지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런 행동은 그녀가 마음속 깊이 원하고 있는 것일지
도 모른다.

그래. 당신은 그의,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렇기에

히로. 난 당신을 증오한다.

사내가 하는 말이 끝났을 때, 나카프네는 차갑게 답할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타일런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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