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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4. Love is... - 05

카루나 2003.09.27 21:56 조회 수 : 440

“이거이거. 완전히 맛이 간 생태로군.”

토렌디의 감상은 달랑 저 한마디였다.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한 숨을 내쉰 그는 부서진
기체들의 수리를 할 생각에 절로 아파지는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아 버렸다. 의무병들
이 달려와 완전히 드러난 셰도우의 콕핏 해치를 강제로 열고 카루나를 끄집어 내어 의무실
로 데려갈 때 까지 그의 한숨은 계속 되었다. 이렇게 까지 심각하게 당해본 기억이 없었다.

“일단 기체들을 모두 정비실로 옮겨 줘요. 겉보기에 무사한 녀석이라도 혹시 골병이 들었
을지 모르니 모조리 다. 일단은 아인 핸더 2대를 수리한 뒤에 게이트의 잔해를 치우도록
하죠. 정비반은 모두 정비실로 와 주세요.”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을 잃은 채 의무실로 실려 가는 카루나의 모습을 본 뒤에야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이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게이트에서 기체들의 정리와 수납을 지휘
하고...

“응?”

그의 뒤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한참 소리를 질러대고 있던 토렌디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
는 시선을 느끼고는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 서 있는 것은 기초리였다.

“기초리... 이게...”

토렌디는 도저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완전히 얼이 빠진 듯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
은 채 서 있는 남자는 기초리였다. 순간 풍겨오는 짙은 혈향. 기초리는 완전히 피를 뒤집
어 쓴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작 기초리는 다친 곳이 없었다. 아마도 기초리가 뒤집어
쓴 피는...

“리나는... 무사합니까?”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여성의 안위를 물어보는 기초리. 하지만 토렌디는 알 수 있었다. 이
미 그 여성에게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간신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정
도로 만신창이가 된 여성. 한 때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주목을 받았던 여성.

“하나마씨. 대답해 주세요. 리나는... 무사합니까?”

답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입술을 세게 물었지만 계속해서 떨려오
고 있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기초리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리나는...”

토렌디는 결국 입을 틀어먹고 고개를 숙였다. 계속되는 떨림. 그리고 흐려지는 시야. 답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기초리는 다시 한 번 묻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리 힘이 들어
간 물음. 절규라고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는 물음.

“리나는 무사하냐고 물었습니다! 하나마씨! 대답해 주세요!”

울고 있다. 기초리 역시 울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지만 믿고 싶지 않기에, 그렇기에 아니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토렌디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어느새인가 떨
림은 가라앉아 있었다. 아니,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
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무사하네.”

“... 사실대로 답해 주세요. 리나는...”

“무사해. 사람들은 날 명의라고 부르지는 않아. 명공이라 부르지. 리나는...”

기초리는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말라버린 핏덩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피딱
지들 위로 두 줄기의 붉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떠올
라 있었다.

“리나... 그녀는... 무사해.”




“히로님. 기초리씨가.”

“알고 있다.”

서두르는 렉스파니아와는 달리 히로는 너무나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미 이 이전에 토렌
디가 그에게 전달해 주었었기에.

기초리가 없었기에 게이트가 아닌 격납고에 있던 메카 리나. 덕분에 그녀만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를 타고 드림 하트를 빠져나간 기초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듯이 격납
고의 문을 부수고, 게이트에 있던 잔해들을 치우며 밖으로 나간 그는 순식간에 멀어져 버
렸다. 토렌디가 미리 경고를 해 놓아 리나가 가는 길에 있던 사람들이 피해있었기에 망정
이지 아니었다면 그의 발에 밟혀 죽은 사람들이 속출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히로님...”

“전달해라. 드림 하트의 파일럿 기초리. 전투 중 실종. 행방을 알 수 없음.”

“하지만...”

“그렇게 해. 아마도... 리나에 있던 군의 추적 장치는 토렌디가 처리해 놓았을 테니.”

히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책상위에서 잠을 청
하듯이 양팔 속에 머리를 깊숙이 묻은 그는 한 숨만 내 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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