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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4. Love is... - 03

카루나 2003.09.26 23:58 조회 수 : 463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거냐고~!”

소녀는 절규했다. 어렵사리 고백한 오늘. 그리고 그의 승낙을 받아낸 오늘.[이라지만 과
연 그가 오빠라고 불러도 된다는 말을 단순히 글자 그대로 해석해 승낙한 것인지, 그 안에
있는 소녀의 마음을 알고 승낙한 것인지는 말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두자.] 이런 날, 단 둘만
의 로맨틱한 데이트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가장 만나지 말았으면 하고 빌고 또 빈 사
람들과 딱 마주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엣지 시티]의 크기는 수도 [미연시]의 절반도 안 된다고. 이런 곳에서 결국 움
직일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실린은 그렇게 말하며 잔을 들었다. 언제나 ‘프림은 여자의 적!’ 이라 말하며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반드시 우유를 타서 마시는 그녀의 잔은 오늘도 갈라우로 가득 채워져 있었
다. 커피 2 : 우유 8 정도의 비율로 섞여있는 너무나도 연한 커피. 갈라우를 마시며 그녀는
기분 좋게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젠과 만난 것은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지만 카페 앞
에서 막 들어서려는 카루나 일행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드림 하트 내에 있는 커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지금. 그 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람은 그 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실린의 연인이었
다. 카루나와 제바스티안이야 드림 하트에서 모르면 스파이가 되어 버리는 공식 닭살 커플
이었고, 기초리와 리나의 경우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기초리와의 대화 중에 어느 정도 예
상하고 있던 사람이 많은 터였다. 아젠이라면 얼마 전부터 정비실에 틀어박혀 있기에 토렌
디와 러브러브한 관계가 아니냐는 말들이 오가고 있던 터.

하지만 레이지라 소개한 실린의 연인은, 실린이 자주 이야기는 했지만 이름을 비롯한 대
부분의 것이 겉으로 드러난 적이 전혀 없었고, 게다가 이번에 새로 드림하트에 들어오게
되는 파일럿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화제가 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 조금은 작은
키. 그렇게 눈에 띌 것이 없는 평범한 생김새와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옷과 짧은 머리카
락. 솔직히 외모만 보면 길에 널리고 널린,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 같아 보이지만 실린은 그
가 마냥 좋은가보다. 이렇게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지나가는 휴일은, 조금 짧다는 느낌과
함께 저물어 가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웠어.”

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몸을 돌려 기초리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의 데이트. 비록 단
둘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도 나름대로 즐거웠던 하루였다. 오늘이 지나면 그들은 또 얼마
간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 한 명은 하늘에서, 한 명은 지상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어렵
게 이룬 사랑이지만 함께할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다. 하지만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현재
만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닌 존재가 사람이기에 하고 싶지 않은 짧은 이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기초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연인을 가볍게 안았다. 주변에 몇몇의 사람들이 지나
가며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부끄러울 것은 없었다. 숨길 것은 없
었다.

“정말... 좋아해.”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였던 말일까... 몇 번이나 말했던 말일까... 그 누군가가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지만, 자신이 저 말을 처음 꺼낸 상대는 그 누구도 아닌 리나였
다.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빼앗은 기초리라지만 그가 바라보고 있는 상대는 단 한명. 아마
앞으로도 이 한명일 뿐... 그런 기초리의 마음을 아는지 리나도 가만히 자신의 연인을 안았
다. 그리고 조용히 웃으며 답해주었다.

“나 역시...”





늦은 저녁. 슬슬 밖에 나갔던 승무원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전과는 달리 상당수 늘어난 승
무원들. 렉스 같은 파일럿을 포함해, 렉슈파니아 같은 비 전투 인원까지 모두 계산하면 거
의 몇 배에 달하는 인원이 드림 하트에 몸을 담고 있게 된 것이다. 여느 때와는 다른 왁자
지껄한 휴일의 저녁. 하지만 그런 짧은, 떠들썩한 고요함은 순간 들려온 날카로운 소리에
묻혀버렸다.

“엣지 시티 상공에 거대 비행물체 출현! 군의 식별표에 일치하는 자료 없습니다! 모델 확
인 불가!”

“엣지 시티 전역에 1급 경계경보 발령! 방위군에서 드림 하트의 출진을 요청 받았습니다!”

“드림 하트 부상! 전 파일럿은 1급 전투 태세!”

“명령 이행!”

드림 하트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몇몇의 파일럿이 돌아오지 않았지
만 기다릴 틈은 없었다. 순식간에 준비를 마친 드림 하트는 서서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
다. 그와 함께 파일럿들은 자신의 기체에 올라타고 발진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과거 휴
케바인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긴장감이 드림 하트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시가지 한 복판
에서 전혀 데이터가 없는 미지의 상대와의 전투. 드림 하트가 떠오른 뒤 처음 맞는 커다란
위기였다.






“저... 저건 뭐지?”

경계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흰 색의 전함이었다. 기초리는 순간
평정심을 잃고 당황해 할 뻔한 자신을 겨우겨우 추스르고는 재빨리 개인 통신기로 드림 하
트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이미 드림 하트가 출발하고 있으니 일단은 잠
시 피해 있으라는 한 마디. 기초리는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듯이 리나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3,40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메카닉들이 전함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실로 두렵다고 하
지 않을 수 없었다. 1대, 2대... 뛰어내린 그들은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지만 단지 그
들이 착지할 때의 충격만으로 거센 진동이 퍼지고 그와 함께 주변의 건물들이 붕괴하기 시
작했다.

뛰어내린 기체는 총 5대. 흰색과 붉은 색의 도장을 한 기체가 2대. 흰색과 검은색의 도장
을 한 기체가 2대. 흰 색과 파란색의 도장을 한 것은 1대. 붉은 기체와 검은 기체는 형제기
인 듯 거의 모습이 비슷했다. 다만 다른 것이라면 장착한 무장이랄까. 들고 있는 무장을 보
면 근접전 형식과 원거리 지원 방식일 것이라 추측되는 무장들이었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파란색의 기체였을까? 별 다른 특징이 없어 추측하기 힘든데다가 기
초리는 불현듯 어디선가 저 기체와 비슷한 디자인의 메카닉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다. 생각이 날 듯 말 듯 했지만 기초리는 더 이상 생각할 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 그 파란색
의 기체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그 5대의 기체는 준비를 끝마쳤는지 서서히 움직이기 시
작했다. 시작은 검은색의 기체 2대. 각자의 숄더 캐논 2문을 내리고 쏘기 시작하는 것을 순
서로 다른 기체들도 주변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귀를 찌르는 비명 소리와 순식간에 붕괴되는 건물들. 주변에서는 계속적으로 폭발이 일어
나고 있었고, 불이 붙기 시작했다. 때 아닌 붉은 화광 속에 검은 실루엣만이 보이는 5대의
거대 병기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기억한 기초리는 다시 달
리기 시작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쉴 틈은 없었다. 머뭇거리면 죽는다. 조금만 더 있
다면 드림 하트가 올 테니, 그 때까지만 버티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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