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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나오는 마술사 가문 문장은 마술각인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해서...

 

* 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맨 마지막 부분에서 다이스를 실패하는 바람에 위화감 체크 실패. 덕분에 플래그를 거하게 꽂았습니다.

 

* 현 시점(3일차 낮)에서 아이리안은 족됐습니다.

 

 

 

 

아이리안, 내 사랑하는 아들.

 

오빠, 오빠!

 

이 어미는 누구보다도 널 아낀단다.

 

안돼, 살려줘, 오빠!

 

그러니 네가, 이 어미의 소원을……

 

 

 

1.

 

아이리안은 지끈거리는 이마에서 손가락을 뗐다. 그리고 늘어지듯이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들이 임시로 머무르기로 한 곳은 아무리 악덕 부동산 중개업자라 하더라도 매물로 내놓기에는 양심이 찔릴 만한 장소였다.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처음 머물렀던 호텔과는 거의 북극과 남극만큼의 거리가 있다 표현해도 무방할 곳이었다.

아이리안은 본디 느긋하게 숨쉬기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 머물게 되어도 상관하지 않는 넉넉한 성정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잠자리의 변화에 유일하게 불만을 표현할 사람은 실더 뿐이었으나, 그녀는 현재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생각하느라 번민에 잠긴 참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주위에는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보다도 짙은 적막만이 자리하게 되었다. 아이리안은 자신이 실더를 남기고 잠들었을 때도 이렇게 조용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더.

 

아이리안은 조잘거리며 그에게 불평과 불만을 꾸준히 건의하거나, 다양한 표정변화를 보여주었던 실더의 모습을 잠시 떠올렸다. 실더에게 어느새 익숙해졌던 모양이었다. 카페를 나온 직후 영체화 하여 사라진 실더가 보여준 마지막 표정은, 그때까지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아니지. 아이리안은 실더가 얼핏 비슷한 표정을 보여준 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소환 직후, 실더가 어처구니없이도 방패 뒤로 숨어버렸을 때였다. 아이리안이 다가갔을 때 실더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공황에 빠져 얼어붙어 있었다. 그 때는 아주 잠깐 뿐이었기에 아무 말 없이 넘어갔지만.

 

원래부터 조용한 사람이 말수가 없어져도 개운치 않을 판에, 그냥 놔두어도 통통 튀어다녔던 사람이 갑자기 침묵을 고수하는 것은 좋은 상황이라 여기기 힘들다. 아이리안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이봐."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리안은 다시 말했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실더는 묵비권을 고수했다.

아이리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더."

 

 

침묵.

 

 

"랜슬롯 따님."

 

"모르는 사람이에요."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들렸다. 화가 났음이 분명한 목소리였다. 아이리안은 곧 바로 앞에서 눈썹을 찡그린 모습으로 실체화 한 실더의─아차, 하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리안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 작용하는 것에서 잠시 놀랐고, 다소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네 아버지 아니었어?"

 

 

이미 실체화해버렸으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실더는 다시 영체화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되도 않는 도발에 걸려든 자신이 분했는지, 실더는 입술을 앙다물고서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맞지만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그렇다면 그런 거에요. 랜슬롯 경은 그냥 포도알이에요. 흥."

 

"포도알?"

 

"그래요.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잠시만 한눈 팔면 아무데나 가버리는 포도알!"

 

"왜 화를 내는 거야?"

 

"안 냈어요!"

 

 

실더는 고집스럽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아이리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고. 목끝까지 올라온 말을 애써 밀어넣으며 아이리안은 말했다.

 

 

"알았어. 고민하는게 꽤나 많은 모양이군."

 

 

실더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번에는 다시 공포와 절망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면서.

 

 

"사실 나도 궁금하기는 해. 왜 성배와 함께 승천했다는 네가 성배전쟁에 소환이 되었는지, 왜 아서 왕의 이름만 나오면 지금처럼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건지."

 

 

실더는 고개를 들었다.

 

 

"마, 말도 안되는 소리,"

 

"거봐, 목소리 떨리는 거. 허세부리는 건 그만둬."

 

"……."

 

"걱정하지 마. 지금 얘기해달라고는 안 해. 전쟁에 도움 안되는 그런 고민일랑 빨리 털어버리고 싸우기나 하라고 말하지도 않을 거고."

 

"그,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수는 없어요……!"

 

 

아이리안은 알면서 그러고 있느냐고 비꼬지는 않았다. 아이리안은 말했다.

 

 

"당장 해결되는 고민도 아니잖아."

 

"……."

 

 

실더는 다시 의기소침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이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3일은 길겠군. 반나절은 너무 짧고.

 

 

"내일 밤."

 

"네?"

 

"내일 밤까지, 잘 생각해봐."

 

 

그때까지 고민이 해결이 안되면, 그건 그 때 얘기하고. 아이리안은 말을 맺었다.

실더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를 바라 보다가, 천천히 끄덕였다.

 

 

 

 

2.

 

"저기, 샤오. 봐봐! '오늘의 운 : 오후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쓰고 바닷가에 가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어요'래!"

 

"아가씨가 정신 연령이 낮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런 걸 믿고 있는 건가요? 거기서 좋은 일이 생길 테니 집을 파세요, 라고 나오면 팔 것도 아니면서."

 

"치이, 그 정도는 아닌 걸 뭐! 집을 파는 건 정확한 계산과 예측이 필요한 다른 문제지만, 선글라스 좀 끼고 바닷가에 가는 것 정돈 아무 문제 없잖아! 오히려, 샤오샤오야말로 너무 딱딱해! 이런다고 손해가 되는 것도 아닌 걸!"

 

"물론 아가씨한테는 손해가 아니죠. 단지, 아가씨가 바보짓을 했다가 사고를 치면 제 손해는 됩니다. 제가 다 뒷처리를 해야 하니까요. 저번에도, 그렇게 했다가 우락부락한 아저씨들과 마주쳤던 걸 잊었어요? 크리스토퍼 씨 휘하의 사람들이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그리고, '오후에' 선글라스를 쓰고 바닷가에 가라니. 12시부터 18시까지 바닷가에서 내내 멍청하게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다닐 건가요? 너무 뜬금 없어. 딱 봐도 조회수를 높이려는 거짓 정보잖아요."

 

"아, 그러고보니 거기에 맛있는 일본 음식점이 있대."

 

"내 말 듣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귀가 막힌 건가요?"

 
 

 

 

3.

 

비록 실더가 (정신적으로나마)자유 시간을 갖게 되긴 했지만, 그것이 곧 그들의 휴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참여한 전쟁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본 아이리안과 실더는, 그들이 아침에 강한 마술사의 기척을 네 명이나 감지한 일은 애피타이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의문의 소년을 만나는 동안 교외에서는 서번트 간의 '충돌'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 댐이 폭발하여 산림지가 통째로 폐쇄되었다. '전쟁터' 안에 구룡성─천지가 개벽하는 정도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침묵을 지키는─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는 더 클 터이다. 영령들이란 다 저래? 아이리안은 솔직하게 질문했다. 실더는 잠시 고민의 늪에서 올라와 새침하게 대답했다. 전 저렇게 과도한 화력 없이도 적이랑 싸울 수 있어요.

 

 

"세이버로 소환됐어도?"

 

"당연하죠."

 

 

아이리안은 실더가 세이버였다면 허리춤에 있는 검을 휘둘러 화려한 빔을 날렸더라도 이상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실더는 '실더'였으므로 더 이상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리안은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추적하는 보구는 없나?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데."

 

"……."

 

 

실더는 침묵했다. 그리고 말없이 아이리안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그들은 걷고 있었다. 도심외곽의 도로에서부터 바닷가까지.

방을 나서기 전 아이리안은 그들의 행선지를 바닷가로 결정했다. 바닷가에 가지 말라는 소년의 말을 무시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더없이 존중했기 때문이었다.

 

 

"함정이라면 그냥 빠져주면 되는 거고, 진짜 거기에 뭐가 있다면 진실을 말해준거에 기뻐하면 돼."

 

 

적어도 아이리안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실더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실더는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 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렇다면 더욱더 확인해야지. 뭐가 뭔지를 알아야 제대로 대비를 할 거 아냐."

 

 

다른 사람이라면, 거리를 두는 태도이긴 했어도 간접적이나마 호의를 표한 사람의 말을 그렇게 들어서는 안된다고 적극적으로 반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성배전쟁에 소환되었고, 도시 안에 왕이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복잡해진 실더는 아이리안을 설득할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바닷가를 향해 출발했다.

택시를 타서 목적지를 말하고, 도착할 때까지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느긋한 여정. 전쟁에 참가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조로운 여정이었다. 차를 세운 택시기사가 이쪽 길로 조금만 가면 바닷가가 나온다 말하며 돈을 챙겨 떠날 때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한참을 걸어도 도로 뿐이고, 바다가 그다지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리안은 여정에서 '순조로운'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멀리 던져버렸다.

 

 

"내가 설마 이국만리까지 와서 사기를 당하게 되다니……."

 

 

아이리안은 민간인에게는 크게 마술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자신의 신념을 잠깐 깰지 고민했다. 택시기사의 얼굴은 이미 기억해두었다. 원혼들을 보내서 악몽에 시달리게 하면……

 

 

"마스터, 나쁜 생각 하지 마세요."

 

"애초에 나쁜 짓을 한 건 저 쪽이잖아."

 

"하지만 그 사람도 먹고 살기 위해서─"

 

"사람을 도로 위에 내려놓고 도망가버렸지. 이봐. 아까부터 이렇게 걸었는데 힘들지도 않아?"

 

"전 서번트인걸요. 힘들면 말씀하세요. 제가 '직접' 마스터를 업고 달려가드릴테니."

 

 

아이리안은 실더가 '직접'에 힘을 넣어 말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리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냥 걸으면 되잖아."

 

 

대답에 만족했는지 실더는 조용해졌다. 사기꾼에게 준엄한 질책─내용물이야 어쨌든─을 내리려던 계획을 애써 마음 구석으로 밀어넣고 아이리안은 발을 움직였다.

 

 

 

 

4.

 

"아무도 안 오잖아요. 아예 오늘 여기서 텐트치고 잘까요?"

 

"그치만, 그치만 아직 오후인걸!"

 

"오후는 열두시에서 여섯시에요. 지금은 밤이라고 하는게 맞을 텐데요. 벌써 열댓살이나 먹었는데 그것도 몰라요?"

 

"으으으……."

 

"마지막으로 저녁만 먹고 들어가요. 일본 음식점 있다면서요."

 

"알았어……."

 

 

 

 

5.

 

조용하지만 힘들었던 우여곡절 끝에 아이리안과 실더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어느새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 시간. 검은 밤하늘에 섞여들였을 바다는 한줌의 달빛과 별빛, 그리고 멀리 보이는 마천루의 불빛을 빌려 스스로를 구분짓고 있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진 풍경이었고, 실제로도 실더는 잠깐 멈춰서서 동그란 눈으로 풍경을 바라 보았지만, 아이리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먼 거리를 걸어와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닷가에는 많은 것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없었다. 지극히 보통의 바닷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마술적인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년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이리안은 잠깐 고민하다가 그 가설을 부정했다. 처음 만난 실더의 진명을 알 정도의 존재였다. 실더에게는 함정이라면 빠져주면 된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아이리안은 그 정도의 사람(사람인지 서번트인지조차 알수 없었지만)이 고작 함정을 치기 위해 바닷가를 언급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무언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보이지 않게 해두었든, 복잡한 마술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드러나지 않게 해 두었든, 아예 다른 방법을 썼든간에.

 

뭐가 해안가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데, 그걸 파헤치려면 어떻게 숨겼는지부터 알아내야 한다니. 머리가 아파와 아이리안은 이마를 짚었다.

 

일단은…… 

 

 

 

 

6.

 

"런던 박물관도 식후경이랬어."

 

 

아무도 믿지 않을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아이리안은 가게의 문을 열었다. 계속된 행군으로 아이리안은 배가 고팠고,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아이리안이 그저 배가 고프다는 이유만으로 삼천포로 빠진 것은 아니었다. 아이리안이 사용하는 마술은 잠깐만 정신을 놓아도 원령에게 잠식될 위험성이 큰 마술이었다. 아이리안은 지금의 몸 상태로 마술을 시도했다가는 숨겨진 무언가를 찾기는 커녕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물론 배가 고프다는 이유가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딸랑, 하는 경쾌한 소리─아이리안은 하마터면 작은 장식에 머리를 맞을 뻔했다─를 들으며 아이리안은 성큼성큼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탁자 위에 엎어졌다.

 

 

"어휴, 삭신이야.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여기저기가 다 쑤시네."

 

「…….」

 

 

실더는 영체화를 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실체화 중이었다면 일행이 아닌 척해야 했을테니까.

하지만 탁자에 엎어진 아이리안은 실더의 표정을 알 수 없었고, 때문에 조금 시간을 지체한 후에야 다시 똑바로 고개를 들었다……가, 눈이 마주쳤다.

맑은 푸른빛 눈이었다. 인공적인 분홍색을 띈 머리카락은 어깨를 넘어갈 정도로 길었고, 양쪽이 붉은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세심하게 관리받은 흔적이 보이는 얼굴은 희었다.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린 모습이 경쾌한, 퍽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소녀. 소녀는 마치 신기한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아이리안을 보고 있었다. 그야 그럴 만도 하군. 아이리안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반쯤 비뚤어진 선글라스─덕분에 아이리안의 왼쪽 눈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를 걸고 잔뜩 지친 걸음걸이로 들어와서 탁자에 푹 엎어진 외국인. 확실히 흔한 광경은 아니었다. 뭐, 어때. 아이리안은 빙긋 웃고는 탁자에 방치해두었던 손을 들어 소녀에게 흔들었다.

 

 

"HI~"

 

 

뜻밖에도 소녀는 반갑게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 돌아오리라고 예상했었기에 아이리안은 조금 놀랐다. 아이리안은 잠깐 생각했다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시야가 달라 귀찮았기에 선글라스는 완전히 벗어두었다).

 

 

"안녕, 아가씨. 아가씨도 혹시 여행중인가?"

 

「마스터. 꼭 랜슬롯 경 같아요.」

 

「……작업거는거 아니야.」

 

 

신랄한 염화에 아이리안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로서는 정말이었다. 소녀에게서는 마력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따라서 소녀는 일반인일 것이다. 높은 확률로 외국인이겠지만, 어쩌면 이 근처에 살지도 모르는. 외부인인 그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해안일 뿐이지만, 소녀가 보기엔─소녀가 현지인일 경우─무언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을 되짚어 본 아이리안은 그것이 소위 작업거는 멘트 같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꽤 싸구려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이리안을 보고 있던 소녀는, 곧 입을 가리며 까르르 웃었다.

 

 

"그렇게 보였어요? 아니, 아니에요~ 나는 여기 사는걸요. 그치만요 오빠야, 나니까 괜찮지,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면 본토의 무서운 아저씨들이 잡아갈거에요!"

 

"그러려고 말한게 아닌데…… 아무튼, 충고해줘서 고마워. 주의해두지."

 

"응, 응. 그러는게 좋을 거에요.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험악한 사람들이 거리에 죽 나왔는걸! 그치, 샤오?"

 

 

샤오? 아이리안은 눈을 돌려 소녀가 바라보는 곳을 시선에 담았다. 묵빛 머리카락의 소년이었다. 동유럽계로 보이는 소녀와는 달리 동양인 같았지만, 정확하게 동양인이라기에는 전혀 그리 보이지 않는─ 국적도, 민족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용모였다. 나이는 소녀의 또래 정도일까. 아이리안이 남자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소년이 말했다.

 

 

"맞는 말씀이에요, 아가씨. '며칠 전부터 험악한 사람들이 거리에 죽 나왔'죠. 그런데 아가씨는 이런데서 이렇게 한가하게 소바나 드시고 계시고."

 

"아직 열 시도 안됐으니까 괜찮은걸!"

 

"점점 그 괜찮다고 하시는 시간이 뒤로 늦춰지고 있다는 것 아세요?"

 

 

소년의 말에 짐짓 귀를 막는 시늉을 하던 소녀는 마지막 부분에선 정말로 귀를 막아버렸다. 아가씨라니, 소년은 소녀의 집사나 수행원인 것일까. 꽤 고풍스러운 호칭이었다.

 

아이리안은 잠시 자신의 자택을 떠올렸다. 이미 까마득한 오래 전부터 이어져내려온 저택의 유령 집사들과 하인들은 그의 여동생을 그렇게 불렀다. 이제 다시는 듣지 못할 호칭. 아이리안은 물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일순 험악해졌을지도 모를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소년의 설교가 끝나고 나서야 소녀는 귀를 막았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소바를 먹기 위해 젓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리고는 아이리안을 바라 보았다.

 

 

"그런데 오빠는 '여기' 왠일로 오신 거에요?"

 

"여기라니, 바닷가?"

 

"네에."

 

 

아이리안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택시기사가 저 멀리 도로에서 내려주던데."

 

"아, 그럼 사기당하신 거네요."

 

 

소년이 끼어들었다. 아이리안은 고개를 돌려 소년을 응시했다.

 

 

"보시다시피 여기엔 아무것도 없어요. 그나마 건물하고 모래하고 해변하고, 다른 바닷가에 가도 다 있는 것들만 있죠. 여름에 불꽃놀이 축제를 할 때만 좀 사람이 모이겠네요. 이 시기에 관광객에게 추천할만한 곳은 절대 아니에요."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이번엔 순수한 짜증으로. 아이리안은 이마를 짚었다. 사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현지인에게서 듣게 되니 느껴지는 무게가 달랐다. 아이리안은 중얼거렸다. "그렇군." 그리고 다시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소녀는 안됐다는 표정으로 그런 아이리안을 바라 보았다.

 

 

"그래도 바다 구경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가끔 가다 본토의 무서운 아저씨들이 버리는 무서운 것들(아이리안은 자연스럽게 구룡성채에 얽힌 소문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이 떠오르니까 조심해야겠지만! 아,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으려나?"

 

"……나?" 

 

"응응~ 그도 그럴게, 위험한거 거래하고 무시무시한 짓을 눈 깜짝도 않고 저지를 것처럼 잘생겼는걸!"

 

"내가 좀 잘생기기는 했지. 고마워. 기왕이면 앞의 단어들은 빼주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와, 오빠 혹시 나르시스트에요? 아하하, 농담!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겼는걸!"

 

 

소녀는 까르륵 웃었다.

 

아이리안도 웃었다.

 

그러면서 아이리안은 잠시 소녀의 마력을 탐지해보았다. 혹시 소녀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속을 떠보는 것은 아닐까. 아이리안은 성배전쟁에 참여한 마스터이기 이전에 집행자였다.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평보다는 악명이 앞도적으로 높았다. 굳이 소녀가 성배전쟁의 마스터가 아니더라도, 마술사라면 그를 경계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하지만 소녀에게서는 여전히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그가 위험하게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리안은 결론에 약간 실망하며 일반인 행세를 계속하기로 했다.

 

때문에 아이리안과 소녀는 듣지 못했다. "……저 바보 같은." 낮은 목소리로 흘러나온 소년의 중얼거림을.

 

 

 

 

7.

 

"아, 맞아맞아~ 그러고보니 오빠라면 이런 소문도 괜찮으려나?"

 

 

소녀는 탁자 위에 팔꿈치를 붙인 뒤 양손을 들어 깍지를 꼈다. 그리고 그 위에 턱을 올리며 방글방글 웃었다. 묘하게 붙임성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리안은 말했다. 「마스터가 팍팍한 거라구요. 햇빛 아래에 내놓은 귤 같이요.」「시끄러.」

 

 

"무슨 소문?"

 

"얼마전에 말이야, 아주머니가 실종됐었잖아요? 아, 오빠도 알려나? 유명한 사람인것 같던데. "

 

 

아이리안은 어렵잖게 소녀가 말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홍콩의 전 토지관리자이자 일반인들에게는 미망인 갑부로 유명했던 중년의 여성.

 

 

"프리실라 랭 여사 말이지? 그렇잖아도 오늘 아침에 뉴스에서 본 것 같군. 바다에서 발견됐다던가."

 

"응응, 그 사람! 갑자기 그렇게 되어버려서 그 쪽 집안이 난리가 아니래. 재산이 붕 떠버렸으니 너도나도 노리고 달려들거라지 뭐에요. 안그래도 평판이 안 좋았다던데."

 

"평판?"

 

"응~ 매달 남자친구가 바뀌었대!"

 

"……."

 

 

암투, 정략 싸움, 상속권 다툼 등을 예상하고 있던 아이리안은 가십에 가까운 소식에 맥이 풀려버렸다.

소녀는 별로 그의 기색을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소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토미만 불쌍해요. 아직 그렇게나 어린데. 정식으로 당주 승계도 못 받아서 제대로 보호받지도 못한대. 후견인도 별로 못 믿을 사람이라고 하고."

 

"……?"

 

"맞아, 오빠는 토미를 모르겠구나! 토미는 말야,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야. 지금은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어. 아, 지금쯤은 다시 귀국했을지도!"

 

"잠깐. 아들이라며. 그러면 상속권이 있는 거 아냐?"

 

"우음…… 그게 말이지. 그 집안은 뭔가 특별하다나봐. 당주가 되려면 문장……? 반지……? 같은게 필요하대. 그런데 아예 이번에 그 반지까지 사라져버렸다지 뭐야. 불쌍한 토미."

 

 

참 가엾어. 소녀는 그렇게 덧붙이고는 소바를 휘적거렸다. 식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의식에서 우러난 동작 같았다.

휙휙 돌아가는 젓가락을 보며 아이리안은 생각에 잠겼다. 문장 말이지. 영화나 소설에서 유력가들이 손가락에 인장이 새겨진 반지를 끼고 다니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리안은 그것을 글자 그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랭 여사의 집안은 자산가이기 이전에 마술사였다. 그리고 마술사 가문에서 당주 후계자로 내정된 사람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문장이란─

 

─그게 없다고?

 

 

"그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참 세상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아이리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소녀도 그를 따라하듯 어깨를 으쓱였다. 

 

 

"다 그런 관습을 가진 건 아닐걸? 우리집도 딱히 반지 같은 건 없다고 들었어. 그치, 샤오."

 

"……아가씨."

 

"왜? 꼭 비밀로 감춰야 될 것도 아니잖아. 나 숨어다녀야 돼?"

 

 

소년은 입을 다물었다. 소녀는 다시 아이리안을 보며 웃었다.

 

 

"아무튼 내일 밤에 그 아주머니의 장례식이 열린다나 봐. 난 가기 싫은데 샤오가 자꾸 가래. 그런데는 딱딱해서 가기 싫은데. 아, 맞아. 오빠도 같이 가볼래?"

 

 

뜻밖의 지목에 아이리안은 조금 놀랐다.

 

 

"나?"

 

"응, 잘생긴 오빠!"

 

 

어떻게든 아이리안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보이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말은 아니었기에 아이리안은 지적하는 대신 가볍게 웃었다.

 

 

"호의는 고마워. 하지만 가고 싶다고 해서 막 갈수 있는 데가 아닐 것 같은데. 그런 유명 인사의 장례식은."

 

"내가 같이 가면 괜찮아!"

 

"……."

 

 

당황 반 황당 반의 기분에 아이리안은 입을 다물었다. 소녀는 눈에서 빛이 반짝거릴 기세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소녀는 누구이길래 기자들도 함부로 알 수 없고, 알려고 했다가는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일까. 자산가로서의 프리실라 랭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 물론 소년이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높으신 분이기는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이런 가게에는 왜?

아이리안은 잠시 그런 것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어 지워냈다. 그리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 아가씨. 그렇겠지. 그렇고말고."

 

"아, 그거 꼭 샤오 같은 말투! 내 말 못 믿는 거죠? 그렇지?"

 

"믿지 않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다른 차원 같은 이야기라서."

 

"그치만 나, 나름대로 높은 사람 맞는데? 샤오샤오, 맞지~"

 

"아가씨는 발언을 조금만 더 자중하시면 더 높으신 분이 되실 거에요."

 

"아, 너무해!"

 

 

소녀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소년을 노려보다가, 다시 휙 고개를 돌려 아이리안을 바라보았다.

 

 

"샤오는 잊어버려! 아무튼 오빠, 거기 가보고 싶은 생각 없어? 응? 응?"

 

 

아이리안은 잠시 고민했다.

어쩌면 이것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프리실라 랭의 혼은 불러낼 수 없었으나 육체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아이리안의 주특기는 네크로맨시였다. 영혼 없이 텅 비어버린 시체에게서도 마지막 순간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알아낼 수 있는.

 

그래서 더 문제란 말이지.

 

아이리안은 그가 대외적으로 보여주곤 하던 행동과는 달리 낙천적인 성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아이리안은 자신 앞에 굴러들어온 행운에 기뻐하는 대신 당혹감을 느꼈다. 어쩌면 이조차 함정이 아닐까? 마술사가 일반인을 조종하는 것은 매우 손쉬운 일이다. 토지관리자를 처리해버릴 정도의 실력자라면, 적당한 유력가의 자제를 세뇌하여,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니는 집행자를 함정 속에 밀어넣는 것 정도는 차 한잔 마시는 정도의 수고도 들지 않을 것이다.

뭐, 한 번 해봐.

 

 

"모처럼의 호의를 계속 거절할수도 없지. 좋아."

 

"정말? 정말로? 약속한 거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하고 의자가 긁히는 소리에 소년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양팔을 활짝 펴서 그 자리를 방방 뛰어 다녔다. 만약 이 자리에 계단이 있었다면 손가락으로만 난간을 짚고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갈 기세였다. 체력도 좋지. 아이리안은 새삼 소녀의 나이대─ 열대여섯살 정도 되어보이는─의 아이들이 활발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소년은 가만히 제 주인을 보고 있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자꾸만 찡그려지려는 인상을 애써 피려는 듯, 소년은 제 눈썹 사이를 꾹꾹 누르고는 아이리안에게 작은, 하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만년필과 종이를 건넸다.

 

 

"하여간 어린애 같으셔서는……. 그렇게 되었으니, 미스터, 성함과 연락처를 부탁드립니다. ……아, 저는 아가씨의 집사이자 수행원이자 비서이자 보모이자 애보기 담당 같은 거니까 신경쓰시지 마세요."

 

"……마지막 단어에 가시가 박힌 느낌인데."

 

"기분탓입니다."

 

 

아이리안은 절대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대신 아이리안은 잠깐 마술사가 다른 사람─마술사인지 아닐지 모르는─에게 이름을 함부로 알려주어도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선선히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아이리안 스펜서. 전화번호는 여기에 적어놨어."

 

"감사합니다. 스펜서 씨. 저는 린 샤오라고 합니다."

 

 

소년은 부드럽게 웃으며 종이와 만년필을 받아들었다. 그때였다.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리며(린 샤오는 다시 눈썹을 찡그렸다) 소녀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다시금 반짝이는 눈으로 아이리안을 올려다 보며 소녀가 말했다.

 

 

"어? 뭐야 뭐야. 자기 소개 하기? 그럼 나도 할래!"

 

"이미 끝났어요. 아가씨."

 

"그런 건 상관 없어! 오빠, 아, 샤오, 끼어들지마! 내 이름은 크리샨테야. 크리샨테 아르코풀로스!"

 

 

아르코풀로스?

 

 

"……내가 생각하는 아르코풀로스는 아니겠지? 선박왕으로 유명한."

 

"맞는데?"

 

 

아이리안은 순간적으로 맥이 풀려 소녀를 바라 보았다. 소녀는 그가 생각했던 높으신 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높으신 분이었다. 그리스 선박왕의 '작은집 따님'. 아이리안은 소녀가 그런 정보들을 어떻게 알고 있나 고민했던 자신이 매우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오히려 소녀 정도의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걸 모르는게 더 이상할 것이다. 고민을 할 때에는 소녀가 누군지도 몰랐다는 사실이 아이리안에게 그나마 소박한 위로가 되었다.

약간 탈진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아이리안은 중얼거렸다.

 

 

"복권 당첨될 운을 여기에 써버렸군. 여기서 이런 유명인사를 만날 줄이야."

 

"어? 오빠, 복권 필요해요? 내가 이 근처 복권 다 사다줄게!"

 

"……아니."

 

 

높으신 분은 씀씀이도 다르다. 아이리안은 실감했다. 한숨을 내쉬고, 아이리안은 다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그가 처한 상황을 정리했다.

택시 기사에게 사기를 당하기는 했지만, 비록 저주를 내리고 싶을 정도로 고생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수확을 얻을 수는 있었다.

그것이 함정인지, 진심으로 누군가의 호의 덕분에 얻어낸 행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닷가의 '무언가'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와서 조사를 하면 될 것이다. 아이리안은 일단은 지금 얻은 소박한 수확에 만족하기로 했다.

 

 

만약 누군가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면, 아이리안은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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