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이 정도로는 부족하겠는데. 결말이 확정된 극만큼 재미 없는 건 또 없건만. 이보게나, 서번트 제군. 겨우 이 정도인가? 그대들끼리 죽고 죽이던, 혹은 진부하기 그지없지만 희망찬 인간 찬가를 쓰던, 어느 쪽이든 나는 좋네만, 부디 조금이라도 더 발버둥을 쳐 주면 좋겠다네. 그대들 전부, 알 만큼 알 사람들 아니었던가? 멸망이 예정된 나라, 패배가 예정된 전투. 그 운명이란 것에 한 번 더 그대로 당한 채로 앉아있고 싶은 건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뭐, 좋아. 벌써 얼추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남았군. 나는 이런 야만적.. 이런,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할 뻔했군. 아무튼, 이런 과격한 표현은 좋아하지 않지만, 해피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전 도시의 멸망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부디 노력해 주게."
"정말이지, 워처는 절대 심심하지 않나 보네요. 혼자 뭘 저렇게 중얼대고 있는 건지. 요안나는 아직도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면, 이미 이 세계는 틀렸는데. 단지 이 세계를 삼킨 것이 다른 가지로 뻗어나가지 않도록 벌채하는 것이 저의 일일 뿐. 이 세계는 멸망하고, '그것'은 사라진다. 그것이 예정된 미래일텐데. ...물론,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이 세상에도 수십 억의 선량한 사람들과, 수조 수천억의 생명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죽어도 되는 존재 따위, 사실은 없어요. 제가 하늘에 계신 주도 아니고, 그 아무리 악인이라도 저에게 그의 생존과 가치를 부정할 권리는 없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을 항상 구할 수는 없는 법이니. 때로는 이를 악물고 기다리고, 때로는 저울질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정말이지, 맨 정신으로는 못 할 일이에요."
"──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 눈 앞에서 숨쉬고 웃고 노래하고 울고 싸우는 이 사람들을, 전부 한낱 별똥별로 만들어버려야 하는 것인가요? 알고는 있어요. 저는 이런 말을 할 권리가 없어요. 조국의 승리를 위해, 샤를 왕을 위해, 저희와 다를 바 없던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제가 이런 말을 한다면 위선이겠죠. 하지만, 위선이라고 비웃더라도, 저는 또다시 이런 희생을 치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 주여, 제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부디 인도하여 주소서."
"쓰레기 같은 마술사, 이 개자식들. 또다시, 저 많은 사람들을 네놈들의 장난질에 희생되게 놔둘까보냐. 또다시, 죽고, 다치고, 울게, 두 손 놓고 지켜보진 않겠어."
── 죽기 전, 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무서운 일이 닥쳐온다면,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라고. 기도하고, 일어나서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어떤 결과가 오던, 가만히 있는 것과는 분명히 무언가 다를 테니까.
요즘의 도시는 이상했다. 갑자기 약속된 것처럼, 건물이 무너지고, 누군가가 사라진다. 나는 이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 무엇 때문인지 몰라. 매일 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것처럼 즐겁지 않은데 웃는 척을 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좋은 척을 해. 사실은 지금 이 순간이, 내가 보고 있는 꿈인 게 아닐까?
도와줘, 도와줘요. 엄마, 살려줘. 아빠. 나는 지금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몰라, 그냥 모두가 다 뛰쳐 나가니까 함께 달려 나가는 것 뿐인 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테러? 사고? 무서워. 이상해. 아파, 아프단 말야...!
※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인해, 센트럴과 교회 사이 일부 지역이 전소했습니다. 해당 지역에는 세련된 카페 거리 및 사립 학교 등 비교적 부유하고 풍족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행동 가능한 장소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 목격자들의 증언으로는, '무언가'가 마치 빨아들이는 것처럼 사람을 삼켰다고 합니다.
※ 현재는 센트럴, 혹은 교회를 탐색/조사하셔도 관련해서 더 이상의 자료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현장은 봉쇄되었고, 중국 본토에서 관련자들이 와서 감시하고 있습니다.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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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8.07.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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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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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8.07.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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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ma
2018.07.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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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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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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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z
2018.07.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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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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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z
2018.07.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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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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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URA
2018.07.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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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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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
2018.07.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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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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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니엘
2018.07.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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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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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니엘
2018.07.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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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RTY
2018.07.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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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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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RTY
2018.07.3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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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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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2018.07.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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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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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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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2018.07.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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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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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friede
2018.07.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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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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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
2018.07.31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