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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이름이 없는 소녀  Kahui -
                                                     오후 : 방 안




- 싫어.

사람들이 다가온다.

- 싫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하나같이 단단히 무장하고 있는,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군대다.

- 어째서야.

그 움직임에 망설임이라고는 없다.
멀찍이 떨어진 채로 한 곳을 향해 무기를 겨눈다.

총. 살인을 위한 병기

- 왜 내가...

방아쇠를 당긴다.
귀가 멀 것 같은 총소리.
미쳐버린 야수의 울음 같은 소음 속에서 수백, 수천의 탄환이 날아든다.



"싫어어어어어어어!"


비명과 동시에 부서져 나가는 탄환.
소녀의 비명 앞에 탄환은 먼지보다도 잘게,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 것은 더 이상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 죽는 것은...

다시 총을 겨눈다.
상대는 반항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울부짖을 뿐이다.
다만, 그 때문에 박살난 도시가 이미 4개에 이르렀다는 것이 문제.

- 싫어!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고, 그 사이로 누군가가 끼어든다.


"왕자님 등장!"

- 에?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새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칼.
휘두르는 은빛의 쇠사슬에 튕겨나가는 탄환들.
그리고,

수 많은 살의 앞에서 자신을 지키고 서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








"그게 네 무구냐?"

방에 들어서자마자 풍월이 묻는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팔을 들어올려 내 무구라는 녀석을 바라본다. 양 팔목에 채워져 있는 은빛의 팔찌. 그리고 그 팔찌에서 시작된 몇 가닥의 가느다랗고 짧은 사슬. 어떻게 보면 단순한 장신구처럼 보인다. 단지 뭐랄까, 가느다랗고 하늘하늘한 것이 여성용 장신구 같다는 면에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괜찮아 보이네."

"확실히 딱히 나쁘다는 생각은 안들지만서도..."

살짝 손을 흔들자 사슬끼리 부딪치며 '샤라랑~' 하는 맑은 소리를 낸다. 어떻게 생각하면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라 악기 소리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넌 무구가 뭐야?"

잠시 그 팔찌를 감상하다가 묻는다. 그러고보니 풍월이 무구 처럼 생긴 것을 들고다니는 것을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아리사리 선생님 말로는 최소한 중급반 정도는 되어야 무구 없이 능력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나? 이거."

그 말에 풍월을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보인다. 바람을 녹여낸 것 같은 하늘색 머리카락이 그 움직임을 따라 부드럽게 흔들린다.

"가발이었어?"

".... 한 방 먹었는데?"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아니, 이거. 머리띠."

그 말과 함께 머리를 묶었던 새하얀 띠를 풀어낸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앞으로 내밀어진 정말 평범해 보이는 머리띠.

"그게 무구가 돼?"

"내 것은 사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장착하는 거니까. 쉽게 말해서 무기라기 보다는 악세사리 형태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웃는다.

풍월의 말에 따르면 나 같은 경우는 무구가 총, 내 능력은 탄환으로 비유할 수 있고, 풍월은 무구가 열쇠, 능력은 자동차로 비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다.

"통상 중급반에서 1년만 공부하면 무구 없이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무리니까."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는다. 뭐, 나야 아직 무구를 통해서도 능력 발현을 못하는 실정이니 할 말이 없지만.

하지만...

"역시 굳이 이런 것을 써야해?"

팔찌를 풀러 주머니에 집어 넣으며 묻는다. 듣자하니 마고씨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무구 자체가 없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별 수 없지. 그래도 초보자 한테는 없는 것 보다는 낫거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묶으면서 대답한다.

"아무래도 무구라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능력 특성에 맞추어 가장 최적화된 형태를 띄게 제작된 것이니까. 주술의 학습이나 진척도 면에서 통상의 3배정도의 성취를 보인다고 하잖아."

그 말에 건성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조금 전에 아리사리 선생님께도 들은 대답이기는 하지만.

마법사의 지팡이. 아리사리 선생님이 들어준 예는 그 것이었던 것 같다.

그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왜 하필...

"뭐, 수업 들어보면 금방 알게 될거야."

하지만 내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풍월은 거의 끌다시피 날 데리고 문을 나선다.

아니, 그러니까... 궁금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니까..








생각 외로 학원 생활은 평안한 느낌이었다.

첫날 같은 일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지, 3일이 지난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 없이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수업 역시 딱히 어려운 것은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과목이야 내년에 다시 듣는다고 생각하면 충분할테지. 그렇다고 해도 일반상식 이상의 레벨은 거의 없었기에 특별히 문제될 것도 없었다.

그래,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이 곳에서 사는 것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방문 틈 사이에 있던 편지를 받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 풍월 녀석. 안왔지?"

혼자서 먼저 돌아온 것이 분명하지만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핀다. 다행히 풍월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편지를 살펴본다. 동글동글한 필체. 어른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귀여운 필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분명히 선명하게 써 있는 - Kahui - 라는 이름.

어쩐지 당황스러웠지만 그 속에서 왠지 모르게 기쁘다는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 드디어 이 아들! 난생 처음으로 러브레터! 그러니까 데이트 신청을 받았습니다!

감동의 눈물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뒤로한 채 재빨리 편지를 가방 안에 넣는다. 괜히 풍월이 봤다가는 골치아파질 것이 뻔하니까 일단 비밀로 해 두고...

달력을 본다. 토요일이면... 모레다. 집에서 보낸 옷은 이미 도착해 있는 상태니까 문제 없고, 남은 것은 외출 신청 방법만 알면 되는 건가?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아아,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들떠버린다.

뭐, 어쩔 수 없잖아. 아무래도 그런 미인의 데이트 신청인데.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무지하게.

"뭐하냐? 혼자서."

"우, 우앗! 아,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

풍월이 노골적으로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아, 안돼. 진정해야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크게 숨을 내쉰다.

"마치 난생 처음 데이트 신청 받은 사람처럼 들떠있는데. 무슨 일 있어?"

침대 위로 가방을 대충 던져 놓으며 툭 하고 말을 던진다.

.... 뭐랄까. 진짜 이상할 정도로 날카로운 면이 있는 모양이다.

"아, 아니... 그러니까... 으음, 곧 주말이잖아. 외출이나 할까 해서."

"그래서 망상 속에서 헤엄친거냐?"

"뭐... 그, 그렇지."

대충 얼버무린 말이었지만 의외로 잘 먹힌 모양이었다. 풍월은 머리를 긁더니 귀찮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그거, 빨간 녀석한테 말하면 처리해 줄거야."

"빨간...? 아아, 그 명왕인가 하는 기숙사 관리생?"

오후 10시에 취해지는 점호 시간에 보았던 한 사람을 기억해낸다. 듣자하니 고급반에서도 엘리트라고 했던 것 같은데.

왠지 상당히 딱딱한 느낌을 주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 조선시대 사극을 연상시키는 말투부터 시작해서, 그렇다고 거만해보인다거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닌, 꽤나 이상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긴 했지만.

"응. 주의사항 같은 것도 그 쪽에서 알려줄거야."

풍월은 그렇게 말하며 침대 위에 눕는다. 아예 말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는 태도다."

어쩐지 평소의 풍월과 다른 느낌이다.

"... 왜?"

"아니, 어째 오늘 저기압인 것 같아서. 어디 몸이 안 좋은 곳이라도 있어?"

쏘아붙이는 풍월의 말에 코를 긁으며 묻는다. 생각해보니 학교에서도 오늘 하루 종일 풍월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는데... 이렇게까지 늘어져 있으면 확실히 걱정되기는 한다. 특히나 풍월 같은 성격이 얌전히 있다는 것은 분명히 커다란 문제가...

"응. 생리."

".... 쉬어라."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선다. 뒤에서 풍월이 웃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해 버렸다. 뭐, 농담할 기분이라도 있으면 괜찮은 거겠지. 아무래도 조금 있다가 비타민 음료라도 사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토요일이 다가왔다.







한껏 차려입고 시간에 맞추어 밖으로 나선다. 후문에서 기다린다고 했지? 시계를 보니 9시 30분. 후문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해 봐도 여유있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확실히, 그 곳에 서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칼. 흰 색의 블라우스와 연한 푸른색의 긴 치마. 연녹색의 가디건을 걸친 가희씨가 후문에 서 있었다. 이전까지 보아오던 하녀복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느낌이랄까? 양손을 모은 채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가희씨."

손을 들며 가희씨를 부른다. 내 부름에 가희씨는 이 쪽을 보더니 가볍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한다. 그에 답하며 허리를 숙인다.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닙니다. 저도 조금 전에 왔습니다."

언제나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얼굴 근육이 풀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확실히, 빼놓을 곳 없는 미인이...

"정확히 4분 23초 동안 기다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네, 네에."

왠지 모를 무안함에 볼을 긁는다. 어쩐지 가희씨 답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뭐 어때, 딱히 상관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가희씨..." / "그럼 영웅씨..."

묘하게 말이 겹쳐버린다. 덕분에 둘다 말을 멈춰버린다. 뭐, 뭐지 이 상황은?

"아, 저기 먼저..." / "먼저 말씀하심이..."

... 다시 겹쳐버린다.

뭐랄까... TV에서나 자주 보던 상황을 직접 경험하니 생각 외로 더 당황스러웠다. 아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는 엉터리 같은 감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바보같은 자신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가슴의 두근거림은 커져만 간다.

"그, 레이디 퍼스트... 라고 할까요? 하핫..."

"... 알겠습니다."

당황하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태연한 척 가장하며 말을 건넨다. 제길, 가희씨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이러면 바보 같잖아!

어찌보면 별 것 아닌 일이다. 우연히 말이 겹쳤을 뿐.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에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 제길, 연애 경험 없는 티를 팍팍 내는구나.

자기 자신에게 투덜거리며 가희씨의 말을 기다린다. 뭐, 덕분에 어느 정도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기는 하지만.

가희씨는 잠시 망설이는 것 처럼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다가.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 것인지 알 수 있습니까?"

라고 말했다.

"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반문이 튀어나온다. 내 반응에 담긴 뜻을 이해 못한 것일까? 가희씨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연희가 와서 '영웅 오라버니가 토요일 10시에 후문에서 보자는데? 후후훗. 무슨 일일까아?' 라고 전해주길래 나왔습니다만. 무슨 일이신지?"

... 그런거였냐...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가희씨가 무표정으로 흉내내는 연희씨의 말투에서 한 방 더 추가. 순식간에 두근거리던 가슴이 진정되는 것을 느낀다. 대충 말을 안해도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연희씨 장난인 것 같은데요?"

힘없이 답한다. 가희씨는 내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가,

이해했다는 듯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했습니다. 아마도 영웅씨에게는 제가 만나자고 한 것으로 이야기가 전달된 것 같습니다만."

"네. 정확해요."

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뭐랄까... 이렇게되니 지난 이틀간 흥분해서 밤잠을 설쳤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우으... 대체....

하긴, 나 같은 녀석이 이런 미인의 러브레터를 받을리가 없지.

길게 한숨을 쉰다. 커다란 좌절감이 물씬 밀려온다.

"...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그거야..."

가희씨의 말에 대충 답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라도."

그래서, 허탈한 기분으로 서 있던 내게 들려온 가희씨의 말은...

"괜찮으시다면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너무나 뜻밖이어서...

"연희의 장난이라고는 하지만."

이해하는데...

"저는 그에 응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괜찮으신지?"

.....

거절할 이유 따위 당연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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