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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아지랑이 나래 Prologue -






"손님 이신가봐요? 풍월 후배님."

"네. 오늘 입학한 친구에요. 제 룸메이트."

놀랍게도 그 풍월조차 평소와는 달리 얌전히 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것은 은연중에 이해가 되고 있었다. 분명히 저 사람 앞에서라면 누구라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으리라.

"반가워요, 후배님. 전 능손희라고 합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그 여성분은 책을 덮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하고 숙이며 공손히 인사했다. 그 어떤 사극에서도 보지 못할 정도로, 그 어떤 교과서에서도 찾지 못할 정도로, 보는 것 만으로도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예절바른 인사.

황급히 허리를 굽히며 인사한다.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선배님. 나영웅 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영웅 후배님이시군요.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민다. 햇빛 하나 받지 않은 듯한 새하얀 피부. 조금 전까지 책장을 넘기고 있던 가느다란 손이 내밀어져있다. 그 손이 너무 아름다워서 선배가 내밀었던 손의 의미를 깨닫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아... 네, 저,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맞잡은 손은 말 그대로 너무나 부드러웠다.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느낌. 선배는 가만히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 있다가,

의외의 것을 봤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어머?"

"네?"

"아니에요. 그냥 아는 분과 참 많이 닮았구나... 해서요."

그 말에 문득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가희씨.

"저기, 그 사람은 혹시.. 가희씨의.."

"아, 가희양을 만나보셨나봐요. 네,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리고는,

"혹시 가희양이 갑자기 키스하거나 그러지 않았나요? 저도 한 순간 착각할 정도였는데."

"쿨럭!"

의표를 찌르는 능손희 선배의 말에 뜨끔하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풍월이다. 가슴을 두드리며 연신 재채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슬쩍슬쩍 이 쪽을 노려보는 것에,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이, 이자식 설마 또 눈 돌아간 것 아냐? 조금 전만 해도 식당에서 말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맛이 갔었잖아!

"어라? 풍월 후배님. 사레 들었나봐요. 이 거라도 좀 마셔보세요."

쿨럭거리는 풍월을 보며 능손희 선배는 재빨리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낸다. 그 안에 담긴 뿌연 느낌의 주스를 컵에 따라 건넨다. 풍월은 그 컵을 받아들고 망설임 없이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아, 다행이다. 살기가 가라앉았...


- 푸악!


"크억!"

하지만 그와 동시에 괴상한 비명과 함께 풍월이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주스를 뿜어버렸다. 방 안으로 흩뿌려지는 주스들. 그 갑작스러운 모습에 능손희 선배는 당황하며 풍월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 대체 저 주스는 뭐지?

이상할 정도의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안된다고 경고를 날리고 있었지만...

"..."

천천히 컵에 주스를 따른 뒤 냄새를 맡아본다. 뭔가 무지하게 매콤한, 아니다. 강렬한 냄새가 나는데.... 잘 모르겠다. 이상하게 기억이 안난다. 익숙한 느낌인 것은 분명 사실인데...

고개를 돌리자 풍월은 겨우 진정이 된 듯이 숨을 고르고 있었고, 능손희 선배는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

마셔볼까?

갈수록 커져만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레 한 모금 입 안에 머금는다. 힐끔 옆쪽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고개를 든 풍월이 이 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그 눈은 분명히,

안된다고 경고를 날리고 있었다.

".....!!"

순간 입 안에서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단지 어떤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것은 통증, 아니, 통증을 넘어선 고통!

크으으... 이, 이 맛은!!!


마늘이잖아!


옆에 보고 있는 능손희 선배를 의식하며 있는 힘을 다해 한 모금 목 안으로 넘겼다. 생마늘 10개를 그대로 씹어버린 느낌. 입 안이 얼얼했다. 아니, 솔직히 주, 죽을뻔했다. 대체 이 주스는...

"서, 선배님. 이 주스는.."

"네? 아, 제가 이번에 특별히 개발한 갈아만든 100% 진짜 통마늘이 듬뿍 들어있는 농축 주스인데요. 역시 맛이 없나요?"

"아, 아니.. 저, 그게..."

힘겹게 고개를 돌린다. 뿌연 액체. 어쩐지.. 많이 맡아봤다 싶은 그 강렬한 냄새는 마늘이었던건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쪽을 바라보는 능손희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러니까... 이 것은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으음... 뭔가 잘못되었나?"

이상하다는 듯이 컵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입에 대고 꼴깍꼴깍 하며 그 갈아만든 100% 진짜 통마늘이 듬뿍 들어있는 농축 주스인지 뭔지 하는 것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뭐랄까.. 분명히 반할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저기, 그러니까... 그거...

"어라? 제대로 된 것 같은데요?"

....네?

"맛있는데... 확실히 예전에 만들었던 것 보다 훨씬 진한 맛이 잘 살아있네요."

"... 그, 그런가요?"

"네. 안 그런가요?"

우웅...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라고 할 말을 찾을 수 없어서 풍월을 바라보자...

이 녀석! 또 눈 돌아갔구나!

"마, 맛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감동했습니다! 정말 울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니! 너 울고 있어! 이 친구야!

하지만 내 마음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풍월은 연신 능손희 선배의 그 갈아만든 100% 진짜 통마늘이 듬뿍 들어있는 농축 주스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아니! 물통채로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아, 역시 그렇죠? 다행이네요. 마음에 든 것 같아서. 가라호 후배님이 갈아만든 마늘 주스는 안 먹고 갈아만든 쑥 주스만 먹는 것 같아서 새로 개발해 봤는데.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저기, 그러니까 능손희 선배님? 그 가라호 후배님인지 뭔지 하는 분이 올바른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 말은 절대 내 입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풍월이 간청하며 능손희 선배에게 그 이상한 주스를 몇 통 더 받아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대체 뭐지...

말 그대로 정신없는 오후였다. 마늘 냄새 덕분에...






"푸하! 이제야 살 것 같네."

화장실에서 20분 이상 입 안을 헹구고 나서야 평소의 풍월로 돌아온 것 같다.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무시무시한 주스 4통.... 6리터는 미친 짓이야...

"그러니까 작작 좀 마시지 그랬냐."

한심하다는 투로 쏘아붙여준다. 하지만 풍월은 실실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되물었다.

"모르냐?"

"뭘?"


"이쁘면 뭐든지 용서가 된다는 것!"


"너 답다."

이상할 정도로 불타오르는 풍월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왔다. 풍월 역시 피식 하고 웃더니 말을 잇는다.

"별 수 없잖아. 능손희 선배는 반가족이니까. 이해해야지."

.... 반가족?

"어라? 몰랐어?"

"알 리가 없잖아. 오늘 처음 본 사람... 아니, 디퍼런티언인데."

머리를 긁으며 답한다. 풍월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반가족. 오랜 옛날 도를 닦던 곰의 후예라는 전설을 지닌 디퍼런티언이었다. 디퍼런티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 역시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디퍼런티언. 삼칠일 동안 빛이 들지 않는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도를 닦아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는 전설을 지닌...

"하긴, 그럴만도 하네."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그런 유래 때문인지 반가족은 특히나 쑥과 마늘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디퍼런티언이었다. 그 것도 '광적으로'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음, 그렇다면...

"그 가라호인가 하는 사람은?"

"네로? 그 놈은 개호족. 그 중에서도 진짜 가끔 나온다는 까만 놈."

개호족인가...

개호족 역시 상당히 유명한 디퍼런티언 인 것 같았다. 그 어떤 디퍼런티언도 따라올 수 없다는 무지막지한 운동 능력을 지닌 디퍼런티언으로.

그러고보니 이전에 양 손에 전차와 자주포를 하나씩 들고 행진하던 개호족을 TV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이름이....













































































































호국이 였던가?

"...."

왠지 더 이상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아, 그런데 왜 네로야?"

머릿속에 떠오른 잡념을 해치기 위해 묻는다. 풍월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귀찮다는 투로 답했다.

"개호족이잖아. 고양이. 거기에 까만 고양이니까 네로지."

.... 아니, 개호족은 내가 알기로 고양이보다는 호랑이 쪽에 가깝지 않던가?

하지만 풍월은 더 이상 입에 담기도 싫다는 눈치였다. 뭐랄까, 거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렇게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듯한 풍월의 표정을 본 적이 없기에 가라호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 저기, 별로 안 좋아하나봐?"

"그야 그렇지. 그 능손희 선배 빠돌이 녀석. 작업 좀 걸려고 하면 꼭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단말이야."

... 결국 그거냐.

"진짜, 언젠가 능손희 선배랑 동아리 방에서 역사를 이루고 싶은데 그 고양이 놈 때문에 될 것도 안돼."

"하아... 너란 녀석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풍월은 여전히 투덜거리면서 길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쓴 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그 말이 들린 것인지 풍월은 크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그래! 역시 뭔가 아는구나! 좋아. 이제부터 넌 내 라이벌이다!"

.... 저기, 그건 싫은데요.

"자아, 그럼 역시 라이벌답게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뤄야겠지? 누가 더 빨리 능손희 선배를 쓰러뜨리는지!"

"아니, 그러니까..." / "누굴 쓰러뜨린다고?"

풍월의 말에 답하려던 내 말은 갑자기 난입한 누군가의 굵은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일순간 어깨 위에 올라와있던 풍월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 것은... 풍월이 긴장하고 있어?

"네... 로..."

"누가 네로라는거냐! 이 생쥐 같은 녀석!"

고개를 돌린다. 등 뒤에는 2m는 훌쩍 넘어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구리빛의 탄탄한 근육질의 몸. 그 몸에 나 있는 검은색 줄무늬. 터질 것 같은 근육의 향연은 전형적인 마초맨 스타일이다. 미국 만화에서도 이 정도 근육은 보기 힘들 것 같은데?

.... 혹시 이 사람이 가라호?

"칫, 잘못 걸린건가?"

풍월이 이를 갈며 몸을 낮춘다. 그 위로...

"능손희 선배님을 모욕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거의 내 머리통의 두배는 됨직한 주먹이 떨어졌다.


- 콰아앙!


주먹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포장된 도로가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무슨 폭탄이 떨어진 것 처럼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긴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것이 주변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진짜로 흔들리고 있잖아!

"흥! 느려!"

하지만 풍월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있었다. 어느샌가 거리를 벌린 채 가라호라는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라호는 피식하고 웃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풍월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읏!"

뒤 늦게 그 것을 알아챈 풍월이 숨을 삼킨다. 몸을 피하려 하지만 어느샌가 남자는 풍월의 멱살을 움켜잡고 있었다.

"잡았다! 이 생쥐 녀석!"

아무렇지도 않게 풍월의 몸을 들어올린다. 풍월이 남자의 손을 잡고 떼어내 보려 하지만 그 남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비어있는 오른손을 뒤로 당기고 있을 뿐이었다.

"죽어버려!"

주먹을 내지르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그리고 동시에


- 촤아아악!


그 남자의 머리 위에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쳇. 왜 방해하는거냐! 마녀!"

물에 쫄딱 젖어버린 채로 고개를 돌린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굉장히 어려보이는 소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눈초리를 정면으로 받고 있는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눈을 받아넘기며 걸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주) 호국이 : 대한민국 육군의 마스코트. 자세한 이미지는 지식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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