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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아지랑이 나래 Prologue -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방 안은 굉장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나무로 된 옷장 하나, 침대 하나, 책꽂이와 책상, 의자. 그 것이 전부였다. 좌우 대칭의 형태인 것이 2인 1실의 형태라는 것을 쉽게 알려주고 있었고, 벽 역시 수수하기 그지없는 베이지색 벽지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어때요? 괜찮아 보이나요?"

"네. 생각보다 훨씬."

하늘비 선생님의 말에 답하면서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책을 비롯한 이런저런 물건들로 채워져 있는 오른쪽의 책장. 그에 반해 왼쪽은 텅 비어있었다. 아마도 내가 사용해야 하는 곳이 이 왼쪽이라는 것이겠지.

"교과서는 오늘 저녁까지는 올거구요. 옷 같은 것이 필요하다면 나중에 따로 구입하면 될거에요. 집에 연락해서 보내달라고 해도 되구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살핀다. 바깥과는 달리 그림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곳에 오기 전 사용하던 내 방의 느낌과 비슷할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교복은 옷장 안에 있을거에요. 더 필요하다면 말해주세요."

"네."

고개를 끄덕이며 옷장 앞으로 간다. 옷장 문을 여니 안에 교복으로 보이는 옷들이 몇 벌 들어있었다. 동복과 하복인가?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의 교복을 잠시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옷 치수를 알려준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옷 치수는 어떻게..."

"국가 기밀이에요."

"네?"

"국가 기밀이에요."

국가 기밀인 겁니까....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옷장 문을 닫았다. 뭐,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원조를 받는 학원이라고 하니까 뭔가 방법이 있겠지. 왠지 찝지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어라? 손님인가?"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까지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강하게 내 몸을 친다. 옷장과 문 사이에 낀 형태. 잠시 당황하는 사이 문을 열던 누군가는 황급히 문을 잡아당긴다.

"하으..."

부딪친 어깨가 얼얼했다. 상당히 세게 문을 열었던 것 같은 느낌. 어깨를 문지르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왠 이상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포니테일로 단정하게 묶어 놓은 하늘색 머리카락 이었다. 말 그대로 하늘색이다. 거의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긴 것 같았다.

이런저런 문양이 들어간 화려하면서도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키는 조금 작은 편인가? 하지만 상당한 미남인 것은 틀림없었다. TV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의 미남이었다. 약간은 중성적인 느낌도 드는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디퍼런티언?"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저런 하늘색 머리카락. 아무리 생각해봐도 염색으로는 얻을 수 없는 색깔이었다.

"음? 그건 맞지만? 그러는 넌 누군데?"

내 말에 망설임 없이 답한다. 고개를 갸웃하는 것과 동시에 귀의 뒤쪽에 달려있던 깃털들이 같이 흔들린다. 흰색 바탕에 녹색이나 파랑색이 섞인 깃털이 흔들릴 때마다 방안에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개가 늦었네요. 이쪽은 오늘부터 풍월 학생하고 같은 방을 쓰게 된 영웅 학생 이라고 해요."

미처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하늘비 선생님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제서야 풍월이라고 불린 디퍼런티언은 선생님의 존재를 눈치챈 것인지 황급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 죄송합니다. 미처 계신지 몰랐습니다. 하늘비 선생님."

"괜찮아요. 사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왔던 저도 잘못이니까요."

풍월의 말에 가볍게 손을 흔들며 답한다. 풍월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코를 긁다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고양이 같다는 느낌이 드는 큰 눈이 이 쪽을 바라보다가.

씨익 하고 웃었다.

"인사가 늦었네. 난 류풍월이라고 해. 보는대로 바람 일족이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

"으, 응. 난 나영웅. 잘 부탁해."

악수를 청하는 풍월의 손을 잡으며 답한다. 바람일족이니 뭐니 하는 것은 들은 적이 없지만 아마도 디퍼런티언의 일종이겠지. 잘은 모르지만 풍월의 모습은 확실히 바람 일족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하늘비 선생님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음. 그럼 이제 남은 안내는 풍월 학생에게 맡겨도 될까요? 천중 선생님께는 제가 말씀드릴 테니까요."

"아. 물론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선생님은 만족한 듯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품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럼 앞으로 열심히 하도록 해요. 영웅 학생."

"네?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에 답한다. 선생님은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갔다.

"휘우. 역시 귀여운 분이라니까."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풍월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그냥 콱 덮치고 싶을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재채기가 튀어나온다. 그 말의 주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쿨럭. 저기, 그거 혹시 하늘비 선생님?"

"응? 당연하지. 그럼 누구라고 생각한건데?"

문자 그대로 당당하게 답한다. 그런 것도 모르냐는 것처럼 힐책하는 눈초리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 정도였다.

"어이어이. 모름지기 남자라면 매력적인 여성을 보았을 때 콱 덮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냐?"

그런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풍월은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봐봐. 저 여리고 앳된 모습을. 티 없이 순수하고 맑아보이는 눈동자를. 그대로 덮쳐버리고 싶지 않냐?"

"아니... 그건..."

단지 그 쪽 취향이 좀 위험한 것 아닐까?"

"게다가 행동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연륜. 그 미묘한 거리감은 이미 살인 병기 수준이라고."

".... 저, 그러니까..."

아무래도 내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데.....

"역시, 언젠가 한 번 쯤은 쓰러트려보고 싶은데... 생긴 것은 저래도 사실 테크닉이 장난 아닐 것 같아."

"...."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풍월은 그런 나를 보고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뭐, 너도 곧 이해하게 될거야. 저 분의 매력을."

.... 이해하고 싶지 않아.

뭐랄까. 역시 마음 편히 있을 평범한 장소가 한 곳 쯤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단순한 희망사항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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