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아지랑이 나래 Prologue -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상대방은 분명히 자신을 알고, 반기는 눈치다.

하지만 자신은 분명히 처음 보는 상대다.

20년도 안되는 시간을 살아왔다지만, 분명히 이 사람과는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승낙할 경우 즉각 입학 수속이 이루어지며 9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됩니다. 해야할 일은 오직 하나. 공부하는 것 뿐입니다.'

'거절할 경우요? 보통은 모두들 그런 것들을 물어보더군요. 답변이 필요하다면 해 드리죠. 거절한다면 즉각 입학 수속이 이루어지며 9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됩니다. 해야할 일은 오직 하나. 공부하는 것 뿐입니다.'

결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거잖아.

조심스레 한숨을 내쉰다. 그 것을 눈치챈 것인지 옆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돌린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뇨. 그런 것은 없는데..."

내 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묻는다.

"혹시라도 제가 좀 불편한 건가요?"

"아, 아니에요. 절대로! 단지...."

"단지.... 뭔가요?"

"뭐랄까...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오늘은 평생 올 기회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와 있고... 뭐, 그런저런 일들이..."

확실히 이런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분명 '보통 사람' 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왔는데, 어제부로 '능력자' 라는 딱지로 바꿔 붙여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꼭 선천적인 능력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신체검사를 성인이 되기 전 까지 매년 받게 되는 거구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상 이렇게 자신에게 그 일이 닥치면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싶지만.

"괜찮아요. 이 곳도 알고 보면 좋은 곳이니까요. 바깥하고 그렇게 다른 점은 없어요. 모두들 능력자 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보통 사람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곳이라구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정말 해맑은 웃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미소다.

하지만, 정작 그 '보통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본인 중 하나가 그렇게 말하면 설득력이 없다구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것을 겨우 틀어막는다. 내 표정이 이상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동행자에게 아무것도 아니라 말해준 뒤 고개를 돌린다.

하늘비라고 했던가?










하늘비. 분명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귀엽다고 해야하나?

다시 한 번 힐끗 바라본다. 연한 푸른빛이 감도는 비녀로 부드러워 보이는 검은 머리를 틀어 올리고 있었다. 어른스러워 보이는 쪽빛의 한복. 하지만 정작 그 옷을 입고 있는 하늘비는 키가 굉장히 작고 어려보이는 얼굴이라서, 많이 봐줘야 12,3살 정도로 보인다.

역시, 또 다시 보아도 초등학생으로 밖에 안보인다.

분명 교무실에서 처음 보았을 때, 나와 같은 학생이거니 했다. 선천적이건 후천적이건, 20세가 넘기 전에는 언제라도 능력자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라? 신입생인가요? 수속 끝났으면 제가 데려다 줄께요.'
'응? 아니에요. 하늘비 선생님. 그렇게 수고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어차피 오랜만에 천중 선생님 얼굴도 볼 겸사겸사 다녀올께요.'

뭐, 이때만 해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지 이런 어린 아이가 선생이라는 것에 조금 놀랐을 뿐.

아니, 그 뒤에 있던 일. 그러니까... 교무실 내에 있던 모든 선생들이 일어나서 에누리 없이 90도로 인사하는 것이라든지, 몇 명은 교무실 밖까지 나와서 배웅하는 것이라든지 하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분명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저기...'
'응? 아, 이 곳은 금연 구역이었던가요?'
'아, 아뇨. 그냥... 그저 굉장히 실력이 좋으신 분인가 해서요.'

뭐랄까... 곰방대를 피워 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이 어색해서 였을지, 아니면 단지 할 말이 있어서 였을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늘비 선생님은 내 말에 물고 있던 곰방대를 빼내어 손에 들고는 휘적휘적 걷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저도 겨우
마흔 이 넘어서야 교사직을 맡을 수 있었는걸요. 실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닌걸요.'

그 말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까지 적어도 20m 정도는 걸었던 것 같다.

'저기... 선생님? 실례지만 지금 연세가...'
'네? 아, 네.
아흔 일곱 인데요?'

아흔 일곱이라... 하하핫. 3년만 있으면 딱 100살 이군요. 100.... 100....

'저, 저기.. 혹시...'
'응? 무슨 질문이라도 있으신건가요?'
'... 디퍼런티언이세요?'
'아뇨. 인간이에요.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나요?'

이상해요! 매우 이상하다구요! 라고 외치지 않았던 것은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장한 일이었다.









"어라? 영웅 학생. 표정이 이상한데요?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나요?"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혹시라도 안 좋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의료 시설도 있으니까요."

네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제 귀라든지, 눈이라든지, 아니면 머리라든지 이상한지 검사해 볼 수는 없는지요?

무언가 굉장한 곳에 왔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지금 가고 있는 기숙사라는 곳이 무슨 조선 역사 1관이나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수준이 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자, 저기 보이는 건물이 기숙사 '아지랑이 나래'에요."

앞에는 세느강이 흐르고 만리장성으로 이루어진 담벼락에 지하 3층 / 지상 60층의 황금색 빌딩까지 짓고 있던 망상 속의 건물은 하늘비 선생님의 말에 바로 무너지고 말았다. 뭐야, 이거 완전 모래였잖아.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네, 모래로 된 것만 뺀다면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 말에 특별히 답하지는 않았다. 그저 어느샌가 눈 앞에 있는, 앞으로 내가 살 곳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생각 외로 평범한 건물이었다. 전체적으로 흰 색을 띄고 있는 4층 건물. 기와로 된 지붕이라든지, 유리의 방이라든지 하는 것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밖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연립 주택과 그리 다를 바 없는 건물이었다.

그래. 단지 그 뿐이었다.

생각외로 평범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을 놓아버렸다.

어쩌면 그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어라?"

"무슨 일이신가요?"

하늘비 선생님이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혹시나 잘못 본 것인가 하고 눈을 비벼보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안에서 나온 것은 빗자루를 든 한 명의 여성이었다. 기숙사 건물 앞을 쓸려고 한 것일까? 마당을 쓸 때 사용하는 싸리비를 들고 있었다.

조금은 어른스러운 느낌이 드는 미녀였다. 나이는 대충 스물 정도 되었을까?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기숙사 안쪽은 조금 어두었던 것일까? 눈이 부신 듯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며 고개를 들었다.

"가희양? 오늘도 청소인가요?"

"아, 하늘비 선생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는지...."

"오늘 신입생이 왔거든요. 데려다 주러 왔어요. 인사해요. 이 쪽은 나영웅 학생이에요."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가희라고 합니다."

가희라고 자신을 밝인 미녀는 고개를 꾸벅하고 숙인다. 하지만 그 인사에 답해야 한다는 정신 따위는 이미 노틸러스 호를 타고 저 알 수 없는 심해에 처박힌지 오래였다.

아니, 그러니까... 저게 그 말로만 듣던...



하녀복이지?



"어라? 영웅 학생.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그래. 97살 먹은 초등학생(의 외모를 가진 사람)도 있는데 하녀복 쯤이야... 이, 있을 수 있는거겠지? 단지 매니악한 취향일거야. 저쪽 바다 건너 나라에는 분명 이런 것이 꽤나...

"아, 아닙니다. 그저 단지..."

"단지? 뭔가요?"

"아니, 그러니까... 조금 놀랐달까... 이 곳의 창시자는 조금 독특한 취향을 지닌 것이 아닐까... 아니, 그런게 아니고 그게..."

스스로도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비 선생님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고, 눈 앞에 서 있던 가희씨도 고개를 들더니 이상하다는 눈으로 내 쪽을 바라보다가...

- 툭

하고 싸리비를 떨어뜨렸다.

"아... 아아..."

"으응? 자, 잠깐... 무, 무슨 일이죠?"

떨고 있었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떨고 있는 모습.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해 할 말을 찾고 있는 사이....

"어라? 저기.. 그러니까... 가희... 씨? 어째서..."

가희씨의 볼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살아... 있었군요."

"네? 가희씨...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 읍..."

알 수 없는 가희씨의 태도에 어쩔줄 모르고 서 있던 내게...






가희씨는 품 안으로 파고 들어 망설임 없이 입을 맞췄다.








용어 설명

하녀복 : 통칭 메이드복. 이미지가 필요하신 분은 지식 즐 검색 요망. A++ 랭크의 개념무장 [의미불명]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9 천로역정~☆ 13화 - 이름이 없는 소녀 - [4] 카와이 루나링 2007.08.19 368
268 천로역정~☆ 12화 - 이름이 없는 소녀 - [4] 카와이 루나링 2007.08.18 350
267 천로역정~☆ 11화 - 이름이 없는 소녀 - [3] 카와이 루나링 2007.08.16 372
266 천로역정~☆ 10화 - 이름이 없는 소녀 - [4] 카와이 루나링 2007.08.15 356
265 천로역정~☆ 09화 - 이름이 없는 소녀 - [3] 카와이 루나링 2007.08.12 542
264 천로역정~☆ 08화 - 아지랑이 나래 - [3] 카와이 루나링 2007.08.06 490
263 천로역정~☆ 07화 - 아지랑이 나래 - [3] 카와이 루나링 2007.08.05 341
262 천로역정~☆ 06화 - 아지랑이 나래 - [3] 카와이 루나링 2007.08.05 385
261 천로역정~☆ 05화 - 아지랑이 나래 - [3] 카와이 루나링 2007.08.03 377
260 천로역정~☆ 04화 - 아지랑이 나래 - [3] 카와이 루나링 2007.08.02 408
259 천로역정~☆ 03화 - 아지랑이 나래 - [2] 카와이 루나링 2007.07.30 466
258 천로역정~☆ 02화 - 아지랑이 나래 - [3] 카와이 루나링 2007.07.29 406
» 천로역정~☆ 01화 - 아지랑이 나래 - [4] 카와이 루나링 2007.07.29 416
256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Prologue. [2] 카와이 루나링 2007.07.28 562
255 만월의 날개 : 에필로그 [1] 카와이 루나링 2007.05.13 974
254 만월의 날개 : 붉은낙엽 - 04화 [2] 카와이 루나링 2007.05.13 1010
253 만월의 날개 : 붉은낙엽 - 03화 [1] 카와이 루나링 2007.05.06 954
252 만월의 날개 : 붉은낙엽 - 02화 [1] 카와이 루나링 2007.05.06 782
251 만월의 날개 : 붉은낙엽 - 01화 [1] 카와이 루나링 2007.05.02 748
250 만월의 날개 : 검은짐승 - 03화 [1] 카와이 루나링 2007.05.01 1286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