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쌕쌕
누군가의 숨소리에 나답지 않게 잠에서 깨어났다.
옆에는 소녀가 잠자고 있었다.
벌써 소녀가 우리 집에 온지 일주일이 조금 안되었다. 분명 일주일도 채 안된 기간이었는데, 나는 너무도 오랜 시간을 소녀와 함께 해 온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소녀와 지낸 일주일동안 나에게는 너무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하얀 정신병원과 같던, 창고에 더 가깝던 나에 방은 푸르름이 가득 물들어 버린 멋진 곳으로 변해 있었다. 내겐 호화스럽기만 했던 아침밥도 이젠 매일매일 위장을 채우고 있었다.
무미건조했던 생활에 작은 시냇물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소녀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뒤로 넘겼다.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던 머리카락은 점점 그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언젠가 부터였을까? 색이 바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으으음.. 벌써 일어났어요?”

소녀는 부스스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잠이 덜 깬 듯 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녀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깐, 아마 11시는 족히 넘었을 것 같은걸?”

나에 대답에 소녀는 놀란 토끼 얼굴을 했지만, 곧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소녀는 여전히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말을 했다. 소리는 베갯속에 일부 묻혔고, 일부는 내게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오늘?”

“벌써 일주일이 되어가니깐, 이제 가야해요.”

소녀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쳐내는 듯이 베개에 얼굴을 두어 번 문질렀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잡았다.

“어서 일어나요. 나 배웅 안해줄꺼예요?”

소녀는 빙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약간의 씁쓸함과 작은 서글픔이 함께 묻어나고 있었다.
소녀와의 만남은 그렇게 끝으로 치달아 가고 있었다.

소녀는 집에 나가기 전에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인 것인 양 계속 집안을 구석구석 쳐다보고 있었다. 기억 속에 고이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러한 소녀의 행동이 내게는 아려오는 두근거림이 되어가고 있었다.

작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시계의 바늘은 점점 가속도를 내어 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1분 1초가 그렇게 빠를 리가 없었다.

소녀는 내 앞에 차렷자세로 빙긋 웃으며 섰다.
보랏빛의 붉은 홍조를 띈 얼굴로 소녀는 그렇게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봄이 되면, 봄비가 내리는 날 다시 놀러 올게요. 그때까지 날 잊지 말아요.”

소녀의 눈가에는 축축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염성이 너무 강한 모양이었다. 이윽고 내 눈가에서도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니..

“내가 가고 나서, 저기 저 창틀에 있는 보랏빛 들꽃을 잘 보살펴 줘야 해요. 약속하는 거죠?”

나는 소녀의 말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것이 나에 의사표현의 전부였다.
소녀가 가리킨 들꽃은 세상 어느 꽃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그 들꽃은 소녀를 닮은 것만 같았다.

왜 나는 소녀가 가는 마당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소녀는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빙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소녀는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소녀는 봄비를 타고 내게 나타난 정말 한 송이 들꽃이었다.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던 나를 구출하기 위해 내려온 봄의 전령사였다.

봄비처럼 왔다가 사라져버린 그 해의 들꽃소녀는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채로 오랜 시간 기다림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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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교에서 공모할때 냈던 작품이었더랬지요..랄까..;
그런겁니다(어이;)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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