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인연
- ...그리하여 이 견우성, 직녀성의 두 별에 얽힌 설화에 대한 해석은..
<메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마우스를 클릭하여 듣고있던 강의를 정지한다.
아직 점심 시간도 되지않은 한적한 한적한 전망대의 라운지에는 자신을 제외하고선 드문드문 인기척이 느껴진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홍콩, 철이 들고선 10년째 눈에 익은 그 광경. 그 익숙함에서 눈을 돌려 메세지의 발신인을 확인한다.
메세지의 발신자는 자신의 양아버지이자 유일한 가족인 알프레드 페니워스. 소싯적에 발이 상당히 넓었고 가사, 요리에 능한 만능인 자신의 양부가 보낸 자신에 대한 안부와 애정을 드러내는 메세지를 읽는다.
작은 카페 겸 레스토랑, "오작교"를 경영하는 오너이자 지배인인 자신의 양아버지는 이따금 지인에게서 좋은 찻잎과 식재 등을 소리소문없이 가져다가 가게로 가져다 놓는다.
알프레드의 수완과 손재주는 어린시절부터 동경하여 자신역시 그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는 것이지만, 아직도 자신의 실력으론 갈길이 멀다는 것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것이지만.
<...운 좋게도 재료를 다 구할 수 있어서 아무리 늦어도 오늘 밤에는 도착할 것 같구나. 아마 심야가 될 것 같으니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잠자리에 드는게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이번에 아버지의 "친구"가 보내준 선물을 볼 수 있을 게다. 사랑한단다.>
..장문으로 이루어진 그 메세지를 꼼꼼하게 읽는다. 보통 이 시기가 되면 양부인 알프레드는 식재의 공급 및 친구를 만난다는 명목으로 영국으로 훌쩍 홀로 떠났다 돌아온다. 그리고는 친구라는 지인으로 부터 값비싼 다기세트라던가 출처가 매우 의심되는 괴상망측한 기념품들을 가져오고서 소감을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어째선지 그것들을 필담으로 적어서 말해줄때 굉장히 즐거워하는 듯한 기색이었지만 아직도 그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양부가 얻어온 성의를 생각해 매번 성심성의것 답을 해주고 있다.
"......"
메세지에 대한 답장을 정성스럽게 써서 알프레드에게 보내고 앉아있던 라운지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슬슬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니 가게로 돌아가서 오픈할 준비를 서둘러야한다.
가게이자 집인 그곳은 자신이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친부에 대해선 그 존재자체도 짐작못하고, 친모는 자신의 탄생과 동시에 이별을 겪었다. 친모에게서 부탁받은 연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양부 알프레드.
..자신이, "리 노아"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소중한 증명이기에.
2 / 원인
-..부디, 아이에 대해서는, 그 분에게...!
오래된 기억, 자신의 손을 잡고서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기"를 자신에게 부탁하는 그녀의 모습에 알프레드는 눈을 떳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닦으며 주변을 살펴보면 아직 홍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의 내부이다.
17년 전의 일, 고귀한 푸른 피를 잇는 자들을 대대로 모시던 자신에게 내려진 마지막 의무. 사랑보다 의무를 택할 수 밖에 없었기에 고뇌 속에서 내려진 주인의 결단은 주인을 연모하던 사려깊은 하녀가 스스로 떠나는 길을 택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중년이던 시절부터 어린 나이에 가르침을 받았던 현명하고 단아했던 그녀. 자신의 친자식처럼 엄하고 바르게 키웠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기었건만, 사람의 감정을 얕보는 실수를 큰 실수를 저질렀었다.
아이에 대하여 모시던 주인에게 부담이 될까봐 끝까지 그 존재를 비밀로 지켜달라던 그녀, 자신의 선택에 실의에 빠져 그녀를 되찾으려는 주인.
'상사상애. 거부하려고 해도 억지로 되지않는 것이 있는 법인데...'
사생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전대 가주가 사망한지도 몇년 전, 결국 갖은 수를 내세워 자신과 그녀의 아들의 행방을 찾아낸 현 가주. 아버지나 그 아들이나 그 고집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느낀다.
'....또한 노아에게도 친부에 대하여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전 가주 생전에는 보내주었다가 사후에 다시 그녀의 흔적을 찾아내는 현 백작과 그에게 폐가될것을 생각해 아들의 존재를 비밀로 했음에도 그를 끝내 있지못하여 아이의 이름을 노아로 지은 그녀.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닮은 두 인물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다.
이번 여행도 영국의 백작가에 노아에 대한 보고와 더불어 자그마한 아버지로서의 선물을 강제당한것이다. 매번 큰 돈을 쓰려는 현 가주와 그것을 몸으로 막는 집사인 자신의 아들의 실랑이를 보는것도 하나의 꽁트이지만.
좌석의 시트에 몸을 뉘이며 다시 잠을 청한다.
하녀였던 노아의 친모는 먼 선조가 영락한 동양계 마술사이자, 무술의 계통이라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다부졌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오는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친아들에게 들은 불길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번에 구룡반도 근처에서 마술사들 간의 항쟁이 있을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아버님과 그 분의 집이 그 근처라 들었는데 혹시나 염려가 됩니다. 그들의 행사에 휘말리시기 전에 잠시 다른 곳으로 피해가심이 어떠실지..]
자신과 노아를 염려하며 꼭 피난해달라는 말에 확답했다. 돌아가서 노아와 상의 후 바로 잠시 휴가를 핑계로 떠나면 되겠지. 그리고 휴가 중에 노아에게 친아버지에 대해 말을 조심스레 꺼내보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며 눈을 감는다. 노아의 친모였던 그녀가 살던 집을 가게로 고쳐 사용하는 자신과 양 아들의 자택. 그곳에서 대화는 못하지만 밝게 자라준 양아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애써 마음속 한 구석의 불안감을 잠재운다.
...설마 그 사이에 무슨 불상사가 생길리는 없을 것이라고.
3 / 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