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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43분 33초. 관측 포인트 1]

거의 해가 다 졌다. 가장 처음에 온 곳은 커다란 나무도 없이 앞에 노천탕이 그대로 보이는
언덕 자리. 본래대로라면 바로 눈에 띄겠지만 해가 완전히 진 뒤라면 들킬 걱정이 없다. 도료
로 검게 칠한 얼굴. 어두운 위장복. 덤으로 위장용 모포까지. 모포를 덮고 눈만을 내 놓는
다. 단지 그 것만으로도 완벽. 남은 것은 어두워지는 것만을 기다릴 뿐.

“와....... 완벽해요.”

이런 명당은 실로 신께서 훔쳐보라고 직접 만들어 놓은 곳이다. 라는 생각이 모든 이들의 머릿
속을 가득 메웠다. 혹 범인이라면 들킬지도 모른다. 밝은 달빛 아래에서의 어두운 음영은 구
분이 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기사단은 다르다. 완벽한 장비의 도움 아래 아무런 걱
정 없이 관측이 가능한 것이다.

해가 지는 순간. 약간의 빛이 남아 있을 때 서둘러 자리를 잡으려는 나그네를 팀버 울프가 붙
잡았다. 의아해 하는 나그네를 보고 팀버 울프는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본래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고픔을 감수해야지. 조금만 더 기다려라. 완전히
어두워지면 시작한다.”

그 말을 들은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모포를 꺼내고, 망
원경을 꺼내든다. 땅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시간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사의 휴식처를 찾는 사람들. 우리는 발할라의 기사들이다.






[16시 50분 22초 히나타장 노천탕]

“음.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완전히 어둠이 몰려오는 시간. 하로리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언덕 위를 바라본다. 주변에서
는 여전히 웃고 떠들기 바쁘다. 아까 자신이 한 말에 안심을 한 것이리라. 그렇기에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의 시선을 이 들은 모르고 있다.

“시작이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로리가 바라본 곳은 다름 아닌 ‘관측 포인트 1’이다. 흙이 약간 밝은
색을 띄고 있는 그 곳은 아래쪽으로 약간 경사가 져 있는 가운데 히나타장의 노천탕이 바로
보이는 곳이다. 그 만큼 들키기 쉬워 예전에 그 곳으로 메카 타마가 날아간 횟수만 쳐도
8152번만 더 날아가면 10000번이다. 토양의 색이 밝은 색이므로 땅을 파고 위장용 모포로 몸
을 감추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 것도 어디까지나 낮의 이야기다. 밤이 되면서 색의 구분이 사라져 가면 히나타장
의 불로는 비출 수 없는 그 곳에 누가 있는지 알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16시 50분 57초 관측 포인트 1]

“선배님!”

나그네의 경악하는 목소리. 팀버 울프는 재빨리 나그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
고 함께 경악. 땅이 열리며 그 곳에서 솟아 오른 것은 다름 아닌 가로등이다. 조도가 몇이나
될까.......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정확히 ‘관측 포인트 1‘로 지정된 지점을 비춘다.
저 상태라면.......

“그냥 하면 안 될까요?”

“안된다. 일단 저 곳의 토양은 다른 곳에 비해 밝기에 저런 환한 빛 아래서는 위장용 모포
라는 것이 금방 들통 나. 혹 드림 하트 사람들이야 눈치 못 챈다고 해도 히나타장 사람들이라
면 알겠지. 매일 봐 오던 곳에 시커먼 언덕 5개가 있으면 뭐라고 생각하겠나?”

“크윽. 그 말씀은.”

“이 곳에서의 관측은 실패다. 포인트 2로 이동한다. 실시.”

“며....... 명령 이행.”

입맛을 다시며 일행은 발걸음을 옮긴다. 미리 와서 땅이라도 파 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
각이 든다. 이 거리까지 가로등을 설치해 놓는 히나타장 사람들에게 경의를.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누가 뭐래도

전사의 휴식처를 찾는 사람들. 우리는 발할라의 기사들이다.







[17시 02분 33초 히나타장 노천탕]

“헤에. 아젠. 아직도 이런 조그만 가슴을 가지고 있다니. 이래서 토렌디씨를 뇌살 시키는 것
은 무리겠는데?”

“아! 너무해! 그런 자기는.......”

“후훗. 실린 말이 맞아. 그 정도로는 안돼. 이리 와 봐.”

“꺄앗~ 에바씨까지~ 너무해요~♡”

아아....... 이 들의 대화만 들어도 불타오르지 않는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어둠의 손길
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장난치기에 바쁜 우리의 일행들. 그 모습을 보며 하로리
는 아쉽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한 숨을 쉰다. 어이어이. 넌 5살이라고.

“뭐. 언젠가는 크겠지.”

낙천적이라고 할까. 당연하다고 할까. 애늙은이 같다고 할까. 어쨌든 그런 하로리양은 가볍
게 고개를 돌려 저 멀리의 능선을 바라본다. 조금만 더 가면 나무가 그리 빽빽하지 않은데다
가 몸을 숨기기 위한 덤불이 있어 훔쳐보기 알맞은 곳이 있다. 역시나 아버지의 주 서식처.
그렇기에......

“어디보자. 가동 시간이 5시 부터니까.......”







[17시 09분 12초 관측 포인트 2]

저 멀리 히나타장이 보이는 가운데 빽빽한 나무들이 사라져 숨통이 트인다. 그리고 앞에 있는
것은 낮은 덤불. 호랑이의 몸에 있는 무늬를 아는가? 그 것은 이런 덤불 속에서 몸을 감추기
용이하게 해 준다. 그 것과 비슷한 용도의 위장복이 있는 한 이 곳에서 들킬 이유는 없다.

“아까에 비해 약간 멀고 각도 역시 조금 안 좋지만 이 곳도 충분히 관측하기 좋은 곳이다.”

“저 덤불 속에 몸을 숨기는 것이군요!”

일행은 힘들게 온 보람이 있다는 듯이 웃으며 짐을 풀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망원경 OK. 옵션으로 400배 줌 기능이 있는 카메라[야간 촬영에 능하며 적외선 기능까지 딸려
있다]. 준비는 이 것으로 끝. 아까와는 달리 덤불 속에 몸을 숨기는 것인지라 특별히 모포는
필요 없다.

덤불 속에 들어가는 것이 좀 어렵겠지만.

“자. 그럼 천천히 들어가자. 괜히 잔가지 부러뜨리지 말고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이런 작은
나무들 사이에 공간은 충분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팀버 울프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후배들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한다는
태도. 선심을 쓰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그의 태도 였지만 그 마음만이라도 고마운지 일행은
가볍게 목례 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어디든 거기서 거기지만.]

하지만 토렌디가 말린다.

“무슨 일이지?”

팀버 울프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그 것을 말리고 가만히 옆에 있던 나무의 가지를 부
러뜨린 뒤 덤불 속으로 던진다. 그와 함께 들리는 소리

파지직!

작은 불꽃이 튀며 나뭇가지가 새까맣게 타버린다. 초고압 전류. 일행이 그 것을 보고 경악하
는 가운데 토렌디는 바로 주변을 돌며 수색한다. 몸을 숨길만한 곳에는 어김없는 고압 전류
선. 그리고 그 주변의 땅에 있는 개폐 장치. 아마도 스프링클러처럼 솟아오르는 소화기라고 추
정된다.

치한 대책 확실. 그와 함께 화재 예방 대책 확실.

이쯤 되면 이미 평범한 여관이 아니다. 메카 타마라는 로봇도 그렇지만 이 곳은 대체...

“이것을 어쩌죠?”

“으음.......”

팀버 울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와 함께 주위에서 한숨이 쏟아져 나
온다.

“이 곳 역시 실패군. 별 수 없지. 제 3포인트로 간다. 그 곳은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니 이런
방비도 없겠지.”

“며...... 명령 이행.”

조금은 눈물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만약 조금 더 시간을 끌 경우 목
욕이 끝날 것이고 그럼 헛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것만은 있을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사들의 휴식처를 찾는 사람들. 우리는 발할라의 기사들이다.








[17시 13분 48초 히나타장 노천탕]

알아서 갔겠지. 그 들은 베테랑이니까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쯤은 금방 눈치 챌 것이
다. 20만V의 고압 전류를 항시 공급하는 것은 스우제 히나타장 전용 지열 발전기. 이쯤 되면
여관이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 한 곳이 남아 있는데. 거기도 가려나?”

하로리의 최대 의문. 그 곳은 히나타장에 가려 노천탕은 반 밖에 안 보인다. 즉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불확실한 관측 포인트. 설마 베테랑인 그 들이 그 곳에 가려고? 성공 여부가 불확
실한데도 말이야?

“으음.......”

하로리는 걱정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5살 어린 소녀의 걱정은 알지도 못한
채 우리의 여성들의 행동은 슬슬 18금적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자고로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
는다고 위에 누군가도 말 했으니 18금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

그나저나 우리의 베테랑들은 아무리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한
다. 하로리는 그 정신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베테랑이기에 불확실한 곳은 아예 피한다. 아니
면 일말의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않고 도전한다. 이 두 가설 사이에서 하로리는 심각한 고
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빌고 있었다. 제발 그 곳에 가지 말아달라고. 지금 여성들의 위치로 볼 때는
그 관측 포인트에서 보이는 위치. 하지만 그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무사히 살아서 휴가를 보내고 싶으면 가지 않기를.......”

이건 위험하다.









[17시 19분 21초 관측 포인트 3]

완벽했다. 일단 그 일대의 점검. 그 결과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 히나타장과의 거리는
멀기에 망원경으로만 관측이 가능. 물론 육안으로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저 멀리 작게 보이
는 것은 보나 마나다. 이 고 배율 망원경으로 약간이라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꿀꺽

동시에 5번의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모두 망원경을 든다. 팀버 울프의 신호에 따
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망원경을 들고 히나타장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모두 경탄. 그 순간
우리의 기사단은 모두 뉴타입이 되어 있었다.

“보인다!”

그렇다. 렌즈 안에는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여성들의 몸이. 그 아름다운 곡
선. 지금까지 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을 똑똑히 받고 있다. 기사단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
고 있다. 덕분에 렌즈가 부옇게 흐려진다.

렌즈에서 눈을 떼고 렌즈를, 눈물을 닦는다. 카루나는 감동의 눈물을 삼키며 잠시 숨을 고르다
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언가 찝지름한 냄새가 난다. 이 것은 대체 무슨 냄새일까. 상당히 심
한 냄새. 아까는 감동의 도가니 속에 있었기에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순간 불안
해진 카루나는 재빨리 팀버 울프에게 냄새의 정체를 물어본다. 그 답은.......

“응? 이건 오존 냄새잖나. 상당히 심한데?”

“그러니까. 오존 냄새가 왜 나는 거죠?”

팀버 울프는 오존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아쉽게도 단 하나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흠. 난 단 하나밖에 모르겠군. ECS(불가시모드)를 사용 시 오존 냄새가 심하게 난다
는....... 난다........ E. C. S?"

순간 팀버 울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리고 재빨리 ‘전원 산개!’를 외치려 했으나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엄청나게 큰 무언가가 일행을 감싼다. 마치 멍석말이를 당한 것
처럼 들러붙게 된 일행들. 하복부에 느껴지는 매우 기분 나쁜 느낌은 둘째다. 일행은 엄청난
불안감에 떨어야만 했다.

“히나타장! 불가시모드를 사용하는 거대 메카닉도 보유하고 있는 것이냐아!”

팀버울프의 비명 소리. 그와 함께 일행은 날아갔다. 저 밤하늘의 별이 되기 위해서. ECS를 풀
고 나타난 것은 고양이 인형 모양의 초거대 메카닉. 이름하여 메카 릿드군 이었다.









[17시 20분 02초 히나타장 노천탕]

슈웅~

하는 소리가 밤하늘을 가른다. 무슨 비행기라도 날아가나 라는 생각에 밤하늘을 바라보았지
만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잘못 들은 것이겠지....... 하면서 히로는 다시 천천히 대나
무 벽에 얼굴을 대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나무 벽에 뚫어놓은 구멍에 눈을 대었다.

히나타장의 남자 노천탕 옆은 여자 노천탕. 누가 뭐래도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날릴 수야 없
지 않은가? 함장의 체면 따위는 가볍게 날려버리는 것이다. 지금 자신은 함장이 아니다. 단
지 23세의 건장한 남성일 뿐이다.

“흐음....... 팀버 들은 다 어디 간거지? 이런 멋진 기회를 놓치다니.”

역시 훔쳐보기는 여럿이 해야 제맛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일은 반드시 함께 오리라는 생각을
하는 히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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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훈 : 등잔 밑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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