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은 하루도 빠짐 없이 자신을 찾아와서 못 살게 굴던 채권자들의 본거지, 시부야로 향했다.
그들은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입가에 짜장면 소스를 묻히고여기 일본 아님? 당구를 치고 있었다.
당당하게 안쪽으로 향하는 젠을 채권자들이 미처 어떻게 하기도 전에 발밑에서 식물의 줄기가 자라나 그들의 움직임을 구속했다.
"저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남긴 빚을 제가 대신 갚아야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동의하십니까?"
"너 이 자식! 원양어선에 태워버리기 전에 얼른 안 내려놔?! 장기를 안 팔아먹은 것만 해도 감사한 줄 알아야지, 어디서 일자리를 알선해준 우리들한테 대들어 대들긴! 빨리 가서 널 사겠다는 놈들 밑에서 허리나 흔들라고!"
"......방금 한 말, 후회하게 될 겁니다."
아처는 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식물 줄기에서 뻗어나온 촉수들이 채권자들의 몸을 구석구석 유린해댔다.
처음에 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촉수를 보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최음 효과 탓인지 점점 정신이 마비되면서 쾌락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직접 당해보니 기분이 어때요? 아니면 그런 생각할 여유도 없으신가?"
"아... 아아... 아...."
"인과응보라는 녀석이로구나. 실로 통쾌하도다! 그럼 마스터, 예정대로 라이브를 시작하겠노라."
"부탁해, 아처. 내 노래로 이 썩어빠진 세상을 바꿔보이겠어."
아처가 손가락을 튕기자 채권자들을 감싸던 촉수는 바닥을 향해 뻗어나가며 이윽고 빌딩보다 거대한 꽃의 형태로 변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았다.
꽃에서 뿜어져나오는 가루를 들이마시자 그들은 모조리 환각 상태에 빠지면서 초점을 잃은 시선으로 멍하니 젠을 올려다봤다.
"전쟁 따윈 다 하찮아. 내 노래를 들어!!"
거대한 꽃잎 위에 자리를 잡은 젠은 마이크를 들고 성대에 핏발을 잔뜩 세웠다.
젠의 노랫소리와 환각에 빠진 사람들이 지르는 환호성이 도시를 가득 채웠다.
"소리질러어어어어어!!"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처는 만족스러운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으므으므! 역시 개막은 성대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잊지 못할 최고의 밤으로 만들어보자꾸나!"
그들의 사전에 더이상 소음공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