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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군의 푸념

2004.03.12 01:26

말랑군 조회 수:558

오랫만에 논술숙제를 빌미로 진로에 대해 생각을 좀 했습니다.

제가 좋아서 역사학과로 갈 겁니다.

그것만 바라보고 한문급수도 1급 따 놨고

아무 상관도 없는 선택과목도 역사쪽으로 몰아부쳤습니다.

그랬습니다만 솔직히 너무 두렵습니다.

제 인생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자유로이 연구하며

고서를 놓고 씨름하다가도 코코아 한잔의 여유를 즐길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가지 말라는 길입니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모르는 지선이조차도

이모가 거긴 힘들다고 그랬다며 가지 말라고 보챕니다.

그때마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라며 스스로 자위했습니다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뒤집어 터집니다.

얼마전에 한 역사교수가 저한테 그런 말을 했습니다.

넌 견해도 훌륭하고 남을 가르치는 것도 상당하다고.

그렇기에 넌 잘하면 세계를 살릴 수 있지만

어쩌면 부모님도 봉양치 못할지도 모른다고.

18년동안 한번도 다른 길을 생각치 않은 게 후회스럽습니다.

전 성장하면 결혼도 해야 되고 지선이도 챙겨야 되고 부모님도 챙겨야 합니다.

어쩌면 지선이와 가약할지도 모르죠.

절 아는 사람은 그런 저를 다그칩니다.

한마디로 미쳤다는 거죠.

심심해서 들렀습니다만

이상한 푸념만 늘어놓고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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