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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3)

2006.06.22 02:30

울프맨 조회 수:161

1-3. 징조.

[상동 2번! 상동 2번!]
투박한 무전음이 엔진소리를 뚫고 오순경의 귀를 울렸다.
또다시 호출. 방금 주민신고 하나를 처리한 그로선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뿐이었지만, 투박한 무전기 너머의 상대는 그의 희망대로 놔두지 않았다.
[상동 2번!! 상동 2번!!]
‘진짜......이놈의 동네는....’
오순경은 피로와 함께 밀려오는 짜증을 꾹 참고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여기~ 상동 2번~.”
경찰일을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투철한 사명감도 있었고 직업의식도 있었지만, 이곳. 신도시 ‘신토(新土)’란 곳은 그런 것들을 다 뭉개 버릴 정도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이었다.
“젠장... 이런 새벽에.. 또 누가 죽은 거야?”
투덜거리던 오순경은 서서히 밝아오는 차안의 광경에 할말을 잊었다.
‘새벽은 무슨.. 동텄구먼..’
오순경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엑셀을 밟았고, 갑작스런 급출발에 옆에서 졸던 박경장이 놀라 게슴츠레하게 실눈을 떴다.
“...영일아... 또, 뭔일 있냐...?”
“변사요. 더 자요. 변사한거 보면 아침에 잠도 못 잘 텐데…….”
“응...그랴.”
곁눈질로 다시 단잠에 빠진 박 경장을 훔쳐보던 오순경은 잠시 후 앰프의 전원을 올렸다.
곧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새벽이라 도로에 차는 거의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일을 빨리 끝내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원...! 세상에!”
박 경장은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물론. 사람이 죽고 남은 사체라는 것이 결코 무덤덤하게 볼만한 성질의 것이 아님은 틀림없지만, 박 경장은 경찰에 몸담은 지 약 10년을 넘어가는 숙련 경관이었다.
이제 웬만한 사체를 봐도 그저 혀를 끌끌 차고 말 정도의 경지인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런 경력의 박 경장마저 흠칫하게 만들 만한 것이었다.
“야... 영태, 지금 왔냐?”
“유경장....”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고개를 돌린 박경장의 눈에 같은 새벽 근무조 동료 유경장이 있었다.
“잠잘 시간 앞두고 이게 뭔 변이여....”
유경장은 피곤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간간히 사진을 찍는 오순경의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유경장의 얼굴엔 주름살이 늘었다.
“거 좀 그만 찍어! 필름 다 쓸 거여?!”
참다못해 호통을 치는 유경장.
안 그래도 졸린데 플래시를 터뜨리는 게 얄미워서인지, 이런 참혹한 광경을 눈앞에 두고도 묵묵히 사진만 찍는 게 보기 싫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경장은 왠지 오순경이 좋지 않았다.
“그나저나..... 위에서 난리 나겠네.......”
박 경장의 한숨 섞인 말에 유 경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단순 변사인줄로만 아나본데.... 이건 대형 참산지, 떼죽음인지 이거 원....”
박 경장은 담배하나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지옥도 그 자체.
얼핏 처음 보는 이라면 이 좁은 골목길 색이 원래 붉은색으로 착각 할 만큼, 길의 대부분은 말라붙은 검붉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대부분은 원형을 알 수없을 만큼 훼손되어 있었지만, 어림잡아 바닥에 나뒹구는 사체는 약 50이상......
이건 지금까지 겪어왔던, 신토의 치안이 나쁘다는 수준의 사건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날카로운 것에 잘린 흔적이 있군요....”
사진을 찍던 오순경이 짐짓 진지하게 시신들을 살폈지만, 돌아오는 것은 유경장의 호통뿐이었다.
“얌마! 그런 건 감식반이랑. 강력계에 넘기구 넌 잡일이나 해!! 폴리스라인 똑바로 안쳐?!”
“예~예~”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겨우 억누르며 오순경은 도구를 가지러 가기위해 순찰차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발에 치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소년은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주민들이 알게 될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그리고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은 논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일찍 나와 보길 잘했군.’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길게 늘어지는 송신음.
일각을 다툴 정도로 긴박한 사안은 아니었지만, ‘소리샘’안내가 2번이나 나올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는 충분히 소년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상대방의 잠에 허덕이는 목소리가 들려온 건 네 번째 통화까지 가고 나서였다.
“응.... 기륭이니...? 언제 나갔었어.........?”
“새벽에요.”
기륭은 대답하면서도 수진의 정체성에 회의를 느꼈다.
명색이 요원이고, 자신의 상관이며, 보호인 이라는 사람이.. 파트너이자, 보호대상인 자신이 언제 나갔는지도 모르고 단잠에 푹 빠져있었다니.......
“그래. 용건은....”
어느 정도 잠이 깬 듯, 전화기속의 목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또렷하게 들려왔다.
수진도 바보는 아니어서 단순한 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금새 알아챈 것이었다.
“어제. 녀석이 ‘쓰레기’를 버리고 갔습니다.”
“.....위치는?.... 어제 그곳?”
“아뇨. 미행당한 것 같습니다.”
기륭은 거기까지 말하고, 작은 목소리로 장소를 설명했다.
잠시 전화기 속은 심각한 침묵이 이어졌다.
수진은 뭔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귀환해. 마저 얘기하자.”

대동중 2-3반의 아침은 오랜만에 조용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각 따위로 생각해서였는지, 아이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침묵을 달갑게 여겼다.
물론. 매일 아침이 항상 시끌시끌했었던 지라, 왠지 허전한 감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니 모두 심각한 생각 따윈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랜만에 맞는 평화로운 아침.
평소와 다른 것이라곤, 아침부터 뭘 잃어 버렸다고 죽을상을 짓고 있는 소연과, 왠지 모르게 심각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어 크게 거슬리는 영준이 있었지만, 그 외엔 별다른 이상한 건 없었다.
그리고 조용한 아침 자습시간이 지나고, 교실 문이 열렸다.
역시, 매일 변함없이 맞이하는 담임선생님의 조례 시간.
그런데, 뭔가 달랐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아 ‘천사표’로 불리는 총각선생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어려 있었다.
“모두....”
담임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뭔가 대단히 인정하기 싫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를 반복하며 뜸을 들이고 있었다.
“안 좋은.. 소식이 있다.”
아침의 조용했던 교실.
그것은 다름 아닌 단 한사람 덕분이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너나 할 것 없이 맨 뒤의 빈자리로 향했다.
언제나 지겹도록 떠들어 대던 녀석....
녀석이 없었기에 오늘은 유달리 조용한 것이었는데..............
“너희들의 친구인.....”
다시 힘겹게 운을 떼는 담임의 말에 아이들은 직감했다.
지각 따위가 아니었다..........
“우진이가 어젯밤....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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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말고사도 끝나고 신나는 여름방학~^^. 이 시작입니다~
........그러나 기말고사를 물리친 제겐 그를 능가하는 과제와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네요......(젠장) 우어!-0- 방학을 없애라! 차라리!!!!!-0-||||
음... 망언은 이쯤하고--;
이제 1-3장 나갑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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