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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Silver Moon' 진월담 월희



[新月]-Bloody Nachtanz-


무섭다.

미치도록 무섭다.

내 두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광경들이 무섭다.

숨이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밤 공기가 내 두 볼을 어루만졌다.

비록 건물사이의 골목에서 숨어있지만, 내 앞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의 광경을 목격하는데에는 무리가없었다.

망토를 두른 밝은 금발의 남자와

그 반대편에서 그를 바라보는 짙은 금발의 소년.

그리고, 아찔한 높이에서 그 둘을 내려다보고있는 푸른머리의 여자.

무섭다.

이후에 일어날 일을 나는 잘 알고있다.

그렇기때문에 무섭다.

더이상 그런 무서운 광경을 목격하고싶지 않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온몸을 감싸 얼려버리는 전율때문에.

힘겹게 일으킨 몸이 그대로 털썩 하고 주저앉아버린다.

저들은 누구이며

왜 싸우는가?




"교회의 이름으로 당신을 처형합니다. 더이상의 대화는 필요치 않습니다."
푸른머리의 여자가 차갑게 대답했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않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차림새로 보아 수녀인듯 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지만 둥글게 떠오른 보름달때문인지 그녀의 머리가 바다처럼 푸르게보였다.
희미한 월광에 비쳐보이는 아름다운 외견과는 달리, 그녀는 한손에 칼자루가 검붉고 날이 가느다란 검 세자루를 손가락 마디사이에 끼우고있었다.


"그리고 메렘. 저 여자는?"


어라..? 내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여긴 보지도 않았는데..


"아아.. 물어볼게 좀 있어서 데리고다녔어. 집결지까지 데려갈 생각이야."
메렘은 꾸밈없이 대답했다.

"귀찮은 일을 하고있군요... 어쨋거나, 제피아.. 아까의 빚을 청산해드리지요."
그녀는 시선을 다시 망토입은 남자에게로 옮겼다.

"글쎄.. 제피아란 이름보다는 편하게 타타리라 불러도 좋소만..."
약간의 미소를 띄며 망토입은 남자도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지금 그것. 유언으로 받아두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손에 들고있던 예리한 검 3자루를 던졌다.
아니 날렸다고 하는게 적당할 것이다. 주인의 손에서 이탈한 검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직선을 그리며 목표를 향해 날아갔으니까.
'카앙'하는 소리가 나며 망토입은 남자의 몸이 밀려났다. 처음 그녀가 나타났을때 던진것과는 달리, 빠르게 날아가던 3자루의 검들은 목표의 몸에 닿자마자 둔기로 내려친듯 목표의 몸을 밀쳐낸것이다.

"역시나 통하지를 않는군요..."
그녀는 눈살을 약간 찌부리더니 자신이 서있던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설마 저높이에서...?

그녀의 몸이 활공을 하듯 날아오른다. 분명 날고있는것은 아니지만 마치 하늘을 유영하듯 여유로워보였다.


"앙(Un).."


들릴까 말까한 흐린 목소리가 나의 귀속으로 파고들었다.
빠르게 내지르는 그녀의 팔에서 있지도 않던 예리한 검 한자루가 튀어나갔다.

역시나 '카앙'하는 둔탁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망토입은 남자는 빠르게 날아오는 검을 피할 재간이 없는지, 아니면 일부러 피하지 않는것인지 잇달아 날아온 검에 몸을 부딫혔다.


"두(Deux)!"


반대쪽팔을 힘차게 내지르자 또하나의 검이 허공을 꿰뚫었다.
두번째 검이 목표를 맞추기도 전에 또 한번 그녀의 팔이 허공을 갈라놓았다.


"트로와(Trois).. 카트르(Quatre)!"


이제는 두개의 검이 평행을 이루며 날아간다. 두번째로 날아간 검이 목표를 밀쳐내자, 세,네번째 검들이 그의 양팔을 꿰뚫었다.


"상키(Cinq)! 시스(Six)! 세트(Sept)!!"


세단어를 잘 들리지 않을정도의 속도로 외면서, 검지와 중지 그리고 약지사이에 끼워진 세자루의 검을 한꺼번에 던진다.

귀를 에는 듯한 거친 바람소리.

목표의 팔을 꿰뚫고있던 두 자루의 검이 붉은 화염으로 화한 후 사라지자, 이윽고 날아오는 세자루의 검에 의해 그는 자신의 가슴 중앙과 양 어깨를 관통당했다.

그리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저 높은 하늘에 멈추어 여유롭게 한바퀴를 돈 뒤, 사뿐히 착지했다.
그녀의 착지와 동시에, 처음 투척되었던 검과 두번째 검이 여러장의 종이쪽지로 변하여 천천히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있었다.


"피하질 않았군요... 저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녀가 말을 끝내자, 남자의 몸에 꽃혀있던 세자루의 검이 화염이되어 이글거렸다.


피하질 않았다고..? 저렇게 빠른걸 피할수 있다는거야?

아무래도 오늘은 초능력자를 무더기로 만나게 될 운세인가보다..
애초에 저 많은 검들이 어디서 나오는거지..?


"받아주는것도 나름대로 최대의 예우였소만... 어쨋든 대화를 방해했으니 그만큼의 흥은 내주어야 할거요."
틀림없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그의 몸은 티끌하나 묻지 않고 멀쩡했다.

"과연 13조의 사도로군. 시엘은 잠시 가만히 있어. 이녀석은 나에게 말을 걸려고 온거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솔로몬이 말했다.

"들었는가? 잠시나마 나의 집행이 늦춰진 듯 하군."
망토를 두른 남자의 손이 들어올려졌다.

"하지만 이리도 방해꾼들이 많아서야... 아무래도 조금은 흥이 나야 나의 이야기에 몰입할 의지가 생기겠구려."
이렇게 말을 끝내고는 들어올렸던 손가락으로 '딱'소리를 냈다.


아까전에 보았던 검은 형체가 하나 나타났다.
지직하는 잡음과함께 검은 형체도 같이 흔들리면서 '무언가'의 형태를 꾸며갔다.


"또 그런 방법인가... 악취미군."
솔로몬은 점차 발걸음을 망토를 두른 남자쪽으로 옮겨가고있었다.

"쉽게는 안될거야. 왈라키아의 밤."
발걸음을 계속 옮기면서, 또다시 솔로몬은 허공에 알수없는 인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장이 다 완성된듯 솔로몬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멀리 떨어진 이곳에까지 기묘한 바람이 일었다.

마치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 일순간에.
검은 형체의 주위에 12개의 붉은 송곳이 나타나 검은 형체를 꿰뚫었다.

검은 그림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그림자의 주인의 바로 앞에서 나타나는 붉은 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를 관통한다.

'아아..'

끔찍하다.

목표의 가슴을 뚫고나와 등 뒤에서 자신의 머리를 드러내는 붉은 검.

찌르기의 용도로 쓰이는 검같지만 날이 상당히 넓다. 검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저런 형태의 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웃고있어..?



"역시 똑같은 연기는 지루할 뿐이군요. 무례를 범한 우매한 저를 용서하시기를.."
타타리라고 불리워진 남자가 약간의 손짓을 하자, 송곳이 박힌 검은형체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신의 가슴에 박힌 붉은 검을 뽑아냈다.

끔찍하다..

"아아.. 괜찮아. 아까전의 그건 나름대로 재미있었어. 네녀석의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군 그래."

"정확하게 하자면 저도 초대를 받은 몸이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해드릴수가 없군요."
망토를 입은 남자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굉장히 별난 사람이다.. 일단 외견만 봐도 눈에 확 띄는게 시대에 안맞는 옷들을 잔뜩 입고있다..
달빛에 밝게 빛나는 금발도 그렇고 그 말투도 그렇고 마치 딴 세상의 사람같다.

이 사람이 아까전, 솔로몬씨를 습격한 검은 그림자를 만들어낸 장본인?
머리가 어지럽다..


"아.. 그건 그렇고.. 저쪽에 계신 관객께서는 솔로몬씨의 일행인가보군요."


잠깐이지만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말야."
솔로몬이 작게 웃어보였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초대도 받지 않으신 분이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을거라 봅니다만..?"
남자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린다.



아.. 갑자기..


가슴이..아프다..


아프다.. 찢어질듯이..


고통스럽다.. 숨이 멎을듯이..


마치 무언가가.. 내 심장을 쥐어짜는듯.. 폐혈관을.. 눌러쥐는듯..


"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다.


"!!!.. 무슨짓이냐!?"
솔로몬의 외침이 들려온다..


아프다..


"초대장을 확인하려는것 뿐입니다만.. 아무래도 가지고계시지 않는것 같군요."
남자는 들어올린 손을 천천히 오므리고있었다.


"하..하아..."

신음이 저절로 나온다.

가슴을 주먹으로 쳐보지만 소용없다.

점점 더 조여들어온다..

귀가 안들린다..

눈이.. 감겨지려..

....



...?


뭔가 '팡'하는 소리가..?



"....크으.."
솔로몬이 자신의 오른팔을 부여잡고있다.
하지만 있어야 할 팔은 없다.

다시 눈이 떠진다..

귀가 열린다..

가슴을 쥐던 압박이 사그러든다..

그러자 들려오는 거친 짐승의 괴성.

"크으으..."

..

아.. 저건 본적이있다..
분명 이전에..


"흐음.. 꽤나 과격하게 반응하시는군요.. 당신답지 않아요."
망토를 입은 남자는 오므리던 손가락을 천천히 떼어냈다.

"내가 아니니까.. 나답지 않은건 당연하겠지..? 더이상 할말은 없다. 여기서 처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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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저것은..

가라 버서커..(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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