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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47

2008.03.30 23:40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228

"머루. 시간 괜찮나?"

뭐, 그런 것을 물어봤자....

"응."

하루 종일 에렐의 집에서 사는데, 그 외에 딱히 시간 쓸 곳이 있을리가...
뭐, 일단 예의? 관례? 그런 느낌으로 물어본 것이겠지.

"알았다."

내 답에 에렐은 고개를 끄덕인 뒤 차의 방향을 틀었다.
아까의 이야기 대로라면 차의 통행량이 없는 곳으로 향하려는 거겠지.
하지만,

"에렐. 근처에 갈 만한 곳이 있어?"

적어도 에렐이 이 곳에 온 이후로 밖에 나갔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일테니까.
그런 곳 중에서 에렐이 갈 만한 곳이라면...

"이전에 같이 갔던 곳이다."

"...."

거긴....

".... 바닷가?"

왜 하필...
살짝 입술을 깨문다.
동요를 들키지 않으려 애를 써 보지만 표정이 굳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전부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에렐과 함께 갔을 때 모두 던져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편지로 날아왔던 사진.
그 사진은 틀림 없어...

"잠깐!"

하지만 그렇게 생각에 잠기려던 날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마루 교사님. 에렐리니아를 동봉해 이동한 겁니까?"

어쩐지 즐거운, 그러면서도 짐짓 화가 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로베스는 나와 에렐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운전을 하던 에렐의 어깨가 흠칫 하고 떨린다.

"바다요."

그에 간단히 답한다.
로베스의 얼굴이 이상하게 바뀌는 것을 보며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기 전에 재빨리 말을 덧붙인다.

"보수로 받은거에요."

"네?"

"개인 교습에 대한 보수."

"...."

내 말을 들은 로베스의 표정이 재미있게 변한다.
로베스는 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듯 에렐을 바라보았고,
에렐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사실이다."

"헤에..."

에렐의 간단한 답에 로베스는 작게 감탄사를 흘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마루 교사님. 집이 저금통인가요?"

"네?"

로베스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되묻는다.
그런 내게 로베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돈을 덮치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요."

"뭐,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되는거죠."

분위기 상, 돈을 밝히지 않는다는 이야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저런 식으로 표현이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간단한 대답.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되는 이유에 쓴 웃음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내 말에 로베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과연, 그게 이 곳의 철학입니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쓸데없는 오해만 심어준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단지 바다를 보며 한시간 정도만 있다가 왔을 뿐이다."  

"흐음...."

에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본 로베스의 표정이 재미있게 변한 듯 했지만 애써 무시하며 앞을 바라본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는 눈치의 로베스.
하지만 따로 이야기하기 전, 에렐이 말을 이었다.

"이전에 그 곳에 갔을 때, 그 쪽에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았던 것이 기억났을 뿐이다."

"헤에."

에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로베스.
그 모습을 보며 이전에의 기억을 되살려 본다.
확실히 그 쪽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렐. 대체 얼마나 빨리 달리려고 그러는거야?"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물어본다.
그에 에렐은 잠시 생각 하는 듯 하다가...

"200km/h 정도밖에 안 될 것 같다."

"애계... 겨우 그 정도?'

"도로가 그리 길게 뻗은 편은 아니다."

아쉬워하는 로베스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에렐.
그 둘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삼킨다.

200km/h 가 별 것 아닌거야?

어쩐지 뭔가 내 상식과 많이 어긋난 느낌이었다.
보통 그 정도 숫자는 자동차 경기장이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에렐과 로베스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태도.

"저기, 에렐? 평소에 속도를 얼마나 내길래?"

"당연히 규정 속도를 지킨다."

그런 것을 왜 물어보냐는 듯한 태도로 말하는 에렐.
그에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니,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확실히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구나.

"그럼...."

"일단 관찰하면 됩니다."

내 말을 끊으며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로베스.

"보면 당신도 뻑 갈겁니다."

....

가볍게 웃으며 답하는 로베스.
어쩐지 이상하게 불안해졌다.

오지 말아야 할 곳을 와 버린 것인가?

부디 내 생각이 틀리기를 빌며 에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런 내 눈을 못 본 것인지, 에렐은 묵묵히 운전을 계속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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