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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저사 - Hollow Break  (1)-



추억저사란 '사과'를 버린 인간을 칭하는 말이다.
사과. 붉은색 껍질을 갖은 달콤한 과육을 갖은 과일.
호기심의 '상징', '금단의 과일' 이라 불리우는 인간
을 에덴의 동산에서 떠나게 만든 과일이다.
사과, 그것은 가능성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가능성. 인간이란 존재를 유한한 존재로 만든존재이며
, 또한 인간이란 존재를 무한하게 만드는 존재, 그것
이 바로 '사과'다.
그것이 소녀, '아엔 하이슈에' 보라색 날개의 추억저사가
알고 있는 추억저사의 정의다. 하지만, 그녀는 왜 추억
저사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추억
저사가 되는것을 '선택'했지만, 그녀의 경우엔 태어났을
때 부터 '추억저사' 였다. 그래서 그녀는 추억저사의
의미를 몰랐다. 한정된 삶속에서 무한함을 표현하는 인간
들 사이에서 그녀는 무한함 삶속에 존재를 잃은 보라색
날개의 천사 [레슌브레나] 였다. 레슌브레나. 그것은
그녀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이름은 아니었다. 그것은
추억저사의 '여왕'이 그녀의 보라색 날개[Leshunbrena :
여왕이 두르는 보라색 가운]를 벗어서 소녀에 어깨에
둘러주면서 하사한 이름이었다. 레슌브레나. 그것은
천사의 이름 중 하나이다. 천사를 상징하는 이름은 총
네 개이다. 화염의 날개를 상징하는 일리모운드,
물의 날개를 상징하는 리네하웨스, 철의 날개를 상징
하는 규넬릭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라색 날개를
상징하는 레슌브레나 이다. 레슌브레나. 그것은 소녀
에게 살아있단 의미를 준 이름이었다. 그것은 소녀에게
'동료'를 준 이름이었다. 그래, 동료...

"이봐, '하쿠[白]' 언제 까지 그곳에 있을 셈인가?"

동료의 목소리가 소녀의 사념을 멈추었다. 아엔은
고개를 들어서 동료를 바라보았다. 하얀옷에 다부진 채
격 틀어올린 긴 검은 머리칼, 그리고 늘 자신감에 차있
는 투명한 갈색 눈동자는 먼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그녀의 동료이다, 그리고 그는 '싸울아비'이다. 아엔은
사념을 멈추고, 앉아있던 바위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졸음이 가실때 쯤...?"
"그거 문제군, 이미 해가 중천인데 말일세."

그는 자신의 오른쪽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켰다.
그렇다. 이미 해가 중천인 오후였다.
그 둘은 산길을 걷기시작 했다.

"그랬었죠, 참... 근데 아직도 졸린걸요."
"그것 또한 문제라네. 검을 무기로 쓰는 무사로써, 정
신 상태가 해이하다니 말일세."
"후후, 역시나 싸울아비는 엄하군요."

아엔은 꽉막힌 싸울아비에 말을 웃음으로 넘겼다. 싸울
아비도 그렇게 심각한건 아닌 모양인지 똑같이 웃음으로
넘겨 주었다. 그녀는 그런 싸울아비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여러 전쟁속에서 무용을 떨친
인간이었던 그는 화염에 날개 '일리모운드'이다. 추억저
사로 따진다면 아엔이 훨씬 선배이지만, 그녀의 지식과
관록은 싸울아비에 비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 스승이었고, 친구였고, 동료였다. 아엔은 자신의
공백을 매꾸어준 존재로써의 싸울아비를 신뢰했다.
점점 마을의 모습이 산길을 너머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 참동안의 침묵이 그 둘에게 찾아왔다.

"하쿠."

싸울아비의 말이 갑작스레 분위기를 바꾸었다. 아엔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긴장된 표정으로 마을을 쳐다보았다.
휘어버린 듯한 '세계'의 뒤틀림이 마을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꿈'을 '먹히고' 있는 사람이 있단
증거였다. 그 뒤틀림은 무척이나 거대했다. 그것은
거대한 꿈의존재의 증거.이 마을에 그만큼 거대한 '꿈'
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가 있는 모양이었다. '꿈'은 인간
의 미래를 정하는 '가능성'이란 이름의 나무다. '꿈'은
정확히 말하자면 숲이라 하는것이 옳을 것이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숫자의 '꿈'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모든
'꿈'이 전부 인간의 미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
'거대하게 자라나는 것'이 '그 인간'의 미래가 된다.
'꿈'은 인간에 따라서 그 크기가 다르다. '꿈'중에선
한 인간의 미래만이 아닌 여러 '인간'의 '꿈'에 영향을
줄수 있는 '꿈'도 존재한다. '꿈'이란 순수한 에너지의
결정체 이기도하다. 물론 인간은 그것을 에너지 화 할
수 없으나, 다른 존재, '꿈을 먹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가능하다. 꿈을 먹는 자들은 꿈을 먹는다. 그들은 자신
의 식욕에 의해서 움직이는 하급 악마들이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오로지 거대한 '꿈'을 소유한 자를 찾아
그 '꿈'을 '먹는 것' 이다. '거대한 꿈'을 먹는 다는 행위
는 인간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이다. 그것은 하나의 개
체를 상실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운명을 흔드는 것
이 되버리고 만다. 그것은 마치, 시계탑에서 거대한 톱니
바퀴가 빠져버린 것과 같다. 다수의 운명이 흔들려 버리는
것을 막기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천사를 모방한 존재',
'추억저사'이다.

"간섭 할 수 있겠나?"

싸울아비는 뒤틀림의 근원을 응시하며 검 손잡에 무의식
적으로 손을 올렸다. 그가 감정적으로 동요하고 있다.
그 뒤틀림은 이상하리 만큼 거대했다. 아엔 또한 이것이
정상적인 크기가 아님을 짐작했다.

"아마도요."

그러나, 간섭을 한 다음엔 어떻할 것인가? 그런 의문이
아엔에 마음 한편을 무겁게 짓 눌렀다. 그녀는 두개의 검
집중 하나에 잠들어 있던 '환검'을 허공을 향해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그 뒤틀림을 찢었다.










그것은 어두움으로 뒤덮힌 '숲'이었다.
아엔과 싸울아비는 죽어버린 숲의 무덤의 한
귀퉁이에 서있었다.
추억저사들은 '꿈'의 존재를 '숲'으로 부르지만
실제로 꿈은 '숲'이 아니다.
숲이라 한다고 해도, 이렇게....
잎사귀도 없는 앙상한 나무들의 무덤은 아니다.
즉 이 '꿈'은 '어떤 자'에 의해서 '가공'되었단
것이다. 아엔은 주변 풍경에 역한 감정이 들어
기분 전환을 위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서 본 하늘도 그렇게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암갈색 하늘과 검은 구름은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듯 서로의 존재를 섞어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악취미로군..."
"동감이에요."

무거운 공기를 뱉어내며, 아엔은 싸울아비의 감
상에 동의했다. 악취미였다. 이 꿈을 집어 삼킨,
악마는 자신의 존재에 걸맞는 고상한 취미를
갖고있는 모양이었다. 죽어 버린 숲의 무덤.
그 무덤의 가운데 거대한 나무가 하늘을 향해
말라비틀어진 두 손을 뻗고 있었다. 이미 죽어 버린
나무가 살아있었을 때의... 죽기전에 감정은 무엇이
었을까? 그것은 분노였을까? 갈망이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무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무덤은 단지 '이해' 될 뿐 이다.

"이건, 우리를 조롱하는 듯 싶군."
"'꿈의 수호자'를 위한 '숲의 무덤'이라, 참으로
고상한 취미에요."

아엔은 두 개의 검집중 '하얀 검집'에 잠들어있는
'환두대도'를 꺼내들었다. 다른 하나의 검집에 잠들
어있는 환검에 비하면 그것은 낡고 짧았다. 하지만,
검신에 음각으로 새겨진 '진실이 아닌 것을 가른다'
라는 의미를 지닌 한자와, 단순하지만, 잘 벼루어진
도의 날이 인상적인 '무기'였다. 그것은 '악마'를
배기위한 무기였다.

'이 세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 진실이 아닌 것을
가른다.'

아엔이 속으로 속삭이자 환두대도는 하얗게 작열하며,
마치 살아있는 듯 크고, 작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역시, 꿈을 먹는자 혼자서 이런 대규모의
'공동(Hollow)' 을 만드는건 거의 불가능하지.
하지만..."

싸울아비는 그녀의 행동에 동의했지만, 악마의 존재는
이 '공동'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싸울아비는 그렇다면, 꿈을 먹는자 혼자서 이런
공동을 만들었다고 말 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다. 다만."

악마의 존재가 감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악마는 본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 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마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구현
할 때는 필연적으로 강한 이질감을 동반한다. 그런
악마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은, 즉 이 꿈
속에 악마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커다란 모순이 되버리고 만다.
공동(Hollow)은 악마에 의해서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만들어진 공동에선, 악마는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 '꿈을 먹는 자'도 엄연히 '악마'
이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공동을 만들 정도의 '순수한
힘'은 없다.

"단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세. "

아엔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공동은 너무나도, '악마' 스러웠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꿈의 중심으로
걸어가는 것 뿐이겠지."

싸울아비의 말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이 꿈의
가운데로 걸어가는 것 뿐이었다. 오로지 그것 뿐,
선택은 없었다.
아엔은 무거운 걸음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낙엽
을 밟는 소리가, 거칠은 잡초를 가르는 소리가, 또다시
썩은 낙엽을 밟는 소리가 점점 반복되었고, 그 소리가
더 반복 될수록 아엔의 심장은 더 격차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 소리에,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피속에 익사
해버릴 정도로 그 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그리고 그녀의
걸음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나무에 다다렀을 때,
아엔은 자신의 휘몰아치는 바람과 심장 박동속에 잠기고
말았다.

"!!!"

나무의 건너편에 땅위에 아무런 지지축 없이 새워진 그것.
그것은 '문' 이었다. 그 '문'은 하늘에서 뻗어나온 나무가지
들에 의해서 칭칭 감겨있었다. 아직은 잠겨있었다.
하지만....

"...싸울아비, 저건...."
"그래, '문' 이다. 나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군."




문.



악마가 악마를 부르기 위해 만든 물건. 그것이
이 꿈속에 있단 사실은... 이 꿈은...



"하쿠!"

싸울아비에 비명이 아엔을 현실속으로 끌어왔을 때,
아엔에 눈에 비친것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투명한
검의 날 이었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무미건조하게 울려퍼졌다.
그 허공속에 잘린 검은 머리칼 몇올이 쓸쓸하게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아엔은 몸을 뒤로 날려 적하고 거리를
둔 다음 환두대도를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그러나,
적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은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투명한 날은 예상할수 없는
곳에서 호선을 그으며 그녀에게 날아왔다. 발에 채인
낙엽이 주변에 흐트러진다.

[하쿠, 눈에 의존하자 마라. 존재의 순간을 노려라.]

죽음과 삶의 가운데에서 싸울아비의 조언은 언제나
그녀를 지켜주는 수호신 이었다. 다시 호선을 그으며
날아오는 투명한 날, 그 날을 빙글 몸을 돌리며 칼로
받아낸다. 미끄러지는 투명한 검의 날. 그 사이에서
적의 존재가 보였다.
한 차례의 참격.
마치 찢겨진 커튼처럼 일렁이는 투명한 베일속에
보이는 적의 모습. 그것은 칠흑, 투명한 어두움 이었다.
얼음으로 조각한 듯 날카롭고 창백한 얼굴. 석양같이
붉고, 짧은 머리카락.
얼음으로 조각한 듯한 투명하고 붉은 어두움 사이에 심연을
비추는 보라색 눈동자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아엔은 '그'를 알고 있었다.








"영겁의 세월도 짧구나, 보라색 날개 아엔 하이슈에. "



그 악마는 초생달 같이 하얗고 날카롭게 미소지었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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