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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으로 인해 눈을 뜬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삼일째인가...”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일어나는 것을 포기한 채, 누워있었다. 학교를 빠진지도 삼일째인 듯 싶었다. 딱히 결석으로 인해 걱정이 된다던가 하는 조각은 내게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나와 같지 않은 모습과 점점 변해가고 있는 내 작은 하얀 창고에 적응되지 않을 뿐이었다.

끼익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소리가 나는 쪽에는 문이 살짝 열린 채 그 사이로 얼굴만 빼꼼 내민 소녀가 보였다.

“일어났어요?”

소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에서는 푸르름이 가득 풍겨져 나왔다.

“식사하세요.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지만요.”

소녀는 빙긋 웃으면서 눈 앞에서 사라졌고, 나는 내심 아침밥을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방을 빠져나가 식탁이 있는 거실로 달려 나갔다.

여전히 밥상 위는 푸르른 채소밭이었지만, 삼일째 그다지 변화가 있는 식단은 아니었지만 빵부스러기만 먹고 살던 나에게 있어서 신선한 음식은 매일매일 지속되는 것 만으로도 호화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밥을 먹으며, 앞에서 손을 턱에 괸 채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소녀를 쳐다보았다. 어딘가 모르게 처음과는 달라 보이는 모습에 나는 조금 심하다 싶을 만큼 소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소녀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자신의 두 뺨을 양 손으로 감쌌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 뒤, 밥 먹는데 열중했다.

“머리. 머리색이 조금 연해진 것 같은데, 염색이 지워지고 있는거 아냐?”

“......”

소녀는 아무 대답이 없이 조용히 부엌을 빠져나갔다. 나 역시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밥을 먹는데만 열중했다.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소녀는 나에 말에 마음이 상해버린 것이었는지, 화분에 물을 주는 일과 식사를 차려주는 일 외에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분명, 소녀의 머리의 색이 점점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고 나는 확신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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