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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일기

2007.12.29 05:23

라온 조회 수:188

1940년 6월 1일.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작은 별.’, 초보인듯 어설프지만 들어줄만 했다. 반.짝.반.짝.작.은.별...별 생각없이 따라하게 된다. 중간중간 음이 끊기고, 절정부분에서 끊겨 김이 새기도 했지만 피아노소리는 끝까지 이어졌다.

1940년 8월 1일

오늘도 어김없이 피아노 소리가 들리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시간, 다를 것 없는 소리. 왜 조금도 발전하지 않는걸까? 그래도... 좋다.  더 이상 음악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아쉽다. 조금 해줬으면...

1941년 1월 1일

간만에 배부르게 밥을 먹었다. 아~ 행복해라~. 배를 두드리며 창문이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조금 기다리니 익숙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올해도 이 노래를 들으며 지내겠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1941년 3월 14일

오늘은 아버지를 따라 식량을 들고 오느라 놓칠 뻔했다. 다행이다. 제 시간에 들어올 수 있어서, 그 후 잔뜩 혼나긴 했지만 그래도, 들어야 할 건 들어야 하지 않겠어?  밖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피아노음에 몸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1941년 6월 7일

연필이 한자루 남았다. 으음... 앞으로 일기도 쓰기 힘들어질 것 같다. 하아... 차마 사달라고는 못하겠고... 앞으론 매일 일기쓰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있을 때 마구 쓰는 게 아니었다. 뭐, 어쩔 수 없다면 없지만...

1942년 10월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작은 행복이 깨졌다. 내 손에 남은 것은 일기장뿐, 절망스럽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걸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 군인의 발소리, 끔찍한 비명소리... 아마 더 이상 그 소리는 듣지 못하겠지? 이제 내 인생에 남은 것은 없다.















...


노래소리가 다시 들린다. 띄엄띄엄, 서툰 피아노소리가 세상에 스며든다.  이 음악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싶다. 잊지 않도록... 영원히 잊고싶지 않다. 누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을까? 괜히 궁금해진다. 작은 꼬마아이일까? 어른일까? 어쨋든...  나에게 오랫동안 희망을 준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다.












여러분들도 한번 들어봤겠지만, 이 노래는 사실 오스트리아의 천재작곡가 모짜르트의 프랑스 민요를 바탕으로 만든 12 변주곡 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노래는 모짜르트에게 있어 가장 불운했던 시기에 쓰인 곡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한없이 밝게 느껴지는 이 노래에 사실은 깊은 슬픔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혹시 이런 일화를 아시나요? 아니, 모를 겁니다. 그 때 그 곳을 함께했던 사람이 아니라면요. 2차세계대전때 한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유태인이라 안네 프랭크처럼 집 안에 숨어있었죠. 아니, 사실 그 마을의 1/3은 그런 식으로 나치의 눈을 피했죠.
하여튼, 그 아이는 몹시 심심했습니다. 그래서 다락방에 있던 피아노를 교회 종소리가 마을을 뒤덮을 때 자신이 알고있던 유일한 노래인 작은 별을 쳤습니다. 아무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요. 사실 그 근처에 있던 한 사람이 그 노래를 들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었었습니다. 그런 일상은 계속되었지요. 나치가 들어오기 전에는...

후...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어쨋든,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하지만 제가 얘기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된걸까요? 모두 다 수용소로 끌려간 걸까요? 아니면 둘 중 한명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아이는 피아노로 한 사람의 불운한 삶을 아름답게 비쳐주었다는 것이요.

            

-한 교수의 강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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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야 이 작품은 월요웹토리에 쓸 픽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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