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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雜談. Paper

2007.07.17 04:06

Lunate_S 조회 수:266

  나는 어떤 행위에 대해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남들이 보기에 아주아주 한심해 보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놀림거리가 된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바로… '휴지를 뽑는 것'을 두려워하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집안에서 사용하는 네모난 상자형 티슈박스을 통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비웃고 만다.
  그러다 무서운 이유를 대보라고 묻기라도 한다면, 겁에 질려서 아무런 대답도 못하곤 한다.

  어째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놀리는 것을 좋아할까. 나는 그것이 의문이다.
  자신들도 어떤 무서운 것을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서, 왜 놀리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제, 내가 접해버린 공포를 털어놓아야 한다.

  그것이……
  또다시 나를 따라오기 전에──.



쾅, 쾅쾅, 쾅쾅쾅─.
그것이 내가 잠에서 깨어 처음 들은 소리였다.

쾅.
심장을 울리는 소리.

쾅쾅.
뇌리를 관통하는 소리.

쾅쾅쾅.
'누군가'가 튀어나오려는 소리.

그것은 절규와도 비슷했다.

「나는 여기 있어.」

이런 외침 같은, 그런 기분.
그리고 그것은 일어났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제기랄, 기분만 잡치게스리─ 꼭 죽어있던 것 같잖아, 몸을 일으키자마자 간단한 욕설이 나온다. 그만큼 시끄럽고, 이상하고─ 또…, 무서… 운 꿈이었던 것 같았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만약에, 내가 그것을 똑바로 보았다면 나의 정신이 붕괴되었을지도 모를, 그런 외침이 머릿속을 두들겼었다. 진정하자, 진정하라구, 작은 주문으로 온몸을 달래며 냉장고로 향해 물을 꺼냈다. 컵에 물을 따르고 마시려고 했는데, 손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렸다. 수전증도 아닌데, 컵에 반쯤찬 물이 튀어나올 정도로 흔들렸다. 양손으로 컵을 부여잡고 마셨다. 차가움이 식도를 통과하기 시작하자, 떨림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어라… 그제서야 어두운 시야를 신경 쓰게 되었다.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던 데다가, 몇 년 동안이나 살아온 집이라서 자연스럽게 부엌까지 왔는데 주위가 너무나도 어두웠다. 평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난 줄 알았는데, 이상했던… 꿈 때문에 빨리 깨어난 듯싶었다. 조명 스위치가 어디 있더라─ 스위치가 있던 방향으로 손을 뻗어, 뒤적이다 보니 스위치가 손가락에 닿았다. 그리고 스위치를 켰는데── 불이 켜지지 않는다. 뭐야, 정전인가─? 그것도 아니면 전구가 나갔나? 와 같은 일반적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이 덜컹덜컹, 마차바퀴와 같은 소리를 내며 떨리기 시작한다. 차츰, 그것은 온몸으로 번져나간다. 그리고─── 뇌리에 파고드는 '그것'의 목소리,

「나는 여기 있어─.」
「나는 여기 있어──.」
「나는 여기 있다───.」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서─. 분명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그리고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이빨이 딱딱딱, 하고 부딪히며 소음을 발생한다. 춥지도 않은데, 온몸은 추위에 떨듯이 떨린다.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고 싶어서. 환청이었던가─ 하고 소리 내어 말해본다. 용기라는 녀석이 보인다면, 속으로 생각하며 내뱉는 소리엔 고개를 돌리지만, 소리 나게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나를 향해 다가온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녀석은 내게 도착했다. 약간은 어둠이 지워진 느낌이 들었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냉장고를 의지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스위치로 손을 향해서 다시 한번 켜봤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은 켜졌다.

  아아, 그럼 그렇지. 그것은 꿈이었다고, 꿈. 잠깐 무섭게 다가왔지만, 금방 기억에서 지워져버릴, 그런 꿈.
  뻔뻔스럽지만 무서웠었던 느낌을 지우기 위해 자기합리화. 속으로 마음을 다시 한번 달래고 말았다. 다시 컵에 물을 반쯤 채우고 소파로 향해 주저앉았다. 긴장으로 뻣뻣해진 몸을 억지로 달래며,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하다가, 시계가 눈에 비쳤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시침을 향해 잽싼 눈동자를 굴린다.

 「4시 44분 38초.」

  시간이 참 묘했다. 공포 영화도 아니고, 이것 참.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전등은 예고도 없이 빛을 지워버렸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공포 영화라고 생각한 시점에서 44초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이상한 호러 소설에 주제가 떠오르고 말았다. 분명 주인공이 시간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순간─ 불이 꺼지고 '무언가'가 찾아오는 그런 호러 소설. 그 소설에서의 시간이─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4시 44분 4………

「나는 여기 있다─.」
「나는 여기 있다고─.」

  '그것'이다. 녀석은 기회를 노리고, 시간의 틈에 잠복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중얼,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귀를 막아도, 들린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몸을 움츠려도, 느껴진다.

  녀석은 분명히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 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어, 라─? 시계로 눈이 향했다. 시간은─

 「8시 32분 25초.」

  시간은 갑자기 지나가 있었다.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이었던 것 같은데, 몇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전등을 켜지 않더라도, 밝은 빛이 창문을 뚫고 집안을 밝히고 있었다. 안도감─ 이랄까.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것'은 환각이다. '그것'이 중얼거리던 소리 또한 환청일 뿐이다. 나는 꿈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지금 여기에 잠깐 나와 있었을 뿐이다. 아아─ 살았어. 살았다고. 나는 지금, 살아있는 거야─ 안도감, 안도감. 안도하고 있다. 나는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기뻐졌다. '그것'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을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리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도. 나는 이러한 모든 것에 대해 안도하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액체가 옷을 적셨다.
  재빨리 손으로 코를 훔쳤다. 검붉은 액체가 손등 가득 뭉쳐져서 기괴한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티슈── 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 장, 두장, 세장, 빠른 동작으로 휴지를 뽑아 코로 향한다.
  얼굴하고 옷에 묻은 피가 대충 수습될 무렵, 한번에 많은 휴지를 뽑았는지 티슈 입구에 뽑을 휴지가 보이지 않았다.

  코를 막기 위해 휴지가 더 필요해, 그런 생각과 함께 티슈 안에 있는 휴지를 꺼내려고 위에서 내려다본 순간─
  검은 필터를 낀 것처럼, 검은 무언가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눈을 조금 더 가까이 티슈 입구로 향했다. 그때, 검은 무언가가 움찔거렸다. 다시 한번 깜짝 놀라서, 작은 비명을 지르며 티슈박스를 저편으로 던졌다. 허, 헉. 방금 그게 뭐였지? 불안감이 솟구친다. 그건 정말 뭐였을까? 어리둥절한 정신과는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침착한 몸이라, 달랠 필요도 없이 다시 티슈박스로 향했다. 그리고 입구로 눈을 향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검은 무언가도 환각 같은 것이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입구로 집어넣고 휴지를 꺼내려고 하는 순간─















  녀석은 그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쾌할 정도로 거대한 눈동자를 혓바닥으로 핥으며,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움켜지고 있었다.


「아아, 말했잖아. 나는 여기 있다고.」

──────────────────────────────────────
 어딘가에 존재하는지 의문일 정도로 찾기 힘들고─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길을 잃기 십상인── 이상하고 복잡한, 환상의 도서관에서 울려 퍼지는 4번 곡. 이런 녀석도 꿈을 꾸는 사람들 틈바귀에 끼기 위해서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둘 떠난다 하더라도, 모든 곡들은 여전히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으니, 도서관 내부는 언제까지나 기묘한 향기를 풍기고 있겠지요.

 그런 연주곡도 지금은 왠지 써지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일지, 잠깐 생각해보다가 금방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단지 내가 귀찮다는 이유일 테니까요. 이것저것 핑계만 대다가는 아무런 발전도 없이, 잔해조차 남지 않을 테니까요.

 저런 연유로, 전설의 복붙신공 달립니다. [...]


 덧. 다음 페이지로 글이 넘어가기 전에 업로드 성공.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는 멍청이가 여기 있습니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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